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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교육

국내언론. meritocracy 보도

by 원시 2021. 11. 10.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

 

 

예일대 교수의 경고 “능력주의가 공정하다고? 속임수일 수도”

중앙일보

입력 2021.07.15 05:01

지면보기지면 정보

배정원 기자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능력주의의 지나친 강조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 예일대

“능력에 따라 철저하게 사회적 계급이 나뉘는 2034년 영국 사회. 능력을 측정하는 기준은 ‘지능(IQ)+노력(Effort)’이다. 시험에서 IQ 125를 넘긴 상위 5%는 엘리트 계급으로 인정받고, 나머지 95%는 엘리트에게 고용되는 하인으로 전락한다. 출신 학교와 직장에 따라 신분은 철저하게 계층화된다.”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1959년 쓴 풍자소설 『능력주의(The Rise of the Meritocracy)』의 줄거리다. 당시 ‘능력’은 계층을 구분 짓는 요소로 처음 등장했다. 조지 오웰의『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멋진 신세계』처럼 디스토피아를 다룬 공상과학(SF) 소설인데, 반 세기도 더 지난 지금 세계 곳곳에서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능력주의는 가문이나 혈통이 신분을 결정짓는 귀족주의(Aristocracy)의 부당함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공정의 가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 또한 완벽하지 않다.

지난 20년간 미국의 능력주의를 연구한 대니얼 마코비츠 예일대 로스쿨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능력주의는 공정하고 건전한 가치임을 표방하지만, 현실에서는 엘리트에 속하지 못한 중산층의 박탈감을 가속화하고 엘리트 계층마저 끊임없이 능력을 착취당하는 구조를 만든다”며 “능력주의가 공정하다는 주장은 자칫 ‘속임수’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음을 울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능력이 뛰어나다’는 주장을 앞세워 본인의 입맛에 맞거나 가까운 인사들을 요직에 앉힌 게 단적인 예다.

그는 저서『엘리트 세습(The Meritocracy Trap)』에서 현대 사회가 ‘능력주의 덫’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엘리트 계층은 과거 귀족처럼 자신의 지위나 권력을 활용해 계급을 자식에게 물려주려하고, 결과적으로 능력주의가 오히려 사회 이동을 억제하는 요소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비록 국가별로 제도와 문화의 차이가 있지만, 마코비츠 교수를 통해 ‘진정한 공정’을 갈구하는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을 고찰해 봤다.

마코비츠 교수의 저서 The Meritocracy Trap(왼쪽)과 번역서 '엘리트 세습'. 사진 각사

한국 사회가 높은 교육열과 함께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과 미국은 엘리트 교육을 매우 중요시하는 국가다. 이는 대학의 서열을 강조하는 문화에서 드러난다. 다만 한국은 부모의 학벌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경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미국보다 엘리트로 가는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한국도 사교육 비중이 높아지면서, 부모의 경제력이나 학벌이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능력주의가 공고화되면 세습의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을 하고 싶다. 능력주의 세계에서 계층을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은 엘리트가 끊임없이 특권을 구축하려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와 예일대 재학생 중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가구 출신이 하위 50% 가구 출신보다 더 많다. 능력주의 시대에 엘리트는 갈수록 자녀 교육에 재산뿐 아니라 에너지(각종 방법)를 쏟아붓는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 이후로 공정과 능력주의가 이슈로 떠올랐다. 오종택 기자

『엘리트 세습』의 추천사를 쓴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6년 정유라 이화여대 특혜에 이어 2019년 조국 사태, 2020년 인천국제공항 논쟁 등으로 들끓는 민심이 특권 배제와 공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식 능력주의와 다르게 한국의 능력주의는 동아시아식 입신양명 개념에 가깝다”며 “‘합격주의’ 혹은 ‘시험주의’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도 능력주의가 화두다.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능력주의의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면 거짓된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특히 정치권에선 기존 부패한 세력을 비난하면서 비(非) 엘리트층의 분노를 교모하게 부추기는 기회주의자, 선동가들이 판칠 수 있다.  

거짓된 능력주의의 예를 든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 귀족주의 시대의 불평등이 부당하다고 공감한다. 반면 능력에 따른 불평등은 효율적이고, 정당하다고 여긴다. 나아가 빈곤은 게으름의 결과이고, 부와 명예는 근면성 덕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낳는다.  

부와 명예를 위해 노력하는 건 긍정적이지 않나.  

