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에서 민주화 운동의 주축이었던 2030 청년층과 2030남성들의 정치적 견해가 변화되었다.
이 문제를 2030 젠더갈등으로 치환해서는 안된다.
2030 남성도 힘든 점이 있고, 여성들도 마찬가지이다.
공통적으로 닥친 어려운 점들도 있다.
이에 대한 해법들이 다양하고, 우선 순위가 있음에도, 젠더갈등으로 몰아가버리는 모든 경향들에 대해서 비판할 필요가 있다.
그게 좌우익을 막론하고.
언론보도 자료. 한국일보
Deep&wide
2030 남성, 윤 대통령 탄핵보다 이재명 집권 가능성에 거부감
입력 2025.02.03 04:30 24면 9 1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
설 연휴인 1월 25일 오후 서울 도심 경복궁과 광화문 일대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거나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사진은 경복궁 4번 출구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왼쪽)와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오른쪽). 뉴스1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2030 세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별 갈등이 아닌 정치 성향이 화제의 중심에 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를 계기로 청년 남성들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30 여성들이 윤 대통령 탄핵 집회 주역으로 부상한 것에 대한 반발로 2030 남성들이 ‘우파 결집’에 나섰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대통령 탄핵 찬반을 놓고 그려지는 남녀 청년층의 상반된 정치 구도는 현실을 온전히 반영하고 있는 걸까. 지금 거론되고 있는 구도는 앞으로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20~30대 정당 지지율 및 정치 성향
2030 남성, 탄핵 촉구 집회에 나가지 않은 이유
2030 여성들은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한 여의도 집회의 주역이었다. 이들은 십수 년 갈고닦은 아이돌 팬덤 문화를 집회에 이식, 과거와 다른 집회 모습을 보여줬다. 과격한 구호가 난무하기도 했던 정치 집회는 응원봉이 출렁이는 축제의 장처럼 보였다. 반면 2030 남성들은 거리로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보수화된 청년 남성들이 탄핵에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틀린 주장이었다. 당시 청년 남성 다수는 탄핵에 찬성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호각을 다투게 된 요즘도 그 경향성은 유지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공개한 1월 통합 여론조사에서도 20대 이하, 30대 남성들의 탄핵 찬성 비율은 각각 53%(반대 35%), 62%(반대 31%)로 국민 전체 평균(찬성 60%, 반대 34%)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왜 2030 남성들은 여의도 집회에 나서지 않은 걸까? 기존 정치 지형의 연장선에서 살펴야 한다. 젠더 갈등이 격화하며 나뉘기 시작한 2030 남녀의 정치적 태도는 지난 대선을 거치며 고착되었다. 지금 청년 세대에게는 젊음이라는 공통성보다 성(性)이라는 차별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남성들은 진보 진영에, 여성들은 보수 진영에 여전히 강한 반감을 갖는다. 이 정서가 두 집단에 서로 다른 강도의 집회 참여 동기를 제공했다.
여의도 집회의 핵심 구호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보이지 않는 컨센서스도 형성돼 있었다. 바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집권이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만 해도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는 기정사실로 여겨졌다. 이 사실은 2030 여성들에게 집회에 참여할 유인이 되었지만 남성들에게는 진입 장벽이 됐다. 내심 탄핵에 찬성하면서도 ‘죽 쒀서 민주당 줄 순 없다’는 거부감에 거리로 나설 동력까지 얻진 못한 것이다. 대신 이들은 제도권 안에서의 해결을 기다리며 경과를 주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남동 및 서부지법 집회 참가자별 비율
청년 우파, 박근혜 탄핵 때도 존재… 다른 점은 ‘자신감’
최근 부상한 ‘청년 우파’는 전혀 다른 맥락에 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가 과거보다 젊어진 건 틀림없다. 2030 남성들이 극우로 이동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기존 극우‧강성보수 성향의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그래서 주목도가 높아진 걸로 보는 게 타당하다.
