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에 대한 철학적 전제의 차이, 이것은 정치적 법적 차이를 낳는다.
통상임금 대법원 토론회장에서 뒷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김기덕 노동변호사의 글 공유 및 토론주제 :
우선 임금은 혹은 노동소득은 사회적으로 역사적으로 계급적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는 테제를 여기서는 우선 고려하지 않고, 대법원의 '임금' 개념 정의의 특징과 한계를 찾아보자.
1. 이번 갑을오토-텍 노조원들의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된 것은 한국자본주의 태동 100년사에,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초원리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 노동력, 노동임금 (*우리가 받는 시급, 주급, 월급, 연봉, 보너스 등)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안되어 있고, 법적 정의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법에 나와 있는데 '지키지 않는 것'이 아니다. 법에 아직 명시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아빠, 엄마 '월급이 뭐냐?' 그러면 답변이 없는 것이다.
2. 월급, 연봉 등은 노동자 (직원, 교수, 카페 종업원, 판사 등 모든 직종) 한 개인의 '노동'의 결과를 팔아서 취득한 화폐 크기가 아니다. 이번 대법원의 '노동임금' 정의, 특히 연장근로의 기본단위 unit 가 된다는 '통상임금'의 정의 자체가 '노동' 투하와 관련되어 있고, 노동 투하의 결과로 만들어진 재화나 서비스의 판매 댓가라는 것을 그 철학적 전제로 깔고 있다.
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대법원이나 언론 등에서 마치 '임금'에 대한 개념 정의가 한 가지 방식이고, 그것을 이번 판결로 확정된 것처럼 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 잡을 필요가 있어서이다.
임금에 대한 또 다른 개념 정의 예를 들어보자. 노동자의 노동력 (labor power: 노동자가 유용한 재화나 서비스를 창출해내는 능력, 지적 신체적 능력)을 노동시장에서 사가지고 그 노동력을 소비하고 사용하고 명령하는 고용주 (자본가, 사장, 국가 대통령이든지, 구청장이든지, 카페 주인이건)가 그 노동력을 사용하고 또 오늘 이후 미래에도 다시 사용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으로 지불하는 것을 '임금'이라고 부른다면,
이렇게 정의한다면, 김장보조비, 여름휴가비, 체력단련비, 부양가족 숫자, 특별 공헌도에 근거한 수당, 다시말해서 이번 대법원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범주화시킨 내역들도 다 '임금' 개념에 해당한다.
노동자의 노동력에 대한 댓가는 노동력의 재생산에 필요한 그 노동력을 생존, 유지, 재생시키는데 필요한 물질적, 문화적, 사회적인 비용과 연결되어 있다.
다방 주인이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도 아닌데, 대법원이 산타 클로스도 아닌데, 교육부가 흥부 아부지도 아닌데, 삼성 이건희 황제가 산타 클로스도 아닌데, '김치 담그라고 김장 보조비'를 왜 주겠는가? 김치 많이 먹고 김치에 멸치 젓갈 팍팍 쳐서 겨울 나고 내년 3월까지 김치 가족들이랑 많이 먹고, 체력 보충해서, 다방에서 손님에게 활짝 웃고, 선거법 위반한 범죄자들 법대로 처리하고, 휴대전화기 많이 만들어 내라고 '김장 보조비'를 주는 것 아닌가?
대법원과 언론에서 자주 언급하는 '법리상' 논거도, 대법원 자체 판결의 역사를 보면, 아직까지도 '임금'에 대한 개념 규정, 통상임금 regular wage 에 대한 개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임금을 주어진 노동과정에서 '노동의 댓가'라고 볼 것이냐? 아니면 한 노동력의 소비와 재생산 비용으로 볼 것인가에 따라, '임금'의 정의는 달라질 수 있다.
(월급,연봉 등 임금량의 크기 증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일례로 미국의 경우 지난 10년간 명목 가계 소득은 25% 증가했지만, 실질 소득의 경우는 10% 감소할 수도 있다. 총소득 중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중요한 변수이기도 하다)
점심값은 노동의 댓가인가? 노동력 재생산, 사용의 댓가인가?
----------------------------------------------
연관글: 김기덕 변호사 페이스북
(한국 노동법상 역사적인 공개 토론회가 대법원 주최로, 2013년 9월 5일 열렸다. 노동자측 대리 변호인 김기덕. )
'정치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93년 5월 24일. 흥미롭게도 매일경제신문에서. 김수행(영어권), 박영호(독일어권), 정운영(프랑스/벨기에 루뱅대) 선생을 소개 (0) | 2015.08.04 |
---|---|
마르크스는 죽었는가 (1984년 3월 15일자 동아일보) 김수행, 박우희, 이용필 (0) | 2015.08.04 |
톨스토이 <전쟁과 평화>, 영어, 녀자 아나운서, 그 남편 금융맨들 (0) | 2014.01.28 |
[소득 정책 6] 사장과 노동자 월급 격차 12배 넘지 못하게 통제하자는 스위스 국민투표안이 부결되었지만, 정치적으로 중요한 주제로 계속해서 발전되어야 한다. (0) | 2013.12.04 |
[소득 정책 5] 평균소득과 중앙값 (중위소득)과의 격차 해석 (0) | 2013.12.03 |
[소득정책 4] 통상임금 - 대법원 토론회 소감 (3) | 2013.12.03 |
[소득정책 3] 재분배 정책에서 노동소득 정책으로 발전해야 하는 이유들 (0) | 2013.1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