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자료.
임찬종 기자.
Chanjong Yim
* 합리적 의혹 제기와 피의사실 보도
오늘 뉴스타파 보도는 '김건희 씨 명의 계좌가 2차 주가조작의 선수로 뛰었던 B모 씨가 관련 거래를 하는 것에 이용되었다'는 점을 새롭게 밝혔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는 보도입니다. (뉴스타파 보도 내용은 더 많지만, 다른 부분은 2월 9일 KBS 보도에 언급됐던 내용이 대부분인 것 같습니다.)
이 보도가 피의사실 공표에 근거한 것인지 아닌지는 사실 본질적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정보의 출처는 보도 자체의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 있어서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시종일관 주장해왔습니다.
-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방위 연루' 드러나다 (뉴스타파 심인보 기자, 2022년 2월 21일)
http://newstapa.org/article/j3M5Z
다만, 이 보도는 피의사실 공표와 무관한 보도이며, 조국 사태 당시 보도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다르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내세우는 여러 논거는 아래와 같은 점에서 타당하지 않습니다.
1.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고발돼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입니다. 피의자에 대한 수사 내용을 기소 이전에 보도하는 것은 "피의사실 보도"로 볼 수 있으며, 만약 수사기관 관계자가 이를 알려준 것이라면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합니다.
2. 뉴스타파는 국회를 통해 공소장을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 등이 이미 기소되고 난 이후이니까 공소장이 국회를 통해 제출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사건에 따라서 이번 도이치모터스 사건처럼 1회 공판 이후 공소장이 국회에 제출되는 경우도 있고, 1회 공판 이후에도 검찰이나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판단은 순전히 법무부나 검찰의 재량에 맡겨져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기소 때부터 추미애 장관이 지시해 도입된 공소장 공개 금지 방침과 기타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이 정부에 불리한 정보를 선별적으로 차단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우려해왔더던이유입니다. 걱정했던 선별적 정보 공개를 대그대로 실천에 옮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덧붙여, 뉴스타파는 국회를 통해 공소장에 첨부된 비실명화된 범죄일람표도 확보한 것으로 보이는데, 통상의 경우에 비춰보면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까지 제출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과거 윤석열 캠프 측에서 공개한 김건희 씨 계좌 내역과 비교하면 뉴스타파가 확보한 비실명화된 범죄일람표에 등장하는 '도00'이 김건희 씨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도00'가 김건희 라는 사실은 뉴스타파가 직접 밝힌 사실이기도 합니다.) 범죄일람표 공개가 불법이나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위의 사정을 종합해서 다른 경우와 비교해볼 때 이례적으로 보이긴 합니다.
3. 뉴스타파 기사에서 특히 마지막 문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더 이상 추정이나 짐작이 아니다. 검찰의 공소장, 범죄일람표에서 나온 사실들이다. 윤석열 후보는 이 '사실들'에 대해 답해야 한다."
뉴스타파의 해당 기자는 그런 입장을 밝힌 적은 없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뉴스타파의 보도와 조국 사태 당시 피의사실 보도가 다르다고 주장했던 분들 중 대부분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사실인 것처럼 단정해서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심지어 검찰이 공개된 법정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도하는 것을 두고도 그런 비난을 했습니다.
그런 분들이 검찰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 내용을 두고 "추정이나 짐작이 아니다."라면서 "'사실들'"에 대해 답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사는 적절한 것으로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 기사는 제목부터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방위 연루' 드러나다]인데, 검찰의 결론이나 수사 내용을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분들이 이 기사를 어떻게 생각하실지도 알고 싶습니다.
뉴스타파 보도는 '검찰로부터 직접 받은 것이 아니니 검언유착 보도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던데, 그에 대해서는 제가 어제 쓴 취재파일에서 상세하게 논박해놨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뉴스파파 기자가 마지막에 쓴 문장은 감정적으로 격앙되어 보이는 어조이고 지나치게 단정적이긴 하지만, 기자가 윤석열 캠프 측에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 시점에서 쏟아지고 있는 수사기록 기반 피의사실 보도의 의미와 이를 둘러싼 이중적 태도, 특히 피의사실 보도가 나오면 출처를 캐겠다고 걸핏하면 감찰과 수사에 들어갔던 공수처나 법무부, 대검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지적한 제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뉴스타파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에 쓴 글이네요.
[취재파일] 피의사실 보도와 피의사실 공표는 면죄부를 받은 것일까? (임찬종 기자, 2022년 2월 20일)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6646983
- 첨부 사진 -
뉴스타파 해당 보도의 마지막 부분 캡처
6 Comments
좌영길
저는 이분이 정대택 씨의 허무맹랑한 얘기를 필터링 없이 그대로 기사화하는 걸 보고 좀 어이없던 기억이 나네요.
김경율
뉴스타파에 대한 항공모함을 중지하십시오.
뉴스타파 홈피에서 ‘조국 사모펀드’로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로 관련 보도 자체가 없어서 그때와 비교할 계제가 아닙니다.
김 헌
기소장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김건희씨를 공범으로 기소하지 않는지에 대한 판단은 없는지요? 궁금합니다 😊
김경율
김 헌 계좌 빌려준 건, 대놓고 거의 전액 빌려줘도 무죄 판례 있더라고요.
즉 이거보다 훨씬 심한 사례
Suktae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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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공소장에서 나온 사실들이다.'
'검찰개혁'이 이미 완수된 모양이네요.
'검수완박'도 필요 없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