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10, 2025 ·
10년 전에 봤는데, 다시 보게 된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고 채현국은 말한다. 진짜 내 것이 아니었을까?
진짜 내 것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누구 것이라는 말인가?
- 늑대 굴에는 냉장고도 창고도 없다. 그래서 매일 사냥을 나가야 한다. 성공하면 살고 실패하면 굶어죽는다. 인류에게는 '창고'가 있다. 미래의 '곤란'에 대비해 '저축'도 하는 영리함이 있다. 늑대보다 인류가 더 똑똑하다. 지능상 그렇다는 것 뿐이다.
- 그러나 인류의 '창고'와 '저축'이 사유재산제의 기초가 되었고, 사회계급의 시발점이 되었다. 사유재산제를 발명한 똑똑한 머리로 옆 사람들까지 습격하고 체포하고 노예로 삼기도 했다.
소득세 전국 10위 권에 들던 채현국 '흥국탄광' 사장이 '그 돈이 다 내 돈이 아니다'라고 말하니, 진짜 그게 내 것이 아니란 말인가?
너무 흔해빠진 '착한 사장' '마음씨 고운 자본가' '인자한 회장님' 찾기하자고 채현국을 언급하는 것은 아니다. 채현국이나 김장하가 불편한 좌파도 있고, 그 불평과 비판 또한 타당하다.
브라질 주교 까마라 (Camara) 가 말한 적도 있다. "내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면, 사람들을 나를 성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내가 이 사람들은 왜 가난하게 되었냐고 질문을 던지면, 사람들은
나를 꼬뮤니스트 (공산주의자)라고 부른다"
좌파의 불만과 타당한 문제제기는 이런 까마라 주교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굳이 '타협책' 같은 것을 제기하자면, 내 생각은 이렇다.
우리는 채현국과 같은 '흥국탄광' 사장도 아니고, 전국 소득세 납부자 10위도 아니다. 채현국이 노동자들과 민주화운동가들 1만명에게 짜장면 1그릇씩 사줄 때, 우리는 옆에 사람과 라면 하나라도 끓여서 나눠먹으면 된다. '나눔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그 '마음'과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6월 3일 조기대선, 95% 이상 유권자들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를 잘 모른다. 권영국 후보를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가, 그의 부친이 강원도 태백 광산에서 일했다고 들었다.
채현국과 권영국의 공통점은 모두 '범생이'였다는 것과, 탄광과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2030세대에게 석탄과 탄광은 그리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18년 12월 겨울 태안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가 죽은 김용균 청년을 생각하면, '전기'와 '석탄'은 그들에게도 결코 낯선 것만은 아니다.
채현국이 부자가 아니었더라면, '애초에 내 재산이 내 것이 아니었다. 남에게 돌려주긴 뭘 돌려줘' 이런 말을 자신있게 할 수 있었을까? 그런 불경스런 의심도 던져본다.
내 것을 남에게 준다는 게 도대체 가능한 일인가?
채현국 흥국탄광 사장은 회사 노동자들에게 퇴직금을 지불할 때, 다른 탄광과 비교해 3배 이상을 주면서, 자기 재산을 타인에게 다 나눠주었다고 한다.
훌륭한 개인적인 나눔 정신이지만, 10만명 넘는 한국 사장님들은 모두 채현국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사적 장학금' 형식이 아니라, 공적인 재정 운용을 국가의 역할로 삼은 것이다.
최상목 권한대행은 '나라 돈이 없으니,고교생 등록금은 지방정부가 알아서 하라고 내 팽겨쳐 버렸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윤석열 세수 결손으로 나라에 돈이 없으니,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 권영국의 대선 출마 이유는, 채현국이 했던 일들을 정당과 국가 중앙정보, 노동부 등 18개 행정부가 공적으로 집행하겠다는 실천의지에 있다.
보수파나 민주당 이재명의 철학은, '내 것이 없는데, 무슨 일할 동기가 생기느냐?' 는 것이다. 채현국 같은 사람은 '애초에 내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도 있다.
위의 질문이 잘못되었다. 던져야 할 질문은 "내 것이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가 아니라, 내 것으로 되는 과정과 절차에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노동이나 기여분이 얼마인가를 측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대한항공 조씨 일가는, 노동자들과 직원들에게 "너희들 월급은 내가 주는거야" 그런 태도를 가지고 살고 있다. 이것을 정당화해주고 있는 것이 현행 민법이고 형사소송법이고, 더 근본적으로는 현행 '헌법'이다.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 차원에서 '1987 헌법'은 수호될 부분도 많지만, '실질적 민주주의' '직접 민주주의' 차원에는 '헌법'도 고칠 부분이 많고, 관련 하위 법률들은 말할 것도 없이 수정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과 하위 법률들 전체는 일하는 사람들의 정신, 피와 땀, 희로애락, 아픔과 고통이 서려있는 문장들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그 내 것이 무엇이냐?' 그 내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것이 중요하다. 내 신체의 안전, 내가 일해서 번 돈, 내가 투표할 권리, 베트남이나 스위스 알프산에 가고 싶은 내 꿈, 지하철에서 내가 앉을 '내 공간 personal space'도 다 중요하다.
개인의 공간을 함부로, 선배라도 이유로,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돈이 많다는 이유로, 직장 상사라는 이유로, 침해하는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에, '내 것'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되고, 내 것을 꼭 '돈'으로 축소시켜도 안된다.
다시 채현국의 '내 것 - 내 재산' 이야기로 돌아와서, 채현국의 '내 것이라는 것이 알고 보면 내 것이 아니다'라는 '재산' 철학은 우리나라에서 '소수'만이 체화하고 있는 철학이다.
이런 현실적 일상 상황을 고려한다면, 민주노동당 권영국도 당연히 정치적 소수파임에 틀림없다. 소수파가 아니라, 다수의 '상식'으로 만들고자 6월 3일, 내 돈도 아닌 '우리 돈'으로 십시일반 모아서, 대선에 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