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뿌리깊은 인종차별, 백인 우월주의의 역사. 카이 닐센 (1926-2021)과 폴 롭슨(Paul Robeson)
노트.
카이 닐센 글을 오랜만에 보다. 닐센은 미국과 캐나다 철학과에서 칼 맑스와 도덕, 윤리학, 정의와 자유 개념들을 가르쳤다. 1921년생 존 롤스와 동시대 미국인이다. 칸트의 ‘형식주의적 절차’ 아이디어를 따와서 ‘정의란 공정’이라고 주장한 존 롤스보다, 카이 닐센은 훨씬 더 급진적이고 실천적이다.
22년 전 복사해놓은 카이 닐센 논문들을 잠시 보다, 그의 삶의 궤적을 조금 엿보았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생 카이 닐센이 1948년 경, 흑인 폴 롭슨을 강연자로 초대했다. 그러나 애초 약속을 어기고 대학은 폴 롭슨의 강연을 불허해버렸다. 할 수 없이 채퍼 힐 시내 주유소 근처 공터에서 폴 롭슨이 강연을 했다고 한다.
폴 롭슨(Paul Robeson 1898-1976)은 당대 유명한 연극배우,가수,풋볼선수,진보적인 흑인 운동가였다. 그런데 폴 롭슨의 강연이 있었던 밤에, 미국 극우 백인우월주의자 KKK (쿠 클룩스 클랜)이 카이 닐센 집 앞에 찾아와 ‘십자가 태우기’를 시연하며 그를 협박했다.
카이 닐센이 노스 캐롤라이나 (채퍼 힐 소재) 대학을 다닐 때는, 여학생도 거의 없었고, 백인 남자들만 대학생이었다고 하니, 폴 롭슨의 연설 자체가 채퍼 힐의 금기를 깨는 것이었다.
당시 카이 닐센과 폴 롭슨은 진보당 (Progressive 1948-1955) 대선 후보 헨리 월리스 (Henry Wallace)를 지지했다. 헨리 월리스는 41년부터 45년까지 프랭클린 루즈벨트 민주당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바 있지만, 민주당보다 더 급진적인 진보당을 만들어 대선에 출마했다.
헨리 월리스는 ‘닭’ 전문가였고 양계산업가였다. 27년간 공화당원이었으나, 1936년에 민주당으로 당적으로 바꿨다가, 1948년 대선에서는 민주당보다 더 급진적인 ‘진보당’을 창당했다. 당시 진보당은 공립학교의 인종차별 입학제도 폐지, 국민의료보험 실시, 은행 철도 전기의 공공소유제, 미국과 소련과의 관계 개선 등을 주창했다.
진보당은 바깥으로는 1950년대 미국 정치권에 불어닥친 맥카시즘 (공산주의자 혐오), 안으로부터는 내부 분열로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
카이 닐센의 20~30대 시절은, 맥카시즘 (빨갱이 혐오) 때문에 마르크스를 공부하는 사람도 다 ‘친소파’로 몰리는 때였다. 그럼에도 그가 일생 급진적인 생각을 유지하며 살아간 이유는, 그의 어린시절 경험 때문이었다.
카이 닐센은 미시건 주 마샬 태생인데, 일리노이 주 몰린 (Moline)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으로, 15살 때 뉴욕으로 이민왔을 때는 영어를 한 마디로 못해서, 미국 초등학생으로 입학해 다녔지만, 학교 꼬마들과 어울리지 못해 중퇴했다. 어머니는 프랑스인과 원주민 혼혈인 메티즈로, 캐나다 퀘벡주 생쟝 출신인데, 아기 때 미국으로 이민왔다.
카이 닐센의 부모님은 가정부를 둘 정도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민자가 되었다.1929년 미국 대공황 시절, 카이 닐센의 동네는 가난한 사람들, 흑인들이 많았다.방과 후에 카이가 반 친구 흑인 아이,조지를 집에 데려와 같이 놀았는데, 스웨덴 출신 가정부 아줌마가 펄쩍 뛰며 놀랬다. 그날 카이 부모님은 조지 아버지에게 조지가 카이 집에 방문하지 않게 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카이 닐센은 어린시절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인종차별’과 ‘계급’ 문제가 뿌리깊게 일상생활에 얽혀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2021년에 카이 닐센이 별세했다 한다. 죽을 때까지 이메일도 컴퓨터 자판기도 사용하지 않았고, 손으로 펜으로 책을 다 써서, 굳은 살이 박혀 있었다고 한다.
별세 2년 전에, 인터뷰에서 마르크스의 핵심 생각이 뭐냐는 질문에, '생산수단'의 공적 사용이라고 답변하는 카이 닐센의 모습을 보면서, 2019년에도 저렇게 정정하신 노인이 계시다니, 그런 생각을 잠시 했었다.
2024년 미 대선에서 ‘백인우월주의자’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카이 닐센은 1930년대 어린시절 일리노이 고향집에서 체험한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가 이렇게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모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메모.
십자가 태우기 cross burning - 백인우월주의자 KKK 쿠 클룩스 클랜이 특유의 흰색 고깔 복면을 입고서, '십자가 태우기'를 시연하며, 정치적 적들, 흑인과 소수자들을 협박하고 있다.
KKK 제 2기 1910년대부터 이 '십자가 태우기'를 실행하고 있다고 한다.
카이 닐센 Kai Nielsen
폴 롭슨 Paul Robeson
오델로 (Othello) 역, 폴 롭슨.
1935년 경 폴슨과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친분을 맺어, 아인슈타인의 별세까지 친구로 지냈다고 한다.
헨리 월리스 Henry Wallace
1944년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 헨리 월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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