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주권과 존엄성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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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 경제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그리스의 경제위기와 구제금융 협상의 막바지 국면에서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치프라스 총리는 7월 5일 국민투표 실시를 발표했다. 이에 레디앙은 치프라스 총리의 국민투표 발표 연설문을 번역하여 게재한다. 번역은 원시님이 맡았다.
이 번역에서는 ‘제도’라는 용어 대신 ‘트로이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트로이카(Troika: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IMF)라는 단어가 연설문에 등장하지 않고, 그 대신 ‘제도들(기구: institutions)’이 등장하는데, 과거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트로이카 단어를 사용했음을 알린다. 영어로 번역된 ‘제도/기구들’은 트로이카와 동일한 의미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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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벗, 그리스 국민 여러분
지난 1월 25일 총선에서 국민 여러분은 우리 시리자에게 정치적 권한을 주셨습니다. 그 시리자 공약과 권한을 실천하기 위해, 지난 6개월 동안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우리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경제적 궁핍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사투를 벌여오고 있습니다.
우리 파트너들(트로이카: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IMF)과의 협상에서 시리자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은, 다름 아닌 긴축 통치를 종식시키고, 행복과 사회정의가 그리스에 다시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국민들이 시리자 정부에 부여한 정치적 권한은 민주주의와 유럽인들의 공동체적 통치를 존중하고, 마침내 유럽의 위기를 극복하는 지속가능한 합의를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트로이카와 협상 시, 그들은 전임 정부인 사회당(PASOK)-신민주당(ND) 연립정부와 체결했던 바로 그 “2010 메모랜덤: 그리스 경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우리 시리자 정부가 수용할 것을 강요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월 25일 총선 결과에서 우리 그리스 국민은 그 “2010 메모랜덤”을 이미 거부한 바 있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우리 시리자 정부는 한 순간도 트로이카의 요구에 굴종해 본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국민 여러분에 대한 배신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5개월의 지난한 협상 후에, 협상 당사자인 트로이카는 엊그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인 유로그룹에서 그리스 민주주의와 국민들에게 최후통첩을 발표했습니다.
그 최후통합은 유럽의 기본 원칙들과 가치들, 유럽 공동체라는 프로젝트의 가치들과는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입니다.
채권자들의 요구사항은 다름 아닌 그리스 정부가 그리스 국민들에게 지속 불가능한 부담을 더 많이 떠안게 만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그리스 경제와 사회의 회복 속도는 더 더디게 될 것입니다. 채권자 트로이카가 제시한 제안은 그리스 앞날을 더욱더 불확실하게 만들 것이고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더 크게 만들 것입니다.
트로이카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IMF)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 노동시장의 탈규제 가속
- 국민연금 삭감
- 공무원 임금 대폭 삭감
- 식음료, 관광업에 대한 부가가치세(VAT) 증세, 그리스 섬들에서 실시되는 세금 우대 정책 철폐
트로이카의 제안서는 유럽의 사회적 기본적 권리들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노동, 평등, 존엄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그 제안의 목표는 협상 당사자 전체 모두에게 실행가능하고 호혜적인 동의가 아니라, 단지 그리스 전체에 대한 모욕일 뿐입니다.
채권자 트로이카의 제안은 가혹하고 징벌적인 긴축 노선을 취하고 있는 국제통화기금 (IMF)의 주장을 더욱더 강조하는 것입니다.
유럽의 주도적 사회 세력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유럽통합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고 여타 유럽 국가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리스 부채 위기를 종식시킬 태세를 시급히 갖춰야 합니다.
친애하는 그리스 국민 여러분,
그리스 민중들의 투쟁에 존경심을 표명하며, 민주주의와 그리스 주권을 잊지 않고 우리 가슴 속에 새겨야 하는 역사적 책임이 우리 어깨 위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그리스 민중의 의지에 따라 채권단(트로이카)의 최후통첩에 대답할 차례입니다.
얼마 전 저는 정부 내각 회의 자리에서, 그리스 주권재민 원칙에 따라 국민투표를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제 국민투표 제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습니다.
유럽 채권단(트로이카)의 제안을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를 묻는 국민투표 제안을 승인하기 위해서, 내일 그리스 의회는 본회의를 소집할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국민투표 결정사항을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 총리, 유럽중앙은행장에게도 알렸습니다. 아울러 내일 저는 유럽연합 지도자들과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IMF)와 연락을 취해,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며칠간 더 연장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그리스인들이, 헌법과 유럽의 민주적 전통에 명시된 대로, 어떠한 외부 압력과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스스로 그리스 미래를 결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애하는 그리스 국민 여러분,
트로이카는 지금 가혹하고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긴축 통치안을 우리들이 수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협박성 최후통첩을 발표했습니다. 그 긴축안으로는 우리 그리스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도 자립할 전망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 스스로 그리스 미래를 결정할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스 역사가 지금 이것을 우리에게 명령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민주적으로 평정심을 잃지 않고 그러나 단호하게 이러한 가혹한 독재적 긴축통치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요람인 그리스는 유럽과 세계 공동체를 향해 호소력 있는 강력한 민주적 대답을 내 놓아야 합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이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여러분의 민주적 선택을 존중할 것입니다.
제가 굳게 확신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국민들의 선택이야말로 그리스 역사의 명예를 지키고 인간 존엄성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들에게 전달할 것이라는 확신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것은, 유럽은 유럽인이 같이 살고 있는 공동의 집이라는 것입니다.
유럽에는 집주인도, 손님도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스는 유럽의 한 가족의 일원으로 필수적인 한 부분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유럽 또한 그리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한 부분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민주주의 없이는 유럽은 정체성도 나침반도 없는 유럽일 것입니다.
저는 국민 여러분이 스스로 국민투표에 참여해 주실 것을 호소합니다.
우리를, 미래 세대를, 그리고 그리스 역사를 위해 !
그리스 주권과 그리스인의 존엄성을 위해 !
6월 27일, 아테네, 새벽 1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시리자 정부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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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1
영어 번역은 로이터에 실린 글과
스타티스 쿠벨라키스(Stathis Kouvelakis)가 번역해서 자기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참고했습니다.
참고 2: 트로이카 (Troika: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IMF)라는 단어는 연설문에등장하지 않고, 그 대신 ‘제도들(기구: institutions)’이 등장하는데, 과거에 써왔던 트로이카 단어를 사용했음을 알립니다. 영어로 번역된 ‘제도/기구들’은 트로이카와 동일한 의미입니다.
출처:
http://www.reuters.com/article/2015/06/27/us-eurozone-greece-tsipras-text-idUSKBN0P700T20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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