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자료.
빈곤사회연대. dec.4.2021.
오늘은 3년전 마포 아현 철거민 박준경열사가 주검으로 발견된 날입니다. 높다랗게 올라간 건물을 보니 기분이 이상합니다. 살인철거와 폭력은 개인 뿐아니라 사회에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습니다.
더이상 개발 때문에 쫓겨나고 생명을 잃는 비극이 발생해선 안됩니다.
아현2구역 현장에서 캄캄밴드 주관 박준경열사를 기억하는 추모의 자리, 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추모와 함께 연대와 투쟁을 결의합니다.
아현 철거민 故 박준경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렵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메일보내기2018-12-14 06:00
故 박준경, 세 차례 강제집행 이후 빈집에서 기거
아현2구역 철거, 인권지킴이 오기 전 폭력 있었다
90대 어르신에 소화기 난사한 사설 철거 용역
11일 박원순 시장 만나 제도 개선 약속받아
‘인권영향평가제도’ 통한 세입자 대책 절실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8년 12월 13일 (목)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 정관용> 지난 3일 마포구의 아현2재건축구역 철거민이 한강에 투신해 사망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세 차례 강제집행을 당해서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 지역의 문제가 뭔지 마포 아현철거진 고 박준경 대책위에 계신 분입니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 연결해 봅니다. 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이원호> 안녕하세요.
◇ 정관용> 고 박준경 님이 그러니까 그 지역 철거대상 주택에 세 들어 사시던 분이죠?
◆ 이원호> 세입자이십니다.
◇ 정관용> 그런데 강제철거를 언제부터 했어요?
◆ 이원호> 올 7월 폭염이 심할 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철거가 진행됐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고 박준경 씨 집도 올 7월에 다 무너져 내린 거예요?
◆ 이원호> 7월에도 1차로 집행이 들어온 거고요. 철거는 하지 않고 사람을 끌어내고 집을 펜스로 막는 작업들이 있었는데 7월에는 어쨌든 좀 막아냈는데 9월에 집행이 들어오면서 9월 6일에 집에서 쫓겨나게 되셨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9월 6일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어디 계셨던 겁니까?
◆ 이원호> 그러다 보니까 박준경 씨 댁이 사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5만 원 정도의 저렴한 주택이다 보니까 사실 그 돈으로 다른 데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구역 내에 아직 철거되지 않은 집에 얹혀사시다가 다시 또 박준경 씨는 빈집에서 한 3개월 동안을 기거하고 계셨습니다.
◇ 정관용> 유서도 남기셨다는데 유서에는 어떤 내용이 있었습니까?
◆ 이원호> 그 이전에도 집행을 당하고 빈집도 집행당하고 이러면서 유서에는 세 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든 걸 뺐겼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못해서 내일이 오는 게 두려워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라는 내용을 남겼고요. 그다음에 또 역시 어머니가 남아져 있기 때문에 갈 곳 없는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나 어머니에게 임대주택이 주어지기를 바란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었습니다.
◇ 정관용> 이게 폭력이 가담된 강제집행 절차를 무시한 위헌적 행위다, 이렇게 주장하셨다고 하는데요.
◆ 이원호> 사실 이게 법원의 명도집행에서 법원집행관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되는데요. 사실상 조합이 고용한 사설 철거용역들에 의해서 폭력적인 집행들이 단독 돼 왔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 철거하는 과정에 또 인권침해도 심각했다고요?
◆ 이원호> 구체적으로는 지난 11월 1일 같은 경우에는 한 집을 집행하기 위해서 거기에 90대 어르신과 60대 두 분이 사는 집인데 100명의 용역들이 소화기 한 10대를. 소화기를 사람한테 난사하면서 아주 폭력적으로 집행했고 특히 이게 구청에 신고한 시작 전에 집행해서 서울시가 원래 인권지킴이단을 가동하고 있는데 서울시인권지킴이단이 오기 전에 폭력적으로 집행을 한 거죠.
◇ 정관용> 그렇게 재개발, 재건축이 이루어지는 해당 지역의 집을 소유하고 있던 분들은 다 보상받고 하잖아요. 그런데 소유가 아니라 거기 세 들어 살던 분들에게는 아무런 대책이 없는 겁니까?
◆ 이원호> 사실 뭐 소유하고 있는 분들도 이게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 역시 현실인데요. 특히 세입자들 같은 경우에 여기가 재건축 구역이거든요. 일반 국민들이 재개발, 재건축에 대해서 사실 구분을 잘 못하는데 아현동 같은 경우에는 아현 바로 옆 동네 아현2구역 주변은 다 재개발 구역인데 아현2구역만 재건축 구역이라 재개발 구역에는 세입자용 임대주택이나 주거 이전비 같은 것의 대책이 있는데 재건축 구역에는 그런 대책이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문제가 된 거죠.
◇ 정관용> 아니, 재개발지역은 대책이 임대주택을 준다든지 하는 게 있는데 재건축은 왜 없는 겁니까?
◆ 이원호> 사실상 이게 원래 재건축이 생긴 걸 따져보면 보통 우리가 예전에 강북 재개발, 강남 아파트 재건축. 이런 표현을 많이 썼던 걸 기억하실 텐데. 재건축이라는 게 이런 기반시설이 좋은 곳에 낡은 아파트들을 다시 지을 때 하는 거였어서 세입자들의 입장이 고려가 안 됐었는데 이게 규제들이 완화되고 그러면서 사실 재개발구역하고 똑같은 단독주택들도 재건축을 하게 되면서 문제가 생긴 거예요. 아현동도 아현뉴타운인데 8개 구역 중에 아현2구역만 재건축이어서 바로 골목 옆은 재개발로 세입자들이 있는데 골목을 두고 여기는 대책이 없는 거죠.
◇ 정관용> 쭉 설명, 말씀을 듣고 있다 보니까 분명히 그러네요. 재건축이라는 것은 아파트 같은 거 오래됐을 때 허물고 다시 짓는 거잖아요. 그런데 단독주택들을 다 허물고 거기에다가 아파트 짓는 게 왜 재건축입니까?
◆ 이원호> 그래서 사실은 이게 단독주택을 재건축으로 하는 거는 사업의 공공성도 없고 문제가 많다고 그래서 2010년 이후에 법이 개정되면서 단독주택 지역 재건축은 이렇게 할 수 없게 만들기는 했는데 그 이전에 지정될 때는 워낙 서울시나 이런 데서 규제를 완화하면서 재건축과 재개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린 거죠.
◇ 정관용> 바로 이 아현2구역은 2010년 이전에 개발 허용이 된 거로군요.
◆ 이원호> 네, 그렇습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 정관용> 11일날 서울시청 가서 박원순 시장을 직접 만나고 오셨다죠?
