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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history)/윤석열 2022-

경향신문 보도. 극우 인터뷰. 한국 언론의 '극우' 보도 평가

by 원시 2025. 3. 1.

 

 

 

 

경향신문 보도 자료.

 

 

 

극우 세계관, 청소년들 사이에선 차고 넘쳐…이미 주류가 됐다
입력 : 2025.03.01 09:00

 

 수정 : 2025.03.01 09:01

 

 

윤지원 기자    이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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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10대들이 바라본 ‘청소년 극우화’

남녀·계층·성적 등 모든 영역서 차별 정당화하는 게 보편적 현상

인정욕구와 결부…건강한 논쟁 없는 빈틈으로 왜곡된 정보 고여

[주간경향] “현재 고등학생인 아들의 주변 모든 남자아이가,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단 한 명도 안 빼고, 100% 윤석열을 지지하며 신남성연대(극우 유튜버)를 추종한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가 자신의 SNS에 쓴 글의 한 부분이다. 비판이론을 공부한 이 학자는 극우 이념에 빠진 아들을 끈질긴 설득 끝에 ‘구출’해냈다는 글로 최근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정말 그의 말처럼 극우적 이념에 물든 10대 남성 청소년이 흔하디흔할까. 이게 사실이라면 아이들을 방치해도 괜찮은 걸까. 전국에 사는 고등학생 남녀 10명을 만났다. 이중 4명은 실명 혹은 활동명으로, 신원 노출을 꺼린 6명은 익명으로 인터뷰했다. 그들은 말했다. “소수자 혐오 등 극우 세계관이 학교 내 주류인 건 분명하다”고.

페미니스트 한마디에 1500개 ‘꺼져라’ 악플

2021년 초여름이었다. 수도권 중학교에서 남학생들이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은어를 거리낌 없이 쓰고 있었다. 마침 도덕을 가르치는 여성 교사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 아이들을 지도했다. 그때 한 학생이 불쑥 끼어들었다. “선생님 페미예요?” 교사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성평등을 지향한다면 페미니스트가 맞지.” 그 대답이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그때 그 교사는 몰랐다.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해당 교사를 파면해야 한다는 글이 국민신문고에 올라왔다.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의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풀렸다. 극우 사이트 신남성연대 게시글을 보고 누군가 청원 글을 올린 것이다. 그 교사는 이미 사이트에서 ‘페미’라는 낙인과 함께 실명, 학교 소속 등이 노출돼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게시글에는 ‘돼지년’, ‘쫓아가서 죽이겠다’는 입에 담기 힘든 험한 댓글이 1500여개가 달렸다. 교사는 이 사건의 트라우마로 공황장애를 앓았다. 해당 교사 A씨는 “신남성연대에서 수모를 겪은 선생은 나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극우에 대한 학계의 통일된 개념 정립은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에 따르면 극우 세계관의 특성은 차별, 배제, 반평등으로 좁힐 수는 있다. 한국의 극우는 적대적 성차별주의(hostile sexism)를 기반으로 결집하는 게 특징이다. ‘페미니스트’란 한마디에 선생님을 불특정 다수에게 언어 폭행을 당하도록 유도한 것은 철없는 소년의 짓궂은 장난으로 보기 힘들다. 이것은 극우적 활동이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광주든 어디든 차이가 거의 없다. 극우화라고 단언할 수는 없어도 남녀, 계층, 성적 등 모든 영역에서의 ‘차별’을 정당화하는 것이 굉장히 보편화돼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남녀공학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성 B씨(17)는 “동성 친구들 사이에서는 ‘게이 XX’, ‘너 페미지?’, ‘너 빨갱이냐?’ 같은 표현을 악의가 담긴 욕으로 쓰기보다는 친구끼리의 장난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했다.

‘제육볶음’ 밈 등 소수자 혐오로 남성성 과시

10대 남성들은 혐오 표현이나 극우의 주장을 어떤 방식으로 학습할까. B씨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그룹 채팅방’을 보여줬다. 같은 반 동성 친구 5명이 모인 해당 채팅방에서는 한 친구가 ‘부엉이바위 간다’라는 아이디(ID)를 쓰고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채팅방에는 그 친구가 올린 극우·혐오 영상이 많았다. 예컨대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 사진을 합성한 ‘노알라’ 영상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찢재명’(이 대표의 형수 욕설 사건에서 유래한 부정적 별명)이라고 놀리는 영상 등이다.

“다들 그냥 시도 때도 없이 ‘찢찢’거려요. 두 손으로 뭔가를 찢는 시늉도 하죠. 그냥 별 뜻 없이 ‘추임새’처럼 쓰이는 경우가 많아요.”

강원도의 고등학생인 C씨(18)는 같은 학교 동갑내기 친구인 D·E·F씨와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LOL·롤)’와 ‘오버워치’ 등을 즐긴다. 이들은 게임을 할 때 음성 대화를 지원하는 인스턴트 메신저인 ‘디스코드’를 이용하는데, 그런 표현을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고 했다. 예컨대 게임 ‘롤’을 할 때 ‘탈론’이란 캐릭터가 벽을 넘어 이동하면 “이재명 했다”고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지난해 12월 3일 이재명 대표가 담을 넘어 국회로 들어간 것을 빗댄 말이다. ‘롤’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전략적 팀 전투(롤토체스)’ 게임에서는 ‘계엄령’이란 기술을 쓰는 캐릭터가 있는데, 이 캐릭터가 나오면 C씨와 그의 친구들은 디스코드를 통해 “윤석열 떴다”라고 말한다.

인천의 한 고등학생(왼쪽)이 2월 24일 10대 남학생들의 정치 성향과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인천의 한 고등학생(왼쪽)이 2월 24일 10대 남학생들의 정치 성향과 관련해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서성일 선임기자

극우적 표현을 유희의 대상으로 삼는 건 인정욕구와 결부돼 있다. 서울 강북의 한 중학교 교사는 “극우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아이가 많지는 않다”면서도 “반 애들은 극우화한 소수 학생의 말이 재밌다고 생각하고 따라 하려 한다. 남성 문화에 편입하기 위해, 자신의 남성성을 인정받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과정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B씨는 친구가 극우 영상을 올리면 눌러보지도, 말을 걸지도 않는다고 했다. 해당 채팅방에서 이런 영상에 반응하는 B씨의 친구는 한두 명 정도다.

