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일화. 시합 전날 술 마시고, 그 다음 날 선발 투수로 나간 고려대 동기 선동열과 정삼흠 투수.
선동열 완봉승 5대 0. 정삼흠 완투패. 선동열 3안타 허용, 삼진 5개.
1987년 9월 2일 수요일 잠실 경기.
타이거즈 대 MBC 청룡
당시 동아일보 보도.
선동열 vs 정삼흠 밤샘 술대결, 최후의 승자는 선동열
중앙선데이
입력 2010.12.11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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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다. 송년회라는 이름으로 일 년 중 가장 많은 술자리가 열리는 철이다. 스포츠는 술과 거리가 멀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우승을 차지하면 터트리는 샴페인도 술 아닌가.
스포츠계에는 술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일화도 많다. 특히 야구에서는 술과 관련한 전설적 무용담이 많다. 1987년 9월 1일 MBC 청룡(현재 LG 트윈스)과 해태 타이거즈의 경기 하루 전날. MBC 투수 정삼흠이 고려대 81학번 동기 선동열을 불러내 술잔을 기울였다. ‘밤이 새도록’ 술을 마셨다고 한다. 놀랍게도 두 선수는 이튿날 선발 투수로 맞대결했는데 정삼흠은 완투패, 선동열은 5-0 완봉승을 해냈다.
술 때문에 터지는 사건·사고도 적잖다. 축구대표팀은 2007년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 등 4개국이 공동 개최한 아시안컵 기간 중에 술을 마신 사실이 드러나 해당 선수들이 중징계를 받았다.
잉글랜드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은 2006년 크리스마스 파티 도중 호텔 기물을 파손해 비난을 샀다. 2007년 크리스마스에는 수비수 조니 에번스가 성폭행 혐의로 고소를 당했고, 선수들이 매춘부를 파티에 초대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2010 프로축구 K-리그가 지난 5일 FC 서울의 우승과 함께 막을 내렸다. 선수들이 마음 놓고 술을 마실 수도 있는 ‘알코올 시즌’이 개막된 셈이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은 “시즌이 끝난 뒤 가장 중요한 것은 휴식이다. 그중에는 스트레스를 풀어 버리는 일도 포함된다”며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시즌 후 술을 마시는 것을 나쁘게만 볼 수 없다”고 했다.
대신 박 감독은 “놀 때는 놀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 달라”고 당부하며 내년 1월 6일 소집 때까지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소화할 개인 체력훈련 프로그램을 나눠 줬다. 휴가 첫 주는 맘껏 놀아도 되지만 2주째부터는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도록 체력 유지 프로그램을 짰다. 당연히 새해 첫 훈련은 선수들의 체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근지구력·폐활량 등 몇 가지 수치만 보면 누가 어떻게 휴가를 보냈는지 훤히 알 수 있다.
내년 1월 아시안컵에 출전하는 조광래 대표팀 감독은 13일부터 선수들을 소집했다. 무계획하게 휴가 보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선수를 불러모아 경기력을 유지하고 기량을 점검하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술을 절제하는 선수도 많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이영표(33·알힐랄)가 대표적이다. 차범근 전 수원 감독도 선수 시절에 술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이청용(22·볼턴)은 제사를 지내고 음복도 하지 않는다. 이청용의 에이전트 김승태씨가 “가끔 동료와 맥주 한잔은 마실 줄도 알아야 하는데”라고 걱정할 정도다.
감독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게 있다. “술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프로가 될 자격이 없다.” 음주로 말썽을 빚은 선수들은 대개 롤러코스터를 타듯 선수 생활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어디 스포츠만 그렇겠는가. 술자리가 잦은 12월, 술이 사람을 마시는 일이 없기를 기원하며,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