무한 경쟁, 승자 독식, 결과만 따지는 지나친 능력주의가 문제다. 능력주의는 역사상 정점에 올랐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실리콘밸리, 월스트리트 등은 엘리트끼리 야망을 겨루는 격전지가 됐다. 엘리트는 기술 발달과 번영의 촉진자로 여겨지면서 과거 귀족보다 더욱 공고한 계층을 형성했다. 소득·부·권력뿐 아니라 산업을 지배하고 영예 개인적인 존경까지 독점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선 ‘능력’이 과연 공정한 지 따지는 게 관건이다. 

지난 50년간 미국에서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감하면서 불평등 논쟁에 불을 지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마코비츠 교수는 자신도 능력주의자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예일대·런던정치경제대·옥스퍼드대·하버드대 등 유수의 대학교에서 공부했다. 그러다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과 꼭 닮은 예일대 제자들을 보면서 능력주의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됐다. 그는 “능력주의 사회에서 소위 승자라고 하는 엘리트도 집단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입시에 성공했지만, 졸업 후 직장에서도 경쟁하며 지금까지의 시련을 끊임없이 되풀이할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엘리트의 처지를 ‘화이트칼라의 소금광산’이라고 표현했는데.   

오늘날 젊은 투자은행(IB) 간부는 통상 오전 6시 출근해 주당 80~120시간 일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1주일에 155시간 근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잠자는 시간을 포함해 개인 시간이 일주일에 고작 13시간이었다는 얘기다. 은행원에게 ‘9시 출근, 5시 퇴근’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아침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를 뜻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업무량은 노동자의 수요, 즉 능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이들은 심지어 바쁘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업무 시간이 늘어난 이유가 능력주의 때문인가.  

그렇다. 부모의 재산을 교육의 형태로 증여받은 엘리트는 인적 자본으로 먹고산다. 귀족들이 물려받은 땅을 임대하고 여가를 즐기던 것과 다르게 엘리트는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착취해 부를 일궈야 한다. 그들이 엘리트 지위를 유지하려면 다른 사람이 인정하는 기량을 개발하기 위해 훈련을 멈추지 않고 자신의 교육 수준과 노동력을 쉴 새 없이 관리해야 한다.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1959년 쓴 'The Rise of the Meritocracy'는 지난해 '능력주의'라는 제목으로 번역서가 출간됐다. 사진 각사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이 있나.  

만약 귀족주의와 능력주의 중에 선택하라면 능력주의가 낫다. 하지만 또 다른 세 번째 방법이 있다. 시험과 같은 유일한 잣대로 모두의 능력을 줄 세우지 않고, 각자의 다른 능력을 존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좋은 일자리’와 ‘좋은 대학’의 정의가 다양해져야 한다. 모두가 월스트리트 금융사 간부와 같은 피라미드 꼭대기를 향해 달려갈 필요는 없다. 선생님·의사·전기공·배관공 등 각자가 공동체에서 필요한 일자리를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사회가 이를 편견없이 인정하는 분위기로 갈 때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삶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는 불평등을 고착시킨다
등록 :2021-10-13 10:56
이춘재 기자 

2021 아시아미래포럼
능력주의와 공정, 그리고 정의

기조강연: 마이클 샌델

“출발선의 격차 외면한 채
능력주의는 공정하다 착각
노동의 존엄성 회복하며
사회적 연대 끈 다시 매야”

