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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수필

어느 날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한마디 남기지도 못했다

by 원시 2026. 2. 14.

류재운, 어느 날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한마디 남기지도 못했다. 그냥 그렇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갔다. 난 사실 류재운을 잘 모른다. 이름만 알 뿐이다. 내가 진보정당 관련 글을 쓰면, 가끔 ‘좋다(개고생이다라는 뜻)’를 누르거나, ‘공유’를 하곤 했었다.
 
김진억의 페이스북 ‘부고’ 소식을 듣고, 그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별세 8일 전에 내 글에 like를 눌렀던 사람이, 저 우주 속으로 가버렸다. 속이 미슥하다. 순간, ‘이건 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병을 앓고 있었단 말인가?’ 

난 그가 무슨 정당을 했는지, 무엇을 주장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그간 애쓰셨습니다’라는 말도 못했다. 
1980년 광주 이후 수많은 사람들 상처와 죽음으로, 2000년에 겨우 민주노동당 (그리고 사회당)을 만들었다. 진보정당이 2개였다가, 2026년에는 원내 민주당위성정당 4개, 원외 3개가 되었다.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있지만, 진보정당 ‘일병 류재운 구하기’는 없다. 

다연발 최루탄(지랄탄) 안개 속을 뚫을려면, 30~50미터를 숨을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숨이 막혀 ‘한 모금’ 하는 순간, 온 내장이 뒤틀리고, 헛구역질이 나온다. 온갖 세상에 나쁜 형용사가 저절로 나온다. 

차라리 다연발 최루탄이나 백골단의 곤봉에 맞아 패배했다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것 같다.

진보정당 ‘일병 류재운 구하기’는 없다. 2004년 4월 총선,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10석이 생기고 난 후, ‘진성 당원제’와 ‘정책정당’을 내세웠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는 참혹하게 갈라졌고, 그 알들은 아스팔트에 다 내동이쳐졌다. 2026년 지금도 아름다운 말로, 시로, 고급스런 사회과학용어만 나부낄 뿐이다. 

잘했건 못했건, 여기까지 같이 왔는데, ‘정말 애쓰셨다. 애썼다’ 이런 말 한마디를 나누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난 그가 누군지도 모른다. 속이 미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