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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국제정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한국일보 보도. 10월 15일~22일. 이슬람 분노 펄펄 끓는데... 바이든은 왜 네타냐후와 껴안았나

by 원시 2023. 10. 22.

"빈라덴 스승 사진 품은 하마스의 최정예 요원 1200명, 이스라엘 공격 주도"


조아름 기자  입력 2023.10.22 18:30 수정 2023.10.22 19:31 12면 0  1


WP "하마스 대원 시신서 전투 매뉴얼 입수"
'북한제 추정' F-7 로켓 사용 지침 등 기재
"민간인 납치·살해 계획도... 피비린내 난다"


16일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손에 붕대를 감은 채 이스라엘 보복 공습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난민촌을 바라보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감행했을 때 동원한 특수 요원이 무려 1,200명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란에서 특수 훈련을 받은 최정예 요원들로, 치밀한 사전 공격 준비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하마스가 애초부터 군사 시설뿐 아니라 민간인을 납치하고 살해할 계획을 세운 정황도 또다시 드러났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하마스가 지난해 각종 무기 운용 지침과 이스라엘 군사 장비의 취약점 등을 담은 전투 매뉴얼(안내서)을 만들었다"며 그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신문은 하마스 대원 시신에서 17쪽짜리인 이 안내서가 발견됐으며, 이를 입수했다며 "이스라엘 총리실과 전문가들 검증을 마친 결과 실제 하마스가 제작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WP에 따르면, 해당 매뉴얼은 '군사 기밀 문서'로 시작한다. 맨 뒷면엔 2001년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의 스승으로 알려진 압둘라 아잠의 사진이 박혀 있었다고 한다. 하마스의 최정예 부대로 알려진 알 카삼 여단이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알 카삼 여단 병력은 1만5,000~4만 명 사이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가담한 인원은 1,200명가량으로 나타났다. 알 카삼 내에서도 핵심 정예부대로 꼽히는 '누크바' 특수대원들이 공습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 알아즈하르 대학의 음카이마르 아부사다 연구원은 "누크바 대원들은 이란에서 훈련을 받고 다른 대원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가자지구로 돌아갔다"고 WP에 말했다.

문서에는 하마스의 군사력을 가늠할 만한 내용도 적혔다. 특히 하마스가 사용한 북한제 'F-7 로켓'과 관련된 지침도 포함돼 있었다고 WP는 전했다. 지난 11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로부터 압수한 F-7 고폭발 파편탄 로켓 등의 사진을 공개하며 "가자지구 주변 정착촌에서 벌어진 하마스와의 전투 중 획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F-7 제조국이라고 입을 모았지만, 북한은 "무근거한 낭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마스의 무자비함과 잔인성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문서에는 하마스가 애초부터 이스라엘의 군사시설뿐 아니라 이 나라의 농업 공동체를 일컫는 키부츠를 중심으로 민간인 거주지를 공격하고 이들을 납치하려는 계획이 기재됐다. 이를 위해 인간의 치명적 급소들을 열거하는가 하면, 흉기로 상대를 살해하는 요령까지 적혀 있었다. WP는 "인간의 목숨을 둘러싼 하마스의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계획을 보여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사우디 왕자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 이슬람 명령 위배”… 이례적 공개 비판


김현종 기자  입력 2023.10.21 17:41 수정 2023.10.22 00:58 9  1
투르키 왕자 미국 강연서 발언
BBC "사우디 왕실 생각 보여줘"


20일 이스라엘 남부 도시 스데로트에서 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지역 모습.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당해 연기에 뒤덮여있다. 스데로트=AFP 연합뉴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에 대해 양측 모두를 비판했다.

20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투르키 알 파이살(78) 사우디 왕자는 지난 17일 미국 텍사스주(州) 휴스턴 라이스대 연설에서 “이 분쟁에 영웅은 없다. 희생자만 있을 뿐”이라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을 공개 비판했다. 아랍권 국가 관계자가 하마스를 직접적으로 비판한 건 이례적이다.

투르키 왕자는 하마스에 대해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고 민간인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는 민간인을 해치지 말라는 이슬람 명령에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스라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가자지구 내 무고한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폭격과 이들을 강제로 시나이반도로 몰아넣으려는 시도를 규탄한다"고 했다.

