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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정의당

진중권은 입진보가 아니다. 그 이유 3가지. 정의당 심상정, 윤소하 의원의 ‘진중권 탈당’ 논평은 감탄고토 (甘呑苦吐)

by 원시 2020. 2. 8.


2020.feb7.

진중권은 입진보가 아니다. 그 이유 3가지. 정의당 심상정, 윤소하 의원의 ‘진중권 탈당’ 논평은 감탄고토 (甘呑苦吐)였다.

주제: 신자유주의 체제의 유산 감탄고토를 종식시키자.


인간관계가 참 짧다. 아니 짧아졌다. 그래서 아쉽다. 2004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0석 이후, 운동권의 자긍심은 불량제품 고려청자 박살나듯이 팍 깨졌다. 달면 삼키고 쓰면 토해내는 ‘감탄고토’, 다시 말해서 진보가 그렇게 경멸하는 신자유주의적 행동지침이 평당원들 사이에, 지도층, 오래된 운동권들, 20대에게 다 퍼졌다.


진보정당이 집권당이 위해서는 지방행정(군수,시장,구청장등) 15% 정도를 장악하고 있어야 한다. 20세기 전 세계 정치가 논증하는 집권 전제조건이다. 이런 집권전략은 실천하지 않은 채, 2004년 이후 16년간 ‘국회의원’ 중심으로 진보정당을 이끌어왔다. 변화구없는 170km 속구 투수이다.


진중권이 최근 이런 심경을 남겼다. 요지는 이렇다. ‘지난 18년간,총선, 국회의원 그거 많이 해봤잖아요? 그런데 뭐가 특별히 달라졌다는 느낌 없어요.’ 난 진중권이 패배주의나 허무주의, 진보정당 불필요론에 빠졌다고 보지 않는다.


인간관계들이 너무나 근시안적으로 변해버렸고, 좁쌀 마인드가 ‘리더십’으로 둔갑했다.


원래 하려던 이야기, 진중권은 입진보가 아니다로 돌아간다. 세가지 이유들만 언급한다.


첫번째, 윤소하 의원이 ‘진보지식인입네 하는 분들, 난해한 말로 삶의 현장을 왜곡하지 말라’고 진중권을 비난했다. 진중권은 이 발언과 무관하다. 아니 반대다.


내가 본 진중권은, 2002년 6월 민주노동당 서울시장 후보 이문옥 선거운동권이 되어, 지하철에 당시 국회의원 0석이던 ‘민주노동당’ 이름을 알리기 위해 만든 ‘어깨 띠’를 두르고 ‘민주노동당’을 입으로 외쳤다. 두개골로 외친게 아니라, 진중권의 ‘입’으로 외친 것을 온라인으로 봤다. 나중에 만난 이문옥 서울시장 후보의 증언도 일치했다.


한국에 민주노동당이 최초로 국회의원 10석을 만든 2004년 총선 이전에, 200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 시장 후보 이문옥, 부산 시장 후보 김석준 (현 교육감)이 민주노동당을 ‘전국화’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진중권도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민주노동당 띠 두르고 선거운동했다. 그 띠를 ‘입’으로 물고 다닌 게 아니라, 어깨에 둘러멨다.


두번째, 정의당 노유진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있다. 진중권 예술철학자 겸 시사 평론가에게 확인해봐야겠지만, 진중권은 노유진 카페에 무료로 자원봉사 출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맨입’으로 출연해서 자기 이권을 챙겨간 게 아니다.


그리고 이런 돈보다 더 중요한 건, 진중권과 노회찬은 ‘노유진’에서 유시민과 정치적 차이를 드러냈다. 예민한 청취자들은 몇 차례 그 차이를 감지했을 것이다.