◆ 이원호> 네.
◇ 정관용> 박원순 시장은 뭐라고 하던가요?
◆ 이원호> 박원순 시장께서는 사실 사망사건이 일어난 바로 다음 날 빈소에 조문을 오셨어요. 그래서 그때 저희가 정식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좀 나누자라고 요청을 드려서 면담이 이루어졌고 일단 그 자리에서 행정의 책임자로서 사과를 하신다는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시면서 재발방지 대책이 사실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안 되는 부분이 많다. 그다음에 세입자 측도 법으로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서울시가 이런 것들에 대한 법 개정안을 빠른 시일에 만들어서 제안을 하면서 제도 개선을 해 나가겠다 이런 약속들을 하셨습니다.
◇ 정관용> 이원호 집행위원장님이 보시기에 어떤 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합니까?
◆ 이원호> 기본적으로는 사실 재건축에 대한 세입자 대책 당연히 마련되어야 되는 거고요. 그동안 이 재개발 사업이나 재건축 사업이라는 게 너무 쉽게 구역이 지정되거나 인허가들이 났던 거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부문별하게 진행이 됐던 거고 사실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지금은 물리적인 요건만을 갖고 구역이 지정이 되는 거예요. 건물이 얼마나 낡았고 도로가 얼마나 좁고. 그런데 실제로 거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실제로 거기에 사람들의 이주대책이 충분히 마련될 수 있는지 여기에서 주거약자들은 어느 정도 있는지 이렇게 사전에 거기 거주민들에 대한 인권영향평가나 지금 환경영향평가나 교통영향평가처럼 사전에 그런 인권영향평가를 통해서 좀 대책을 수립한 다음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된다고 봅니다.
◇ 정관용> 해당 지역민들의 이주대책에 대한 인권영향평가제도. 이게 사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다 이렇게 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 이원호> 맞습니다. 국제개발을 할 때는 사전에 영향평가를 미리 하게 되어 있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참 재개발은 그나마 세입자대책이 있는데 재건축은 없다. 그리고 사실 똑같은 골목 하나 사이에 두고 비슷한 공사를 하는데 하나는 재개발, 하나는 재건축. 어처구니가 없네요.
◆ 이원호> 그렇죠. 사실 사업 초기부터 이게 이주 시점에 문제가 될 것들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인허가가 난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이원호> 감사합니다.
◇ 정관용>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이었어요.
영정사진도 남기지 못한 한 철거민의 죽음
등록 :2018-12-05 20:39
어머니와 살던 집 강제집행 당해 빈집에 머무르다
지난달 30일 빈집에서도 쫓겨난 뒤 세상을 떠나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 드려달라” 유서 남겨
지난 4일 숨진 채 발견된 철거민 박준경씨가 남긴 유서. 빈민해방실천연대 제공.
서울 마포구 아현동 재건축 지역에서 30대 남성이 어머니와 함께 세 들어 살던 단독주택에서 쫓겨나와 빈집과 거리를 떠돌다 끝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달라’는 마지막 바람을 유서에 남겼다.
서울 마포구청과 마포경찰서, 빈민해방실천연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10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박준경(37)씨는 지난 9월6일 강제집행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 그 뒤 박씨와 어머니는 한 지인의 집에서 생활했지만 방이 너무 작아 함께 잘 수는 없었다.
박씨는 밤이 되면 철거구역에 있는 빈집을 찾아 잠을 청했다. 빈집에는 전기도 물도 들어오지 않았다. 바닥은 냉기를 품었다. 하지만 매서운 겨울바람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그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너무 추울 때는 가끔 찜질방에서 몸을 녹였다
빈집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박씨가 재건축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현2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와 철거용역들은 지난달 30일 박씨를 집에서 끌어냈다. 빈집에서 쫓겨난 날, 박씨는 어머니를 만나 용돈 5만원을 받고 홀로 떠났다. 박씨와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연락한 것은 그 다음 날인 지난 1일이었다. 박씨와 어머니는 이날 ‘개인용품을 집 앞에 맡겨 놓을 테니 찾아가라’ 등의 문자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주고받았다.
박씨의 흔적이 다시 발견된 것은 이틀 뒤였다.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 관리사무소 직원은 3일 오전 11시께 박씨가 공원에 두고 간 신발과 옷, 그리고 유서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한강경찰대는 4일 오전 11시35분께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박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그의 주검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가족들은 장례식에서 영정으로 쓸 사진을 구하지 못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박씨의 친구들에게 휴대전화로 찍은 아들의 사진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결국 박씨의 주민등록증에 담긴 사진이 그의 영정사진이 됐다.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삶터에서 쫓겨난 이의 마지막 모습이 국가에 등록된 유일한 사진이었다.
살던 집에서도, 빈집에서도 쫓겨나 결국 세상을 떠난 박씨의 이야기가 알려진 4일, ‘빈민해방실천연대’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마포 아현2 재건축 지역 철거민 사망사건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공개된 박씨의 유서에는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저는 이대로 죽더라도 어머니께서는 전철연 회원과 고생하시며 투쟁 중이라 걱정입니다”라며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우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나와 같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마지막 당부를 남겼다.
박씨는 세상을 떠나면서도 끝내 어머니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그는 유서에 “하루가 멀다고 야위어 가시며 주름이 느시는 어머니를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어머니께 힘이 되어 드려야 했는데 항상 짐이 되어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못난 아들 먼저 가게 되어 또 한 번 불효를 합니다. 어머니께 안정적인 생활을 바라며 항상 감사하고 사랑했습니다. 또 제가 아는 사람들도….“라고 적었다.
다.
어머니도 아들을 잊지 못했다. “우리 아들 하나, 외아들. 나의 보물 나의 전부예요.”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박씨의 어머니는 울먹이며 말했다. “내가 서른 살부터 혼자 키우면서 나의 활력소였고 내 힘이었고 내 꿈이었고 나의 전부였는데, 내가 임대아파트가 뭐가 필요해. 내 아들만 살려주면 돼.”
박씨와 어머니가 머물던 집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25만원이었다. 두 사람은 강제집행이 될 것을 알았지만 다른 곳으로 떠날 여유가 없었다. 박씨의 어머니는 <한겨레>에 “10년 동안 지역에서 살아와 이곳이 삶의 터전이었다. 다른 곳에 가서 살기가 힘든데 한 푼 이주비용도 없이 일방적으로 쫓아내려고만 해서 너무 억울하고 분통이 터져 떠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희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대표는 “용산참사 10주기를 한 달여 남긴 시점에서 발생한 철거민의 죽음은, 여전한 살인 개발이 불러온 사회적 타살이자 국가폭력”이라고 말했다.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은 “인허가권이자, 관리, 감독권자인 마포구청이 살인적인 강제철거를 방치한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과 아현역 사이에 낀 역세권 지역이다. 약 6만5500㎡ 면적에 2357가구가 거주했었다. 하지만 2004년에 아현뉴타운지구 개발 기본계획이 승인됐고, 주민들 요구로 뉴타운 존치지역으로 지정됐다. 7년이 지난 2011년에는 1419세대 규모의 지상 25층, 지하 5층짜리 아파트가 지어지기로 결정됐다.
