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온다 (한강 소설) 독후감
1. 아들 동호와 걸었던 광주천변로. 소년 동호는, 엄니, 쩌기 밝은 디는 꽃도 많이 피었구만, 뭐헌다고 캄캄한데로 간가, 쩌쪽으로 가아, 꽃 핀 쪽으로 엄니,이렇게 그늘로 걷던 엄마에게 말했다.
‘소년이온다’의 제 6장 ‘꽃 핀 쪽으로’을 먼저 읽어보길 권유합니다. 바쁜 분들이나, 518광주항쟁에 대한 책,다큐멘타리,영화를 어느정도 접한 분들에게는. 그리고 ‘책 내용’이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관두신 분들도, 6장은 마음을 누그러뜨리면서 읽을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제 6장이 ‘소년이온다’ 중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동호 엄마의 심경을 잘 그렸기 때문입니다.
‘동호’는 광주도청 시민군 막내였던 당시 16살 문재학입니다.
소설에서 동호엄마는 세 사람의 죽음을 마주합니다. 막내아들 동호, 그리고 아래채에 세들어 살았던 동호 친구 ‘정대’와 공장 노동자였던 정대누나 ‘정미’, 이 세 사람입니다.
동호엄마는 아들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모든 ‘가정들’을 말합니다. 사실 동호는 친구 ‘정대’가 계엄군 총에 맞은 것을 알고난 후, 광주 도청에 ‘시민군’으로 참가하면서, 엄마한테는 아래채 사는 친구 ‘정대’를 찾으러 간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엄마는 자책을 합니다. 월세 받으려고 아래채를 세 놓았는데, 만약 세놓지 않았더라면 ‘정대’와’정미’가 이사오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아들 동호가 정대를 찾아 나설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이런 생각까지도 하지만, 이것은 실종된 정대와 정미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스스로 말합니다.
실은 정대와 정미는 계엄군에 의해 살해당했고, 암매장되어, 지금까지 시신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주 망월동 518묘역에 정대와 정미의 ‘가묘’도 없습니다.
동호엄마는 이 모든 것이 전생의 꿈 같다고, “그 고운 처녀(정미)가 우리 집에 들와서 빨래 바구니를 보듬고, 물이 뚝뚝 떨어지는 운동화하고 칫솔을 들고 저 마당을 왔다 갔다 하던 일이 무신 전생의 꿈 같아야”
살아온 세월에 대해, “그저 겨울이 지나간게 봄이 오드마는. 봄이 오먼 늘 그랬드키 나는 다시 미치고, 여름이먼 지쳐서 시름시름 앓다가 가을에 겨우 숨을 쉬었다이. 그러다 겨울에는 삭신이 얼었다이,”라고 회상합니다.
아들 동호와 걸었던 광주천변로. 동호는, 엄니, 쩌기 밝은 디는 꽃도 많이 피었구만, 뭐헌다고 캄캄한데로 간가, 쩌쪽으로 가아, 꽃 핀 쪽으로 엄니,이렇게 그늘로 걷던 엄마에게 말합니다.[원문을 약간 수정함] (6장 끝)
2. 에필로그에서 소설가 한강이 ‘픽션’ 속에 직접 등장합니다.
동호네 부모님이 새로 샀던 이 집은, 한강 가족이 살았던 광주 중흥동 집이었습니다. 광주 518이 발생하기 2년 전에, 동호가 중학교 1학년일 때, 한강의 아버지가 이 집을 동호네에 판 것입니다. 그러니까 작가 한강이 배깔고 숙제하던 방이 동호 가족이 살았거나, 정대와 정미가 살았던 아래채입니다. [소설 기법]
한강은 518광주가 발생하기 전에 서울 수유리로 이사를 가게 되지만, 광주에 사는 고모와 친척들의 안부를 묻는 어머니 전화소리, 아버지의 지인 송기숙 선생 체포령으로 인해, 광주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결국 작가 한강도 광주 518의 한 부분임을 표현하기 위해 ‘에필로그’에서 직접 소설 속으로 뛰어들었다고 봅니다.
3. 영혼은 유리 같은 것인가?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
‘소년이 온다’에서 작가가 묻는 질문은 518광주에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산 사람들의 영혼을 마주 대할까, 어떤 방식으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정대’와 ‘정미’의 영혼은 아직도 편히 정주할 수 있는 ‘묘지’도 없습니다. 어디를 떠돌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518도 그들의 영혼도 그 배회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