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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민주당

[뉴스타파 ] 변호사비 의혹' 기업인들, 이재명 후보에 고액 후원

by 원시 2021. 11. 25.

 

 

변호사비 의혹' 기업인들, 이재명 후보에 고액 후원

 
임선응

2021년 11월 24일 17시 53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고액 후원자 명단에 쌍방울그룹 고위 인사들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 확인된 사람만 최소 3명, 금액은 3000만 원이다.
 
 
쌍방울그룹은 이 후보의 소위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된 회사다. 최근엔 검찰에 금융 거래 내역을 제출하는 등 수사를 받고 있다. 쌍방울그룹은 이 후보의 측근들이 줄줄이 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돼 왔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뉴스타파는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앙선관위)에 제출한 정치자금 수입·지출 보고서와 정치 후원금 모집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했다. 이 자료에는 민주당 경선이 치러진 올해 6월부터 지난 달까지 각 후보들이 모집하고 사용한 정치 자금의 회계 내역이 들어 있다.
 
 
일단 경선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정치 후원금을 모집한 사람은 이낙연 후보(25억 6000만 원)였다. 이재명(25억 5000만 원), 추미애(12억 7000만 원), 박용진(3억 8000만 원) 후보가 뒤를 이었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4명이 경선을 치르며 모집한 정치 후원금
 
 
뉴스타파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의 정치 후원금 자료를 일일이 분석했다. 자료에 나와 있는 고액 후원자의 이름, 생년월일, 주소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각종 인명
데이터베이스와 기업 공시자료, 법인 등기부등본 등과 대조해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인지 파악했다. 
 
 
이재명 후보의 고액 후원자 중 한 명은 900만 원을 15차례로 분할해 돈을 냈다. 7월 10일엔 180만 원을 60만 원씩 세 차례로 나눠서, 10월 5일에도 720만 원을 60만 원씩 열두 차례로 쪼개 후원했다. 왜 이렇게 돈을 낸 건지 의아하다. 그런데도 이 사례는 취재할 방법이 없었다. 이 후보 측에서 제출한 자료에 고액 후원자의 필수 정보인 생년월일 등이 누락돼 있었기 때문이다.
 
 
 
 
 
▲ 이재명 후보 측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일부 고액 후원자의 필수 정보가 누락돼 있다.
 
 
 
 
'정치자금법 40조 3항'에 따라 대통령 선거 경선 후보자의 후원회는 500만 원을 초과하는 고액 후원자의 경우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직업 등의 정보를 반드시 기록해 중앙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이재명 후보 측이 낸 자료를 보면 생년월일이 정확하지 않고, 주소나 직업란은 아예 비어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 후보 측에 고액 후원자의 핵심 정보를 보완하라는 안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이재명 후보의 정치 후원금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낯익은 이름을 하나 발견했다. 2021년 7월 9일 1000만 원의 후원금을 낸 김 모 씨로 공교롭게도 쌍방울그룹의 전직 회장과 이름이 같았다. 동일 인물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쌍방울의 공시자료에서 김 전 회장의 생년월일을 찾아 고액 후원자의 정보와 대조했다. 그런데 정치 후원 내역 자료상의 생년월일이 '9999년 99월 99일'로 기재돼 있고 주소나 직업란이 누락돼 있어 확인할 수 없었다. 
 
 
김 씨가 아니더라도 이 후보의 정치 후원금 자료에는 쌍방울그룹의 흔적이 여럿 있었다. 이재명 후보가 경선 기간 동안 받은 고액 후원금은 모두 2억 5000여 만 원인데 이 중 11%인 3000만 원이 쌍방울그룹 인사들에게서 나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재명 후보의 고액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쌍방울그룹 인사는 최소 3명이다. 후원 시점을 기준으로 쌍방울그룹의 회장을 비롯해 그룹 계열사인 쌍방울의 대표이사, 쌍방울그룹의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의 사내이사다. 아이오케이컴퍼니 사내이사의 경우 후원 이후 현재는 같은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법인등기부 등에 기재된 이들의 인적사항은 고액 후원자 자료상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와 정확히 일치했다.
 
