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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노동

일터 산업재해, 노동자가 질병 입증하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by 원시 2019. 10. 28.

생산직 사무직 노동자건, 그들이  일터에서 일하다가 다치고 병을 얻었는데도, 그 사고와 병 입증을 노동자에게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 않고, 비인간적인 처사이다. 


산업 재해 발생 원인들은 수천 수만가지이다. 논에서 벼베기 하다가 낫에 손가락 베는 정도가 아니라, 1만 6천개~2만개 서로 다른 직장들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소들은 노동자, 경영자, 자본가들도 모를 수 있다. 그런데 질병 사고 원인과 의료소송, 제조물 책임, 공해 소송 등을 어떻게 다 노동자 한 사람이 할 수 있겠는가?



대안은, 모든 일터의 위험요소들을 노동부가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그 위험요소들에 대한 감사를 벌여야 한다. 


노동자 대표조직인 노동조합과 개별 노동자들에게도 이러한 위험요소들에 대한 학습과 홍보는 '유료 임금'을 지불하면서, 따로 실시해야 한다. 


산재와 관련된 법률과 보상제도 역시 해당 노동자가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덜어줘야 한다. 




주제어: 산재보험법, 이안희, 한국타이어 산재 사망자, 반올림,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정영수, 임자운 변호사, 사업자(경영자,자본가) 입증 책임. 



기사 핵심: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를 인정 받으려면 근로자가 의료소송, 제조물책임, 공해소송 등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유사하거나 더 엄격한 수준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를 찾으려고 해도 어느 기관에서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심지어 자료가 존재하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기사 출처: http://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20586


엄격한 산업재해 인정 기준, 완화 필요


변협,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 개정방안 심포지엄 개최해 근로자 보호 방안 논의


“산재 인과관계 입증 어려운 현행 법제도가 오히려 산재 신청을 막고 있는 상황”


임혜령 기자  |  news@koreanbar.or.kr-


[758호] 승인 2019.10.28  09:04:15-




근로자가 일터에서 발생한 사고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거나 다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와 재해 발생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지 못해 적정한 보상조차 받지 못 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 개선을 위해 법조계가 학계, 노동계와 뭉쳤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찬희)는 지난 21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 개정방안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입법 취지를 되새기고, 근로자를 충실히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찬희 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법에는 시각지대가 없어야 한다”면서 “변협이 산업재해 관련 체계 성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피해는 증가 추세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제주 서귀포시)이 지난달 발표한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전체 재해자 수는 10만2305명으로 전년 대비 1만2457명 늘었다.


특히 사망자 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142명이다. 그 중 질병사망자는 1171명, 사고사망자는 971명이다. 


2015년 한국 사망만인율은 0.53 퍼밀리아드(‱)로, 일본 0.17‱보다 3배 이상이다.


반면 산재 신청률은 낮은 편이다. 공유정옥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


 “선진국 산재 신청률은 우리나라보다 10배가 높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산재 신청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정상화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재 보상을 받기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타이어산재협의회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제조공장에서 1996년부터 2017년까지 160명이 사망했으나 25명만 산재 승인을 받았다. 



심지어 2008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전부개정 이후 산재 승인을 받은 사람은 4명뿐이다.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에서도 산재 신청 77건과 산재 소송 22건을 제기했으나 산재 승인을 받은 사례는 12건에 불과하다.



손종표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 간사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돈도 없고 거대 기업과 소송해서 이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어 문제 제기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산재 인정이 어려운 이유로는 근로자가 입증해야 하는 인과관계 수준이 과하기 때문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박종운 변협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은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를 인정 받으려면 근로자가 의료소송, 제조물책임, 공해소송 등에서 요구하는 수준과 유사하거나 더 엄격한 수준으로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를 찾으려고 해도 어느 기관에서 자료를 보관하고 있는지, 심지어 자료가 존재하는지조차 확인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최석봉 변협 생명존중재난안전특별위원회 위원도 “산재 신청을 위해 자료를 요구하면 회사가 보관기관이 도과해 폐기했거나 ‘영업비밀’이라며 관련 자료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이에 업무상 재해 인정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개선안이 나왔다. 



공유정옥 전문의는 “어떤 요인이 발병에 얼마나 기인했는지 의학적으로 계량할 수는 없다”면서 “산재보험에서 요구하는 인과관계 입증 수준은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닌’ 정도여야 한다”고 개진했다.



최석봉 위원은 “사용자와 근로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한데 청구인만 입증 책임을 지는 현 법제도가 오히려 산재 신청을 막고 있다”면서 “의학적으로 명백하지 않더라도 제반 상황을 검토하고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면 산재 승인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협은 이를 위해 산재보험법 시행령에서 

‘의학적으로 인정될 것’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시간적, 의학적으로 명백할 것’이라는 요건을 삭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은 2007년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돼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판시(2007. 4. 12. 선고 2006두4912 판결)한 바 있다.



그뿐 아니라 법원이 간접사실을 보다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영수 서울시립대 법전원 교수는 “증명방해행위가 있는 경우 법원이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이를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 증거 편재로 인한 근로자의 증명 곤란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올림 활동가 임자운 변호사도 “사업주의 협조 거부,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을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등이 많이 나와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입증 기준을 명문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등법원은 2009년 업무상 재해소송(2009. 12. 2. 선고 2009누8849 판결)에서 간접반증이론을 적용해 증명책임을 완화한 바 있다. 



또 대법원은 2017년 

▲희귀질환 평균 유병률이나 연령별 평균 유병률에 비해 특정 산업 종사자군이나 특정 사업장에서 발병률이 높거나 

▲사업주가 협조를 거부하거나

 ▲행정청이 조사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 이를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고 판시(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2017. 11. 14. 선고 2016두1066 판결)했다.



입증책임을 사업자에 전환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도 했다.

 


임자운 변호사는 “입증책임 전환은 오히려 근로복지공단이나 사업주와 재해근로자 간 대립관계를 전제한 해법으로, 대립관계를 고착시킬 수 있다”면서 “산재보상도 중요하지만 사업주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적극 고려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운 부위원장은 “결론적으로는 사업자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할 필요도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법제도가 근로자 보호라는 목적을 구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임자운 변호사는 “지금처럼 산재 보상을 위해 근로자들이 법원까지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산재 보상은 근로복지공단이 수월하고 간단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손종표 간사는 “산재 예방 중심으로 노동자 생명, 건강을 지키는 제도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임혜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