2016년부터 이주가 시작됐으며 지난해 8월 이후 30차례 이상의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재건축조합은 사업시행 인가 조건에 포함된 ‘강제집행 사전 통보 원칙’을 여러 차례 지키지 않았다.
통보시간 보다 이른 시간에 강제집행을 한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거주자의 주거권과 인권 보호를 위해 서울시가 운영 중인 ‘인권지킴이단’이 퇴거 과정을 한 차례 지켜보지 못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2일 마포구에 “사업시행자(조합)가 인도집행이 이뤄지기 최소 2일 전(48시간)에 집행일시를 해당 자치구에 보고하여야 한다는 사업시행 인가 조건을 계속 미이행하고 있다”며 “인도집행 시 지속적으로 인권지킴이단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는 바 공사(철거) 중지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주시기 바란다”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 쪽에서 통보한 시간보다 일찍 강제집행을 하는 바람에 인권지킴이단이 제대로 현장을 지켜보지 못한 일이 있었다. 인권지킴이단이 지켜보지 못한 때에 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현재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놓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씨와 어머니가 쫓겨나온 9월6일에는 ‘인권지킴이’가 있었지만, 강제집행 자체를 피할 수는 없었다. 빈집에 머물다 쫓겨나온 지난달 30일에는 ‘무단침입자’ 신분이었기에 별다른 보호를 받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지켜지지 못했던 박씨는 영정사진도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이정규 기자 jk@hani.co.kr
세상읽기] 박준경의 길 / 홍은전
등록 :2018-12-17 18:08
홍은전
작가·인권기록활동네트워크 ‘소리’ 활동가
전단지 뒷면에 쓰인 그의 유서는 이렇게 시작한다.
\
“저는 마포구 아현동 572-55호에 월세로 어머니와 살고 있었는데 세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입니다.” 3일을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거리에서 보내며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한 그는 12월4일 한강에서 발견되었다. 철거민 박준경. 서른일곱의 남자가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기는 당부는 이것이었다.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 그는 이 유서를 사람들이 잘 발견할 수 있도록 망원유수지의 정자에 놓아두었다.
유서에 쓰인 주소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지도 앱에 입력해보았다. 누군가 나에게 자신의 주소를 알려준다면 실은 굉장한 책임을 부여받는 일이다.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어쩔 수 없이 그곳에 가보아야 하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 박준경이 살았던 아현동 골목에서 추모제가 열렸다. 아현역에서 10분도 채 걷지 않았는데 거대한 살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한때 2300여가구가 촘촘히 밥 냄새 풍기며 살았을 동네는 완전히 도륙당했다. 집집마다 문은 모조리 떼어졌고 바닥은 부서진 채 파헤쳐졌으며 창문은 안에서 밖으로 깨어져 파편이 곳곳에 흩어져 있고 군데군데 똥오줌을 묻힌 이불이 악취를 풍기며 볼썽사납게 널브러져 있었다. 용역깡패들의 계산된 패악이었다.
박준경과 어머니는 이곳에서 10년을 살았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25만원을 내며 살던 그들은 이곳을 떠날 여유가 없었다. 동네엔 그들 같은 가난한 세입자가 많았지만 그들을 위한 보상과 이주 대책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30차례가 넘는 강제집행만이 이루어지는 동안, 가난한 사람들은 수십년을 뿌리내리며 살았던 집에서 도둑처럼 끌려나와 내동댕이쳐졌다. 9월, 살던 집에서 쫓겨난 두 사람은 헤어져서 철거지역의 빈집을 전전했다. 박준경은 전기도 물도 끊긴 집에서 3개월을 지냈다. 그리고 11월30일이 왔다.
서울시가 12월부터 2월까지 동절기 강제집행을 금지했으므로, 용역들은 11월30일에 쳐들어왔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배낭에 중요한 것들을 챙겨.” 그날 박준경은 마지막까지 버티다 끌려나왔다. 어머니는 아들을 만나, 추우니 찜질방에 가 있으라며 5만원을 주었다. “돈 떨어지면 언제든지 엄마한테 와.” 준경은 “용역들이 곧 들이닥칠지 모르니 어머니도 조심하시라” 일렀다. 두 사람이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나눈 이 대화를 생각하면 나는 조금 울고 싶다. 준경은 4일 후 주검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야 했는데 짐만 되어 죄송하다’는 유서와 함께.
건물은 부수고 재건축하면 그만이지만, 사람은 한번 부수어지면 회복되기 어려운 존재라는 걸 그가 죽음으로 말하고 있다. ‘박준경의 길’을 따라 걸으며 ‘여기 사람이 있다’는 오랜 구호를 처음으로 이해했다.
그의 청춘과 삶을 느끼고 싶어 찾아간 길이었는데, 가난했던 청춘이 당한 처참한 모욕과 죽음만 보았다. ‘거기 사람이 있다’는 것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곳에, 사람이, 있었다. 박준경의 동료들과 어머니는 살인적인 개발과 강제집행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마포구청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그 어떤 진정한 위로라도 모진 고문이라는 참척의 고통을 당한 어머니가 광장에 앉아 농성을 하는 겨울. 연대와 후원을 요청한다.(고 박준경열사 비상대책위원회, 국민은행 005701-04-155012(조항아))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874753.html#csidx6366cf19aa630f0be909fb54b9cade8
아현동에는 박준경이 살았다
기자명 김윤영 입력 2021.05.31 13:49 수정 2021.05.31 13:5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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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쫓겨나는 이들의 서울산책
아현동, ‘억대 프리미엄’에 밀려난 사람들
‘장화 없이는 못 사는 동네’였다는 곳들이 있다. 한때 강남이 그랬고, 염리동과 아현동 일대도 그랬다. 늘 질퍽거리고 장마철이면 곳곳이 물 천지였단다. 아현동에는 오래전부터 지게꾼 등 빈민들이 모여 살았다고 한다. 마포나루와 마포종점이 있는 지리적 이점으로 광복과 6·25를 거치며 서울에 새롭게 정착하는 사람들이 아현동으로 모여들었다.
