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윤석열 대통령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
입력 2023-08-16 09:04업데이트 2023-08-16 09:06
8/15(화)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50만 재외동포 여러분,
오늘은 제78주년 광복절입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들과 애국지사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습니다.
단순히 빼앗긴 국권을 되찾거나
과거의 왕정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공산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도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 민주화로 이어졌습니다.
이제는 독립운동의 정신이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보편적 가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던 선열들을 제대로 기억해야 합니다.
이분들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 국가 계속성의 요체요, 핵심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올해는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이자
한미동맹 체결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는 공산 침략에 맞서 유엔군과 함께 싸워
우리의 자유를 지키고, 그 후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산업화를 성공시켰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세우고 한미동맹을 구축한
지도자들의 현명한 결단과 국민들의 피와 땀 위에
대한민국은 세계가 놀랄 만한 성장과 번영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반면 같은 기간,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에서 이러한 반국가세력들의 준동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사회가 보장하는 법적 권리를 충분히 활용하여
자유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 왔습니다.
이것이 전체주의 세력의 생존 방식입니다.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습니다.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과 확신,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 연대의 정신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출범 이후부터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안보 협력과 첨단 기술 협력을 적극 추진해 왔습니다.
한미동맹은 보편적 가치로 맺어진
평화의 동맹이자 번영의 동맹입니다.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입니다.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일본이 유엔사령부에 제공하는
7곳 후방 기지의 역할은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입니다.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되어 있으며,
일본의 유엔사 후방 기지는
그에 필요한 유엔군의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되어 있는 곳입니다.
유엔사령부는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국제연대의 모범입니다.
사흘 뒤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는
대서양, 유럽 지역의 안보와도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NATO와의 협력 강화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인도 태평양 지역의 안보,
대서양과 유럽의 안보, 글로벌 안보와
같은 축선상에 놓여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전방위적으로
책임 외교와 기여 외교를 수행하는 것은,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에 기여하는 동시에
바로, 대한민국의 자유, 평화, 번영을 구축하는
길입니다.
정부가 공적개발원조, 국제 개발 협력,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지원에
재정을 투입하고 힘을 쏟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한
것입니다.
정부는 또한,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정부는 출범 이후 안팎의 도전과
글로벌 복합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무너진 자유시장경제를 바로 세우기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습니다.
굳건한 한미동맹,
나아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번영하고 발전하는 토대가 됩니다.
생사가 걸린 안보에서 협력하는 관계는
먹고 사는 문제가 걸린 경제와
첨단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협력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부는 확고한 글로벌 안보 협력의 기반 위에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통해
수출과 투자를 늘리고
첨단 과학 기술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기업 중심,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 기조를
튼튼히 세우고,
부동산 시장의 정상화를 추진하였으며,
미래세대를 위해 무분별한 방만 재정을 타개하고
건전 기조를 정착시켰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국가의 핵심 사회 정책으로 채택하여
정치 복지에서 약자 복지로
재정 지출 기조를 과감하게 전환했습니다.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시장경제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어야 하고
공정하고 정당한 보상 체계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권 카르텔의 불법을 근절하여
공정과 법치를 확립하고,
특히, 부실 공사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건설 카르텔은 철저히 혁파되어야 합니다.
투자의 걸림돌인 킬러 규제는 빠른 속도로 제거하고
나눠먹기식 R&D 체계를 개편하여
과학 기술 혁신을 추진할 것입니다.
과학 기술 경쟁력의 핵심은 바로 사람입니다.
결국은 인재를 키워내는 것입니다.
미래 성장 동력인 첨단 과학 기술에
과감하게 재정을 투입하고,
다양한 학문 분야가 협력하여
융합형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고등교육을 빠른 속도로 혁신해 나가겠습니다.
아울러 교권이 존중받고
교육 현장이 정상화되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할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는 규칙이 바로 서야 하고,
교권을 존중하는 것이 바로, 규칙을 세우는 길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자신의 당대에 국권을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암흑의 시기에도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자유를 찾아 출발한 대한민국의 여정은
지금 우리에게 자유와 독립뿐만 아니라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에
책임있게 기여해야 하는 역사적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오래전 자유를 찾아 출발한 여정은
앞으로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여정은 과거와 달리 외롭지 않습니다.
전 세계 많은 친구들이 우리와 함께하고,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찾아 고난과 영광을 함께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모두 자랑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경향신문. 사설
민주주의 운동가를 공산전체주의 세력으로 몬 광복절 경축사
입력 : 2023.08.15 19:38 수정 : 2023.08.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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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정부 비판자들을 ‘공산전체주의’의 맹목적 추종자로 싸잡아 지칭했다. 그는 이날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위대한 국민, 자유를 향한 여정’을 주제로 연설하며 공산전체주의라는 생소한 개념어를 6차례나 사용했다.
그는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이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고도 했다. 이렇게 폭력적인 언사를 대한민국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서 듣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1950~1960년대 북한의 남침 규탄대회에서나 할 법한 연설을 듣노라면 지금이 2023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윤 대통령이 사전에도 없는 ‘공산전체주의’라는 말을 정확히 무슨 의미로 썼는지는 알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전체주의가 대결하는 분단의 현실”이란 말로 미뤄 ‘공산전체주의’는 북한 체제의 성격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라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차분히 설명하며 동의를 구하면 족할 것이다. 북한의 간첩 활동을 경계하자는 취지라면 정보기관의 역할을 강조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연설 전반을 선동적 표현에 할애하며 국내 정치에 관해 말한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공산전체주의’에 민주주의·인권·진보를 덧씌워 건전한 정부 비판자들의 목소리까지 위축시키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 자체를 모독하는 발언이기도 하다.
이것은 다름을 인정하고 설득하려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의 연설로 보기 어렵다. 드러내놓고 편을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는 분열의 언어이지, 통합의 언어가 아니다. 대통령의 연설은 국가 지도자로서 국론 통합을 이끌어내고, 비전을 제시하는 데 의미가 있다. 더군다나 일본의 불법적인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 경축사 아닌가. 1987년 개헌 이후 매년 광복절 경축사에 나온 평화통일 언급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의 단순하고 평면적인 국제 정세 인식도 불안하게 느껴진다. 그는 이날 “북한의 남침” 위협에 대응해 “굳건한 한·미 동맹” “한·미·일 안보 협력”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며 “압도적 힘으로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적 실효성이 없는 유엔사령부라는 “하나의 깃발” 아래 뭉쳐서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하게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다. 북한이 미·중 전략 경쟁 구도를 활용해 앞장서서 동북아의 신냉전적 구도를 강화하려는 상황에서, 한국마저 북한의 행동을 똑같은 방식으로 추종하는 것이 진정한 평화로 가는 길인지 의문이다.
윤 대통령의 경축사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보통 시민들조차 공감할 수 없는 실망스러운 연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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