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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노동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의미와 과제.

by 원시 2023. 11. 10.

 

국회 본회의 통과한 ‘노란봉투법’, 무슨 내용 담고 있나
입력 : 2023.11.09 15:42 수정 : 2023.11.09 16:03김지환 기자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9일 국회 앞에서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특별사진전’ 기자회견을 마친 후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사용자의 손해배상·가압류 남용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합법파업 범위를 넓히고,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손해배상액 전부를 함께 부담하는 방식(부진정연대책임)을 바꾸는 것이 골자다.

개정안은 우선 사용자 개념을 확대했다. 노조법 2조 사용자 정의 조항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이는 대법원이 2010년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라고 본 판례에 있는 대목이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1월 택배기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의 노조법상 사용자라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도 지난달 하청 노동자 노동조건을 간접적으로라도 지배할 권한이 있는 원청을 노조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내용의 시행령을 공표했다.

개정안은 노조법 2조 노동쟁의 조항도 손질했다. 현행 노조법상 노동쟁의 개념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노사 간 주장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 정리해고나 민영화 반대 파업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해당하지 않아 불법이다.

개정안은 ‘근로조건의 결정’을 ‘근로조건’으로 바꿨다. 임금인상, 복지 확대 등 이익분쟁뿐 아니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단체협약 불이행 등 권리분쟁까지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해 합법파업 범위를 넓혔다. ‘합법파업을 하는 것이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현실을 바꾸려는 것이다.

개정안은 노조법 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에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문장을 추가했다.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가 손해배상액 전부를 함께 부담하는 ‘부진정연대책임’을 지지 않고 손해발생에 영향을 미친 만큼만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가 100명일 경우 100명 각각이 발생시킨 손해액을 개별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개정안에는 제3자인 신원보증인이 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고용노동부와 사용자단체들은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줄곧 반대해왔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지난 5월 브리핑에서 “개정안과 같이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할 경우 파업 만능주의로 귀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6단체는 지난 8일 공동성명에서 “수백 개의 하청업체 노조가 교섭을 요구할 경우, 원청사업주는 교섭 의무가 있는지 판단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원청이 교섭을 회피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산업현장 갈등이 커졌다고 반박하고 있다.

 

언론보도 한겨레.

 

 

 

노동·방송계 숙원 들어준 민주, 총선 지지 호소 명분 챙겼다
등록 2023-11-10 05:00

엄지원 기자 

노란봉투법·방송3법 통과, 명분·실리 안 밀린다 판단
더불어민주당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숙원 과제’를 해결했다. 비록 윤석열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나 간호법 제정안처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을 다섯달 앞두고 노동계 등에 지지를 호소할 명분을 챙기게 됐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노란봉투법·방송3법 통과 뒤 기자들과 만나 “노동자의 삶과 인권이 상당 부분 보장되는 중요한 법안이 통과됐고, 공영방송의 투명성과 언론 자유를 지킬 방송3법이 어렵게 본회의장에서 통과됐다”며 “윤 대통령도 오늘 국회에서 처리된 4개의 법안을 국민의 뜻으로 존중하고 수용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드린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3법 개정을 통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은 시대적 과제였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배격하고, 공영방송을 권력의 품이 아닌 국민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요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며 “앞으로도 공영방송 독립을 향해 꿋꿋이 나아가는 동시에, 방송장악 시도에도 단호히 맞서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제기될 수 있는 ‘거대 야당(168석)의 입법 독주’ 비판을 무릅쓰고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을 통과시킨 것은 명분과 실리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노동계로부터 지속적으로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으나 국민의힘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쳤다. 민주당은 결국 지난 5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이유 없이 회부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지 않은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국회의장에게 법률안의 본회의 부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국회법 86조 3항에 따라 노란봉투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은 앞서 지난 3월 방송3법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은 여당 시절에는 방송3법 입법에 적극적이지 않았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태도를 바꿨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의 전횡과 총선을 앞두고 ‘기울어진 여론 지형’을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겹쳤다.


여기에 지난달 26일 헌법재판소가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본회의 직회부 탓에 법안 심사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기각한 것도 명분을 실어줬다. 헌재는 ‘법사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어려운 절차를 반복하며 심사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었다’고 했다.