그렇게 모여든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공간을 일군 동네인 만큼 아현동 골목은 다채로웠다. 판잣집과 단독, 다세대, 연립, 아파트가 뒤섞여 있었다. 가파른 언덕을 숨 고르며 올라야 했지만 언덕 위에 있는 방들은 서울이 내려다보이는 근사한 조망을 품고 있었다. 영화 ‘기생충’에 나온 반지하 방과 돼지슈퍼도 아현동에 있다. 임대 계약이 종료될 때마다 서울의 싼 집을 찾아 전전하던 나의 걸음도 아현동으로 자주 향했다. 좁고 가파른 골목에 서로 마주 본 대문 사이에서 열무를 다듬고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다정한 동네였다.
최근 아현동을 걸으면 그런 풍경은 가위로 오려낸 듯 조각난 모습으로만 남았다. 특히 대흥역과 이대역, 아현역, 애오개역으로 둘러싸인 아현동 일대에는 이제 도심에서 가장 큰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아현 뉴타운은 마포구 공덕동과 아현동, 염리동 일대에 지정된 8개 개발 구역1)을 일컫는다. 이 중 두 번째로 완공된 아현3구역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아래 마래푸)’는 3천 세대에 이르는 거대한 단지다. 2014년 9월, 마래푸 주민들이 입주를 시작하며 아현포차, 일명 ‘아포’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파트 대표자회의가 결성된 이후 주민들이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마포구청 항의 방문과 집회를 개최하며 아현포차 철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분위기 하면 ‘아포’
아현동 포장마차는 아현역 앞에 늘어서 있던 포장마차 골목이었다. 아현포차는 작은 컨테이너로 되어 있었는데, 날씨가 좋을 때는 간이 테이블을 내어놓고 소주 한잔 먹는 것도 좋았지만 실내의 ㄷ(디귿)자로 생긴 바(bar) 형태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요리를 해주는 이모나 옆자리 손님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매력이 있었다. 나에게 아현포차를 처음 소개했던 친구는 ‘맛있는 집보다 분위기 있는 집 찾기가 더 어렵다’며 ‘아포’를 자랑했다. 분위기에 관한 그의 취향은 ‘인스타 맛집’보다는 노포, 은은한 조명과 음악보다 형광 불빛에 자동차 소음 쪽이었다. 아현 포차는 가짜 레트로는 범접할 수 없는 멋이 있었다.
그런 깊은 내공의 멋은 쉽게 생기는 게 아니다. 마포대교 아래서 빨래를 두드리던 ‘찐’ 마포배기들이 30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며 만든 아우라가 있기 때문이다. 1986년부터 아현동 일대에 있던 리어카 노점상을 이 장소로 모이게 한 것은 마포구청이었다. 1991년 난지도 매립지가 완공되면서 아현동의 쓰레기 적치장이 있던 자리로 노점상을 내쫓았다. 4미터 50센티씩 각자의 자리가 생겼지만 또 언제 쫓겨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마포구청이 쫓아내는 대로 쫓겨 다니기보다 자리를 잡고 장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정비했다. 파이프를 끊어 자리를 완성했고, 이후에는 구청의 관리방침에 따라 컨테이너로 모습을 바꿨지만 한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고 생계의 자리였지만 마래푸 입주민들은 이들을 없애고 꽃밭을 만들어달라는 민원을 지속했다. 마포구청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2016년 1월부터 마포구청은 자진철거를 종용했고, 이곳에서 장사하던 이들의 생계대책을 최소한 마련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6년 8월 18일 강제철거를 강행했다. 아침이 밝으면 용역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달려 나가 뜬눈으로 지새우던 밤과 푸른 새벽이 그렇게 끝났다. 주황색 조끼를 입은 단속 반원이 오래된 유리를 팡팡 부수고, 알루미늄 문을 뜯어내고, 포크레인이 가게를 훑고 나니 25년의 역사가 사라졌다.
마을버스도, 아현포차도 사라진다
괴롭힘, 그것은 괴롭힘이었다. 삼십 년 넘게 장사하던 동네에서 존재를 반대당한다는 것은 마음을 서서히 갉아먹는 일이다. 손발이 부르트는 노동으로 지켜온 삶의 터전을 두고 ‘그간 공짜로 장사했으면 이제 그만 하라’는 모욕을 듣는 것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소송을 하시든가 나중에 말씀하시라’ 조곤조곤한 비아냥을 건네는 공무원 앞에서 온몸으로 울부짖는 것은, 떡볶이도 먹고 국수도 먹던 정치인들이 ‘아현포차 철거’를 공약으로 내건 공보물을 돌리는 것은 괴롭힘이었다.
새로운 아파트 사람들은 이곳에 원래 살던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지 않았다. 진보정당과 지역 시민단체들은 고령인 아현포차 상인들이 생계대책을 찾으며 서서히 운영을 종결할 방안을 찾자고 제안2)했으나 마포구청은 이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점은 불법이니 철거하겠다는 돌림노래만 반복됐다. 애초에 이 자리로 마포구청이 노점상을 몰아넣은 역사도, 도로점용료 등을 부과하며 사실상 관리하에 두었던 경험도, 적절한 대책이 없는 강제철거는 국제 인권규약에 따라 금지된다는 설득도 소용이 없었다.
“원래 여기 공사를 하기 전에, 십 년 전에 마을버스가 아현역에서 출발해서 (이 골목으로 이렇게 들어가면 아파트 위쪽으로 올라가는 건데) 그 마을버스 노선이 아파트 재개발 때문에 몇 년 동안 일시 중단됐었어요. 공사가 끝나고 그 노선을 다시 재개하려고 했어요. 왜냐면 언덕 위에도 사람이 사니까. 당연한 거 아닙니까, 거기 노인분들이 사시니까. 그런데 이것도 마래푸에서 민원을 넣어서 마을버스 노선 폐기를 시켰습니다.
_ 나동혁 (홍우주 사회적협동조합, 아현동 포장마차 강제철거 현장 발언 중3))
거대한 아파트 단지는 골목을 삼킨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주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언덕 위 주민은 마을버스를 뺏겼다. 어떤 사람은 애오개역까지 가던 지름길을 잃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아현포차를 잃었다. 마포구는 2020년 ‘마포 걷고 싶은 길’ 두 번째 길로 아현동을 지정4)했다. ‘걷고 싶은 길’ 지정 사업은 2020년 마포의 잘한 일로도 뽑혔지만, 걷고 싶은 길의 명소 중 하나로 소개된 행화탕은 2021년 5월 영업을 종료한다. 마포로 3-3 재건축 때문이다. 서울 골목의 생명은 이렇듯 1년 앞을 보기가 어려운 것이다. 개발 앞에 사람들의 뿌리는 왜 이토록 얕기만 해야 하는가.