“학교에 인기 많은 남자애가 있어요. 말 잘하고 웃기고 축구 잘하고···. 여학생들과도 잘 지내고 선생님도 좋아해요. 그런데 남학생들은 다 알죠. 걔가 극우 영상, 소수자를 조롱하는 영상, 여성을 대상화한 영상을 좋아한다는 걸요. 제 친구도 그걸 따라 하는 거예요. 그쪽 무리와 어울리면서 그런 영상을 공유해야 (동성) 친구에게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극우 유튜버들은 10대들에게 극우적 정치 이념을 주입한다. C씨와 F씨는 방송사의 공식 유튜브 계정 등을 본다고 했다. 반면 E씨는 “뉴스도 보지만, 제대로 알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며 좀더 이슈를 깊이 알고 싶을 때는 특정 유튜브 채널을 찾는다”고 했다. E씨는 자주 보는 유튜브 채널로 ‘호밀밭의 우원재’, ‘천조국 파랭이’ 등을 언급했다. ‘호밀밭의 우원재’는 뉴라이트 계열의 보수 유튜버, ‘천조국 파랭이는 극우 성향의 유튜버로 분류된다. E씨는 “보수 성향이긴 하지만 조곤조곤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한다. 똑똑해 보인다”고도 했다.

이들 채널은 탄핵 국면을 맞아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영상을 다수 올리고 있다. 호밀밭의 우원재는 “국가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보다) 더 큰 아픔과 혼란을 주는 게 누구라고 보냐”며 “진짜 내란과 외환이 있었기를 바라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냐”며 더불어민주당을 비난하는 영상 등을 게시했다. 천조국 파랭이는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 감성 선동뿐”이라고 주장하고, 헌법재판관에 대해서는 “좌빨 판사”, “배후세력이 있다”고 말한다.

강원도의 고등학생들이 구독하거나 즐겨 본다고 소개한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 릴스 영상. / 이재덕 기자
강원도의 고등학생들이 구독하거나 즐겨 본다고 소개한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 릴스 영상. / 이재덕 기자

D씨는 젊은 여성이 가면을 쓰고 나오는 ‘슈퍼me소녀’라는 유튜브 채널을 가끔 보는데, 이 역시 극우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들 유튜브 채널은 군부독재 시대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 야당 정치인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특히 젊은 여성 정치인, 페미니스트, 성소수자를 공격하는 영상 등을 다수 올려 확산시킨다.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G씨(17)는 2020년 인터넷 방송인 랄로가 한 일명 ‘제육볶음’ 발언이 학교에서 관용어처럼 쓰인다고 말했다. 여성은 한밤중에도 남성이 원하면 제육볶음을 요리해 갖다 바쳐야 한다는 뜻으로, 여성의 지위를 열등하게 보는 것이다. 수영씨(18·가명)는 “전국학생수호연합 광주지부라는 곳이 대표적인 극우 성향 학생조직인데 그쪽에선 남성 우월주의도 함께 내세운다”라며 “마초적 남성과 안티 페미니즘이 한데 엮여서 담론이 돼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극우 유튜브를 보지 않는 10대에게까지 페미니스트와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주입된 지 오래다. C씨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 너무 과하게 PC(정치적 올바름)를 강조한다. 게임 캐릭터들이 어느 순간 게이나 레즈비언으로 바뀐다. ‘PC 범벅’이 너무 많다. 그런 캐릭터를 픽(선택)했을 때 기분이 나빠진다”고 했다.

정치 무균실 된 학교에선 ‘비상계엄’ 사태 언급 없어

10대 청소년들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10대 청소년들의 극우화와 관련해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별빛, 애붕, 김준형, 수영. / 권도현 기자
10대 청소년들이 지난 2월 20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서 10대 청소년들의 극우화와 관련해 주간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별빛, 애붕, 김준형, 수영. / 권도현 기자

학교에선 선생도, 학생도 극우적 세계관의 문제의식은커녕 중대한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논쟁이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가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고 쉬쉬하면서 학교가 정치 무균실이 된 지 오래다. B씨는 “당시 학기 말 고사였는데 한국사 시험 범위가 근현대사였다. 군부의 계엄령 등이 시험 범위에 포함돼 공부하고 외웠는데도 정작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선생님들이 한마디 말도 없었다”고 했다.

F씨는 “‘정치와 법’ 과목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이번 계엄 사태를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상을 보여줬다. 그게 선생님이 할 수 있는 최대치 같았다. 계엄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애붕씨(19)는 “계엄령이 잘못됐다고 말하면 주위 모든 어른이 정치는 나중에 커서 하면 된다면서 입을 막는다”라고 말했다. 김준형씨(18)는 “경제나 사회 시간에 관련된 정치 얘기가 언급되면 웃음이 나온다. 선생은 눈치를 보고 애들도 이런 걸 말해도 되느냐며 꺼린다”고 말했다.

