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랑 포함 ‘한솥밥 동료’ 셋…갑작스러운 비보에 유족들 오열
김태희 기자입력 : 2022.01.06 22:37
총리 등 정계 인사들도 조문
순직자들 훈장·1계급 특진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의 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큰불이 나, 이 불을 끄기 위해 건물 내부에 진입했던 이형석 소방위(왼쪽부터)와 박수동 소방교, 조우찬 소방사 등 소방관 3명이 갑자기 재확산한 불길에 고립됐다가 끝내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 3명이 숨진 6일 고인들의 빈소에는 울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화재로 숨진 소방관들의 빈소는 이날 오후 5시쯤 평택 제일장례식장 3층에 마련됐다. 특실에는 이형석 소방위(50), 301호에는 박수동 소방교(31), 302호에는 조우찬 소방사(25)의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 앞에는 고인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근조화환들이 늘어섰다.
유족들은 비보를 듣고 오열했다. 황망한 표정으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다. 빈소를 찾은 한 유족은 침통한 표정으로 서 있다가 “우리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고 싶다. 아이의 얼굴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조문객들은 고인들을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기억했다. 조 소방사의 군대 후임이라고 밝힌 A씨는 “(조 소방사는) 자기 일이 힘들어도 묵묵히 잘 수행하는 사람이었다”면서 “힘든 상황에서도 주변 사람을 먼저 챙긴 분이셨다”고 말했다.
정계 인사들의 조문도 이어졌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7시30분쯤 빈소를 찾아 “유족과 희생된 소방관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고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근무환경과 관련해 고칠 점은 고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추후 대책 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이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빈소를 찾아 “안타깝게 희생된 소방관들의 빈소를 4번째 조문하게 돼 죄송한 마음이 든다”면서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순직한 소방관들은 모두 송탄소방서 119구조대 3팀에서 근무하는 동료다.
팀장인 이 소방위는 1994년 7월 임용된 베테랑으로, 팀에서 구조 업무 총괄을 맡았다. 아내와 자녀 2명을 둔 가장으로 알려졌다. 박 소방교는 2016년 2월 임용됐고, 팀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조 소방사는 지난해 5월 임용된 신참 소방관이다. 조 소방사는 올해 동료 소방관과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이었다.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6개월 만에 또···불길 잡던 소방관 ‘참사’
최인진·김태희 기자입력 : 2022.01.06 16:44
건물 안 LPG통·보온재 등 가연성 물질 다량
불길 급격한 재확산에 구조물 일부 붕괴도
경기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난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한 지 6개월여 만에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또 다시 소방관 3명이 숨지는 참변이 벌어졌다.
지난 5일 오후 11시46분쯤 평택시 청북읍 소재 지상 7층∼지하 1층 연면적 19만9762㎡ 규모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7시간여 만인 6일 오전 7시12분쯤 큰 불길을 잡았지만, 불길이 다시 커지자 두시간여 뒤인 오전 9시41분쯤 대응 2단계를 발령해 진화에 나섰다. 인근 주민 A씨는 “오전 7시 30분쯤에는 불길이 잡히는가 싶더니 9시쯤 갑자기 불이 커졌다”면서 “검은 연기가 하늘을 가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1층에서 바닥 타설 및 미장 작업 중 미상의 원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건물 내부에는 산소용접 작업 등을 위한 산소통 및 LPG통, 가연성 물질인 보온재가 다량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변은 소방대원들이 잔불 진화 및 인명 수색 등을 위해 투입된 2층 바로 아래에서 불길이 재발화하면서 발생했다. 폭발 물질과 불에 약한 물질이 많은 탓에 화염이 급격히 일어났고, 많은 양의 짙은 연기가 발생해 구조물 일부도 붕괴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화재는 1층에서 시작됐지만 불길과 연기는 2층에서 더 거셌다. 이로 인해 5명이 현장에 고립됐고 2명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나머지 3명은 끝내 화재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이번 화재의 경우 냉동창고 신축 공사현장이다 보니 내부에 가연성 물질이 많이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변을 당한 소방관들은 모두 공기호흡기 등 개안안전장구를 착용했지만 급격한 연소 확대와 구조물 붕괴로 갑작스럽게 고립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현장은 1년여 전인 2020년 12월20일 자동차 진입 램프의 5층 천장 콘크리트 상판 붕괴 사고로 작업자 5명이 추락해 3명이 숨지면서 이듬해 1월26일까지 한 달가량 공사 중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애초 계획된 공사기간보다 한 달가량 손실을 본 상태였으나 건축주나 시공사는 평택시에 별도의 준공 예정일 변경은 하지 않았다.
이번 화재는 지난해 소방관 1명이 숨진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흡사하다. 지난해 6월17일 오전 5시35분쯤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장비 60여대와 인력 150여명을 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불은 오전 8시20분쯤 다소 기세가 누그러졌고 이에 따라 소방당국은 잔불 정리작업을 하면서 앞서 발령한 경보령을 순차적으로 해제했다.
그러나 오전 11시50분쯤 내부에서 불길이 다시 치솟기 시작했고, 건물 내부 진화작업을 벌이던 소방관들도 긴급 탈출 지시를 받고 야외로 대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52)이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그는 이틀 뒤 불길이 완전히 잡힌 뒤에야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불길이 재확산한 이유는 창고에 쌓인 가연물을 비롯한 각종 적재물이 무너져 내리며 불길이 옮겨붙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최근 몇 년새 물류창고 화재로 인한 참사는 잇따르고 있다.
2020년 노동자 38명이 목숨을 잃은 이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 사고가 난지 2년도 되지 않아 평택의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또 대형 화재가 발생, 진화에 나선 소방관 3명이 숨졌다.
같은 해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숨졌다. 사고 때마다 당국의 예방 대책이 발표되고, 공사 현장의 안전의식이 강조됐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평택 냉동창고 화재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앞선 사례와 같이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 조처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사실이 드러날 경우 시공사는 물론 정부도 안전사고 예방 소홀 책임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national/incident/article/202201062237005#csidx43006ca44d9afea8a4facc75bcbfb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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