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2015. 12. 18.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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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굽기, 그 경지에 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저 형언하기 힘들 갈색류 고구마 칼라에 반했다. 마리 앙뜨와네뜨도 소화해내기 힘든 은은한 색채이다. 일전에 욕심만 가득 가득, 그러니까 굽는 시간을 아끼고, 구운 다음 껍질을 벗겨야 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굽기 전에 고구마 껍질을 벗긴 적이 있었다. 그런데 껍질의 소중함을 모르는 고구마에 대한 무지였다. 맛도 덜하고 쉽게 타버렸다.

사람의 피부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게 고구마의 껍질같다. 고구마의 껍질이 위대하다. 그 얇은 막인데 고온에서 버티고 동시에 고구마 구운 맛을 드높인다. 
그러니까 수분 문제이다. 고구마 껍질을 벗기고 구우면, '수분'이 다 날아가버린다. 이 껍질이 1시간 굽는 시간 동안에 '수분' 증발을 막고, 오히려 가마솥이나 압력솥뚜껑과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물론 어린시절 할아버지 집에서 숯으로 고구마를 구워먹던 '3동(三冬)의 겨울' 시절에는 당연히 껍질을 벗기지 않았다.

남들이 다 아는 것인데, 뒤늦게 다시 발견하는 이 "껍질"의 위대한 기능들에 탄복하다. 껍질 벗길 때 그 껍질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존경심을 불어넣어 껍질을 벗기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껍질은 그 종류도 다양하고 그 각양각색의 얼굴 표정들이 있다. 사람들은 보통 껍질은 버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뭔가 목표가 획일화되고 쏠리고 몰리고. 껍질과 껍데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뀔 필요가 있는 밤이다.

나의 고구마 굽기의 도전은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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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NJ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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