아현동 철거민 박준경
가구거리와 웨딩거리가 한산해진 지금, 그나마 활기있는 아현동 골목은 아현시장이다. 아현시장 입구에는 ‘아현SK뷰 아파트’ 공사장 입구가 마주하고 있다. 이 공사장 출입구는 아현동에 살던 철거민 박준경의 영결식을 치렀던 자리기도 하다.
1981년생 박준경은 2008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아현동에 살았다. 보증금 300만 원에 월세 20만 원, 저렴한 집이었다. 아현2구역 개발에 따라 2016년부터 퇴거하라는 압박이 있었지만 이들 가족은 떠나지 못했다. 아현 2구역은 아현 뉴타운 8개 구역 가운데 유일한 재건축 지역이었다.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 세입자는 선택하지 못하지만, 개발 방식에 따라 보상대책은 달라진다. 재건축의 경우 아무런 보상대책이 없다.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누군가는 철거를 피해가고, 누구는 재개발 지역이라 알량한 대책이라도 생기는 반면, 재건축이면 빈 몸으로 나서야 한다.
2018년 7월부터 빨라진 강제 집행은 폭력의 강도를 더해갔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박준경은 철거 위협 때문에 일도 나갈 수 없었다. 8월 6일에 일어난 강제철거에 박준경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과 함께 어렵사리 집을 지켰다. 그러나 9월 6일은 막을 수 없었다. 용역 다섯 명이 박준경의 어머니를 이불로 말아 들고 나왔다. 세간살이는 트럭에 실려 갔다.
그때부터 모자의 빈집 살이가 시작됐다. 남아 있는 것, 그것이 철거에 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11월 1일에 아현동에서 일어난 폭력의 강도는 살벌했다. 용역들은 소화기를 난사하고, 노인을 폭행했다. 11월 30일에는 아현동에서 그해 마지막 강제집행이 일어났다. 12월 1일부터 동절기라 서울에서는 강제철거가 금지된다. 11월 30일만 넘기면 3월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박준경은 머물던 빈집에서 마저 쫓겨났다. ‘찜질방이라도 가 있으라’며 5만 원을 건네준 어머니와 헤어진 뒤 그는 12월 4일 주검으로 발견됐다. 전단지 뒤에 쓰인 그의 유서에는 오랜 폭력이 만든 무력감, 두려움, 깊은 절망이 배어 있었다.
“세 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입니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_ 박준경의 유서 중
개발의 이름에 따라 세입자의 상황은 천양지차 갈린다. 흔히 재개발은 지역이 낙후해 전체적인 개발이 필요할 때, 재건축은 지역의 인프라는 있지만 건물을 새로 지을 때 사용하는 것이라지만 한국의 개발 관련한 법은 개발자의 편의에 따라 우후죽순 변해왔기 때문에 이런 구분은 의미가 없다. 아현2구역 역시 지역의 상황을 보면 재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2003년 뉴타운 광풍을 타고 재건축 지역으로 지정됐다. 최소한 동절기에 사람을 내쫓는 후안무치만은 거두자는 동절기 강제철거 금지조례가 용산참사 이후 만들어졌지만 11월 30일의 폭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게 만드는 모순적인 결과를 낳았다.
2018년 5월 아직 박준경이 아현동에 살고 있던 당시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이 한국을 방문했다. 현장 조사차 아현2구역에 방문했을 때 동네를 돌아다니던 경비용역은 ‘왜 돌아다니는 거냐’며 UN 특별보고관마저 겁박했다. 이후 UN 주거권 특별위원회는 ‘한국의 재개발 및 재건축에 대한 법체계가 적정 주거권에 대한 지침을 완전히 준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박준경의 사망 이후 서울시는 관련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지만 미진한 상황이다. 재건축 지역에서 세입자 보상대책을 수립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권고안을 내놓는 정도에만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르겠다. 관련 대책을 잘 정비하면 끝나는 걸까. ‘세입자 관련 이슈’가 있어 미뤄졌던 아현동 재개발이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간다는 소식에 박수치는 사람들과, ‘세입자 이슈’가 종결되고 퇴거 절차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는 속보를 기쁘게 공유하는 사회에서 더 나은 길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박준경과 그의 동료들이 아현동 개발로 인해 불안에 떨던 그때, 언론은 ‘마포 개발의 삼두마차’, ‘억대 프리미엄’을 선전하며 아현동 개발을 환영5)하고 있었다.
2019년 1월 12일, 박준경 열사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열사의 영결식이 진행됐던 이 자리는 현재 재건축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사진 최인기
박준경이 사라진 아현동에서 그를 기억한다는 것
2018년 12월 12일 마포구청 앞에 박준경의 분향소를 마련했다. 아현동과 신수동, 서울 곳곳의 철거민들이 매일 분향소를 지켰고, 옥바라지 선교센터의 기도회가 열렸다. 매일 아침과 점심시간에는 길게 늘어서 선전전을 진행했다. 아현동에서 박준경이 그러했듯 머무르는 것, 우리는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바람이 부는 날에도 우리의 행렬이 마포구청 앞에 있었다. 이윽고 서울시의 공식적인 사과가 있었다. 어머니의 임대주택이 마련되고, 박준경의 영결식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해결됐죠?” 마포구 정보과 형사가 한 철거민에게 물었다. 대답을 하지 않자 형사는 재차 “에이, 그러지 말고 얘기해줘요. 해결된 거죠?”라고 물었다. 해결이 뭔데. 철거민이 되물었다. 분노와 슬픔이 단단히 서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해결이 뭔데. 사람이 죽었는데 도대체 뭐가 해결인데.
“힘 모아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장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부족하지만 앞으로의 투쟁을 결의하며 분향소를 철수합니다…” 이렇게 애써 설명하는 무엇을 어떤 이들은 ‘해결’이니 ‘타협’, ‘타결’이라고 부른다. 일상을 포기하고 이어온 분투의 시간이 다시 납작하게 구겨진다. 슬픔은 차라리 목놓아 싸울 수 있을 때 견딜만한 일이었다. ‘해결’로 박제한 시간에는 사랑도, 원망도 들어설 자리가 없다.
그러므로 고작 해결이나 타결을 하고자 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굴뚝을 오르는 노동자도, 자식의 시신을 냉동고에 두고 거리를 헤매는 부모도, 밥을 굶어 동료에게 연대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해결이나 타협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 작은 물꼬조차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질기게 싸워야 했다. 그 싸움이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 왔지만 어떤 결과도 소중한 동료와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는 부족하다. 이에 대한 후회와 아픔마저 오롯이 ‘이쪽’ 사람들의 것이었다.