건강한 논쟁이 없는 교내 빈틈으로 일부 청소년들이 극우 커뮤니티에서 퍼 나르는 왜곡된 정보가 고일 수밖에 없다. 교사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자칫 정치적 이야기를 했다가 특정 정치 성향에 편중됐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G씨 학교에선 학부모들이 수업 중 국민의힘을 비판한 한 경제 교사를 해고해야 한다는 탄원을 넣기도 했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비상계엄을 설명하기 위해선 5·18 민주화운동 이야기도 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 학생이 ‘정치적 중립이 있다’, ‘선을 넘지 말라’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들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극우적 세계관이 문제없이 학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성인이 되어 학교 밖에서도 혐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극우라고 청소년을 일괄 지칭할 수는 없어도 혐오를 학습하는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문제는 대학에 와서 그 생각이 더 깊어질 수 있는데, 대학에서도 이들이 다시 생각하게 만들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전환자인 별빛씨(17)는 국제고등학교에 다니다가 얼마 전 자퇴했다. 그에게 학교는 ‘안전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는 “극우적 이념 안에서도 장애나 중국과 관련된 학생들의 혐오 표현은 유희적 차원이라면 여성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는 좀더 진지한 담론에 가까운 형태”라며 “청소년 성소수자의 자퇴율과 자살률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인천의 한 도덕 교사는 또래 집단에서의 자정 작용이 제대로 일어나도록 학교 시스템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도 ‘이기는 사람’, ‘강한 사람’ 등을 강조하면서 소수자와 약자 배려, 평등에 대한 가치를 아이들이 거의 교육받지 못한다”며 “아이들은 또래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학교 내 모듬활동이 필요한데 현재는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이 꺼리면서 아이들의 생각이 개별화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 경성중학교의 김병성 교사는 “외부 강사를 불러 강의 한두번 하는 수준으로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며 “토론을 일상화하고 교사는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을 던지면서 성찰하도록 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 교사가 학생들에게 대안적 남성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정치적 활동이 계속 제약되는 한 극우 세계관의 주류화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별빛씨는 “운동권에서도 청소년이 출입할 수 없는 장소에서 토크쇼 등을 열며 청소년을 논의의 장에서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영씨는 “모의투표를 비롯해 모든 정치적 활동을 다 막아놓고, 이제 와서 극우화가 우려돼 교정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인식은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010900031

 

극우 세계관, 청소년들 사이에선 차고 넘쳐…이미 주류가 됐다

[주간경향] “현재 고등학생인 아들의 주변 모든 남자아이가, 정말 거짓말 안 하고 단 한 명도 안 빼고, 100% 윤석열을 지지하며 신남성연대(극우 유튜버)를 추종한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가

www.khan.co.kr

 

 

 

“실체 드러난 극우세력, 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입력 : 2025.03.01 09:00박송이 기자

특집4-‘한국 극우의 특징…’ 쓴 황인정 연구원

황인정 성균관대 좋은정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이 지난 2월 2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논문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와 관련해 인터뷰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주간경향] 한국의 극우는 누구일까. 유럽에서는 다당제 구조 속에서 극우가 극우 정당을 통해 정치적으로 대표화되지만, 한국에서는 극우 정당이 존재는 하나 실질적인 정치세력화에 실패해왔다. 그러나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훼손하고 의회권력을 불법적으로 장악하려 했던 계엄을 정당화하려는 목소리가 공식적으로 표명되고 있다. 의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는가 하면 주요 중진들이 ‘계엄은 고뇌에 찬 결단’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런 움직임은 자유통일당 전 대표였던 전광훈 목사와 정치적 노선을 공유하고 있으며, 극우세력이 보수 여당 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면 아래 감춰져 있던 극우세력이 계엄과 탄핵심판 국면에서 실체를 드러내며 한국 정치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황인정 성균관대 좋은정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의 ‘누가 한국의 극우인가? 한국 극우의 특징과 정치적 함의’는 한국 극우세력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을 담은 논문이다. 황 연구원은 한국 극우세력의 실체를 탐구하기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신을 극우 성향으로 인식한 응답자들의 정치적 특성을 분석했다. 2023년 1월 19일부터 2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20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 중 자신을 0~10 척도에서 8점 이상인, 극단적 보수로 인식한 약 13%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됐다.

분석 결과, 이들은 강력한 한·미동맹 지지, 윤석열 후보(20대 대선) 지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나아가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이 보여주는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적 태도는 상황에 따라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법원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고 헌법재판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극우세력과 이에 동조하는 국민의힘의 태도는 민주주의 체제에 근본적으로 도전하며 정치지형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2월 26일, 황인정 연구원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을 신속하게 포용하면서 극우 노선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정치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양당 체제에서 국민의힘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으며, 그 결과 일본 자민당처럼 여러 계파를 거느린 거대 보수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연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은.

“유럽에서는 ‘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어떤 특징을 보일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연구가 많다. 극우 정당이 명확히 존재하고 정치적 세력화가 이뤄져 있어 가능한 일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극우 정당이 있긴 하지만 지지율이 매우 낮다. 반면 사회적 집단이나 집회 등에서 ‘저 사람은 극우 같은데’라는 인식은 퍼져 있다. 즉 ‘한국에는 실제 정치 세력화한 극우 정당은 없지만, 극우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존재한다’라는 건데, 이 현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다만 보통 ‘극우’는 민주주의적 가치를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폭력도 불사하는 집단을 지칭한다. 단순히 이념 척도에서 8~10점을 찍은 ‘극단적 보수’와 ‘극우’가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는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의 극우는 ‘민주주의가 항상 최선은 아니다’라는 태도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구는 미국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처럼 ‘혜택받지 못한 남성들’의 극우화 경향이 두드려졌는데,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는 극우 정당 지지층이 명확하다. 반면 한국, 터키, 러시아처럼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국가에서는 권위주의나 포퓰리즘에 대한 추종이 다르게 나타난다. 복지제도가 탄탄한 유럽 국가들과 달리 이들 국가에서는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조차 ‘내가 가진 것을 언제 뺏길지 모른다’라는 불안에 시달린다. 과거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극우화’와 ‘소득수준’은 큰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유럽의 극우가 주로 이민자를 희생양으로 삼지만 한국의 극우는 여성, 소위 ‘종북세력’, 중국인 등을 희생양으로 삼는 특징을 보인다. 조사 결과 중에 지난 선거에서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 중 스스로 8~10점이라고 말한 이가 꽤 많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스스로를 매우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 체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놀라웠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했다고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민주주의적 가치가 중요하지 않고 ‘폭력도 불사할 수 있다’라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한국은 유럽과 달리 극우의 정치세력화가 안 됐다고 진단했다. 극우세력 규모가 미미했기 때문인가.

