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대로  몇 가지 씁니다. 정태인님의 녹색혁명당 선언과 향후 연구가 나오면 학습해보도록 하겠고 기대해보겠습니다. 300만이라는 희생자를 낸 좌/우익 한국전쟁을 치른 나라에서, 반공 반북 투표자가 30%를 넘는 나라에서, 구좌파, 신좌파, 좌파케인지안, 녹색좌파 등을 정치적으로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과연 한국 정치,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고전좌파, 개량주의자 이야기를 들으니까요) 

1. 녹색 혁명가없는 녹색혁명이라고 쓴 이유와 의미

녹색/환경/생태 운동가가 전혀 없다거나, 진보정당에서 필수적인 가치로 자리매김되지 않아야 한다거나 그런 의미는 아닙니다. 한국에 분명히 환경운동연합부터 무공해 해인사 스님들까지 "그린 Green" 운동들은 다양한 형태들로 산발적으로라도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민주노동당, 사회당, 지금 진보신당의 경우, 어떠한 실제적인 녹색정치운동을 펼쳤는가? 그리고 민노당, 사회당, 진보신당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황에서, 초록녹색당과 환경운동단체들과 개인들은 도대체 어느 정당과 연대 제휴해야 하는가? 왜 지난 1년 동안 진보신당은 녹색정치를 하는 단체/당과의 통합에 실패했는가? 이런 실제적인 정치행위 주체들에 대한 분석이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맑스가 영국 산업혁명만을 보고 나서 [공산당 선언]을 쓴 게 아니라, 임금노동자가 생겨나고, 1848년 유럽 혁명들이라는 주체들의 "반란, 폭동, 저항"을 보고 나서 쓴 것이니까요. 

녹색혁명을 외치는 주체들이 "하나의 틀"로 묶이지 않습니다. [녹색평론] 김종철님은 생태원리[근본주의]를 표방합니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경제성장 패러다임과 "생태 근본주의"와의 배치와 갈등을 더 주장하는 분입니다. 화해 가능성보다는. 

2.  녹색과 경제의 기계적인 병렬

정태인 선생님의 글을 더 읽어봐야겠지만, "녹색혁명이 현단계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이 된다는 주장은 "예"이기도 하고 "아니오"이기도 하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유가, 곡물가격 급등과 파생상품이 "자연"과 연관되었다고 해서, "녹색혁명"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GM 자동차가 예전에 캘리포니아에 전기자동차를 공급하면서, 헐리우드 영화배우들을 광고로 내세워, 차세대 그린 자동차 시대를 알렸습니다. 그러나 OPEC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이후에 (오일달러 예치된 은행에서 돈 대출안하면 공장 안굴러 가는데 그것 때문으로 추측해봅니다), 전기자동차 생산라인 폐쇄하고, 출고된 전기자동차 다 회수해서 파괴시켰습니다. "녹색혁명"은 좌파만 하는 것도 아니고, 녹색혁명가들만 하는 것도 아니고, EU정상들이나 과학자들만 간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 실은 자본가들도 그리고 국가정부도 "선점"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녹색과 경제 사이에, 소유권, 법률, 금융자본, 사회적 권력관계, 국제정치 역학관계 등 여러가지 항들이 더 첨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3. 국내 연구가: 이정전 [환경경제학] 박영사. 2000. 

https://member.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213180244&section=02

(녹색성장 ? 빈부격차부터 줄여라: 프레시안 연재/ 이정전)

한국에 있을 때, 이정전 선생님이 쓰신 [두 경제학 이야기] 책을 잠시 본 적이 있는데, 원래 그 분이 환경대학원에서 환경경제학을 오랫동안 가르쳤지 않았나요? 경제성장을 옹호하고 변호하는 환경경제학이 아닌, "진보 정치" + "녹색" + 경제학을 합친 분이라고 하던데요. 그 이상은 잘 모르겠지만, [환경경제학]은 나름대로 그간 연구한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은퇴하셨을텐데, 건강만 허락되면 진보정당 좀 도와주시면 좋을텐데요.

4. [녹색혁명당 선언 2/ 정태인] 를 방금 읽고 난 이후에 드는 생각 한가지.

짧게 서술해서, 당원들이나 독자들이 오해 가능성이 많은 것 같습니다. 