“이제 해결이 되었다고 하는데 준경이는 여전히 제 옆에 없네요.” 영결식장에서 박준경 열사의 어머니가 말했다. 추운 겨울 강에 몸 던진 자식을 다시 냉동고에 넣어야 했던 어머니의 마음을 나는 알지 못한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슬픔을 덜어줄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그 슬픔이 너무 외로운 것이 되지 않도록 함께 기억하겠다는 무망한 약속이라도 자꾸 반복하는지 모른다. 다음에는 부잣집에 태어나 준경아, 추운 것도 싫어하는 내 자식 얼마나 추웠니. 재가 된 박준경의 위로 어머니의 눈물과 모란공원의 흙이 덮였다.
그를 위한 밥상
매년 겨울이면 모란공원에서 박준경의 추모제가 열린다. 젊은이의 제사상에는 불고기버거, 크림빵, 초코바 같은 것들이 빠지지 않는다. 밥 먹으라는 말은 한 귀로 흘리고 자꾸 초코바만 먹었다고 그에 관한 핀잔 섞인 이야기를 할 때도 엄마의 말에는 찰박한 눈물이 고여있다. 아들을 생각하며 지었을 밥이며 나물, 자작하게 조린 볶음들을 어머니는 다시 포장해 빈곤사회연대 손에 꼭 들려 보낸다. 혼자 먹으면 어차피 맛이 없다는 말을 더하며 싸주지만, 나도 눈물로 지은 밥이 지은이의 밥상에 다시 돌아가길 원치 않아 군말 없이 들고 온다. 그를 위해 지어진 밥을 매년 꼭꼭 씹어 천천히 먹는다. 잘 먹으면 그 마음이 몸 어디에 잘 저장이라도 되는 양 생각하며 먹는다. 올겨울에도 크림빵과 불고기버거, 초코바 그리고 나물을 먹을 것이다. 그리고 박준경을 잊지 않는다면 세상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며 골목이 사라진 아현동을 걸을 것이다.
2019년 1월 19일, 박준경 열사 49재 모습. 열사의 영정 앞에 불고기버거, 크림빵, 초코바, 우유, 과일 등이 정성스레 놓여 있다. 사진 김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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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덕5구역, 아현3구역, 염리2구역, 염리3구역, 염리4구역, 염리5구역, 아현2구역, 마포로6구역
2) 아현포차 문제해결을 위한 모임(가)은 2016년 7월 13일 지역주민-상인-마포구청 ‘공존을 위한 사회협약’을 마포구청에 제안했다. 마포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3) 유튜브 ‘20160818 아현동 포장마차 강제철거’, CITY CINE, 2016.8.18.
4) 마포구 걷고 싶은 길 10선
5) ‘공덕1·아현2·염리3…억대 웃돈 얹고 달리는 '마포 재개발 삼두마차'’, 김형규, 한국경제, 2017.3.29.
○ 참고자료
『아현포차 요리책』, 황경하 엮음· 박김형준 사진, 식소사번, 2017.
[자료집] 차별과 배제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도시빈민 정책요구안 발표대회, 빈곤사회연대, 2021.3.17.
유튜브 ‘20160818 아현동 포장마차 강제철거’, CITY CINE, 2016.8.18.
마포구청 홈페이지
“‘아현 포차’를 묻는다 – 사회적 해결방법은 어떻게 거부되었나”, 김상철의 다른 서울, 김상철, 미디어스, 2016.7.25.
“언론은 ‘사람이 가야만’ 오더라”, 김예리, 미디어오늘, 2019.1.15.
“영정사진도 남기지 못한 한 철거민의 죽음”, 정환봉, 한겨레, 2018.12.5.
‘공덕1·아현2·염리3…억대 웃돈 얹고 달리는 '마포 재개발 삼두마차'’, 김형규, 한국경제, 2017.3.29.
김윤영의 쫓겨나는 이들의 서울산책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여러 도시에서 자랐다. 가난한 이들을 쉽게 쫓아내고, 머문 자리마저 빠르게 지우는 도시에 애증이 있다. 서울 곳곳에 스며든/지워진 역사를 되돌아보고, 가난한 이들이 빼앗긴 공간과 권리에 대해 돌아보는 ‘다크투어 칼럼’을 한 달에 한 번 연재한다.
“언론은 ‘사람이 가야만’ 오더라”
기자명 김예리 기자 입력 2019.01.15 18:16 수정 2019.01.16 15:08 댓글 1
아현2구역 철거민 협상 타결에 고 박준경씨 장례 치렀지만…
“근본원인 도시정비법, 건드리는 언론은 많지 않아”
“박준경씨는 스스로 죽고 싶어진 게 아니잖아요. 사실상 세상이 죽게 만든 거죠. 밀리고 밀려서 세상 밖으로 밀려난 것 아닌가요.” 서울 마포구청 앞 고 박준경씨 분향소 겸 농성 천막을 지키던 전국철거민연합 회원이 말했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재건축구역 철거민인 그는 박씨 분향소 천막이 생기기 전부터 1000일 넘게 서울 마포구청 앞에서 농성을 해왔다.
앞서 아현2구역에 살던 세입자 박준경씨(당시 37세)는 재건축 공사로 11월30일 자신의 주거지가 강제로 철거되자 이틀 뒤 한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박씨는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저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 박준경씨의 유서.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열사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에 살던 철거민 박씨의 영결식을 치렀다. 지난 4일 박씨가 한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40여일 만이다. 서울시가 지난달 11일 박씨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진상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시작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와 마포구, 재건축조합과 철거민대책위원회는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다. 박씨의 어머니와 마포2구역의 다른 미이주 세입자는 임대주택을 배정받게 됐다.
아현2구역 철거민 문제를 둘러싼 협상 타결은 언론의 영향이 컸다. 언론은 박씨가 한강에 투신하기까지 사연을 취재해 생생하게 보도했다.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용산참사 10주기가 다가오고 철거민 문제가 다시 부각되는 시기에, 언론이 이 문제를 정치 이슈로 부각하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지자체에) 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철거민 유가족이 임대주택을 얻고, ‘아현2구역’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체가 만들어졌으니 상황은 일단락된 걸까? 마포구청 앞과 아현2구역에서 만난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과 재개발‧재건축 지역 철거민들은 ‘철거민 문제는 여전히 시한폭탄’이라고 말했다.