“극우 정당들의 낮은 득표율이 극우 정치에 대한 수요가 낮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사실 한국의 극우 정치인들은 오랜 시간 동안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극우 정치와 우파 정치의 경계가 모호한 편이었는데 극우 정치인들은 주로 우파 성향의 주요 정당의 그늘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계기로 한국 극우에도 결정적 전환점이 찾아왔다. 극우 정치인들은 당시 새누리당을 탈당한 후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창당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지금까지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이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들 정당은 그동안 주류 우파 정당과는 차별화된 목소리를 내는 통로로 작용해왔다. 한편 한국에서는 극우 정치에 대한 수요가 정당 정치의 바깥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 일베와 같은 온라인 극우 커뮤니티, 근본주의 개신교 집단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계엄 이후 제도권 정치에 대한 극우의 영향력이 커졌다. 이유는.

“전광훈 목사처럼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했던 세력이 주류 여당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 상황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계엄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 의견이 80%에 육박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비율은 점차 감소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이 극우 포퓰리스트적인 정치인으로서 계엄이 정당했다는 공식 담화를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내 편’과 ‘반대편’을 철저히 구분하고, ‘반대편을 없애기 위해 계엄이 필요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진 이 담화는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포퓰리즘 교과서’라고 불릴 정도였다. 윤상현 의원 등이 계엄 지지 발언을 하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하고 당 차원에서도 신속하게 입장을 변경한 점도 영향을 크게 미쳤다. 다만 이러한 입장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이들은 오랫동안 극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고 전 목사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국면에서 이러한 연결고리가 극대화됐다. 물론 전략적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다. 응원봉을 들고 탄핵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기존 국민의힘 지지층과는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기에, 극우세력을 새로운 지지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

-극우의 정치세력화는 앞으로의 정치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까

“정당제도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우리공화당이나 자유통일당 같은 정당이 부상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을 신속하게 포용하면서 극우 노선을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정치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양당 체제에서 국민의힘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으며, 그 결과 일본 자민당처럼 여러 계파를 거느린 거대 보수 정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독일 총선에서 보수정당인 기독민주당과 바이에른 기독사회당 연합이 1위를 하고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2위를 했다. 기독민주당은 AfD와는 절대 연정하지 않겠다며 극우와 확실히 선을 그은 바 있다. 이 같은 선 긋기가 중요한데, 국민의힘은 그와 정반대로 가고 있어 향후 국민의힘 내에서 극우세력의 주류화가 공고해질 수 있다. 트럼프가 재선된 사례에서 보듯이, 한 번 극우 노선을 선택하면 되돌아오기는 매우 어렵다.”

-탄핵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탄핵 이후 극우세력의 동향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후폭풍이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설령 국민의힘 내에서 극우가 지배적인 세력이 되지 않는다 해도, 극우가 외부에서 계속해서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결집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유튜버들에게 정당성까지 부여했다. 과거에는 비주류로 여겨졌던 이들이 주류 정치권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를 통해 수익까지 얻으면서 극우적 메시지가 공고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탄핵이 잘못됐다는 음모론이나 희생양 찾기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앞으로 수십 년간 투표권을 행사할 20~30대에게도 이 같은 경험이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고 민주적 절차에 저항하는 비민주적 정서가 확산할 경우 더 강경한 극우 메시지를 내세우는 새로운 정치인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극우 행태는 비주류·소수화의 증거"
경향신문 원문 기사전송 2025-02-13 14:48 최종수정 2025-02-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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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민주주의> 출간한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 인터뷰

최근 <모두의 민주주의>를 출간한 김정인 춘천교대 교수가 지난 10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연구해온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아스팔드 극우에 기대고, 심지어 선동하는 것을 두고 “지금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건 주류에서 밀려나서 비주류·소수화 되는 사람들의 행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0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이른바 진보개혁 세력의 역사인식이 주류화·대중화됐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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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이번 사태로 민주주의가 기로에 선 건 맞지만, 내란 우두머리인 현직 대통령을 체포·구금했다는 것 자체는 민주주의 공고함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최근 학계 일부에서 우리 사회가 극우 파시즘의 문턱까지 진입한 위기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지만, 김 교수는 굳건히 전진해온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믿는다고 했다.

김 교수가 최근 출간한 ‘민주주의 한국사’ 3부작의 마지막 권인 <모두의 민주주의>(책과함께)에서는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그의 낙관적 시각과 기대를 읽을 수 있다. ‘민주주의 한국사’는 19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는 우리 근현대사를 민족주의·민중주의의 이분법을 넘어 민주주의를 향한 도정이라는 관점으로 서술한 시리즈다.

예컨대 이 관점에 서면 독립운동은 일재의 군사독재형 식민통치에 저항한 민주주의 운동으로 해석된다. 전봉준으로 상징되는 인민과 김옥균으로 상징되는 개화파의 대립도 “안으로부터 빚어낸 민주주의와 밖에서 들여온 민주주의를 버무려 하나의 민주주의 역사를 완성해간 근대인 궤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 교수는 가짜 민주주의와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재자는 ‘의도’로서의 민주주의를 앞세우는 반면, 민주주의자는 과정과 결과로서의 민주주의에 주목한다”며 “‘나는 이러이러해서 민주주의자’라고 강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민주적 절차를 지킬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진짜 민주주의자”라고 했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민주적 절차가 생략된 가짜 민주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한일국교정상화반대 시위가 절정에 이르렀던 1964년 6월3일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만해도 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당시 새뮤얼 버거 주한미대사와 해밀턴 하우즈 유엔사령관 등을 청와대로 불러 관련 사실을 알렸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김 교수는 “당시에는 절차를 통해 일말의 정당성이라고 찾으려 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며 “그래서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외견상 극우보수 세력 결집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김 교수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 탄력성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12월3일 이후 ‘이걸 민주주의 관점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지’라고 날마다 스스로에게 묻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상황에 대한 이같은 긍정적 인식 때문에 주변에서 자신을 ‘신경안정제’라고 부른다고 했다.

김 교수는 “후기에는 못 썼지만 ‘시민의 힘’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며 “매번 시민들이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구해냈다는 것이야말로 다른 나라에서 찾기 힘든 한국 민주주주의 역사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근현대사의 굴곡을 거치며 “한국인의 삶과 사유를 지배하는 문화로 뿌리내렸다”며 “민주주의는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절대 가치이자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을 판별하는 기준이 됐다”고 강조했다.