BBC는 이번 발언이 “사우디 왕실 고위 인사로서는 이례적으로 솔직했다”며 “이는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에 대한 사우디 지도부의 생각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고 전했다. 20년 넘게 사우디 정보국장을 역임했던 투르키 왕자는 사우디 내에서 널리 존경 받는 원로 정치가로 알려져 있다.

앞서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의 전화 회담에서 "사우디는 가자지구의 민간인들을 표적 삼는 것이 극악무도한 범죄이자 잔혹한 공격이라고 간주한다"면서도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폭력 사태의 확대를 막아 지역과 세계의 안보와 평화에 위험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국제적·지역적 노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가자지구 '라파 통로' 개방… "트럭 20대 진입 후 다시 폐쇄"


김현종 기자  입력 2023.10.21 16:32 수정 2023.10.21 16:59 1  1
오전 10시부터 구호 트럭 진입 시작
하마스 "의약품·식량 트럭 포함될 것"


21일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 통로에 구호 물품을 실은 트럭이 진입하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물품을 옮기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라파=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의 봉쇄로 고사 직전에 몰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의약품·식량을 실은 구호 트럭이 진입했다.

21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날 오전 10시 이집트 북부와 국경을 맞댄 가자지구 남부 라파 통로가 개방돼 구호 트럭이 진입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오전 10시 15분 기준 트럭이 라파 통로를 통과하여 이스라엘 측의 검사를 받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가자지구에 진입할 예정인 구호 트럭엔 의약품과 제한된 양의 식량(통조림)을 운반하는 트럭 20대가 포함돼있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은 "트럭 20대가 진입한 후 국경이 바로 폐쇄됐다"고 전했다.

이집트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잇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라파 통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2주 만에 처음 개방됐다. 앞서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지난 1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을 계기로 트럭 20대 분량의 구호 물품을 1차로 가자지구에 반입하는 데 조건부로 합의했다.

다만 20대 분량의 구호 물품으로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우려가 우세하다. 유엔은 물, 식료품 등이 거의 고갈된 가자지구 주민 200만여 명을 지원하려면 최소 트럭 100대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라파 통로의 이집트 방향 지역에는 이미 세계 각국과 국제 구호단체에서 보낸 물자 3,000톤을 실은 트럭 200대 이상이 대기 중이다.

마크 오웬 존스 카타르 하마드 빈 칼리파대 교수는 알자지라에 "트럭 20대 분량의 원조는 약 50만 명의 사람들이 일주일 동안 생활할 수 있는 양에 불과하다"며 "(가자지구에) 약 200만 명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지원은 절대적으로 미미하다"고 비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3단계 구상’…“하마스 제거, 새 정권 만든다”


전혼잎 기자  입력 2023.10.20 22:44 수정 2023.10.20 22:47 3  0
갈란트 국방장관 의회서 전쟁 목표 밝혀
미국서 ‘전면 지상전’ 대체 전략 제안도


이스라엘군 장갑차가 20일 가자지구 국경 인근에 모여있다. EPA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상대로 한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를 밝혔다. 하마스 궤멸을 선언하고 보복 공습에 들어갔던 이스라엘이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의회 외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하마스와의 전쟁이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공습을 통해 첫 단계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이후 지상전을 통해 하마스의 작전시설을 파괴하고 인프라를 망가뜨림으로써 하마스를 패퇴시키고 궤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갈란트 장관은 이어 “2단계에서도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그 강도는 낮아진다”며 “숨어있는 저항 세력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3단계는 가자지구에 새 안보 정권을 만들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국민과 가자지구 주변에 사는 시민을 위한 ‘새로운 안보 현실’을 창조하겠다고도 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앞두고 있다. 갈란트 장관은 전날 가자지구 인근에 집결한 군부대를 방문해 “우리는 지금 멀리서 가자지구를 보고 있지만, 곧 안쪽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명령이 곧 내려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하마스 궤멸 방침엔 변화가 없다면서도 이스라엘과 전면 지상전이 아닌 다른 전략도 논의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이 ‘기존과 다른 것’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본부가 있는 가자지구 북부에서만 지상전을 벌이고, 남부에서는 표적만 족집게식으로 제거하는 ‘외과 수술적’인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이슬람 분노 펄펄 끓는데... 바이든은 왜 네타냐후와 껴안았나

 

 


권경성 기자  입력 2023.10.19 18:14 수정 2023.10.19 18:27 14면 5  1


포옹·면책으로 진격 앞둔 이스라엘 응원
병원 참사 일파만파… 아랍권 분노 확산
만류 지렛대… 국내정치 실익 판단한 듯


18일 이스라엘을 방문한 조 바이든(가운데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영접 나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방문 결정보다 더 과감했다. 9·11 테러 희생자 유족을 위로하듯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껴안았고, “가자지구 병원을 공격하지 않았다”는 그의 말도 믿어 줬다. 이슬람권에는 ‘맹목적인 이스라엘 신뢰’로도 비칠 법했다. 실제 아랍권의 분노는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확전 가능성이 커졌다는 염려까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왜 그랬을까.



