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언론 보도.
한국 일보. 이란 시위 보도.
이란 47년 신정체제 무너지나...시민들 분노한 진짜 이유는
이정혁 기자 입력 2026.01.13 04: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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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공화국 체제'에 대한 불만이 핵심 원인
현상유지·점진개혁·외부개입… 이란, 어디로
지난달 15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왼쪽) 최고지도자와 1989년 사망한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전 최고지도자의 모습이 담긴 그림이 내걸려 있다. 테헤란=EPA 연합뉴스
47년간 이어진 이란의 '이슬람공화국' 신정 체제가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 과거 이란에서 발생했던 시위들이 기존 체제를 인정하는 연속성 위에 부분적인 개혁을 요구했던 반면, 지금 이란을 휩쓰는 시위는 신정 체제의 변화를 정면으로 요구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란 시민들은 외세의 개입이 아닌 내부의 자발적 변화를 통한 체제 개편을 원하고 있다.
"'12일 전쟁' 후 불만 누적이 근본 원인"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시위가 발생했을 때 거리로 나온 시민들과 상인들이 내세운 명분은 이란 리알화 가치 폭락과 그에 따른 경제위기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에 나타난 반정부 구호 등을 봤을 때 이는 표면적인 이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시위대의 기저에 깔린 가장 큰 불만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의 '12일 전쟁' 패배 이후로도 요지부동인 이란 정부의 태도라는 것이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 이란 프로그램 책임자는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란 정부는 그간 (경제적) 번영이나 (다양한 정치체제가 존재하는) 다원주의를 희생하는 대신 안전과 보안을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지난해 '12일 전쟁'에서 이란이 패배하면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쟁 패배 이후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정권이 노선 변화를 요구하는 이란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면서 신정 체제에 대한 거센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이란 정부는 경제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란 핵 협상에 무심했고, 대중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 정치·경제 개혁도 시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선택지 많지 않은 이란 정부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에서 한 시위 참여자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사진에 불을 붙여 들어보이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정부가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우선 중국·러시아 등 동맹의 지원이나 무력을 동원해 현재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엘리 게란마예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중동·북아프리카 프로그램 부책임자는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서 "중국,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였던 시리아와 베네수엘라 정권 지도자들이 강제 축출된 것을 봤을 때, 이란이 중러에 의존한다고 해서 정권을 지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짚었다. 또한 그는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전쟁을 일으키거나 핵 개발을 서두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자살 행위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란 정부가 시민들의 요구대로 자발적인 체제 변화에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슬람 율법학자 중심의 현 정부 체제를 개편하는 것이다. 202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를 비롯한 시민운동가 17명은 3일 성명을 통해 "이란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슬람공화국으로부터의 체제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내에서는 현 지도부가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체제 도입이나 헌법 개정 등과 관련한 논의도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로 미국 등 외세의 무력 개입을 통해 이번 혼란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게란마예는 11일 WSJ에 미국의 군사적 개입으로 하메네이가 축출될 경우 "이란의 잔존 정부 구성원들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축출 이후의) 베네수엘라와 비슷하게 보다 실용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경우 '하메네이를 뺀 이란 정부'가 계속 이란을 통치하게 되는 셈이다.
다만 이는 이란 시민사회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결론이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CIP)의 시나 투시 연구원은 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엑스(X)에 대학생과 노동자 단체 등 이란 내 15개 시민단체가 올린 성명을 공유하며 "이란 내 활동가들은 외국의 개입과 새로운 독재자를 거부하고 있다"고 썼다. 영국의 서아시아 전문 싱크탱크 보르세바자르재단의 에스판디야르 바트망헬리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하메네이) '참수 작전'은 이란 정권의 본질(기존 지도부와 정치 체제)은 보존한다는 점에서 비극적인 결말을 의미한다"며 "지금까지 시위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의 희생이 헛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가회의 "이란, 국가폭력 즉각 중단하고 자유 보장하라"
권영은 기자 입력 2026.01.13 10:52 end-header on 수정 2026.01.1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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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는 오랜 억압 속 민주적 열망의 연장선" 연대 표명-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란 반정부 시위 연대 집회 참가자들이 이란의 자유를 외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한국작가회의가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하고 있는 이란 정권에 국가 폭력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에서는 신정 체제와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 28일부터 격화하면서 최소 600명 이상 숨졌다.