기사 이미지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131447001

 

“윤석열과 국민의힘의 극우 행태는 비주류·소수화의 증거”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연구해온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아스팔드 극우에 기대고, 심지어 선동하는 것을 두고 “지금 윤 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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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화 4가지 신호, 국힘 안에 다 있다
입력 : 2025.02.09 21:01 수정 : 2025.02.09 22:15문광호·유설희 기자


뉴스 분석 - 극우 치닫는 여당

헌법 거부, 폭력 조장·묵인 등
최근 행보 극단주의 지표 부합
전광훈과 연계, 극우 최종 단계
정치학계 “게이트키퍼 회복을”

국민의힘은 극우정당으로 향하고 있을까. 국민의힘은 부인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여당의 극우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치학자들은 여당의 행보를 우려하며 “전광훈 목사 측과의 연계가 극우화의 마지막 단계”라고 밝혔다. 정당이 극단 세력을 배제하는 ‘게이트키퍼’ 역할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향신문은 9일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이 소개한 극단주의 지표와 국내 정치학자들의 분석을 토대로 국민의힘의 극우화를 규정할 수 있는지 짚어봤다.

레비츠키 교수 등은 2018년 출간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전제주의 행동을 가리키는 4가지 신호’를 말했다. 헌법·선거제 등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폭력에 대한 조장이나 묵인,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언론·시민단체 등 반대(비판)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는 성향 등이다. 저자들은 이를 극단주의 세력 혹은 지도자의 특징적 행동으로 봤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한국 상황을 예언하듯이 쓴 것 같다고 할 정도로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지표”라며 “정당이 정치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선거 유불리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는 4가지 신호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선거제와 관련해 여당 내에서는 부정선거론에 호응하는 발언이 공개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6일 “사전투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도 극단적 지지층에 사실상 호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부정선거론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대응도 극우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폭력은 안 된다”는 원칙론을 들면서도 경찰 대응을 비판하는 양비론을 폈다. 당내에서도 지난 5일 김재섭 의원이 “서부지법 폭력사태를 우리가 옹호해선 안 된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끊어주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 전광훈과 연계 땐 합리적 보수와 분당하거나 소수정당으로 몰락”

최근 공식 석상에서 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고인 이재명’이라고 부르는 점, 시민단체 시위를 종북 색깔론과 연계시키는 점 등도 앞서 거론된 극우화 신호와 무관치 않다.

한국 정치에서 정당과 극우 세력의 연계가 심화하는 점도 극우화 신호로 꼽힌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국민의힘이 전광훈 목사 쪽 극우적 집단들과 연계돼 이들을 옹호하는 점은 극우적 경향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거기까지 가면 소위 합리적 보수 세력과 분당하거나 소수정당으로 몰락하게 될 것 같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당이 ‘게이트키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어떠한 세력과 손을 잡든 이기고 보자는 승자독식 심리,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의 극우 세력은 반이민, 인종주의적 색채가 강한 서구권 극우와는 차이가 있다. 이 때문에 단순 비교는 신중해야 하지만 ‘반중 혐오’ 정서 등이 강화할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극우화 흐름은 서구권과 차이가 있다면서도 “국민의힘 일각, 탄핵 반대 집회 등에서 반중 혐오 등을 얘기하지 않나. 한국적 맥락에서 보면 그런 쪽(서구권의 극우)으로 발전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들 4가지 신호를 진보진영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정치 양극화’의 증거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극우화 신호를) 틀린 얘기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한국의 경우 여당에만 해당되느냐는 의문”이라며 “부정선거 논란의 발단도 진보진영이다. 정치적 극단주의의 결과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극우화를 부인하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난 7일 SBS 라디오에서 당이 “왼쪽으로 멀리 가면 갈수록 가운데에 있는 사람도 오른쪽 끝으로 가 보인다”며 “극우적인 생각, 폭력적이거나 위험한 분들하고 절대 같이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2092101025

 

극우화 4가지 신호, 국힘 안에 다 있다

국민의힘은 극우정당으로 향하고 있을까. 국민의힘은 부인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여당의 극우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정치학자들은 여당의 행보를 우려하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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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가 됐다, 저쪽이 싫어서
입력 : 2025.03.01 09:00 수정 : 2025.03.01 09:03이효상 기자    송윤경 기자


특집1-‘탄핵 반대’ 10인 심층 인터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 기일인 지난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마지막 변론 기일인 지난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주간경향] 지난 2월 15일 저녁 광주광역시 금남로의 한 교차로, 타지에서 온 듯한 60대 여성 A씨가 한 무리의 여성에게 길을 물었다. A씨 손에는 둘둘 말아놓은 대형 깃발이 들려 있었다. 반대편의 여성들은 이내 그 깃발의 의미를 알아챈 듯 보였다.

“태극기예요?”, “광주엔 왜 왔어요?”, “그 집회는 돈 준다면서요?”

이날 광주에선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5명의 광주 시민에게 길을 물어본 A씨는 이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서 왔다. 태극기로 시작된 이들의 실랑이는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가량 계속됐다. 평행선을 달리던 끝에 양측은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뒤 다시 이야기하기로 했는데, 헤어진 지 30분도 안 돼 통화가 이뤄졌다. 기차역으로 가던 A씨에게 전화를 건 광주 시민은 “광주까지 온 손님인데 저녁식사 대접도 못 하고 그냥 보내서 미안하다”고 했다.

A씨는 지난 2월 18일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정이 많은 사람들을 누가 갈라놨냐. 정치인들이 갈라놨잖아요. 즈그 편은 즈그 편 것만 보고, 우리 편은 우리 것만 보고”라고 했다.