"바이든 귀국 땐 오히려 확전 가능성 커져"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공항에 도착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행동’은 활주로에 영접 나온 네타냐후 총리와의 포옹이었다. 전날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 내 병원 폭발 참사와 관련, 아랍 국가들의 이스라엘 비난 분위기는 고려하지 않고 맹방의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도 보였다. 이스라엘 방문 후 예정돼 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이집트, 요르단 정상과의 4자 회담이 무산됐는데도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고려 중인 이스라엘을 재차 응원한 셈이었다.

상당수 무슬림은 병원 참사가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 ‘이슬라믹지하드’의 소행이라는 이스라엘의 해명을 순순히 믿지 않았다. 오랜 적대 관계가 심어 놓은 ‘불신’ 탓이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추가 동력을 제공했고, 아랍권 전역엔 분노가 더 확산했다. 레바논과 요르단, 이란, 이집트, 리비아, 예멘, 모로코, 이라크, 튀니지, 튀르키예 등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을 규탄하는 시위가 잇따랐다. 이라크에선 이란 지원을 받는 이슬람 민병대가 미군 기지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스라엘행 결심 때 바이든 대통령의 핵심 목표는 확전 차단이었다. 하지만 그가 귀국길에 올랐을 땐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국경 너머로 확대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미국 CNN방송은 진단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하마스가 대(對)이스라엘 전쟁의 다음 단계를 친(親)이란 국가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와 조율하고 있다”고 하마스 고위 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18일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전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심산이 달랐을 개연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가 염두에 둔 확전의 관건은 결국 ‘이스라엘이 어떻게 하느냐’였다는 얘기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참전을 자극할 수 있는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을 ‘강경하지 않은 방식’으로 저지하는 게 바이든의 급선무였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엄청난 슬픔과 분노가 국가를 너무 멀리까지 몰아가도록 놔두지 말 것을 이스라엘에 부탁하기 위해 바이든이 고른 수단이 이례적인 전시(戰時) 방문과 전폭적 지지였다”고 해석했다. ‘과잉 보복’ 만류에 필요한 지렛대가 포옹이었다는 뜻이다.



“분노에 잠식되면 미국 실수 답습할 것”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전시 내각과의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에 “9·11 이후 미국인들도 분노했고 정의를 찾았지만 실수도 저질렀다”며 “분노에 잠식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침공으로 큰 비용을 치른 미국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충고한 것이다.

더불어 국내 정치적 측면에서 실익이라는 판단이 친이스라엘 행보 이면에 깔려 있을 수도 있다. 우선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이스라엘을 편들어 나쁠 게 없다. 미국 버지니아대의 정치 분석가 래리 서배토 박사는 가디언에 “이스라엘 지지 저변이 미국 내에 아주 넓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현직 대통령에게 이번 국면은 기회”라고 말했다. 게다가 안보 예산을 따내기에도 유리하다. 대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지지 여론이 약해진 상황인 만큼, 차제에 이스라엘 지원과 패키지로 묶어 의회에 예산을 요구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 복안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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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통제불능 이전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급선무"... 바이든과 차별화?
조영빈 기자  입력 2023.10.19 17:45 1  0
이집트 총리 면담서 "두 국가 방안이 근본 해결책"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3차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충돌과 관련해 19일 "휴전이 급선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시 주석이 양측 간 전쟁에 대한 입장을 직접 언급한 건 처음이다.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제3회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참석차 베이징을 찾은 무스타파 마드불리 이집트 총리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이 확대되거나 통제불능이 되어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초래하지 않도록 가능한 한 조속히 휴전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팔레스타인 독립국 건설을 골자로 한 '두 국가 방안'이 "분쟁 반복을 해결하는 근본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양측의 평화 공존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중국은 이집트의 인도주의 통로 개방 노력을 지지한다"며 "아랍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전면적이고 정의롭고 지속적인 해결을 조속히 추진할 의향이 있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의 이 같은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18일) 직후 나온 것이다. 중국은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중립'을 표방하며 "평화 협상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협상'에 방점을 찍은 시 주석의 이날 언급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미국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동원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가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건 갈등을 다루는 미국의 민낯을 보여 줬다"며 "(바이든은) 성공 가능성이 없는 중재를 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류웨이둥 중국사회과학원 중미 관계 연구원은 "미국이 이스라엘과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며 미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내년 대선에서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출발 전부터 꼬여 버린 바이든의 위험한 이스라엘행 ‘모험 외교’
권경성 기자  입력 2023.10.18 17:30 수정 2023.10.18 17:41 1  2
이륙 직전 중동 회동 무산… 병원 폭발 후폭풍
아랍권 격앙에 멀어진 ‘균형 외교’·하마스 고립
애초 아슬아슬… “통제 불가 전쟁 실상 드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전시 내각과 회담할 예정이다. 앤드루스 합동기지=EPA 연합뉴스