청년층에서 극우나 강성보수 세력은 예전부터 존재했다. 2030 남성들이 대체로 진보적 성향을 띠던 10여 년 전에도 강성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는 활성화됐었다. 이들은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 때도 일정 규모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당시 이들이 보이지 않았던 건,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건이 처음 있는 일이라 그걸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숨지 말자. 부끄러워하지도 말자”라고 했을까. 보수 정당의 폐허 위에 선 홍 시장의 외침에 고령층은 화답했다. 손에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나섰다. 청년들은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보수 정체성을 부끄러워하는 ‘샤이(shy) 보수’로 남았다. 그런데도 2017년 제19대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는 20~30대에서 각각 8% 이상을 득표했다. 온건 보수 세력이 유승민‧안철수 후보로 이탈했던 걸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였다.
사안의 경중으로 치면 국정농단보다 비상계엄‧내란 사태가 훨씬 엄중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들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두 번의 패배는 없다”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기존 보수 성향 종교단체에 더해, 몇 년 사이 급성장한 극우 유튜브 채널들도 시민단체처럼 조직을 결속하고 있다. 이들의 집회 영상에는 젊은 신자, 2030 구독자들이 자주 등장한다.
정치권이 ‘청년 우파’를 적극 비호하고 있다는 것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와 다른 점이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체포 직전에도 이들을 치하했다. ‘청년 우파’들이 얻는 정치적 효능감과 자신감은 8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높아졌다. ‘작지만 강한’ 이들의 목소리는 당분간 계속될 걸로 보인다.
지난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1월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 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소화기를 뿌리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뉴스1
‘극우’ 낙인에 반발하는 2030 남성들
‘여의도의 2030 여성’과 ‘서부지법의 2030 남성’이라는 프레임은 정치권과 미디어에 의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2030 여성들은 탄핵을 외치며 응원봉을 흔들었는데 2030 남성들은 탄핵에 반대하며 서부지법에서 폭동을 일으켰다는 대립 구도는 선명하고 자극적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미디어가 말하지 않는 사실들이 숨겨져 있다. 서울 생활인구 데이터에 따르면 1월 18일 밤 11시 서부지법 집회 인근에 모인 20~30대 여성은 각각 8.1%와 10.6%로 또래 남성들(20대 6.1%, 30대 9.4%)보다 많았다. 1월 15일 한남동 집회의 2030 남녀 비율도 각각 16.9% 대 16.6%로 비슷했다.
서부지법 폭동도 그렇다. 이 사태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66명(28일 현재 63명 구속) 중 30대(21명)가 가장 많은 건 맞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건 50대(15명), 40대(11명), 60대(10명)다. 20대(8명)는 10대(1명) 다음으로 적었다. 많은 이가 여의도 집회에 나선 2030 여성과 대비되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2030 남성의 존재를 강조했지만, 서부지법 폭동의 주요 세력은 청년들이 아니라 중장년들이었다고 보는 게 사실에 더 부합한다.
유권자라는 존재는 정치적 필요에 따라 그 성격이 규정되곤 한다. 이번 탄핵 사태에서도 각 진영은 저마다의 유불리를 바탕으로 2030 세대를 정의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동원과 낙인이 세대 내에서, 그리고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고 심화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30 남성들 사이에선 “극우화했다”는 진보 진영과 그 지지자들의 평가에 반발하며 “이래서 민주당은 안 된다”라는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탄핵이라는 거대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2017년 대선처럼 진보 진영에 많은 표를 주진 않을 걸로 예상된다.