“한국형 능력주의 굴곡 이해못해” 비판도
2020년 7월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한 토론회가 인터넷에 생중계되자 정규직 전환에 대한 찬성과 반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2020년 7월9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논란에 대한 토론회가 인터넷에 생중계되자 정규직 전환에 대한 찬성과 반대 댓글이 달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마이클 샌델
마이클 샌델
문재인 정부에서 벌어진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가 공정을 둘러싼 논란이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첫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공약한 대통령으로서 당연한 행보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약속은 청년세대의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주어지는 정당한 보상(정규직)을 남발하는 것은 공정의 가치를 해친다는 이유였다. 공정을 외쳐온 문재인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이후 정부의 비정규직 정책은 큰 힘을 받지 못했다.
‘인국공 사태’라 불린 이 사건을 계기로 공정은 한국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이슈로 떠올랐다. 포문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열었다. 그는 지난 6월 당 대표 선거에서 “여성 비례대표 50% 할당제는 실패했다”고 선언하고 ‘여가부 폐지’를 주장했다. 또 청년,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할당제를 반대하고 대신 ‘능력 있는 소수가 세상을 바꾼다’는 엘리트주의를 주창했다. 앞서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시절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위해 남녀성비 5:5 비율의 비례대표 공천을 7:3이나 8:2로 맞추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비상위권 대학이나 지방대 학생들은 대기업의 인턴 기회조차도 얻을 수 없는 현실’에 함께 분노했던 것과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그의 변신은 남성 역차별을 주장하는 ‘이대남’의 지지를 받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의 ‘20대 남성’ 집단의 일부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남성 역차별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이를 공정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으로 본다. 이들의 비뚤어진 인식은 공론의 장에서 논쟁을 통해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는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지만,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은 표로 계산하기만 바쁘다.
정의와 공정의 가치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게 한국 사회의 공정을 둘러싼 논쟁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는 국내 한 학술재단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경제성장을 이뤄낸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로서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게 논의를 하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샌델은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더욱 확대된 격차의 원인으로 ‘공정을 가장한 능력주의’를 꼽았다. 2020년 12월 출간한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능력주의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그는 ‘승자와 패자가 능력주의를 당연시하는 것’이 불평등을 고착시킨다고 경고한다. 이런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보호망이나 격차를 해소하려는 복지정책은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문제는 앞으로의 경제성장이 ‘고용 없는 성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이 지난 7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미국은 현재 1년 6개월 전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있지만 취업은 그때와 견줘 600만명이 부족하다. 이는 첨단기술이 도입된 업종의 노동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한 반면 다른 수많은 전통적인 일자리는 파괴됐기 때문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이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가정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다.(한국도 2020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신입생 55%가 소득분위 9~10분위 고소득 가구에 속해 있다) 능력주의는 이들이 누리는 혜택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포장한다. 부모의 경제적 배경이 주요하게 작동한 것은 못 본 체한다. 하지만 출발선의 격차를 외면한 능력주의는 심각한 사회 분열을 일으켜 오히려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샌델은 경고한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열성팬인 그는 이 작품이 묘사한 특권층의 불안감에도 주목한다. 이른바 ‘금수저’라고 불리는 아이들도 명문대 진학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은 경쟁적인 능력주의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소수의 사람들이 성공의 사다리를 타는 것보다 한번 떨어졌을 때 다시 올라오는 게 더 힘들게 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샌델은 능력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노동의 존엄성’을 되찾을 것을 제안한다. 노동의 존엄성에 집중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존중받으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돌봄과 청소, 배달, 보건, 위생 등 그동안 경시됐던 직업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런 일들은 사회가 작동하는 데 꼭 필요하지만, 시장주도적 사회에서 그 존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샌델은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중요한 것은) 막대한 부를 쌓거나 빛나는 자리에 앉지 못한 사람들도 고상하고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조건의 평등’이다. 그것은 사회적 존경을 받는 일에서 역량을 계발하고 발휘하며, 널리 보급된 학습 문화를 공유하고, 동료 시민들과 공적 문제에 대해 숙의하는 것 등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일의 존엄성을 회복함으로써 능력의 시대가 풀어버린 사회적 연대의 끈을 다시 매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샌델의 ‘능력주의 비판’은 한국 사회에서 역으로 비판도 받았다. 교육평론가 이범은 “강력한 능력주의 선발 시스템이 없었다면 한국의 고위 공직은 혈연·지연으로 얽힌 부패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차지했을 것”이라며 능력주의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다(<경향신문> 6월10일치 ‘능력주의 비판을 비판한다’). 그는 능력주의가 “대중의 집단적 절망에 의해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한국 사회에서 양극화가 화두가 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어떤 정권이 집권해도 양극화를 줄이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한 대중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으로 (기업) 채용이나 (대학) 입학 여부가 결정”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그는 “공정이 ‘시대정신’으로 등극한 것은 사람들이 시험에 중독되었거나 지배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혔기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김정희원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샌델이 제시한 ‘개인주의적 해법’의 한계를 지적했다(<프레시안> 3월9일치 ‘마이클 샌델이 진보라는 착각’). 그는 “샌델이 강조하는 것처럼 자신의 행운을 인정하고, 겸허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한다고 해서 능력주의의 본질적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며 개인화된 해법이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샌델에 대한 비판은 그가 ‘한국형 능력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으로 수렴한다. 10월20일 열리는 제12회 아시아미래포럼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서는 샌델이 이런 지적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cjlee@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14944.html#csidxa42ccda08f0667ba7badcf2a91c08aa 