전시 상황의 이스라엘 방문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험 외교’ 구상이 시작부터 꼬였다. 공교롭게도 바이든 대통령 출발 직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섬멸을 노리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이 한창인 가자지구에서 병원 폭발로 수백 명이 숨지는 대형 참사가 발생한 탓이다. 이 사건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중동은 이미 이스라엘에 대한 분노로 들끓고 있다. ‘엄청난 도박’이라는 안팎의 우려를 무릅쓰고 이스라엘행을 강행한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스라엘 지지 표명’과 ‘확전 방지’라는 이중 과제를 수행하기가 더 힘들게 됐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가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을 때 백악관 관계자가 동행한 기자들에게 한 가지 소식을 알렸다. 이튿날 요르단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국·팔레스타인·이집트·요르단 4자 정상회담이 돌연 취소됐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직전 가자지구 가자시티에서 일어난 알아흘리 아랍병원 폭발 사태의 후폭풍이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최소 5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이었다. 열흘 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의 본거지 가자지구는 이스라엘의 공습과 봉쇄로 이미 약 3,000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병원 폭발 소식까지 전해지자 아랍권은 격앙됐다. 하마스를 지원해 온 이란과 친(親)이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는 물론, 하마스와 거리를 두던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도 예외 없이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와 별개인)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오발이 원인”이라며 책임을 부인했지만, 치솟은 분노는 누그러지지 않았다. 대니얼 커처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는 NYT에 “팔레스타인과 아랍은 이스라엘 소행이 아니라는 걸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력’도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됐다. 이번 방문의 주된 목적이 △이스라엘에 대한 굳건한 지지 표명 △확전 억지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해결 방안 논의 등이긴 했으나, 전부는 아니었다. 한 미국 관리는 NBC방송에 “이번 전쟁이 미국에 제시하는 도전의 범위를 고려할 때 대통령이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 아랍 지도자들과 대화하는 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 건 무책임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바스 수반 등 중동 정상 측이 회동 취소를 통보하면서 당초 바이든 대통령이 염두에 뒀던 ‘균형 외교’와 ‘하마스 고립’은 당분간 접점을 찾기 어려워졌다. 미국 싱크탱크 중동연구소의 찰스 리스터 대테러국장은 NYT에 “폭격이 누구의 소행이든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타이밍과 상황이 이보다 더 나쁠 순 없다”고 짚었다.

누구 소행인지도 모르고 “분노와 슬픔”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병원 폭발이 발생한 17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서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대가 플래카드와 팔레스타인 국기를 들고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있다. 트리폴리=AFP 연합뉴스

최악의 불확실성은 병원 폭발을 야기한 로켓을 누가 발사했는지도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용기 안에서 부랴부랴 낸 성명을 내고 “최악의 인명 피해에 분노하고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했으나, 공격 주체는 명시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중동 전문가 조너선 패니코프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공격이 이스라엘 실수로 밝혀지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이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애초부터 아슬아슬한 방문이었다. WSJ는 “병원 폭발 이전부터 성급하게 추진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행은 경호 위험뿐 아니라 외교적·정치적 위험으로도 가득 차 있었다”고 지적했다. 비영리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분쟁 전문가 리처드 고원은 바이든 대통령 방문 직전에 터진 병원 폭발 참사와 관련, 로이터통신에 “전쟁을 통제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가 이번 비극을 통해 드러난 셈”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하마스보다 파괴적인 헤즈볼라, 17년간 칼을 갈았다..."이스라엘의 최대 위협"
조아름 기자  입력 2023.10.18 04:30 6면 10  2
하마스와 연대, 이스라엘 공격 수위 높여
2006년 레바논 전쟁 이후 군사력 증강
제2차 전선 커지면 "중동 전쟁의 발판"우려


