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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조커, 주인공 아서는 왜 엄마까지 죽였을까? 폭행 방관자, 진실 은폐자

by 원시 2020. 2. 8.

영화 조커, 주인공 아서는 왜 엄마까지 죽였을까? 폭행 방관자, 진실 은폐자. 조커는 ‘기생충’보다 훨씬 더 명료하게 사회반란을 다룬 정치적인 영화인데도, 이성적 혁명지도자도 없고, 판에 박힌 헐리우드 권선징악도 없다. 오히려 조커의 주인공 아서는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왜 정신이 아픈 사람을 내세웠을까? 그건 아마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어딘가 아프기 때문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영화 전체 줄거리는 1981년 뉴욕 (고담)시 어설픈 광대 아서가 ‘악당 조커’로 탈바꿈하는 과정이다. 계몽주의적 혁명지도부 대신, 화산 분출전 들끓는 마그마 같은 성난 시민들이 나온다. 순진한 덜렁이 아서가 ‘단호한 악당 조커’로 변신하는 과정마다 살인이 등장한다.


그 나이먹도록 엄마와 둘이 살면서 엄마를 돌봐온 아서가 왜 엄마를 죽였을까? 아서가 우연히 엄마의 편지를 읽고 난 후, 자신의 탄생 비밀에 의문을 던진다.


엄마 페니는 아들 아서를 ‘해피’, 그리고 고담시장 후보로 나온 토마스 웨인을 ‘굿맨’이라고 불렀다.


엄마 페니는 토마스 웨인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최고로 경애하는 토마스, 난 곧 죽을 게 확실해요. 최근들어 매우 아팠어요. 그래서 이 편지를 당신에게 쓰는 겁니다. 당신도 잘 알듯이 난 당신을 너무 사랑해요. 지난 7개월 동안 당신에게 열 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어요. 혹시나 당신이 답장을 해줄 것이라는 가느다란 희망을 가지고서요.


솔직히 말해서 지난 세월 당신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우리 사랑 때문에 우리 둘 모두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알기에요. 이런 말을 이제와서 꺼내는 게 어리석지만, 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당신 아들과 나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편지를 보내요. 전 지금 보험도 없고,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해요.


토마스, 당신만이 저와 당신 아들에게 유일한 희망입니다.


아서는 약간 슬퍼보이지만 좋은 아이예요.


토마스, 우리에게 인정을 베풀어 줘요, 그럼 우리 살림이 조금 나아질 거예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하는 페니 플렉으로부터”


엄마의 증언은 이렇다. 아서가 토마스 웨인과 페니 사이에 태어난 아들인데, 페니 와 토마스가 이 사실을 남에게 알리지 않기로 비밀 각서를 썼다는 것이다.


아서는 이 엄마 편지를 본 후 경악을 한다. 그리고 엄마가 말한 아버지 토마스 웨인을 찾아가 보기로 결심한다. 한번은 토마스 웨인 집으로, 다른 한번은 클래식 공연장으로. 그러나 토마스 웨인은 아서를 냉대한다.


토마스는 엄마 페니 말과는 다른 이야기를 해준다. “페니가 너를 입양해왔다. 너희 엄마 페니 플렉은 과대망상증 환자다.”


이 말을 듣고서도 아서는 토마스 웨인에게 통사정을 한다.


“왜 다들 나에게 무례하냐? 나를 한번 안아주면 안되느냐?”


그러나 토마스 웨인은 “너희 엄마는 미쳤어” 그러면서 아서의 얼굴을 갈겨버린다.


누구 말이 진실인가? 아서는 혼동에 빠진다. 엄마 말이 맞는지, 토마스 웨인 말이 맞는지를 직접 확인하고자 아캄 스테이트 정신병원에 직접 찾아간다.


여기에서 아서는 30년 전 엄마의 병력을 확인하고 좌절하며 통곡한다. 엄마 병력이란,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망상증세, 자기애 과다 성격장애, 자녀 폭행 성향이었다.


페니 진단서에는 또 다른 놀라운 사실이 기록되었다. 경찰이 어린이 아서를 집에서 발견했을 때, 아서는 난방기에 묶여있었고, 두뇌 손상, 영양실조 상태였다.


페니의 남자 친구중 한 명이 아서와 페니를 지속적으로 폭행했고, 그로 인해 아서 두뇌가 손상되었다. 성인이 되어서 정신병으로 고생하고 웃음을 통제하지 못한 병의 원인이었다.


이 사실을 안 이후, 아서는 부족해 보이는덜렁이 광대에서 악당 ‘조커’로 변신한다.


그리고는, 입원해 있는 엄마 페니를 찾아가, 엄마를 베개로 질식시켜 죽인다. 지금까지 자기 인생을 비극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알고보니 염병할 희극이었다고 말한다. 엄마 페니가 그 동안 불렀던 이름 “해피”는 날조였다. 여기까지가 감독이 보여준 이야기다.


그런데 과연 누구 말이 진실일까? 만약 엄마 페니 말이 사실이고, 돈과 권력을 가진 토마스 웨인이 페니 병력까지 다 조작해 버렸을 수도 있지 않는가? 그리고 페니도 폭력의 피해자 아니었나? 이 진실 여부는 공백으로 남는다.


아서는 아캄 스테이트 병원에서 본 엄마의 병력이 진실이라고 믿고, 자신을 ‘해피’라고 부르고 토마스 웨인을 ‘굿맨’이라고 했던 엄마를 죽인다. 어머니를 죽인 이유는, 엄마 남친에게 폭행당한 아서 자기를 방관했고, 두뇌 손상을 입은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서는 엄마가 자기 생명의 시작과 인생살이의 진실을 은폐했다고 결론내리고 살인을 결심한다.


그런데 엄마 살해는 한 정치적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엄마 페니는 부와 권력을 지닌 토마스 웨인을 구원자로 간주해오며 살고 있다. 토마스 웨인도 고담 시장에 출마하면서 ‘시민들을 가난에서 구출하겠다. 나만이 그들의 희망이다’라고 위용을 과시했다.


하지만 고담 시민들은 ‘부자를 죽여라’는 팻말을 들고 폭동에 가담했다. ‘해피’ 아서는 토마스 웨인이라는 부자의 자비를 학수고대하는 엄마의 환상을 질식시켜 죽임으로써, 자기 자신을 ‘악당 조커’로 재탄생시킨다.


엄마 살해를 실제 사건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서에게는 ‘폭행 방관자’, ‘진실 은폐자’에 대한 정당한 응징,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부자의 자비라는 환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난 조커를 보면서, 엄마 페니를 질식시키는 장면까지 전개과정을 잘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서, 예전 어떤 후배 말이 떠올랐다.


“난 결혼해도 애를 낳고 싶지 않아요.”


“왜?”


“우리 아빠를 보면서, 난 저런 아빠가 되지 말아야지. 애 낳으면 저렇게 될 것 같아서……”


그럼에도 영화가 끝나고도, 혹시 엄마 페니 말이 맞고, 토마스 웨인이 다 꾸몄을 수도 있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그리고 부자의 자비를 오래시간, 수십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엄마 페니도 아직 많은 게 현실이다.


(해방춤을 추는 아서, 아서에서 조커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계단 위에서 아서를 체포하려는 두 형사 장면이 인상적임)




(엄마 페니가 토마스 웨인에게 보낸 원조 요청 편지)



(남친에게 폭행당한 페니와 아서 신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