능력주의는 얼마나 공정한가(상)]부모 월소득 대비 자녀의 특목고 진학률…700만~1000만원 3.5%, 300만원 이하 1.4%

경향신문2021.11.02 06:02

 

[경향신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탄희 의원실 공동기획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부모 학력·재력, 자녀 미래 영향
‘수저 대물림’ 빅데이터로 확인


부모의 ‘수저 계급’이 정규 교육과정을 거쳐 자녀의 ‘수저 계급’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나왔다. 부모들 학력과 재력, 사회적 지위가 자녀의 사교육→특수목적고→수도권 대학→대기업 취업→고소득으로 이어지는 불평등의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력’과 ‘학벌’을 중심으로 부상 중인 능력 우선주의가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으로, 능력주의의 허점을 검증할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부모 ‘수저’ 자녀 학교·직장 대물림

1일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입수한 ‘고교체제 발전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보면 부모들의 ‘수저’는 자녀들의 진학과 직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교육부의 2020년 정책연구과제로 서울교대가 용역을 받아 실시한 이 연구는 ‘교육체제가 고등학교 서열화 및 계층화와 어떤 관련성을 갖고, 교육을 통한 불평등에 어떻게 작용해왔는가’를 통계적으로 검증하려는 목적으로 이뤄졌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한국교육종단연구(2005)와 한국교육고용패널(2004)을 활용해 연구 당시 각각 중학교 1학년과 3학년 학생들의 고등학교·대학교 진학 및 노동시장 진입을 추적조사했다.

연구 결과 부모의 학력이 높고 고소득 직업일수록 자녀가 과학고등학교, 외국어고등학교 등 특수목적고에 진학할 확률이 월등히 높았다.

월평균 가구소득이 700만~1000만원인 가정의 학생들 중 3.5%가 특목고에 진학한 반면, 100만~300만원인 가정의 학생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반대로 월평균 가구소득이 1000만원 이상인 가정의 학생 중 전문계고에 진학한 비율은 4.1%에 불과했지만, 100만원 미만인 가정의 학생 중 전문계고 진학 비율은 10배인 43.7%에 달했다.

부모의 직업이나 학력도 자녀의 고교 진학에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아버지 학력이 대학원 이상인 가정의 자녀 중 4.8%가 특수목적고에 진학했다. 이어 대졸이 2.4%, 고졸이 1.1%였다. 반면 전문계고에 진학한 비율은 아버지의 학력이 중졸 이하일 경우 41%, 고졸 24.7%, 대졸 10.3%였다. 아버지 학력이 대학원 이상인데 해당 가정의 자녀가 전문계고에 간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연구진, 연구 당시 중1·중3 학생들
고교·대학·취업 진입 추적조사


2022학년도 영재학교 합격 40%가
서울 강남·서초 등 상위 10곳 출신


또 아버지의 직업이 사무직·기능직인 경우 다른 직종에 비해 자녀가 특목고에 진학하는 비율이 각각 3.1% 대 1.6%로 2배가량 차이가 났다. 반대로 자녀의 전문계고 진학 비율은 각각 7.9% 대 24.3%로 사무직이 3배 가까이 적었다.

이렇게 과학고·외고를 졸업한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수도권지역 대학에 더 많이 들어갔다. 우선 대학 유형을 4년제대와 2~3년제대로 나눴을 때 특목고 졸업생의 85.2%, 일반계고 졸업생의 74.1%가 4년제대에 진학한 반면, 전문계고 졸업생은 34.7%만 4년제 대학에 간 것으로 집계됐다.

진학한 대학의 종류와 소재지도 큰 차이를 보였는데 특목고 졸업생 가운데 수도권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59.7%였지만, 일반계고와 전문계고 졸업생은 그 비율이 각각 36.0%와 39.1%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특목고, 일반고 졸업생이 지방국립대에 들어간 비율은 각각 13.6%, 16.3%였다. 반면 전문계고 졸업생이 지방국립대에 진학한 비율은 4.9%에 불과했고, 65.3%의 졸업생이 2~3년제 대학에 진학했다.

