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논란, 개념과 주장 바로잡기
: 서초동 촛불은 ‘파시즘 징후’도, 장정일의 ‘좌파 좀비의 저주’도 아니다. 이진우도 장정일도 노골.
-글쓴 이유: '우리안의 파시즘', '좌파 파시즘'이라는 단어를 오용하지 말자. 서초동 “조국수호,검찰개혁”집회를 파시즘 징후라고 한 이진우 교수 글도 잘못이고, 이진우 허수아비를 힘차게 때리면서, 좌파좀비들은 대중들로부터 격리될 것이라는 주문을 외우는 장정일도 잘못이다.
좌파 파시즘의 비극은, 스승 아도르노를 ‘입 진보’라고 비판했던 한스 위르겐 크랄(Hans Jürgen Krahl)과 아도르노와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우파에서 좌파로 변신해 서독 68운동의 대표주자가 된 한스 위르겐 크랄 그룹이 그 박사학위 논문 지도교수 아도르노 연구실을 점령하자, 아도르노가 경찰을 불러 그 제자들을 쫓아내었다. 아도르노와 연구조수 하버마스가 한스 등 좌파 학생들을 “좌파파시즘 LinksFascismus“라고 욕했다.
그래서였을까? 한스는 교통 사고로 죽었고, 그 다음해 그 스승 아도르노는 심장 마비로 죽었다. 이런 개인사적 정치사적 비극을 담고 있는 단어가 좌파파시즘이다.
이진우 교수가 “광장의 파시즘을 경계한다”는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아주 단순하다. 도덕적 흠결이 있는 조국 전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정부가, 적극 지지자들을 서초동 검찰청 앞에 동원해서 지도자의 의지를 관철시키고자 한다. 그런데 이교수가 이 주장을 하기 위해 논거로 든 단어가 파시즘인데, 이에 대한 개념 정의도, 또 설명 도구로 쓰는 것도 잘못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들고 나온 서초동 집회는 대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지만, 파시즘 증후와는 거리가 멀다. 조국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사람, 이 참에 검찰 개혁이라도 해보자는 사람들, 자유한국당이 미워서, 노무현 비극이 떠올라서 나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진우 교수는 파시즘은 자유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정치학에서는 파시즘도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념)이다. 각 국가별로 파시즘 정의는 조금씩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이탈리아 무솔리니, 독일 히틀러로 대표되는 파시즘은 몇 가지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있다.
첫번째는 반-계몽주의 운동적 성격을 띠면서,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보편주의적 정치운동에 반대하는 민족주의(제국주의)를 기치로 내건다.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보다는 ‘민족주의’ 이익이 우선한다.
두번째는 파시즘이 타도하고자 하는 자유주의(Liberalism)와 사회주의는 대중 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파시즘은 이 둘을 부정한다. 대신 파시즘은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정치체제를 옹호한다. 생물학적 사회진화론을 신봉하며, “잘난 DNA 놈은 못난 DNA놈을 지배해야 이 사회가 온전히 재생산된다”고 믿는다.
미헬스(Michels)의 과두제의 철의 법칙에 따르면, 어떤 조직에서건 권력은 모든 구성원들이 똑같이 공유할 수 없다. 효율적인 조직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소수 엘리트가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믿음이 바로 ‘과두제의 철의 법칙’이다.
이러한 대중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부정을 낳게 한 생각이 어디서 왔는가를 놓고, 니이체의 위버멘쉬 (=보통사람을 초월한 위대한 인간 Übermensch), 헤겔의 “위인의 업무 die Sache des großen Mannes”로부터 찾는 이들도 있긴 하다.
세번째 특징, 파시즘은 반계몽주의, 반이성주의 노선에 기초해, 인간이 어떻게 정치 참여하고 행동을 하는가를 설명할 때, 인간의 합리성과 이성에 기반한 정치 행동이 아니라, 집단(떼거리) 본능에서 그 행동 동기와 동력을 찾는다.
이러한 정치적 이데올로기 특성 때문에 뭇솔리니와 히틀러는 정치적 선전선동, 대규모 군중 시위, 엄청난 횃불 시위들을 조직함으로써 인간의 동물적인 감각을 자극하고, 정치적 적에 대한 압도적인 승리를 향해 돌진했다.
