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교하는 앞 집 여자 아이들. 초등학교 아이들이다. 눈 싸움을 한다. 골목길에서도 사이좋게 농구도 하고 노는 얘들이다. 눈을 뭉쳐 서로 몇 번 던지고 놀더니 같이 학교로 향한다.
이렇게 겨울이 시작되다.
초등 2 겨울,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논들을 가로 질러 오곤 했다. 눈으로 가득찬 논. 논둑 길도 눈에 쌓여 없어져 버릴 정도로 눈이 많이 내렸다. 눈이 많이 내린 후였지만, 따스한 햇볕에다 하늘은 푸르렀다. 논 위로 걷다가, 1 미터 정도 쌓인 논으로 몸을 던져 하늘을 바라보곤 했었다.
눈 속에 파묻혀 숨을 쉬지 못할 것도 걱정하곤 했는데, 어떻게 어떻게 해서 논에서 빠져나왔다.
새하얀 침대같은 눈밭으로, 총총 걸음으로 백미터도 넘는 그 논길을 가로질러 집으로 돌아왔었다.
지형적인 이유에서인지, 북쪽에 무등산, 그 뒤 백아산, 무등산 앞 만연산 등 여러 산들이 있는 탓인지, 겨울에 눈이 많이 내렸다.
사람들은 늘 자기가 걸어가던 길들이 있게 마련이다. 5월에는 아침 이슬로 가득찼던 논길, 형이 앞에 가면 내가 뒤에 가고, 내가 앞에 가면 동생들이 따라오곤 했던 길이다.
흙길을 밟고 다니던 때였다. 서울로 온 후로, 또 다른 도시로 떠난 후 흙길은 더이상 밟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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