▲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청 앞 아현2구역 철거민 고 박준경씨의 천막분향소. ‘마포아현 철거민 고 박준경열사 비상대책위원회’는 박씨의 영결식을 치른 12일 분향소를 철수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법개정 없으면 제2, 제3의 박준경 나올 것’
“보도가 많이 됐다면, 준경씨 죽음은 되돌릴 수 없지만 적어도 재건축 관련법을 개정할 수 있을 텐데.” 철거민들은 박씨가 죽음에 내몰린 근본 원인을 짚은 보도는 적다고 했다. “박준경씨가 갈곳을 잃고 죽음을 택한 건 도시정비법이 재건축 철거민대책을 보장 안 하는 현실 때문인데 재건축법 문제를 언론들은 잘 다루지 않더라고요.” 전국철거민연합 남경남 의장이 말했다.
박씨 가족을 비롯한 원주민들이 터전에서 밀려나게 된 건 아현2구역이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된 데서 비롯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은 재건축 사업 시 원주민의 주거 대책을 세울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기반시설이 정비 대상인지’ 여부에서 나뉜다. 단순히 건물을 다시 지을 땐 재건축을 하고, 하수구 등 기반시설이 양호하지 않은 구역은 이를 포함해 재개발을 한다. 보통 기반시설이 양호한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 대상이 된다. 재개발의 경우 기반시설 정비라는 공익사업 성격이 있어 도시정비법이 최소한의 철거민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도시정비법 65조). 세입자가 보상을 받기 위한 자격기준이 턱없이 높아 문제지만, 재건축의 경우 이마저도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아현2구역이 애초 재건축 구역이 돼선 안 됐다고 말한다. 기반시설이 열악하고 주민들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단독주택 마을인 탓이다. 실제로 아현2구역은 아현뉴타운 8개 구역 가운데 유일한 재건축 구역이다. 2006년 ‘슬럼화 우려’를 이유로 뒤늦게 아현뉴타운에 편입돼 재건축이 확정됐다. 이강훈 변호사는 “2000년대 초 이명박 서울시장 때 무분별하게 재건축과 재개발을 허용했는데, 아현2구역이 여기에 속한다”고 말했다.
▲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던 아현2구역을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지난 14일 이광남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집 앞. 이 위원장은 이곳에서 지내면서 이달 안으로 이주를 앞두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이광남 위원장은 “우리는 준경이의 죽음이 사회적 타살이라고 본다.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기본 대책이나 시와 구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면 없었을 죽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철거민의 죽음에 대해 사생활을 부각하는 보도는 많았지만 근본 예방책을 다루는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시민들은 (기사를 보고) 측은지심을 가지는가 하면, 잘 모르는 분들은 ‘보상 더 받으려고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언론은 ‘사람이 가야만’ 오더라”
전철연 회원들은 다른 지역이 철거될 때에는 언론사들이 오지 않더라고 말했다. 10일 천막분향소에서 만난 마포구 신수동 재건축 구역 철거민은 “우리 지역에 강제철거가 들어올 때도 언론사들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그 때 뉴스타파 한 곳 정도 왔나?” 옆에 있던 회원이 거들었다. 송파구 거여동에 살았던 철거민은 “한 명이 가고(죽고) 나면 그때 반짝 몰리고, 나중엔 관련 보도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광남 위원장은 “지난해 강제집행은 별게 아닐 수도 있다”고 했다. 미아·개포·자양 등 개발지역에서 곧 강제집행이 본격 시작된다. 서울은 그나마 강제집행을 규제하는 편이다. 시 조례로 동절기·일출 전과 일몰 후·악천후 등 시기를 금지한다. 그러나 다른 지역엔 그런 조례가 없다. 이광남 위원장은 “법이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박준경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는 상태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지난 12일 고 박준경씨 영결식에서 준경씨 어머니 박아무개씨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제공
▲ 지난 12일 고 박준경씨 영결식에서 준경씨 어머니 박아무개씨가 아들의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빈곤사회연대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1일 아현2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와 시민단체 등과 면담한 뒤 재발 방지를 위해 시 조례를 검토해 개정하고,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미안하다 준경아. 부디 좋은데 가서 다음 생에는 꼭 부잣집에 태어나, 알았지? 그래서 하고 싶었던 꿈 다 이뤄.” 박준경씨의 어머니 박아무개씨가 지난 12일 아현2구역에서 치러진 아들의 영결식에서 오열했다. 이날은 곧 10주기를 맞는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들도 함께했다. 영정 속 박준경씨는 아무말이 없었다.
단독]철거민 비극에 4인가구당 2000여만원 '이주보상 의무화' 추진
머니투데이
서울시, 단독주택 재건축 사업에서 최소한 '주거 안전장치' 검토
[단독]철거민 비극에 4인가구당 2000여만원 '이주보상 의무화' 추진
서울시가 단독주택을 정비하는 소유자들이 세입자들에 대해 4인가구 기준 2000만원대 주거 이전비를 지급토록 의무화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소재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에서 30대 철거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의가 시작된 최소한의 주거 안전장치다.
서울시는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에서 재개발구역과 동등한 주거 이전비를 사업 시행자인 조합이 지급토록 관계 법령 개정 등 대책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25일 밝혔다.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은 기반시설이 '양호한' 노후 '단독주택' 밀집지에서 실시되는 정비사업으로 2012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근거 규정이 사라졌다. 서울은 신규 지정 없이 기존에 지정된 60여곳에서만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단독주택 재건축사업의 경우 이전에는 기반시설이 '양호한' 노후 '공동주택(아파트)' 밀집지에서 실시되는 재건축사업과 마찬가지로 세입자 주거 이전 대책이 의무화되지 않았다. 민간 주택 공급 성격이 강해 사업 시행자(조합)에 대한 높은 공공성이 요구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기반시설이 '열악한' 주거지에서 실시되는 재개발은 세입자에게 주거 이전비가 지급된다.
최근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인 아현2구역 세입자였던 고 박준경씨(37)가 "겨울에 갈 곳이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재개발과 같은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단독주택 재건축구역은 임차료가 낮아 쫓겨난 철거민이 새집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재건축 구역 주거 세입자들에게 재개발과 같은 보상이 적용되면 '도시근로자가구의 가구원수별 월평균 명목 가계지출비의 4배'(1~4인가구 기준·토지보상법 시행규칙)에 해당하는 주거 이전비를 받을 수 있다.