지난 10일 레바논 남부 케르베트 셀렘의 한 마을에서 레바논 무장 세력 헤즈볼라 대원들이 앞서 이스라엘 포격에 사망한 동료들의 장례식에 참석해 행진하고 있다. 케르베트 셀렘=AP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의 전선을 확대하며 중동 전쟁의 또 다른 화약고가 되고 있다. 2006년 한 달 넘는 전쟁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렀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 17년간 확전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대적 보복을 예고한 만큼, 하마스와 연대하고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헤즈볼라가 본격 참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스라엘 섬멸'을 내건 헤즈볼라는 1982년 이스라엘군에 맞서는 민병대로 출발해 레바논 의회에 진출한 정치 세력으로 확장했다. 세계 곳곳에서 테러를 일으키고 납치와 암살을 서슴지 않는 등 극단주의 성향이다. "현재 이스라엘의 가장 큰 위협은 하마스보다는 최근 십수 년간 군사력을 키운 헤즈볼라"(미국 뉴욕타임스)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06년 이스라엘과 전쟁 치러
레바논 남부가 근거지인 헤즈볼라는 남쪽으로 국경을 접한 이스라엘과 수차례 무력 충돌을 벌인 지독한 악연이 있다. 2006년 7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군인 납치를 계기로 벌어진 34일간의 '제2차 레바논 전쟁'이 대표적이다. 당시 레바논에서만 민간인을 중심으로 1,100명이, 이스라엘에선 군인 등 165명이 희생됐다. 압도적 우위의 군사력을 보유한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에 지역 곳곳이 폐허가 된 레바논과, 헤즈볼라의 게릴라전에 고전한 이스라엘 모두 승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전면전을 자제했다. 최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이 촉발한 이스라엘의 대대적 무력 보복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 투입을 경고하자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 미사일과 로켓포를 쏘며 공격 수위를 높였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 초소의 감시 카메라를 잇따라 파괴했다. 최근 이스라엘과의 총격전에 헤즈볼라 무장 대원 등 7명이 사망한 데 따른 보복이라고 AP는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15일 레바논과 국경을 맞댄 북부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겨냥 '특수부대' 훈련도
헤즈볼라의 군사력은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급격하게 확장돼 왔다. 국제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는 헤즈볼라 병력 규모가 예비군을 포함해 최소 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훈련 지원을 받았다. 2006년 당시 1만4,000기 수준이던 미사일은 현재 약 15만 기에 이른다고 한다. 헤즈볼라는 단거리 미사일 3,000~5,000기 외에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이란제 정밀 유도 미사일도 갖고 있다.

대서양위원회의 헤즈볼라 전문가 니콜라스 블랜포드는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침투를 위한 '특수부대'까지 훈련 중"이라며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지난 몇 년 동안 이스라엘 관료들이 헤즈볼라를 주요 위협으로 간주한 것도 이 때문"이라 말했다고 아랍권 언론 알자지라는 전했다.

전선이 '이스라엘 대 하마스'와 '이스라엘 대 헤즈볼라'로 확장되면 '중동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미 이란은 헤즈볼라를 앞세워 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한 상태다.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15일 이란 언론에 "적(이스라엘)과 장기전을 벌일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가 "오늘 선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내일 (레바논 수도인)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군과 싸워야 한다"며 항전 의지를 다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은 이란과 미국을 끌어들이는 중동 전쟁의 발판이 될 수 있다"(미 CNN방송)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이스라엘, 가자지구 병원 공격해 최소 500명 사망"
신은별 기자  입력 2023.10.18 03:56 수정 2023.10.18 08:34 3  1
가자지구 보건부 발표... "전쟁 범죄" 규탄




17일 가자지구 가자시티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부상당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알시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가자시티=A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17일(현지시간) 가자내구 가자시티의 한 병원을 공격해 최소 500명이 숨졌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미국 AP통신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시티 중심부에 위치한 알아흘리 병원을 겨냥해 공습을 가했다고 밝혔다. 공습 초기엔 사망자 수를 200~300명으로 집계했으나, 이후 최소 50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정정했다.

