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에 대한 전우용 교수의 오진과 오해 (메모)
민주당,통합당의 정의당 비판이 타당하면 수용하고 그래야 한다. 그러나 전우용 교수의 정의당 진단과 평가는 설득력이 결여되어 있다.
전우용 교수의 페이스북 글 요지는 다음과 같다. 정의당이 2020년 총선에서 경제적 불평등과 같은 '구 좌파 (구 정치)' 주제보다는, 여성,청년,기후정의,동물권과 같은 '신 좌파(신 정치)'로 기울어져, 유권자들이 정의당에 대해 혼란을 겪고 말았다.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이 무게감있는 진보정당 역할을 할 지 의문이 든다.
(1) 전우용 역사학자는 서유럽을 보면서, '경제적 불평등, 분배정의, 군사 안보'와 같은 구정치,구좌파 주제가 발전하고 난 다음, 신 정치(뉴레프트 주제들)이 등장한다고 봤다. 그런데 환경운동,녹색연합 운동이 출발한 게 1980년대 말, 90년대 초라는 점을 '역사적으로' 탐구하지 않은 탓에, 전우용 교수는 이러한 '구 정치' 다음 '신 정치'라는 기계적인 이분법에 빠졌다.
서독의 '녹색당'과 같은 뉴레프트 주제, 환경과 평화 주제가 한국에서도 벌써 30년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을 전우용 역사학자는 인식해야 한다.
기후정의, 코로나 19 위기와 같은 의학의 영역에서도 '불평등'은 존재하고, 구 정치와 신정치는 착종되어 더 복합적인 정치 문제로 등장함을 전우용 역사학자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2) 한국 지성사라고 할까? 문학사, 역사학, 철학, 사회과학 역사에서, 1960년대~1970년대에서유럽의 '신 좌파' 흐름들과 사회적 저항 시를 담은 포크 송, 서구 록 음악을 한국사람들이 수용했다.
기존 마르크스주의와 소련 사회주의 추종자들과 달리, 미국/서유럽의 노동자계급은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미국 자본주의 체제에 동화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체제에 포섭되지 않은 '변방인들, 배제당한 사람들, 아웃사이더, 유색 인종, 실업자' 와 반전운동 (베트남 전쟁 반대 등) 선봉에 선 학생들과 청년들이 미국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본 마르쿠제 (Marcuse)의 아이디어도 한국에 소개되었다.
프랑스 앙가주망, 장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이나 문학 등도 기존의 구 정치보다는 신 정치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찬반을 떠나, 사르트르는 소련 마르크스주의를 '게으른 마르크스주의'로 비판하며,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소련 체제를 격렬히 비난했다.
1980년 518 광주항쟁 이후,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 한국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은 소련사회주의 교과서와 북한 주체사상 교과서를 반독재 반제국주의 투쟁의 기초 안내서로 받아들였다.
전두환-노태우 군사독재 타도 운동은 실천적으로 진지했고 격렬했으나, 그 이론적 철학적 지적 분위기는 세계사와 동시대 국제정치로부터 동떨어져, 특이하게 고립적이고 폐쇄적이었다. (이 부분은 이후 상술함)
(3) 이러한 실천과 이론의 괴리에도 불구하고, 한국 민주화 운동, 시민운동, 신좌파라고 할 수 있는 생태, 여성 운동 등은 80년대부터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리고 실천적으로도 구정치(구좌파) 의 주체인 노동자, 농민들이 환경오염의 직접적인 피해자이기 때문에, 구좌파와 신좌파의 '공통 분모'는 그 차이에 비해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사회주의 = 마르크스주의적 페미니즘, 생태+ 마르크스주의 = 생태 사회주의 (ecosocialism)이라는 융합 좌파 상품이 존재한다고 선전하고자 함이 아니다. 이들 패러다임 간에는 상충, 갈등요소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공통 분모만 강조해 아무도 깰 수 없는 '합금'이라고 과장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한국 좌파, 진보정당의 특질은, 70년대 박정희,80년대 전두환 노태우의 '독재정치'와 구별되는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정신이, 행동과 조직화의 원천이다. 학생과 여성들의 머리카락과 신체를 국가 경찰과 군인이 함부로 깎아버리고, 개인 공간 (personal space)를 동의없이 구타, 처벌하고, 획일적인 이데올로기 (반공, 반북)를 암송하지 않으면, 감옥에 가두는 체제에서, '다원주의와 관용'은 저항의 원동력이 되었다.
70년대~80년대 한국 학생운동은 단지 '반독재 저항 투쟁'만이 아니었고, 기득권과 기성세대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세대 간 투쟁'과 문화투쟁도 포함하고 있었다.
한국은 5천만의 인구를 가진 커다란 나라이다. 서유럽의 UK,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규모이다. 진보정당과 좌파정치의 발전경로가 서유럽이나 미국의 그것과 같을 수 없다. 역사에서도 정치와 마찬가지로 국가별로 '비동시성'과 '동시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서유럽이 구정치 먼저 하고 신정치는 나중에 했으니까, 한국도 그럴 것이라고 막연히 대입하는 것은 기계적인 종속적인 사고방식이다.
4. 정의당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구정치를 덜 발전시키고, 신정치만 해서가 아니다. 신정치 내용이건, 구정치 내용이건, 그 깊이와 뿌리가 아직 허약하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 그리고 지난 20년간 진보정당이 노동자 시민들의 기대보다 그 발전 속도가 더딘 이유는, 전우용 교수의 견해와 달리, 다른 100가지 넘는 이유들이 존재한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서술하겠다.
관련 글 (1) 구 좌파, 신 좌파란? https://bit.ly/3bsRS41
(2) 생태운동과 결합 : 신좌파와 구좌파 공존 https://bit.ly/2LhqHhV
(3) 노동-생태 공통분모를 찾아라 : https://bit.ly/3bjX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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