어떤 고등학교를 나왔느냐의 차이는 대학 진학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취업한 기업의 규모나 소득 수준의 차이로 이어졌다. 과학고 졸업생 중에는 76.7%가, 외국어고 졸업생 중에는 57.9%가 직원 300명 이상 대기업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문계고 졸업생 중에는 대기업에 취업한 비율이 28.7%, 일반계고 졸업생 중에는 37.7%에 그쳤다. 일반계고 졸업생의 40.7%, 전문계고 졸업생의 47.3%는 50인 이하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이 같은 취업 결과는 소득의 차이로 이어졌는데, 2005년 중학교 졸업자 기준 서울지역 과학고에 진학한 졸업생의 월급은 472만원으로 전문계고 졸업생 월급 190만원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서울지역 외고 졸업생과 일반고 졸업생의 월급은 각각 314만원, 231만원이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2000년대 경기도를 중심으로 외고가 많이 생기면서 이런 흐름이 시작했고, 2010년대 들어 자사고가 설립되면서 이런 불평등 고리가 본격화됐다”며 “이전에는 대입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자사고가 생기면서 고교 입시가 등장했다. 교육평등을 추구하는 흐름에서는 웬만하면 이런 입시를 없애는데 우리는 거꾸로 갔다”고 평가했다.

■ 영재학교, 의대도 부모 능력순?…능력의 ‘근원’ 재력 고착화

교육부 용역의 장기 추적조사와 마찬가지로 최근 입시 성적표에도 ‘수저 세습’ 현상은 강하게 확인된다. 소위 ‘의·치·한·수·약’ 의약계열 합격자나 과학고, 영재학교 진학생 가구의 소득분포는 ‘능력’의 근원을 ‘재력’으로 구체화하는 양상을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2020학년도에 입학한 전국 39개교 의대 신입생 2977명 중 소득 1~8구간에 해당하는 학생은 577명으로 전체의 19.4%에 불과했다.

소득구간은 1구간이 가장 낮은 소득, 10구간이 가장 높은 소득으로 분류된다. 국가장학금 1유형은 소득 1~8구간에만 주어지는데, 2020년 기준 월 소득인정액 920만원 미만이 소득 8구간에 해당한다. 즉 지난해 의대에 입학한 신입생 10명 중 8명은 국가장학금 대상이 아닌 월 소득 920만원 이상 가구원이라는 의미다. 의대 신입생 중 소득 1~8구간 비율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2017년 24.9%였던 이 비율은 2019년에는 20.4%, 2020년엔 19.4%까지 떨어졌다.

최근까지 ‘n수생’ 연구를 진행해온 엄수정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많은 학생들이 좋은 삶이란 ‘안정적인 삶’이라고 생각한다. 외환위기가 오든, 코로나 사태가 오든 스트레스 없이 안정된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선택지는 의대, 치대, 한의대, 로스쿨, 교대 이런 학교만 남게 된다”고 짚었다.

엄 부연구위원은 “30만원만 내면 1년 내내 들을 수 있는 강의가 있는 반면 한 달에 몇백만원씩 하는 학원이 있다. 경제적 여건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수험 방식과 교육의 질이 달라지는데, 재수를 제대로 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든다”면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뒷받침되는 학생들만 재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수능 한 번 못 봐도 또 한 번 보게 해줄 수 있는 부모의 재력과 배경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수를 선택하기 어려운 여건의 저소득층 학생이 대학생이 될 기회는 점점 줄고 있다. 국가장학금 신청자가 가장 많은 일반대(4년제 종합대학)에서 기초·차상위 계층의 비중은 2017년 9.2%에서 2018년 8.0%, 2019년 7.6%, 2020년 7.5%로 감소했다. 그다음으로 가구소득이 적은 1~3구간도 2017년 29.5%에서 2020년 19.7%로 매년 비중이 줄어들었다.

“이것밖에 못했으니 이런 취급…
불평등 정당화하는 게 근본 문제”


영국 ‘역경점수’ 같은 가산점제로
입시·채용 때 격차 완화 검토 필요


문제는 이처럼 교육과정을 지나며 부모의 능력이 자녀에게 세습되는 현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싼 사교육을 통해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실력’으로 치환되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면서다.

단적인 사례가 영재학교다. 의대 등 최상위 전공 진학의 디딤돌로 평가받는 영재학교 진학은 수도권 및 소위 ‘사교육 과열지구’ 출신이 독식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2022학년도 영재학교 합격자 출신 중학교의 시·구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교육 과열지구인 서울 강남·서초·송파·노원구 등 수도권 상위 10개 지역 출신 합격자 수가 전체 영재학교 합격자의 40%를 넘는다.