최근의 사건들을 계기로 국민의힘에 대한 2030 여성들의 비판적 인식은 한층 강화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2030 남성들의 반발도 앞서 언급한 이유로 더 커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같은 젠더 갈등 이슈가 없더라도, 2022년 대선과 유사한 성별 대결 구도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차이가 있다면 기존 갈등은 청년층에서 자생적으로 발생한 것이었고, 앞으로의 갈등은 정치권과 미디어의 동원과 낙인이 만들어낸 성격이 짙을 거라는 사실이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2016년 청년정책 싱크탱크 ‘청년정치크루’를 결성했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청년들이 직면한 과제를 정책으로 풀어내자는 취지로 뛰어왔으며, 현재는 각종 미디어에서 세대와 정치를 진단하는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캐스팅 보트’, ‘진보도 싫고, 보수도 싫은데요’ 등이 있다.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12910340004331
"대통령님 힘내세요" 2030 남성 '청년 우파' 결집 배경은
오세운 기자 입력 2025.01.19 06:24
수정 2025.01.19 11:27 709 71
'청년우파' 유튜브로 결집하는 2030 남성들
2010년대 후반 일베→펨코로 보수화 확산
계엄 초반 주춤했으나 다시 뭉쳐 집회 참가도
"청년남성들 탄핵 반대 이유는 이재명 저지"
"처음에는 (탄핵 발표에) '이게 뭐지' 싶었어요. 그래도 대통령께서 뭔가 건수를 잡으셨을 거라 생각했고 이후 유튜브를 보면서 확신을 가졌죠."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달부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수차례 나섰다는 직장인 남성 오모(28)씨. 그는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는 대부분 노인일 것이라는 추정과 달리 참가자 50% 정도는 남성 청년들이라고 주장했다. 오씨는 "신남성연대 유튜브에 나와서 인터뷰하는 수많은 청년들 보면 동질감도 들고 힘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로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던 2030 보수 지지층 남성들이 이제 탄핵 반대 집회 현장까지 참가하며 적극 결집하는 분위기다. 2030 남성들이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에 군인을 투입해 내란죄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이 언제부터 보수 지지층이 됐고, 이번 탄핵 국면에서 다른 세대와 차이점을 보이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일베'에서 '펨코'로
일베 및 극우단체 회원 500여 명이 2014년 9월 6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 투쟁에 맞선다며 폭식 투쟁을 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일베 및 극우단체 회원 500여 명이 2014년 9월 6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세월호 유가족의 단식 투쟁에 맞선다며 폭식 투쟁을 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치적으로 보수 성향의 청년 남성들은 젊은 세대 특성상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처음 존재를 드러냈다. 2012년 18대 대선 전후로 '일간베스트(일베)'라는 커뮤니티가 조금씩 수면으로 떠올랐다. 보수 색채가 강한 이용자들이 모인 일베는 이후 세월호 유가족 앞에서 '폭식 투쟁'을 하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을 야기했다. 정치권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던 일베는 결국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몰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2030 남성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베 내 극우 이용자들에게 반감을 느끼고 다른 커뮤니티를 찾아 떠나기 시작했다.
이후 문재인 정권부터 청년 남성의 보수화가 본격화했고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이라는 신조어가 나타났다. 과거 일베 시절엔 보수화가 일부 극우 남성들에게만 한정됐다면, 이 시기부터는 '젠더 갈등'을 두고 2030 남성들 사이에서 우경화가 빠르게 확산된 것이 특징이다. 커뮤니티 '에펨코리아(펨코)'로 대변되는 '젊은 보수'들은 2010년대 후반 페미니즘 확산에 반발하며 문 정부에 돌아섰다. 이들은 능력주의·신자유주의 성향을 기반으로 결집했고, 2022년 대선에선 20대 남성의 58.7%가 윤 대통령을 뽑는 등 새로운 보수 계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는 얼마 가지 못했다. 지난해 치러진 제22대 총선에서 20대 남성의 투표율 분석 결과 범진보진영과 범보수진영의 득표율이 접전으로 나왔다. 청년 남성층에서의 보수 지지세가 약해진 것이다. 이들을 대변하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 시절 대선 승리를 이끌었는데도 윤 대통령으로부터 '토사구팽' 당한 데다, 선거 직전 불거진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2·3 불법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난달 한국갤럽이 실시한 월별 주요 정당 지지도 설문조사에서 20대 남성의 25%는 민주당을 지지하며 국민의힘(22%)을 일시적으로 뛰어넘기도 했다.