그의 말에는 이른바 ‘극우세력’에 대한 몇 가지 사실이 담겨 있다. 하나는 정치가 이들을 여기까지 끌고 왔다는 점, 또 스포츠 경기처럼 우리 편과 상대편으로 피아를 구분하고 있다는 점, 같은 편 내에서 동질적인 의견만을 증폭해 왔다는 점, 그리고 헌정을 중단시킨 계엄조차 진영 대결의 연장선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극우에는 단호히 맞서야 하지만, 동료 시민으로서 그들에게 아직은 대화를 걸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주간경향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10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60~70대 고령층이 5명, 2030 남성이 5명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한 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의 말을 활자화하는 것은 자칫 의도와 무관하게 이들의 행동을 합리화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30~40%대로 높게 나타나는 바, 하나의 현상으로서 광장에 등장한 극우세력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를 알아야, 사회적 해법도 마련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터뷰는 광장에 나온 이유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생애사 전반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집회에 참석한 계기가 저마다 달랐다. 단일한 집단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일정한 경향은 발견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끈 ‘원조 태극기 부대’보다는 계엄 국면을 전후해 새로 합류한 이들이 많았다. 예컨대 인터뷰에 응한 10명 중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는 1명이었고,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을 전후로 광장에 합류한 이가 3명, 나머지 6명은 계엄 이후 광장에 나왔다. 과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계열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았는데, 현재 이들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반대를 넘어 혐오와 공포가 결합한 무언가였다. 인터뷰에 응한 2030 남성들은 저마다 “내가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을 대표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반페미니즘 정서 등 상당한 동질성을 보였다.

윤석열 수호보다 더 큰 증오

이들은 비상계엄을 ‘헌정을 중단시킨 민주주의 훼손 행위’가 아니라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연장선’으로 이해했다. “계엄 자체는 잘못됐다”고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이 경우에도 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했다며 계엄을 합리화했다.

대학생인 20대 남성 B씨는 지난 2월 20일 서울 서초동과 안국역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전에서 상경했다. 그는 “계엄 당일에는 왜 계엄을 터뜨려. 미쳤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담화문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거기 밝혀진 대로 거대 야당의 탄핵 남발, 예산 삭감, 무분별한 법안 발의가 있었다. 헌법재판소 변론도 쭉 봤는데 거대 야당의 폭주 때문에 계엄을 저질렀다는 정당성이 입증됐다고 본다”고 했다.

탄핵 남발, 예산 삭감, 법안 발의는 정도를 지나쳤을지언정 헌정 질서 안에서 이뤄진 행위다. 선을 훌쩍 넘어버린 계엄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그러나 극단적 진영 대결의 자장 속에서 옳고 그름이라는 절대적 기준은 설 자리가 없다. 모든 건 상대적으로 평가된다. 저쪽 진영이라는 상대방이 있고, 우리 편의 대응과 보복, 승리만 있을 뿐이다. ‘계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었을 때 자주 관찰되는 것은 ‘정당하다’ 혹은 ‘부당하다’는 답이 아닌 상대편에 대한 악마화였다.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는 ‘윤석열 수호’라는 본질보다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때때로 더 큰 파도가 돼 넘실거리기도 했다.

지금의 극우세력은 이쪽에 대한 지지보다 저쪽에 대한 반감에 기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 4년제 대학에 다니는 20대 남성 C씨는 방학 기간에 광주 부모님 댁에 머물다 지난 2월 15일 광주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집회에 ‘민주당은 탄핵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광주 청년이 드리는 호소문’이라고 쓴 대자보를 들고나왔다. 그는 “윤 대통령을 뽑긴 했지만 늘 지지하진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계엄 이외의) 다른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며 계엄은 잘못됐다고 봤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가족들도 모르게 대자보를 써서 광장에 나온 이유는 반감 때문이다. “이재명이나 민주당이 (집권하게) 될까 하는 위기감에 집회에 나갔다”고 했다.

서울대 탄핵 반대 시국선언 현장에서 만난 70대 여성 D씨도 다르지 않다. 경남 출신으로 30여 년 전 서울에 뿌리를 내린 그는 역대 대선에서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 박근혜 후보에게 투표했다. 정치에는 관심이 크지 않았지만, 주로 “불쌍한 생각이 드는 인물”에 표를 줬다고 했다.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으로 “서민이고 얼마나 좋냐. 말하는 게 합당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꼽았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등 구설을 접하고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남국 전 민주당 의원의 코인 투자, 같은 당 양문석 의원 딸의 새마을금고 편법 대출 등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는 집회에 나가는 이유에 대해 “이재명은 절대 아니다, 그런 마음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이어 “집회 가면 내가 미워하는 사람 욕할 수 있어서 좋다. ‘이재명 내려와 이 XX야.’ 어디 가서 호소할 데가 없지 않느냐”고 했다.

지난 2월 2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지난 2월 21일 서울 안암동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종교적 믿음의 결합

이 반감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물론 민주당에 대한 악감정에 기반한 이들의 발화는 일부의 사실과 가짜뉴스, 느낌과 망상이 바탕이 된 것이어서 합리적인 비판이라 보기 어렵다. 이들이 민주당에 대해 먼저 악감정을 갖고, 사후적으로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악감정을 갖게 된 계기를 살펴보는 것은 극우의 세력화라는 사회 문제의 원인을 가늠하는 데 유용할 수 있다.

이들이 민주당에 대해 반감을 형성한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민주당 외부의 요인에 의해 반감이 형성된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민주당 내부 요인에 의한 경우다. 마지막은 독자적인 경로로 볼 만큼 집단 내 동질성이 있는 2030 남성들의 경우다.

가장 영향력이 컸던 외부 요인은 윤석열 대통령이다. 극우의 세력화에 가장 책임이 큰 개인이 있다면 윤 대통령일 것이다. 인터뷰 대상자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논리는 크게 일곱 가지로 추려진다. ①민주당의 공직자 탄핵 남발 ②민주당의 입법 남발 ③민주당의 예산 삭감 ④민주당의 안보 위협 ⑤부정선거 ⑥계엄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 ⑦계엄은 국가 위기를 알리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이른바 ‘계몽령’ 등이다. 인터뷰 대상자들의 주장은 이중 일부를 취하고 일부는 버렸지만 이 틀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 일곱 가지 방어논리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후 처음으로 내놓은 지난해 12월 12일 담화에 빠짐없이 담겨 있는 내용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 수반이라는 영향력을 활용해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어느 유튜버보다 극우세력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인터뷰에 응한 5명의 2030 남성들은 계엄에 대해 이야기하며 하나같이 “‘대통령께서 왜 계엄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들은 계엄의 충격보다 대통령의 입장에서 계엄 선포의 이유를 헤아리는 데 집중했고, 그 바탕에는 ‘국정을 총괄하는 대통령이 아무 이유 없이 계엄을 선포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대통령 권위에 대한 인정이 깔려 있었다. 헌재와 법원을 포함해 국가기관을 “못 믿겠다”고 평가한 20대 E씨는 ‘믿을 만한 것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이 하는 말 정도는 적어도 믿겠다”고 했다.

