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8월 여름 서울시 구로구에 있는 구로공단, 코카콜라 근처에 있는 컬러 TV 부속품을 만드는 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 92년에는 삼성 삶는 세탁기 모터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구로동에 산 적이 있다.
1989년 3월 즈음에는 서울 사당동 산동네 철거민 투쟁이 있었다. 용역 깡패들이 사당동 주민들을 폭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동네를 밤새 지키러 간 적이 있다. 3월인데도 서울은 남도와 달리 추웠고, 모닥불을 피우면서 사당동 주민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난 대학 진학으로 서울로 왔지만, 대학 이외에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직접 알지 못했다. 학생운동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대체 철학의 사유는 어디에서 발생하는가? 교단의 아테네 파르메니스데스, 논리학은 늘 재미있고 흥미롭다, 우주의 비밀을 푸는 것 까지. 그러나 새벽 4시, 5시까지 모닥불을 피우며 자기 집 주거권, 월세자들의 주거권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철학적 '사유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인생의 순서, 일의 우선 순위가 뒤죽 박죽되었다. 나에게도 우리모두에게도.
1989년 3월 초순, 꽃샘 추위가 남아있던 그 날, 사당동 산골에서 밤을 새고, 서울대 관악산 자락으로 다시 돌아와 낮에 강의실에 들어가곤 했다. 사당동 마을 맨 위에는 야산인지, 동산인지, 언덕인지, 키 큰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이런 데 사람들이 살고 있네'
이 서울이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2022년. 30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과 같은 급격한 속도로 서울인구가 팽창할 때, 서울시 소유 (관리,유지,혁신) 공공 아파트 공급은 가장 핵심적인 주택정책이 되어야 했다. 한국 역시 2차 세계대전 전후 영국, 오스트리아, 독일 등에서 공공임대주택 정책들을 배웠으나, 지속적인 '공급', '혁신', 질 좋은 서비스를 유지하지 못했다.
한국의 서울에는 40개가 넘는 종합대학이 있고, 청년 구직자 때문에, 한국 전쟁 이후 지난 70년간 매년 수만명씩 10대,20대 청년층이 몰려들었다.
이 청년 인구층이 대학 졸업 후에도 구직,결혼,육아 및 자녀 교육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수도권이 팽창하고, 서울 이외에 경기도 다른 도시들이 서울의 '침실 도시 bed town'이 된 이유다.
수많은 신도시들을 건설해도 위와 같은 근본적인 서울집중 현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인구가 많고, 메트로폴리탄 도시라고 해서 그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적정 규모', '최적화된' 규모를 계획적으로 만들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 핵심이다.
한국 서울 중심 도시형성과 가장 극명한 대조가 독일의 지방분권이다. 이러한 대조를 한국 주요 공직자들, 공무원들 중, 독일을 방문하고 온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수도 베를린의 인구가 400만이 넘지 않고, 유럽의 허브 도시 프랑크푸어트(후르트)도 70만 규모이고, 뮌헨도 200만 안팎이다.
서울중심의 한국과 지방분권 도시 발달의 독일의 차이점은 지난 400년간 정치,경제,문화 발달사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한 차이점만을 말해서는 실천지침이 나오질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에 주요 국공립,사립대학들이 80% 이상 몰려있고, 교육과 의료,문화의 중심지가 되어, 지방 도시들과 격차가 벌어져 있는 한, 주택 가격 폭등으로 인한 자산 격차, 불평등 심화는 앞으로도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정책 비교. 오스트리아 빈 Wien . 비엔나 시는 왜 총 주택의 20%를 소유하고 있나? 개인주택 소유율은 20% 안팎에 불과해도 비엔나 시민들의 주거 환경의 질은 영국 런던, 미국 뉴욕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는가?
https://bit.ly/3JtN9BI
LH공사(당시 주택공사)는 1971년 개봉동에 서울 최초의 임대아파트를 준공했다.
당시의 공사현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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