히틀러의 파시즘은 이러한 세가지 이데올로기적 특징들에다 아리안(Aryan)족의 피의 우월성을 강조해, 인종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었다. 히틀러는 미국 자동차 왕으로 불리우는 헨리 포드를 숭상하고, 공산주의와 유태인들을 독일국가사회주의의 건설의 적으로 간주했다. 이는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서초동 “조국 수호, 검찰 개혁” 집회가 위에서 설명한 파시즘 성격과 징후들을 띤다고 진단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서초동 집회가 노동자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우익 민족주의를 표방하는 것도 아니고, 소수 엘리트 과두제를 지지하는 것도 아니며, 떼거리 본능에 기초한 프로파간다라고 보기도 힘들다. 코리안 피의 순수성을 외치는 것은 더군다나 아니다.
이진우 교수가 ‘파시즘’ 단어를 너무 편의적으로 끌어들여서 글의 논지를 흐려버렸다. 장정일이 이진우를 비판했지만, 거의 허수아비 때리기가 된 것도, ‘파시즘’ 단어의 몰이해 혹은 오용 때문이기도 하다.
이진우 교수가 네 가지 근거들로써 ‘파시즘 징후’라고 했다. 그런데 그것들도 다 문제점이 있다.
첫번째 ‘기득권을 유지하고 확대하기 위해 광장의 민중을 동원하면 파시즘’이다. 서초동 집회는 민주당 당원들도 적극 참여했지만, 비당원들도 참여했기 때문에 ‘다 동원된 세력’이라고 보기 힘들다.
두번째로, 운동권 정부가 새로운 적들을 만들어 낸다고 했는데,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에 가지 않는 국민들, 그 둘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이 양적으로도 많을 뿐만 아니라, 두 집회들에 대해 부분적으로 동의도 하고 반대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광화문도 서초동 집회도 규모가 점점 줄어들 뿐만 아니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그 두 집회에 나가려고 하지 않고 있다.
이진우 교수가 서초동 집회가 민주당 내 이견도 허용하지 않고, 조국을 비판한 금태섭 의원을 인신공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차이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친문재인, 친민주당 적극 지지층에 대한 비판은 될 지 모르지만, 이 현상을 두고 ‘파시즘 징후’라고 보기는 힘들다.
분명히 온라인 공간들에서 작업을 열심히 하는 각 정당 지지자들의 행태는 ‘독선적 폭력적 횡포적’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들은 부메랑이 되어 오히려 민주당, 자유한국당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진우 교수가 “최고 통치지가 민중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파시즘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별 근거가 없다. 이교수는 발터 벤야민(Benjamin)이 파시즘의 핵심은 정치적 권력이 민중에게 나타나는 방식이라고 적었는데, 이는 벤야민 어떤 문장을 번역했는지 불명확하다. 발터 벤야민이 말한 것은 “혁명 (당시 사회주의 혁명)이 실패한 이후, 파시즘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이탈리아 뭇솔리니도 파시스트가 되기 전에는 이탈리아 공산당원이었기 때문에 쉽게 알 수 있다.
최고 통치자가 민중과 소통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과 대화를 자주 하면 할수록 긍정적인 효과는 많을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사 노동자들, 청년 실업자들과 자주 이야기하고 그들의 애환을 들으면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 파시즘이 도래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진우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운동권 좌파정부”라고 규정했는데, 이는 완전히 잘못된 규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직 자유한국당에게 ‘좌파’일 뿐, 공정하게 말해서 ‘중도 우파’정부이다. 범죄자 삼성 이재용에게 ‘힘내라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좌파’정부가 될 수 있는가?
조국 논란 과정에서 주요 일간지, 종편들에 등장한 컬럼니스트들의 글들 상당수가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한 오용, 자의적이고 사적으로 남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진보적인 언론인 경향신문과 한겨레에서도 이런 현상은 예외가 아니었다.
온라인이건, 광장이건, 우리 사회에서 일하면서도 더 가난해지고 일하고 싶어도 노동의지를 현실화시키지 못하는 청년들과 중장년 실업자들의 행복을 위한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그 토론은 멈추지 말아야 한다.
자기 의견과 다르다고 해서 정치적 역사적 맥락과 무관하게 ‘파시즘’, ‘좌파 좀비’라 욕하지 않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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