과거 원내지도부를 지낸 한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우리로선 앞으로 다시 얻기 어려울 수 있는 180석(21대 총선 결과 기준)으로 최소한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의원들 사이에 두루 공유돼 있었다”며 “180석을 줘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다음 총선에서 표를 달라 하겠나”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우리가 (법안 처리를)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라며 “그러나 최근 (노란봉투법 관련) 대법원 판결로 입법 명분이 상당히 커졌고 당내 여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개별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놨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노란봉투법’ 시행땐 하청 노동자, 원청과 교섭 길 트여
등록 2023-11-09 21:42

김해정 기자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9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 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실제 자신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을 끼치는 원청 사용자 등을 상대로 교섭 요구를 하기 힘들었던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손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자 쟁의행위를 이유로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사용자 쪽의 손해배상 청구도 어느 정도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안 2조는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도 ‘근로조건을 실질·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사용자를 노조법상 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로 본다. 하청 노동자의 임금, 노동시간 등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수준의 원청은, 영향을 미치는 범위에 한해 사용자로서 교섭에 응해야 할 수 있다. 그간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에 직접 고용되지 않았단 이유로 실제로는 근로조건에 큰 영향을 미치더라도 원청과 교섭 자체를 할 수 없었다.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는 이날 성명을 내어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이 부당한 상황에 대해 사용자와 ‘교섭’을 통해 대화로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넓어질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대화로 해결하는 건강한 노사관계’를 진정 원한다면 해답은 노란봉투법에 있다”고 밝혔다.

 


노조 탄압용으로 악용되는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앞으론 한층 신중해질 수 있다. 개정된 노조법 3조는 사용자가 손해배상 소송을 걸 때 대상자의 책임을 구분해 액수를 특정하도록 한다. 지난해 8월 파업을 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 5명한테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이 470억원 손배 소송을 냈는데, 앞으론 5명의 서로 다른 책임을 물어 개별 액수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이날 “노란봉투법 통과를 계기로 한화오션은 오직 노동자 탄압이 목적인 470억 손해배상 소송을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를 환영하는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오늘 개정으로 비로소 노동조합법이 제자리를 찾는 중요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청을 중단하라”고 했다.


반면 정부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을 열어 “비통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렵다”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억울한 불법자’만 양산하고 국민은 극심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노란봉투법, 20년 만에 국회 본회의 통과!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2023. 11. 9. 17:04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노란봉투법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가결의 순간, 많은 이들이 떠올랐습니다. 두산중공업 배달호, 한진중공업 김주익, 최강서, 쌍용자동차 서른셋 노동자들, 이름을 다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희생 뒤에야 우리 사회는 비로소 반성문을 쓰게 됐습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비롯해 지금도 무권리 상태에 있는 수많은 하청, 파견, 용역,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비로소 노동기본권을 보장할 길이 열렸습니다.

비록 제가 처음 준비했고, 그간 논의돼 왔던 내용에 비해 최소입법만 이뤄졌지만 그럼에도 중대한 진전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낡은 노조법이 다 담지 못해 배제와 소외를 겪어야 했던 많은 노동 약자들이 우리 헌법의 노동3권에 초대됐습니다. 법안 통과의 기쁨을 그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우리 노-사 관계의 파괴적인 불균형을 바꿀 것입니다. 원청사용자에게는 무제한의 대항권을, 하청노동자에게는 무권리만을 강요해 온 현실은 달라질 것입니다. 더 이상 하청노동자들이 굴뚝에, 망루에, 철탑에 오르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하청 노동자도 실질적이며 구체적인 지배력을 갖는 원청기업과 정상적으로 교섭하고, 정상적인 쟁의에 이뤄져 현장에는 평화가 정착될 것입니다.

노란봉투법 어디에도 불법행위에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방식을, 단체법이라는 노조법의 정신에 맞게 바꾼 것 뿐입니다. 노동조합, 조합의 간부, 조합원 모두에게 경중 없이 무차별적으로 청구됐던 손해배상을 책임의 정도에 따라 법원이 배상 비율을 정하도록 했습니다. 최근 대법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판결을 했습니다. 적어도 손배 때문에 노동자가 자살하는 비극을 막을, 최소한 법적 장치가 노란봉투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승적인 결단을 해야 합니다. 하청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제공하는 이 법에는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노동시장의 약자들을 위한 개혁이 담겨있습니다. 약자들에게 결사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이 법은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를 꽃피우는 법입니다. 만일 정치적 고려에 따라 거부권이 행사된다면, ‘약자 보호’, ‘자유’라는 대통령의 약속 또한 모두 허언이 되고, 이는 거대한 역풍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노란봉투법의 공포가 이뤄질 때까지, 저와 정의당은 최후의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2023년 11월 9일
정의당 국회의원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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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손배·가압류 남용’ 진작 막았더라면…김주익은 죽지 않았다
 2023.11.09 21:18조해람 기자