한국감정원이 통계청 최신 집계(2017년도분)를 기반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4인가구는 2046만3264원선의 주거 이전비를 받을 수 있다. 주택 소유자가 원칙상 지급하며 정비구역 내 조합 운영 정관에 따라 조합이 지급할 수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독주택 재건축 철거민 대책의 추진 배경에 대해 “재개발이 철거민 이주를 지원할 법적 근거가 존재하는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기존에도 주거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국토부에 제기했다"며 "용적률 인센티브를 비롯한 유인책도 검토할 예정이며 법 개정이 필요하면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울시로부터 공식 요청을 받을 경우 해당 안건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제철거 중단! 재건출 세입자 대책 촉구 결의대회
빈곤사회연대 2019-04-22 15:07:20 0 198
마포아현 철거민 박준경열사 대책위,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전국철거민연합,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경의선시민행동x26번째 자치구,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민달팽이유니온, 성북철거피해자대책촉구공대위, 옥바라지선교센터,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장애인과가난한사람들의 3대적폐폐지공동행동, 전국세입자협회, 주거권네트워크,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토지난민연대(토란), 홈리스행동, 노동당 토란(준) , 녹색당 서울시당, 민중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정의당 서울시당
[보도 자료]
수 신
각 언론사 정치부·사회부, 사진부 등
발 신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결의대회 참가단체
(문의 :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010-4258-0614 )
제 목
[보도자료] 강제철거 중단!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결의대회 개최
날 짜
2019. 4. 22. (총5쪽)
재건축 세입자들, 강제철거 중단과 서울시의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일시 : 2019년 4월 22일(월), 오전 11시, 장소 : 서울시청앞
취지
지난해 12월초 마포 아현2 재건축구역 세입자 철거민 고 박준경님이, 대책없는 강제철거로 갈 곳을 잃고 한강에 투신에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2009년,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10주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두고 발생한 철거민 세입자의의 죽음은, 여전히 폭력적으로 진행되는 강제철거의 실상을 보여줬으며, 특히 재건축이라는 이유로 재개발에서 주어지는 부족한 세입자대책 마저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는 법・제도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사망사건 이후,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관련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며, 헌법재판소도 재건축을 제외하고 손실보상 의무를 명시한 도정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심리에 돌입했습니다.
사망사건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도 공식 사과하고,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대한 시 차원의 제도개선 방안을 빠른 시일 내에 수립하게다고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12일 개포1단지 재건축 지역 상가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없는 강제집행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으며, 이후로도 서울시 재건축지역에 대한 강제집행과 철거가 예정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대책없는 강제철거 중단과 재건축 세입자 대책 수립을 약속한 서울시의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강제철거 중단!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결의대회”를 서울시청앞에서 개최합니다.
2. 집회 개요
제목 : 강제철거 중단!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결의대회
일시 및 장소
- 일시 : 2019년 4월 22일(월), 오전 11시00분 / 장소 : 서울시청앞
[집회 순서] 사회 :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
취지발언 : 남경남 의장 (전국철거민연합, 빈민해방실천연대)
아현 고 박준경열사 유족 발언 : 박천희 (고 박준경 모친)
재건축 세입자 발언
고해란 (방배5구역 주거대책위 위원장 / 재건축 주거세입자)
안창수 (자양동 상가철대위 위원장 / 재건축 상가세입자)
김진욱 (노원 인덕마을 이주대책위 이원장 / 재건축 상가세입자)
투쟁공연 : 박준
연대발언
최인기 / 빈민해방실철연대, 민주노점상 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
박은선 /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
윤성노 / 전국새입자협회, 주거권네트워크 활동가
쌔미 / 맘편히장사하고픈상인모임 활동가
이상희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전장호 / 사회변혁노동자당 서울시당 위원장
우리의 입장 낭독
[우리의 입장]
강제철거 중단! 재건축 세입자 대책 촉구 결의대회, 우리의 입장
지난겨울 폭력적인 강제집행 끝에 삶의 벼랑에서 목숨을 끊은 아현동 재건축구역 세입자 철거민 고 박준경 열사의 죽음을 기억하는 우리가 여기 모였다. 그렇게 참담한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이 왔지만, 우리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겨우내 주춤하던 강제철거가 기다렸다는 듯 시작되는 봄은, 대책 없이 쫓겨나야 하는 우리에게는 혹독한 계절이다.
2009년, 6명이 사망한 용산참사 10주기를 불과 한 달여 앞두고 발생한 아현 재건축 철거민의 죽음은, 여전히 폭력적으로 진행되는 대책 없는 강제철거의 실상을 보여줬다. 특히 재건축이라는 이유로 재개발에서 주어지는 알량한 세입자 대책마저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하는 법・제도의 문제를 드러냈다.
원통한 죽음 이후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관련한 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며, 헌법재판소도 재건축을 제외하고 손실보상 의무를 명시한 도정법 조항에 대한 위헌 심리에 돌입했다. 서울시도 사과와 함께 법・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재건축 세입자들에 대해,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제도개선 방안을 조속히 수립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봄이 오자마자 시작된 서울시 재건축지역에서의 강제집행은, 소식 없는 법・제도의 개선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 지난 12일에는 강남 최대의 재건축 단지인 개포동에서의 폭력적인 강제집행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와 연행자가 발생하는 출동이 있기도 했으며, 이후로도 서울시 곳곳의 재건축지역에 대한 강제집행과 철거가 예정되어 있다.
여전히 대책 없이 쫓아내는 것이 합법인 상황에서, 삶을 송두리째 빼앗길 위기에 처한 우리들의 처절한 주거권과 생존권의 저항은 ‘불법’으로 규정되며, 법 집행이라는 ‘합법적인 폭력’에 내몰리고 있다.
이제 쫓겨날 수 없다고 저항하는 우리가 아닌, 대책 없이 쫓아내는 저들의 강제철거가 불법이 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 현재 재건축 세입자 대책과 관련해 계류되어있는 법안에 대한 조속한 심의와 통과 등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부동산 부자들의 집단인 국회를 통한 법 개정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이에 오늘 우리는 서울시 개발 행정의 책임자인 서울시가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 박원순 시장은 ‘더이상 강제철거는 없다.’라는 선언을 넘어서는 대책을 수립하라. 아현동 박준경의 죽음 앞에 사죄하고 약속한, 재건축 세입자 대책에 대한 서울시 차원에서의 개선책을 즉각 제시하라!
오늘 우리의 요구는 최소한의 요구일 뿐이다. 재건축 세입자들의 대책이 재개발 세입자들처럼 된다고 해도, 여전히 해당・미해당의 경계와 권리의 보장이 없는 알량한 보상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건설 재벌의 이윤만을 위해 삶의 파괴하는 개발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재건축 세입자 보상이 추가된다고 해서 우리의 삶이 보장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오늘 우리의 재건축 세입자 대책 수립의 촉구는 지금 당장 서울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라는 것이다. 더 이상 허망한 선언과 약속이 아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즉각 제시할 것을 촉구한다.
대책없는 강제철거 즉각 중단하라!
재건축 세입자 대책 수립, 약속을 이행하라!
선대책 후철거, 순환식 개발 시행하라!
2019년 4월 22일
강제철거 중단! 재건축 세입자대책 촉구 결의대회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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