유시민의 논지는 “정의당 안에 좌파(노회찬,진중권 등 포함)는 심장이 너무 뜨거워”그러면서 더 큰 공간으로 이동하지 못한다고 타박했다. 유시민 주장은 정의당이 민주당에 과감하게 들어가서, 빅텐트 안으로 들어가서, ‘집권 정치, ‘큰 정치’를 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반해, 진중권과 노회찬은 민주당과는 차별되는,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유제도에 충실한 리버럴 민주당과 ‘정의당’은 달라야 한다는 정치적 주장을 했다. 진보정당의 독자성이야말로 정의당의 존재 이유라고 주창한 사람들이 진중권과 노회찬이었다.


조국 사태에서도 진중권은 이러한 정의당의 독자적인 자기 입장을 고수하려고 했다. 그래서 리버럴스트 민주당이 말하는 ‘기회의 공정’을 넘어서, ‘결과의 공정’, 이 결과의 공정까지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체제 변혁을 주장하고 있는 게 지금 진중권 글이다.


세번째 진중권이 입진보가 아니라 진보 실천가인 이유는, 2008년 촛불 시위 때, 진보신당 온라인 방송의 ‘송해’ 리포터 역할을 탁월하게 해냈기 때문이다.


당시 난 컬트조와 ‘칼라tv’ 온라인 방송을 기획했는데, 운동권들이 연단위에서 연설하는 방식을 뛰어넘는 쌍방향 의사소통 ‘미디어 실천’을 진보신당 안에서 실천하고자 했다.


KBS 전국노래자랑 ‘송해’ 역할을 진중권에게 맡겨서, 촛불 시위에 나온 시민들이 ‘연단’ 위로 올라와, 정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었다. 진중권이 송해로 변신, "왜 촛불시위에 참여하게 되었나요?"를 물었고, 참여자들이 답변하기 시작했다. 직접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진보정당의 정치 실천 방식을 보여준 것이다.

지루하게 윤리학자처럼 당위론에 그치기 쉬운 데모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 만든 컨셉이었다.


진중권은 이러한 ‘시민에게 마이크를 주는’ 역할을 가장 탁월하게 소화화냈고, 시민들 속에 파묻혀, 칼라tv중계를 하다가, 전경차에 시민들과 같이 끌려가는, 즉 시민과 리포터가 한몸이 되는 협연을 연출하기도 했다.


진중권의 본 직업은 ‘예술철학’ 연구자이다. 한국에 ‘미학자’로 알려져있으나, aesthetic (미학)이 외국 거리에서는 손톱 네일아트 숍 이런데서 쓰이니, “예술철학”으로 하는 게 좋겠다. 암튼.


그가 정치 시사평론가를 하는 건, 불의를 못참아서였다. 윤소하 의원이 부당하게 평가한 것처럼 “진보지식입네 하고” “난해한 말 (발터 벤야민이나 아도르노 등 독일 철학자들이 쓰는 문장들 등)”이나 쓰면서 삶의 현장을 왜곡한 적은 거의 없다.


총선이라 바뻐서, 화해할 시간도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윤소하 의원은 진중권 전당원이 지난 18년간 무형 유형으로 진보정당에 기여한 것을 인정하고, 정치적으로 화해하기 바란다.


그리고 진중권 전 당원께서도, 복잡한 심경, 서운함, 너무나 자연스런 감정이고, 많은 이들도 동감할 것이므로, 특정 인물이나 코멘트보다는, 지난 20년 어렵게 쌓아온 진보정당과, 어렵지만 향후 가야할 20년, 30년을 위해, 대승적으로 화해하길 바란다.


97년 IMF 신자유주의 독재 체제 이후, 우리 사회에, 사람들 사이에 코로나바이러스처럼 퍼진 이 감탄고토라는 전염병을, 이제 우리가 같이 예방해야 하지 않겠나요?


돌아온 진병장 환영~하며.


원시 씀.


(2008.5월 어느날, 데이비드 맥날리 David McNally가 한국 진보정당, 인터넷 방송에 참여해, 박형준 진중권 등과 토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