한진중 해고 노동자 비극 이후…법안 통과까지 꼬박 20년

잃어버린 20년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관계자들이 9일 국회 앞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 처리를 앞두고 열린 ‘손해배상 20년, 하청 20년, 죽음 내몰린 20년 특별사진전’ 기자회견 중 사진을 정리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phototom@kyunghyang.com
쟁의에 7억여원 ‘돈줄’ 압박
고소·고발·구속·해고까지
노동자 벼랑으로 내몰아
“억울한 죽음 더는 없어야”

어린 김주익의 주변에는 친구들이 끊이지 않았다. 1970년대 초 강원 태백의 어느 마을, 김주익의 집 앞은 함께 공을 차자며 찾아온 동네 또래들로 매일 붐볐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1982년 부산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에 취업하고, 단칸방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한 뒤로도 김주익은 매우 인기가 많았다. 동료들은 그를 노조위원장으로 뽑았다.

한진중공업이 구조조정의 칼날을 매섭게 휘두르던 때였다. 당기순이익이 늘었는데도 회사는 2002년 650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자들은 반발했다. 한진중공업은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로 손해를 봤다며 김주익과 간부들에게 7억4000만원의 손해배상·가압류를 걸었다.

‘돈줄’로 압박하는 한진중공업에 노동자들은 또 분노했다. 김주익은 2003년 6월 85호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동료들도 지상에 천막을 쳤다. 한진중공업은 파업 참가 노동자들을 150억원의 손배·가압류로 압박했다. 모두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추석 즈음인 2003년 9월9일. 김주익은 크레인 위에서 유서를 쓰고 있었다. “잘못은 자신들이 저질러놓고 적반하장으로 우리들에게 손배·가압류에, 고소·고발에, 구속에, 해고까지 (한다)”라며 “우리가 패배한다면 어차피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김주익은 이어서 이렇게 썼다.

“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집사람과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 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헤어지게 되어서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아이들에게 힐리스인지 뭔지를 집에 가면 사주겠다고 크레인에 올라온 지 며칠 안 되어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조차도 지키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3일 뒤, 김주익의 둘째 딸(당시 10세)은 하늘 위로 편지를 보냈다. “크레인 위에 있는 아빠께. 아빠 그런데 내가 일자리 구해줄 테니까 그 일 그만하면 안 돼요? 그래야지 운동회, 학예회 울 아빠도 보잖아요.”

고공농성 129일째인 2003년 10월17일 김주익은 크레인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후로도 수많은 노동자가 김주익처럼 기업으로부터 손배·가압류를 당하고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6개월치 월급을 모조리 압류당한 두산중공업의 배달호는 2003년, 고장난 수도꼭지를 고친 뒤 아내 앞으로 45만원이 든 봉투를 남기고 스스로 몸에 불을 붙였다. 쌍용자동차에서는 손배·가압류로 노동자와 그 가족 30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무차별적인 손배·가압류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지난해 10월 노동인권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9%는 ‘파업 등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파괴와 폭력을 동반하지 않은 경우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법안(노조법 3조)’에 동의했다.

김주익이 숨진 지 20년이 지난 9일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는 손배·가압류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30억원의 손배소를 당한 김진아 민주노총 금속노조 KEC지회 수석부지회장은 “계획적으로 노조를 무력화하는 데 사용된 손배는 부당노동행위”라면서 “손배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길거리에 내몰고 수많은 가정을 파괴했으며, 수많은 노동자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했다.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는 이날 김주익의 작은누나가 보낸 편지를 대신 읽었다.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손배·가압류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략) 저는 지금도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만 보면 텔레비전을 끄고 나갑니다. 올해로 꼬박 20년이 됐는데도, 어제 일처럼 눈물이 계속 흐릅니다. 제발 우리 주익이 같은 억울한 죽음이 다시는 없도록 이번에 국회에서 법이 잘 통과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