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회는 13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 시민들이 오랜 시간 지속해 온 정당한 저항에 깊은 연대를 표한다"며 "우리는 이란 정부에 국가 폭력의 즉각적인 중단과 모든 정치적 구금자의 석방, 표현과 집회의 자유 보장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작가회의는 "오늘의 시위는 단절이 아니라, 오랜 억압 속에서도 꺼지지 않았던 민주적 열망의 연장선"이라며 "이란 국가 권력은 이러한 지속된 요구에 대해 대화가 아닌 폭력으로 응답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실탄 사용, 대규모 체포와 구금, 통신 차단과 공포 조성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국가가 시민을 향해 행사하는 폭력은 질서를 회복하지 않으며, 사회를 더욱 깊은 균열로 밀어 넣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작가회의는 "이란 시민들의 저항은 자유와 존엄을 요구하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에 관한 문제"라며 "국제사회 역시 인권의 원칙에 입각한, 책임 있는 연대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인터넷 차단' 이란, 시위 유혈 진압에 "2000명 사망 가능성"
문재연 기자 입력 2026.01.12 08:42 end-header on 수정 2026.01.12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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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통제로 시위 사망자 통계 저마다 달라
이란 대통령 "폭도 진압해야" 엄단 의지
경제난으로 촉발된 이란 시위가 2주 넘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 당국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사상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기반 시민단체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이날 기준 시위 기간 동안 544명이 숨지고, 1만60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파악됐다. 노르웨이 기반 시민 단체 이란인권(IHR)은 전날까지 최소 192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다만 단체는 "확인되지 않은 보고에 따르면 일부 소식통은 2,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이 인터넷과 통신을 60시간 넘게 차단하면서 시민들의 피해 규모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테헤란의 한 의사를 인용해 6개 병원에서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이들 대부분이 실탄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주부터 인터넷·통신 등을 차단하는 한편 일부 지역에 신정체제 수호의 첨병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지상군을 투입하며 시위 진압에 주력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우리의 안보·국방기관이 단호하게 진압해야 할 것"이라며 엄단 의지를 밝혔다고 국영 프레스TV가 전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소수의 폭도들이 사회 전체를 혼란에 빠뜨리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우리의 더 중요한 의무"라며 "폭동과 공공장소 공격, 모스크 방화, 그리고 '신의 책(쿠란)'을 불태우는 행위 등은 모두 미국과 이스라엘의 계획이자 음모"라고 주장했다.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의장은 시위 사태에 개입할 의사를 내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이란 공격은 역내 모든 미군 기지와 군사시설, 함선 등을 합법적으로 공격 목표물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해 12월 물가가 전년 대비 24.4% 치솟고 이란 리알화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이란 당국이 올 3월 세금을 인상하고, 일부 수입업자에게 낮은 달러 환율을 적용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지 상인들의 반발을 촉발했다. 상인 계층은 현 정권의 주요 기반으로, 1979년 이슬람 혁명의 주요 세력이다.
시위는 경제 위기에 대한 불만에서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로 확산됐다. 청년과 중산층, 빈곤층까지 동참하면서 "독재자에게 죽음을" "하메네이에게 죽음을" 등과 같은 구호도 등장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 자체만으로 이란 체제가 전복될 가능성은 현재까지 낮다고 봤다.
유달승 한국외대 이란어학과 교수는 "현재까지 대안 세력이 형성되지 않은 데다 체제에 대한 지지 기반은 아직까지 확고하기 때문에 정권 위기 상황으로 보기에는 섣부르다"며 "강경 진압으로 반정부 또는 반저항 지도부 체제가 형성되면 커다란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란 내부에서는 팔레비 왕정의 복귀를 바라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며 "정부 나름대로의 경제난 해법을 제시해 시위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