 
 
이들에게는 쌍방울그룹 소속이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더 있다. 3명 모두 지난 7월 9일 같은 날 이재명 후보에게 1000만 원씩 후원금을 냈다는 사실이다. 취재진은 쌍방울그룹 측에 연락해 "이 후보에 대한 후원이 쌍방울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지" 물었다. 쌍방울그룹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개입한 사실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 이재명 후보의 고액 후원자 명단에 올라 있는 쌍방울그룹 인사들

이재명 후보-쌍방울그룹 잇따른 '구설'... 왜?

 

 

이재명 후보는 2018년부터 지난 해까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무죄를 받기는 했지만 재판 결과를 놓고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 후보는 재판 과정에서 김앤장, 엘케이비파트너스 등 대형 법무법인 10곳, 모두 28명의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했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변호사 비용으로 약 2억 5000만 원을 썼다고 주장한 바 있다. '변호사 비용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변호사) 대부분이 다 사법연수원 동기거나 대학 친구, 법대 친구 이런 분들"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 비용을 둘러싼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소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다.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던 지난 8월 30일, 이낙연 후보는 "상당수 국민들께서 걱정을 하시게 됐으니까 그것을 설명해서 클리어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다면 당에서도 국민들의 걱정을 없애도록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입을 뗐다.
 
 
다음 날 이낙연 캠프의 신경민 상임부위원장도 "변호사가 30명이다. 그것도 전관들이 굉장히 많다. 호화군단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변호사 비용이) 얼마나 되고 그 출처가 어떻게 되느냐"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같은 날 이낙연 캠프의 윤영찬 정무실장은 "만약에 대납의 경우라면 상당히 문제가
중대해진다.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 변호사비 대납 문제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사례도 있다"며 관련 의혹을 부각했다.
 
 
이재명 후보는 "말도 안 되는 흑색선전"이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변호사비와 관련한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친문 성향의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 달 변호사 비용 대납 의혹을 밝혀달라는 취지의 고발장을 검찰에 냈다. 이 사건은 수원지방검찰청(수원지검)에 배당돼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다. 
 
 
수원지검은 최근 쌍방울그룹으로부터 금융 거래 내역을 제출받았다. 쌍방울그룹 측은 "검찰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연락이 먼저 왔고, 자료 제출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쌍방울그룹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아무 근거 없는 내용이라며 허위 사실에 대해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재명 후보와 쌍방울그룹의 관계가 구설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후보 측근들의 사외이사 경력 때문이다. 
 
 
 
▲ 이태형 변호사 (이재명 후보 캠프 법률지원단당)
 
 
 
먼저 이태형 변호사다. 수원지검 공안부 부장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이재명 후보 관련 사건(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서 무죄를 이끌어낸 주역 중 한 명이다.
 
 
'전관'이라는 지적을 받으며 1심과 2심, 파기환송심에 참여했다. 이후 이 변호사는 이 후보의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경선이 치러지는 동안 이 후보의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다. 그런데 이 변호사는 이 후보의 재판이 진행되던 시기였던 2019년 12월부터 쌍방울그룹의 계열사인 비비안에서 사외이사를 지냈다. 
 
 
 
 
▲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화영 전 의원도 쌍방울그룹 관련자다. 이재명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킨텍스 대표를 지낸 이 전 의원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쌍방울의 사외이사를 지냈다. 
 
 

이재명 변호사들도 고액 후원자 명단에... 이 후보 측 "부담돼 돌려줬다"

 

 

이재명 후보에게 고액의 정치 후원금을 낸 법조인들도 확인됐다.
 
대부분 '이 후보의 법조 인맥'으로 불려 온 사람들이다. 
 
먼저 이재명 후보가 재판 당시 선임했던 변호사 2명이 고액 후원자 명단에 있었다.
 
이 후보의 2심과 파기환송심 변호사들 중 한 명인 권 모 변호사와 1심과 2심에 참여한 이 모 변호사다. 모두 개인 후원금 최대치인 1000만 원씩을 냈다.
 
이 후보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 모 변호사도 1000만 원을 낸 고액 후원자였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19년 이 후보에게 5억 원을 빌려준 바 있다. 이 후보의 캠프 측은 "변호사들이 고액 후원금을 냈던 건 맞지만,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어 후원금을 되돌려줬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에 경선을 끝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정치 후원금 내역 등의 자료는 다음 달 14일 공개된다. 뉴스타파는 이 자료 역시 신속하게 입수해 검증 보도할 계획이다.
 
 
제작진
영상취재 정형민
편집 정지성
CG 정동우
웹디자인 이도현
웹출판 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