해당 병원은 일반 환자는 물론, 이스라엘군의 계속된 공습으로 인해 발생한 부상자 및 피란민을 수용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전을 예고하며 북부 지역 주민들에게 남부 지역으로 이동하라고 알리자, 즉시 대피할 여력이 없는 이들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병원에 모여 있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하마스 대변인 살라마 마루프는 "이스라엘의 병원 폭격은 새로운 전쟁 범죄"라고 규탄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날 공격은 이스라엘이 자행한 가장 잔혹한 공격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AP통신은 짚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서 병원 공격 소식을 거론하며 "민간인에 대한 즉각적인 보호와 함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민간인에 대한 대피 명령 취소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

분주하지만 실속 없는 미국…중동 확전 일촉즉발에 가자는 아비규환
권경성 기자  입력 2023.10.15 17:28 수정 2023.10.15 17:40 5  0
이스라엘 단속하고 순방 외교전 벌였지만
이란은 끄떡없고 팔레스타인 주민만 고립


14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 도착한 토니 블링컨(가운데) 미국 국무장관을 림 알 하시미(왼쪽) 두바이 국제협력부 장관이 맞이하고 있다. 아부다비=AP 연합뉴스

미국의 중동 외교가 벽을 만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은 미국의 노력에도 확전으로 치닫는 중이고, 민간인들을 구출·대피시키려는 계획도 통하지 않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과 각각 통화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소탕 명분을 지지하되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라는 게 메시지의 핵심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13일 필라델피아 연설에서도 “(이스라엘이 봉쇄한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위기에 시급히 대처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도 14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민간인 보호 책무 등을 포함하는 전쟁법을 준수하라고 요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중동 우방국을 돌며 확전 저지에 나섰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 이스라엘의 적대 세력이 참전할 여지를 줄이기 위해서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출발해 요르단,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을 방문했다.

이번 전쟁이 중동의 지역 전쟁으로 번지고 미국이 더 깊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은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선 대형 악재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복원 계획이 무산되고, 에너지 가격 인상 등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발생하면 민심 이반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주변은 일촉즉발 분위기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상전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반이스라엘 진영의 구심인 이란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4일 유엔 본부 이란 대표부가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절반가량인 110만 명에게 대피령을 내린 13일 가자지구 주민들이 생필품을 들고 피란길에 나서고 있다. 가자지구=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공습 대피령을 내린 가자지구는 이미 아비규환이다. 미국이 가자지구 내에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안전지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유엔, 이스라엘, 중동 국가들과 논의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가자지구에 체류하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약 600명을 이집트와의 국경을 통해 탈출시키는 방안에 이집트 정부와 합의했지만, 이집트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푸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 5명 정상과 통화..."전쟁 멈춰야" 중재 자처
입력 2023.10.16 23:15 0  0
아랍권 정상들과 전화 회담 "민간인 희생 막자"
'모순' 지적..."우크라 전쟁 민간인 사상자 수 천 명"


2020년 1월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맞이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무력충돌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아랍권 정상 5명과 연쇄 전화 회담에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1년 넘게 전쟁을 이어가고 있으나, 이번 전화 통화에선 역설적으로 “전쟁을 멈추고 휴전을 보장하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 담당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갈등을 빚고 있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는 이미 통화를 마쳤다. 앞서 시리아 대통령실은 두 정상이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을 멈추게 하고, 가자지구에 남은 민간인에게 인도적 지원을 전달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라이시 대통령 역시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저지른 범죄는 종식돼야 한다” 말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은 전했다.