송 정책위원은 “과거 고등학교 평준화 경험이 있기 때문에 교육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평준화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좋은 걸 가져와서 다른 곳에도 적용하는 것(확장)과, 그게 안 되면 없애고 통합하는 것”이라며 “외고 교육내용이 좋으면 그걸 일반고 내용으로 가져와 계속 확장시켜야 하고, 그게 안 된다면 외고나 자사고는 폐지의 영역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능력주의를 둘러싼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부모의 경제·사회적 배경은 불평등을 가속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이고, 근본적인 문제는 능력주의가 불평등을 ‘정당화’시킨다는 점”이라며 “학생들이 ‘나는 이것밖에 못했으니까 이런 취급을 받아도 돼’라며 자기부정을 한다. 능력주의가 신화가 돼버리면서 불평등을 내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능력주의가 공정의 다른 이름으로 여겨지는데 격차를 완화하고자 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영국이 제도화한 ‘역경점수’를 예로 들었다. 역경점수란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일정 수준의 성취를 낸 학생들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다. 그는 “역경점수의 취지는 당장의 점수가 낮더라도 더 큰 잠재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입시나 채용 과정에서 이런 것들을 고려할 수 있는 장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이하늬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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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부터 대학 학비 2배 영어학원 다닌 그들…‘노력’으로 따라갈 수 있나

