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르르…급증하는 노후주택, 붕괴 현실화
부산 암남동 재개발지 사고…거주자 등 주민은 미리 대피
이유경 기자 rglee@kookje.co.kr |

2일 부산 서구 암남동의 한 주택 일부가 붕괴돼 외벽과 토사, 건축 잔해가 남아 있다. 이유경 기자
- 빈집 42% 몰린 원도심 우려
- 田시장, 선제 안전대책 지시
장마철마다 반복되던 부산 원도심 산복도로 노후 주거지 안전 우려가 실제 사고로 이어졌다. 본지가 장마철 원도심 산복도로 일대 빈집의 붕괴 위험을 지적(국제신문 지난 25일 자 6면 보도)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이다. 거주자와 인근 주민 일부는 미리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일대 노후 주거지가 밀집해 추가 붕괴 우려가 나온다.
이날 오전 붕괴현장을 찾은 전재수(가운데) 부산시장. 이유경 기자
2일 오전 5시20분께 서구 암남동 재개발구역 내 2층 다가구주택 1층 일부가 토사와 함께 붕괴했다. 이날 오전 취재진이 찾은 현장은 붕괴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내부 구조가 노출된 상태였다.
석축과 토사가 함께 쓸려 내려오면서 콘크리트 잔해와 흙더미, 생활 집기가 골목까지 쏟아졌다.
주민은 사고 전부터 균열과 누수, 토사 유출 등 위험 신호가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무너진 주택 옆집에 사는 박주암(61) 씨는 “2~3년 전부터 벽과 바닥이 벌어지고, 비가 오면 물과 흙이 흘러내렸다”면서 “사진을 찍어 구에 위험을 알렸지만 근본적인 보수나 철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무너진 주택 아래쪽 골목에 사는 조춘제(84) 씨도 “비가 오고 나면 길이 갈라지고 집에도 물이 샌다. 위험성을 알지만 당장 거처를 옮기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도심 노후 주거지의 위험은 부산시의 재해위험 관리 현황에서도 드러났다. 시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부산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는 70곳이며, 이 중 붕괴위험지구는 11곳이다. 서구의 붕괴위험지구는 2곳으로, 3곳인 기장군 다음으로 많다.
빈집 증가도 원도심 안전 우려를 키운다. 지난달 30일 한국부동산원이 빈집 행정조사 시스템 ‘빈집애’를 통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 빈집을 1만3297채로 집계했다.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 이 가운데 중·동·서·영도구 등 원도심 4개 구가 5615채(42%)를 차지했다.
서구는 붕괴한 주택이 재개발구역 안 철거 대상 주택이라고 밝혔다.
소유자는 따로 있으며 1층에는 거주자 1명이 살고 있었다. 구는 지난해 4월 노후 옹벽·축대 점검 과정에서 이상 징후를 확인했고 해빙기 이후 지하수 유출 등으로 축대와 하부 지반이 약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안전점검을 거쳐 붕괴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이후 지난달 10일 이 주택에 대피명령을 내린 뒤 다음 날 거주자 1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구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부터 위험 주택 거주자와 인접 주민을 순차적으로 대피 조치했다”며 “지난 1일에도 호우에 대비해 인근 2세대 주민을 긴급 대피시켰고, 붕괴 당일에는 인근 주민 5명을 추가로 안전 조치했다”고 했다. 구는 이날 오후부터 붕괴 주택 철거를 시작해 3일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이날 현장을 찾은 전재수 부산시장은 “민선 9기 모든 정책은 시민안전이 최우선이다. 위험징후가 보이면 즉각 알리고 선제적 주민 대피와 신속한 통제를 시행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