이날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현재 중요한 건 즉각적인 휴전을 보장하고 정치적 해결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기화하고 전례 없이 확장된 분쟁을 끝내기 위해 이젠 적극적이고 결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서는 시리아, 이란과 함께 ‘반(反)서방 전선’으로 묶이지만,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인 이란과 달리 러시아와 이스라엘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13일 “이스라엘이 하마스로부터 전례 없는 공격을 당했지만, 매우 잔인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을 벌이면 엄청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쟁 사이 중재자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심에 선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두고 ‘모순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2월 푸틴 대통령이 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 천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고, 러시아는 마리우폴과 바흐무트 등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장기간 포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합참 "북한, 하마스와 무기·전술·훈련 등 연계"
김진욱 기자  입력 2023.10.17 15:34 수정 2023.10.17 15:44 0  0
대남 공격시 기습 전술 활용 가능성


이스라엘 방공망 아이언돔이 1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요격하고 있다. 가자지구=EPA 연합뉴스

우리 군이 북한과 중동 무장단체 간의 연관성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북한과 무기 거래는 물론 전술 교리, 훈련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대남 공격시 북한이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하마스의 전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1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개시 이후 군사 상황을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하마스에 무기를 공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마스가 사용한 대전차 무기 F-7은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7호 발사관'과 같은 무기로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7호 발사관은 구소련이 개발한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 RPG-7의 북한 생산 버전이다.

합참은 "북한이 다양한 무기를 중동국가 및 무장단체에 수출해 온 정황이 지속적으로 식별되고 있다"며 "하마스를 적극 지원하는 무장단체나 예하 무장단체에서 사용하는 무기로 추정되는 북한제 122㎜ 방사포탄이 이스라엘 인근 국경지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최근 이스라엘 인접국에선 '방-122'라는 글자가 적힌 포탄이 발견됐는데, '방'은 방사포(다연장로켓포의 북한식 표현), '122'는 122㎜ 구경을 뜻한다. 하마스를 적극 지원하는 무장단체로는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에 '제2전선'을 시도하고 있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유력하다.

합참은 또 "북한이 하마스에 전술교리를 전수하거나 훈련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휴일 새벽 기습공격 △대규모 로켓 발사를 통한 '아이언돔' 방공망 무력화 △드론 공격을 이용한 분리장벽의 각종 감시·통신·사격통제체계 파괴 뒤 지해공 침투 및 공격 등이 북한의 비대칭 공격과 유사하다고 분석한 것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기습 공격 과정에서 땅굴을 활용한 것에도 "북한이 땅굴 굴삭에 능숙하기 때문에 하마스가 이를 배웠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명확한 연계성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에 효과를 본 하마스의 기습 공격 전술을 유사시 대남 공격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합참의 판단이다.

북한이 중동 무장단체에 무기와 기술을 지원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 안보단체 '알마 연구·교육센터'가 2021년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북한 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로부터 땅굴 자재와 기술을 공급받았다. 이스라엘은 2009년 12월 북한 무기를 싣고 가다 태국에서 적발된 조지아 국적 화물기의 목적지가 헤즈볼라와 하마스였다며 북한과의 연계성을 주장했고, 미국 국방부는 2009년 8월 북한이 이란, 미얀마와 함께 헤즈볼라에 미사일 등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UNIFIL)은 1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레바논 남부 국경도시 나쿠라에 위치한 유엔평화유지군 본부가 로켓탄 1발을 맞았다고 밝혔다. 정황상 헤즈볼라의 소행이 유력하다. 발사된 로켓탄의 종류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이란, 지상전 ‘초읽기’ 이스라엘에 “멈추지 않으면 통제 불능 상황 올 것”
전혼잎 기자  입력 2023.10.15 08:22 3  1
악시오스 “이란, 개입 가능성 전달도”


10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 속을 걷고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이란이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는 경고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 유엔본부의 이란 대표부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의)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광범위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책임은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안보리를 막다른 길로 모는 국가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보복을 선언한 이스라엘은 일주일째 가자지구를 봉쇄한 채 공습을 퍼붓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주민에게 대피령을 내리며 조만간 지상전을 개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군부대를 방문해 “다음 단계가 다가오고 있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같은날 이란은 유엔을 통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공격이 계속된다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두 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유엔의 중동 특사 토르 벤네슬란드를 만나 “이번 분쟁이 지역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이란에는 ‘레드라인’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이 계속되고 특히 지상전을 실행한다면 이란도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는 설명이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하마스는 치밀하고 철저했다… "이스라엘 공격 때 상세 지도·전술 책자도 휴대"
김현종 기자  입력 2023.10.14 08:30 3면 3  1

 