이하늬 기자

입력 : 2021.11.10 06:00 수정 : 2021.11.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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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쇄하기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탄희 의원실 공동기획
    능력 격차는 영·유아기부터■ 3세부터 가구소득에 따른 격차
    이 같은 물음에 대해 국내외 다수 연구는 “그렇지 않다”는 결론을 내고 있다. 영·유아기에 형성된 ‘인적자본’은 생애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며, 이후에도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능력’은 교육, 직업, 소득, 사회적 지위로 연결된다.
    실제 육아정책연구소가 2012년 만 2세 아동이 있는 1802가구를 분석한 결과 근육운동이나 사회성에는 가구소득에 따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의사소통능력과 문제해결력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의사소통능력의 경우 고소득가정 아동의 평균값은 54.25였으나 저소득가정 아동은 50.94로 나타났다. 또 문제해결력 평균값은 고소득층 아동이 54.64, 저소득층 아동이 53.42였다.
    ■ 지역·소득에 따른 분리교육
    영·유아기에 만들어지는 능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2년과 2013년 시작된 누리과정이 대표적이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아동에게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교육·보육 과정이다. 학부모의 교육·보육 부담을 완화하고자 도입됐다. 정부는 국공립유치원은 1인당 월 13만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1인당 월 33만원을 지원한다. 이로 인해 공교육 밖에 있던 아동 상당수가 공교육 내로 진입했다. 2001년 유치원 취원율과 어린이집 이용률은 각각 27.2%, 28.8%에 불과했지만 2019년 유치원 취원율과 어린이집 이용률은 각각 47.8%, 50.1%까지 올랐다.
    실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9년 서울시 유아 영어학원을 분석한 결과, 지역과 소득에 따른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유아 대상 영어학원 288개 중 55.9%가 ‘사교육 과열지구’인 강남·서초(84개), 강동·송파(52개), 강서·양천(25개) 지역에 있었다. 영어학원 월평균 학원비는 약 106만5000원, 서울에서 가장 비싼 곳은 월 224만원이었다. 1년 단위로 환산하면 월평균 학원비는 1278만원, 가장 비싼 영어학원은 2692만원에 달한다. 이는 각각 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674만원)의 1.9배, 4배 수준이다.
    ■ 기회의 평등? 능력주의의 착시효과
    1970~1980년대 교육은 계층이동의 사다리 역할을 했다. 이런 경험은 능력주의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졌다. 경기도교육원은 ‘평등교육실천론’ 연구에서 “이는 개인의 교육적 성취에 따른 차별적 대우를 공정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했다. 기회만 균등하게 주어진다면 누구든지 노력을 해서 사회이동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능력주의에 대한 고찰과 동시에 현실에서 영·유아기 능력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저소득층 영·유아에 대한 지원은 의료비나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능력 발달 격차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이다.
    권 부연구위원은 “식비와 보건의료비는 가구소득에 따른 큰 차이가 없었지만 가구소득이 높아질수록 교육·보육비와 여가문화생활비는 일관되게 상승한다”며 “영·유아기 발달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교육, 보육, 체험학습, 완구, 도서 등에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111100600005#csidxdc53cb9367c4821aa154340ca6026d0 
  • 영·유아기 공교육 격차를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모두 누리과정을 적용하고 있지만 교사 양성 과정, 관리 시스템 등은 다르다. 홍 대표는 “이 과정에서 격차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집·유치원을 통합해 영·유아기 공교육의 질을 상향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육아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영·유아 월 양육비용(2018년 기준)은 소득분위 1분위는 61만원, 3분위 73만원, 6분위 91만원, 9분위 106만원으로 가구소득에 따라 오른다. 소득분위가 높을수록 고소득가구에 속한다. 특히 양육비용 중 교육·보육비는 가구소득 299만원 이하 가구가 17만2000원인 데 비해 가구소득이 600만원 이상인 가구는 49만7000원으로 3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 하지만 영·유아기에 만들어진 능력이 생애 전반에 지속된다는 다수 연구와 지역·소득에 따른 영·유아기 교육 격차를 볼 때 능력주의는 공정하다고 하기 어렵다. 정원식 교사는 “보편화된 학교 교육은 기회의 평등을 실현한 것 같은 착시효과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헌법 제31조 1항 역시 ‘공정’하지 않다.
  • 발달 격차 완화 위한 지원 필요
    영·유아기 공교육의 질을 높여야
  • 유아 대상 수학·과학 학원의 지역 분포도 비슷하다. 서울의 유아 대상 수학·과학 학원 117개 중 37개(31.6%)가 서초·강남에 집중돼 있으며, 강동·송파와 강서·양천 지역에 각각 15개(12.8%)가 있다. 월평균 학원비는 17만1000원, 가장 비싼 곳은 53만5000원이었다. 홍민정 사걱세 대표는 “특정 지역과 고소득계층 중심의 분리교육이 진행되는 양상”이라고 말했다.
  • 그러나 영·유아기 능력 격차는 줄지 않고 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생애초기 교육불평등’(2018) 연구에서 “공교육은 보편 단계에 진입해 사회계층 간 격차가 줄었지만 사교육은 줄지 않고 있으며 계층 격차 또한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 유아 대상 영어학원, 강남 집중
    보편 교육에 기반 둔 능력주의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듯
  • 영·유아기의 능력은 이후 ‘투자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 영·유아기 단계에서 교육 투자가 부족하면 능력의 수준이 낮게 형성돼 이후 투자를 한다 해도 효과가 적다는 것이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아에서 초등, 중등, 고등 교육으로 넘어갈수록 투자비용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 문제는 집안의 경제력에 따라 아주 어린 시절부터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점이다. 권성준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영·유아기 인적자본 격차의 지속성에 관한 소고’ 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3세부터 가구소득에 따른 인지능력 및 비인지능력의 격차가 존재한다. 인지능력은 사고력·언어력·창의력·학습능력 등을, 비인지능력은 공감능력·사교성·자기통제력 등을 말한다. 이런 인지·비인지 능력의 격차로 저소득가정 아동은 고소득가정 아동에 비해 정서불안,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반항행동 등 문제를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 권 부연구위원은 분석했다.
  • 3세부터 아동 집안 경제력 따라
    인지·비인지능력의 격차 존재
    영·유아기 지나면 투자 효과 낮아
  • 서울 용산구에 사는 A씨의 자녀는 영어유치원을 거쳐 외국인학교에 다닌다. A씨는 자녀 학비로만 1년에 3300만원 정도를 쓴다. 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지난해 1월 기준 674만원)의 5배 수준이다. A씨는 “학비 외에 추가로 드는 돈도 있어 매우 비싸지만 국제바칼로니아(IB) 프로그램을 이수한다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라며 “단순히 영어학원을 보내는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IB는 국제학위협회(IBO)에서 운영하는 국제 표준 교육 프로그램이다. A씨 자녀가 다니는 학교 졸업생 대부분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한다. A씨는 “학교에서 지식적인 면은 물론 정서적인 부분까지 개별 학생에 맞춰 보충을 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A씨 자녀가 받는 교육과 그로 인해 얻게 될 능력은 공정하게 주어진 것일까. 다른 아이들도 노력하면 A씨 자녀와 같은 생애 단계를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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