계엄과 탄핵 반대를 정당화하는 데 국민의힘 의원들의 기여도 적지 않았지만,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특정 기독교 세력의 영향도 컸다. 광장에서는 종교적 믿음과 정치적 신념이 결합된 이들이 적잖이 발견됐다.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취업준비 중인 30대 남성 F씨는 2019년 광화문광장에서 전광훈 목사의 설교를 처음 접한 이래, 힘이 닿는 대로 광장에서 “애국 운동”을 하고 있다. 그가 전한 전광훈 목사의 말은 이승만 대통령이 구한말 투옥생활을 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문으로 죽을 지경에 놓인 이승만 대통령이 ‘살려주시면 대한민국을 위해서 살겠다’고 하늘에 기도를 드렸고, 그 응답으로 살아난 뒤 기독교 국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한·미동맹 4가지 건국이념으로 나라를 세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신실하게 기독교를 믿는 것도, 입만 열면 자유민주주의를 말하던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도 모두 ‘애국 운동’이다. 이 세계관에서 유물론에 기반한 “공산주의는 사탄”이고, “민주당은 좌파”이며 “좌파들은 공산주의의 영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다.

70대 남성 G씨는 전광훈 목사의 설교를 듣고 “헛똑똑이, 쭉정이였다가 알곡으로 새로 태어났다”고 했다. 과거 대선에서 그는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후보에 투표했는데 2019년 개천절 집회에 처음 참석한 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당시 광화문 집회는 전례 없는 대규모로 열렸다. G씨는 “이 많은 사람이 움직인다는 것은 전광훈의 실력이나 능력이 아니고 하나님의 움직임이다, 이게 느껴지더라”라고 했다.

어떤 매력이 있었을까. 전 목사의 설교를 두고 한 집회 참가자는 “(설교 내용이) 철이 자석에 달라붙듯이 딱 들어온다”고 했다. 어쩌면 전 목사의 설교에 담긴 구원의 메시지가 개개인의 취약성을 파고든 것일 수도 있다. 70대 G씨는 가정을 꾸린 적이 없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산다. 30대 F씨는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홀로 취업을 준비 중인데 수년째 낙방했다. 그는 “서른 살 넘으니 진짜 잘못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면서도 “3월 1일에 광화문에 3000만명을 모으는 것까지만 하고 일을 알아볼 생각”이라고 했다. 그가 믿는 것은 “얼마나 예수님을 위해 살았는지에 따라 상을 주신다”는 ‘새 예루살렘의 상금’이다. 새 예루살렘은 종말이 임박한 순간에 내려지는 구원을 상징한다. 그는 “설교에서 듣기로는 대한민국에서 상금이 가장 많은 사람이 이승만 대통령이다. 애국 운동을 하면 상금이 많다”고 했다.

극우가 됐다, 저쪽이 싫어서
민주당이 싫어서

2019년 개천절 집회는 보수 집회의 외연을 크게 확장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종전까지는 ‘태극기 부대’가 주력이었지만, 이 집회를 계기로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심층 인터뷰 대상자를 섭외하기 위해 진행된 노년층 사전인터뷰에서도 상당수 응답자가 2019년 무렵부터 광화문 집회에 합류했다고 답했다. 2019년은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숨을 죽이던 보수세력이 본격적으로 재결집을 시작한 해였다. 2019년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자 ‘종북’ 구호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개천절 집회 직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정부의 개혁 대상이었던 검찰이 현직 법무부 장관을 수사하면서 진영 갈등이 극에 달했다. 서초동의 조국 수호 집회에 대한 맞불로 광화문에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이 민주당을 공격할 때 동원하는 논거는 2019년 전후의 사건들에 기반한 것들이 많았다. 물론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애초 ‘종북’이라는 딱지는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화할 뿐 아니라 음모론과도 쉽게 섞인다. 문재인 대통령을 뽑았던 G씨는 “대통령 돼가지고 북한 가서 김정은 만나서 백두산에서 만세도 부르고 그때 돈을 얼마나 갖다줬겠냐”고 했다. A씨 역시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을 들어 “이재명이도 퍼주고, 이재명 대통령 되면 중국하고 북한하고 같이 가는 거다”라고 했다. 나름의 합리성을 지닌 비판도 있다. 광주가 고향인 대학생 C씨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후보에 투표했지만, 이후에는 줄곧 국민의힘에 투표했다. “지역이 지역이다 보니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선보다는 악에 가깝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여러 사건을 거치며 “둘 다 피차 일반이다”라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가 꼽는 사건들은 조국 사태, 정의기억연대의 후원금 횡령 의혹 사건 등이다. 그러나 조 전 장관에 비판적인 사람이 모두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이것은 결정적인 이유라기보다는 하나의 구실에 불과해 보인다. 다만 그 구실을 민주당이 제공했다는 점을 성찰할 필요는 있다.

인물을 중심으로 한 선악 구도의 진영 정치에서는 상대를 악마화하는 이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증오의 이유를 끝도 없이 댈 수 있다. 인지의 영역에서 이뤄지는 비판도 있지만, 감정이나 가짜뉴스, 막연한 두려움에 기댄 비판이 많다. 이들은 계엄과 그 이후 혼란상에 대한 공포보다 이재명 대표의 집권에 대한 공포를 더 크게 느낀다. 이들이 진영 대결이라는 틀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 큰 문제는 진영 간 싸움이 선악 구도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이재명만 우리나라에 없으면 조금 제대로 돌아갈 것 같다”(60대 여성 A씨), “대통령이 되면 절대 안 돼. 무섭다”(70대 여성 D씨) 등의 인식에는 토론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상대방은 타도 대상일 뿐이다. 선을 넘어버린 일부 시민들만의 문제일까. 최근 책을 내며 정치 활동을 재개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이 대표다. (중략) 이재명 정권 탄생을 막기 위해 계엄의 바다를 건너자”고 했다. 진영 간 선악 구도 대결을 고착시킨 건 기성 정치권인데, 정치인들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일부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 증오심에 올라타려 한다.