WSJ "하마스 전사자 시신서 발견"
현지 지형·무기·병력 정보 등 빼곡
작전 지도엔 '유치원' 위치도 표기
"가자지구 접경 2㎞서 기습 훈련"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 키부츠(공동농장)를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사자들 시신에서 발견된 작전 지침 문서. 이스라엘군(IDF)의 전차·장갑차별 파훼법이 기재돼 있다. 사우스퍼스트리스폰더스 제공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도시 기습 공격을 전례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 온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마스 대원들은 현지 지형과 시설물, 부대 규모, 이스라엘군(IDF) 무기 정보를 깨알같이 적은 '지침 문건'을 소지하고 이스라엘 본토에 침투했다. 문건에는 IDF의 구체적 병력 현황뿐 아니라 전차·장갑차 기종별 대응 방법 등 작전에 필요한 세부 정보까지 빼곡하게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IDF와 민간 자원봉사 단체 등이 이스라엘 영토에 남은 하마스 전사자 시신 등에서 발견한 문건 내용을 보도했다. 전문가들조차 “과거 하마스의 어떤 조치에서도 이 정도의 계획은 없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RPG-7로 50m 거리서 전차 사격" 깨알 지침

지난 7일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사자들 시신에서 확보된 작전 지침 문서. 이스라엘 남부 메팔심 키부츠(공동농장)를 공격할 병력과 계획이 아랍어로 기재돼 있다. 사우스퍼스트리스폰더스 제공

작성일자가 올해 6월 15일인 14쪽 분량 문서에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 메팔심 키부츠(집단농장)에 침투해 주민들을 인질로 잡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 병사 5명으로 구성된 두 개 팀이 각각 지휘관 한 명과 침투조를 구성했다. ‘공격팀’이 철조망을 뚫는 동안 다른 팀은 지원 포격을 하는 임무를 맡았다. 상세한 메팔심 지도는 물론, △마을에 민병대 1,000명이 주둔하며 △인근 IDF가 3~5분 내에 도착 가능하다는 정보도 담겼다. “협상을 위해 인질을 납치하겠다”는 작전 목표도 포함됐다.

메팔심의 전직 보안 책임자 에얄 핀코는 “문건은 하마스가 스파이, 온라인 공개 정보, 사이버공격 등을 통해 체계적이고 정교하게 정보를 수집했음을 가리킨다”고 말했다. 오파킴 키부츠에서 사살된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공공장소와 유대교 회당뿐 아니라 유치원 위치가 표시된 지도도 소지하고 있었다.

전술 가이드라인 책자도 있었다. 이스라엘군 탱크와 장갑차 8종의 사진이 담긴 문서엔 "IDF 주력전차 ‘메르카바’는 RPG-7 등을 사용해 50m 거리에서 사격해야 한다” 등 차량별 세부 공략도 기재됐다. WSJ는 “일부 무장대원이 강력한 IDF 군대와 맞선 경험이 거의 없었다는 걸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가자지구 국경 2㎞서 기습 작전 훈련"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군사조직 알 카삼 여단 소속 대원이 전동 패러글라이드 사용법 훈련을 하고 있다. 하마스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외부 선전용으로 배포한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이다. 로이터 연합뉴스

하마스의 사전 훈련 영상도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미국 CNN방송은 하마스가 최근 2년간 외부 선전용으로 공개한 훈련 영상을 분석, “무장대원들이 지난 7일 이스라엘 기습 작전을 그대로 연습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 국기가 그려진 건물에서 인질 포획을 하거나, 이스라엘 침공 당시의 전동 패러글라이드 이·착륙 과정을 사막 지형에서 훈련했다. 방송은 영상 분석 결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6개 훈련장 위치가 특정된다면서 “이 중 2곳은 이스라엘 국경과 약 2㎞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으며 일부는 불과 최근 18개월 사이 건설됐다”고 설명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예지력이 있다”는 게 CNN의 평가다.

하마스 "2년간 준비... 돈·무기는 이란과 헤즈볼라서"

 


하마스도 철저했던 준비 사실을 인정했다. 레바논에 있는 하마스 대외관계 책임자 알리 바라카는 전날 러시아투데이의 아랍어 채널 RTA아라빅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공격을 2년 동안 준비했다”며 “우리에게 돈과 무기를 제공한 곳은 이란과 헤즈볼라”라고 밝혔다. 다만 “작전 보안을 위해 우리의 우방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며 외부 세력 배후설은 부정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01316080005052

 

하마스는 치밀하고 철저했다… "이스라엘 공격 때 상세 지도·전술 책자도 휴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 도시 기습 공격을 전례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해 온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하마스 대원들은 현지 지형과 시설물, 부대 규모, 이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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