젊은 보수 유튜버와 손잡고 거리 나온 2030 남성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청년 남성들이 민주당 손을 든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 탄핵 정국 초기 같은 연령대 여성들에 비해 적극적으로 광장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탄핵 집회 참가자 수를 서울시생활인구데이터로 추산한 결과, 20대 남성 참가자 수는 약 6,730명으로 전체의 3.3%에 불과했다. 20대 여성 참가자 수는 3만5,926명(17.7%)을 차지해 남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이달부터다. 계엄 사태가 윤 대통령 체포 국면으로 접어들고 전 세대에 걸쳐 보수층이 결집하는 흐름 속에서 특히 우파 청년들을 타깃으로 한 보수 유튜버들이 세를 불리기 시작했다. 유튜브 '신남성연대'의 배인규 대표는 탄핵 반대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청년층들의 집회 참가를 독려했다. 텔레그램 단체방을 통해 탄핵 반대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찬성 댓글에 '싫어요'를 누를 것을 지시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2030 청년 대상으로 오프라인 포럼과 각종 강연을 개최하는 보수 유튜버 '그라운드C' 또한 '계엄령 내린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려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했고, 해당 영상은 17일 기준 346만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유튜브에서 결집한 2030 보수층 남성들은 탄핵 반대 집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윤 대통령도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되기 직전, 관저를 찾은 이들에게 "2030세대가 요즘 관저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하는데 유튜브를 통해서 다 보고 있다"면서 "연설 내용이 굉장히 똘똘하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열망,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겨 굉장한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기존에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던 2030 남성들이 계엄 사태 초반에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지 않았지만, 이달 초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국면이 되며 국민의힘 지지로 다시 뭉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비교하면 지난해 12월 셋째 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은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5%와 19%에 불과한 반면, 1월 셋째 주에 접어들면서는 25%, 29%로 상승했다. 한 달 전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밖으로 앞섰던 2030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이제 오차범위 내로 들어왔다. 한국갤럽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 이후부터 20대 여성은 진보, 20대 남성은 보수로 갈라진 경향을 고려하면, 2030 남성들의 '보수 결집'이 전체 2030 국민의힘 지지율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남성 보수들, 민주당 때문에 탄핵 반대"
유튜브 신남성연대 구독자 수 추이 그래프.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지난달 3일 구독자 수 약 55만 명 선에서 큰 변화가 없었으나 지난달 말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이달 17일 기준 79만 명에 달했다. 플레이보드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그렇다면 젊은 남성 보수층들을 움직이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과거 일베에서 벗어나려 했던 이들이 이번에는 왜 '부정선거 음모론' 등을 믿는 극우 세력과 함께 집회에 나서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2030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탄핵 반대에 나서게 된 이유는 궁극적으로 '이재명 민주당으로의 정권 교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집회는 일반적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한다. 이제 탄핵 국면과 조기 대선 국면이 함께 열리면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 비해 약자처럼 된 것"이라며 "2030 남성은 탄핵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진보·보수 구도효과가 작동해서 집회에 나간 것"이라고 풀이했다.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도 "2030 남성들은 같은 나이대 여성들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면서 "이러한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민주당에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난 대선 때 '반(反)페미니즘' 노선을 내세운 국민의힘에 다시 의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2030 남성과 다른 세대의 보수 집단과의 차이는 젠더에 대한 인식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 남성들은 동세대 여성들이 탄핵 집회에 주역으로 참여하는 현상을 보면서 반발감이 생겼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현 정권의 정책을 지지했던 이들은 '여성들이 권력을 갖고 사회를 좌지우지할 것 같은 분위기를 용납하기 어렵다'는 시각을 갖고 자신들도 결집해야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청년 보수 유튜버들의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 교수는 "유튜브 생태계에선 '콘텐츠가 곧 돈'이다. 기존의 고령층 중심의 보수 유튜브는 레드오션이었지만, 2030세대 보수층 남성을 타깃으로 한 유튜버들이 새로운 시장을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존 보수 유튜버와는 다른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었고, 2030 남성들이 그것에 호응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튜브 데이터 분석 서비스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6일부터 12일까지 주간 한국 슈퍼챗(후원금) 상위 열 곳 중 젊은 보수층 남성을 공략한 유튜브 채널이 3곳에 달했다.
오세운 기자 cloud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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