녹색을 가장 중요한 진보 재구성의 원리라고 서술했던데요. 사람들이 "구성원리"라는 말을 너무 남발하고 오용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제 2 인터내셔널이나 "게으른 맑스주의자들"이 경제주의적 환원주의에 빠지거나, "자본주의 자동붕괴론" "이윤율 저하 경향 TRPF = 자본주의 위기" 등을 찰떡같이 믿는 오류와 비슷한 잘못을 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맑스주의 경제학이 녹색을 다루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은, 첫번째 너무 큰 주장이고요, 두번째, 맑스주의 경제학이 아니라 "사회주의국가 경험들 (레닌이 자본주의 생산양식인 테일러리즘의 산물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을 사회주의조국 건설을 위해서 도입해서, 소련 남성 노동자의 근육질을 강화하고 노동소외를 가져온 점,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 구체적인 경험들을  나열하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맑스주의 경제학 그 말 자체 성립도 논란거리지만, 맑스 경제학과 녹색정치의 양립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입니다)

2001년에 "시장을 넘어서 beyond market"이라는 세미나에서 잠시 만나서 물어보니, 엘마 알트파터(Altvater)http://www.monthlyreview.org/0107altvater.htm (잠시 소개)는 생태주의 + 맑스 정치학을 결합시키고자 한다고 하더군요. FOW (Frieder Otto Wolf: 베를린 대학 강의: 1994년부터 1999년까지 90동맹
/녹색당 Bündnis 90/Die Grünen 에 간여했음) 이 프리더 오토 볼프도 맑스의 자본주의비판과 생태 정치학을 연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페퍼 (David Pepper)가 쓴 "에코-사회주의 Eco-
Socialism" (1993:London and New York) 도 정치적으로 좌파와 생태주의를 결합하고자 합니다.

그 뒤에 쓴 테제 형식들의 글들도 다 토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맑스의 "노동자 중심성" 이 문제는 개념 자체가 불명확하게 씌여진 것 같고요.

5. 녹색혁명가와 "자급 자족 소규모 경제" / 한국 도시에서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 과제

실은 이 주제는, 낙관적인 근대 계몽주의에 대해서 약간 비관적으로 "문명"을 비판한, 좋은 의미의 "원시"정치를 꿈꾼 장 자크 루소 (Rousseau)의 정치사상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스스로를 반성할수 있는 자기 동네 호수의 그 명징을 즐긴 루소. "자연으로 돌아가라"

이러한 생각의 핵심은 프란시스 베이컨의 "자연관(아는 것이 힘이다. 자연을 아는 것만큼 자연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인간의 목적에 맞게 변형시킬 수 있다)"에 대한 철학적 도전이고 비판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녹색혁명을 이뤄내기 위해서, 수많은 시도들이 있었고, 그 공통점들 중에 하나가, "소규모 자급자족" 경제 체제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본주의적 생산, 유통, 소비 패턴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소규모 경제"이기 때문입니다. 

스코틀랜드 맑스주의자였고 공산당원이었다가, 소련 사회주의를 보고, 실망한 나머지, 미국으로 망명한 알스데어 맥킨타이어 (Alasdair MacIntyre)의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이 바로 "소규모 경제, 자급자족 시스템 지향"이었습니다. 

[우리에게 과제] 지난 60년간 근대화 산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생겨난 "규모 경제"와 "성장 이데올로기와 그 내재화"된 한국도시민들에게 "소규모 자급자족 경제 지향"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가능하게 할 것인가? 


6. 녹색 혁명가들에 약간 좌절함.

[그린맨을 찾아라]를 만들 때, 당시 유명한 최X, 장X 씨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접촉할 기회를 가졌는데요, (여러가지 감회는 생략) 눈동자가 맑지 않은 분들이 환경운동을 하고 있다니, 절망감과 허탈함이 휩싸여 고통스러운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에 대한 판단은 고통을 수반하니까요. 

저는 실은, 쓰레기통을 수거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 유아기, 청소년시절을 보내서, 서울와서 쓰레기차 자체가 문화적 충격이었습니다. 산에는 새들과 나무들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정치 사회적 충격이었습니다. 월세 7만원 짜리 방에 2명 3명이 살도록 배려하는 서울 닭집이 "녹색혁명"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도시공간과 계급/계층 차별화 (*더 자세히는 강호순 사건처럼 여성/어린이 안전문제처럼 조금 더 복잡한 사례들도 있지만요)에 대한 문제의식은 그러한 충격에서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태인 선생님의 녹색혁명연구, 혁명가 연구와 진보정당에서 어떻게 발전될 것인가? 이런 주제들이 당원들과 다같이 잘 토론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