지난 2월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서울대공동행동 등 진보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한 보수단체 회원이 손팻말을 들고 탄핵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 2월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서울대공동행동 등 진보단체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가운데 한 보수단체 회원이 손팻말을 들고 탄핵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분자화된 개인이 광장으로

이번 탄핵 반대 집회는 종전의 집회와 달리 청년 세대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친구들과 함께, 연인과 함께, 유아차를 밀고 집회에 참가한 이들이 많았다. 성비를 따져 보면 남성의 비중이 높았지만, 여성 참가자의 수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30세대 심층 인터뷰 대상자 5명 전원이 모두 남성인 것은 ‘2030 남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가져서가 아니라 여성 참가자들을 인터뷰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에게는 일정한 공통점이 발견됐다. 이들은 계엄 이전부터 자신들의 정치 성향을 ‘보수’라고 생각했다. 지난 대선에서 투표권이 있던 이들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유튜브를 통해 정치 관련 정보를 직접 찾아보는 정치 고관여층으로, 이론적으로 무장돼 있었다. 이들에게도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노년층과는 달리 사회·경제 정책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보수에 가까웠다. 예컨대 인터뷰 대상자 대다수가 경제정책에 있어 성장을 지향하고, 복지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봤다. 선호하는 복지정책의 기조는 선별복지다. 대학생 B씨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에게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챙겨주는 건 괜찮다”고 했다. 취업준비생 F씨도 “일할 의지가 있는데 일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게 지원해야지, 모든 사람한테 주는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이들에게 복지는 약자가 누려 마땅한 사회적 권리가 아니라 사회가 주는 특혜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에 대한 관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B씨는“약자에게 동등한 권리를 챙겨주는 건 찬성한다. 그런데 일반 국민에게 피해를 주고 역차별로 작용한다면, 그들에게 주는 권리를 제한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들은 철저히 개인화돼 있고, 손해에 민감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엄격하게 같은 논리를 적용한다. F씨는 전장연에 대해 “장애인을 도와야 하는 건 맞지만, 장애를 권리로 내세워도 되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수년째 취업을 준비 중인 그는 스스로에 대해 “자유민주주의는 열심히 해야 결과가 나오는 거 아니냐.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데 노력을 안 해서 이런 것 같다. 제가 능력이 없다고 무조건 배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특권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분자화된 개인들에게 다른 정치적 선택지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는 이유를 설명해 주지 못한다. 이들과 정치 진영의 끈끈한 결합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을까. 고르게 관찰되는 것은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이들의 긍정적 반응이다. 대학 입학을 앞둔 20대 E씨에게 여가부 폐지는 숙원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는 “진지하게 얘기한 건 아니고 농담처럼 하는 얘기였다. 여가부를 폐지한다고 얘기하는 게 (교실 내) 주류였다. 대선 때 윤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놨을 때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주변 친구들도 그랬다. 폐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구하고 있는 20대 H씨의 지난 대선 투표에는 여가부 폐지 공약과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페미니즘이 모든 남성을 다 싸잡아서 잠재적 범죄자로 생각하는 건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반감도 (지난 대선 투표에)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했다. 이 반감은 이쪽을 지지해야 할 이유로 기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저쪽을 저지해야 할 이유로도 쓰인다. B씨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페미니즘이 강화된다고 본다. 그것 때문에 (탄핵에) 반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페미니즘뿐 아니라 여가부가 강화되고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질 것 같다”고 했다.

젠더 갈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혐오의 언사를 공론장에서 공공연히 발화한 정치권의 책임이 적지 않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 시절 전장연 시위를 “수백만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 공격하며 여론지형에서 전장연을 고립시키는 데 앞장섰다. 정치 지도자가 태도로나마 약자에게 관용을 보이던 불문율을 깨트렸고, 정치로 풀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었다. 젠더 갈등에서도 그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보는 대학생 C씨는 “이준석 대표로부터 시작됐던 반페미니즘 정책이 젠더갈등을 악화시켰다고 본다. 2030 여성이 민주당 강성 지지층이 되게 하는 역할이 있었다”고 했다.

이들은 정치 고관여층이었지만, 현실 세계에서 타인과 정치 관련 의견을 나누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이야기를 나눌 주변인이 있는 경우도 소수에 그쳤고, 채널도 다양하지 않았다. 정치적으로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이나 페미니스트와 진지하게 대화를 해본 경험도 없었다. C씨는 “정치 이야기는 고향의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조금씩 한다. 대학에서는 종교나 정치 얘기는 안 하려고 하는 분위기다. 시사나 정치에 대한 얘기는 피했던 것 같다”고 했다. 연결과 접촉이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경기 안산의 제조업 공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20대 H씨는 반중국, 반민주노총, 반페미니즘 등 가치관 대부분에서 또래와 유사한 입장을 보였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는 다소 다른 입장을 취했다. 그는 “안산 공장에서 일할 때 외국인 노동자가 절반은 됐다. 먼 나라까지 와서 적응하고 일하는 것도 힘들 텐데, 그분들에 대해 악감정은 없다”고 했다.

광주 시민들과 전화번호를 교환한 A씨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나면 다시 광주에 방문하기로 했다. 탄핵이 인용되면 광주 시민들이, 탄핵이 기각되면 A씨가 밥을 사기로 했다. 그는 “‘광주 간다’니까 식구들이 ‘죽으려고 가냐’고 했는데 친구 됐다. 이념을 떠나서”라고 했다.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대화를 해야 한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3010900021

 

극우가 됐다, 저쪽이 싫어서

[주간경향] 지난 2월 15일 저녁 광주광역시 금남로의 한 교차로, 타지에서 온 듯한 60대 여성 A씨가 한 무리의 여성에게 길을 물었다. A씨 손에는 둘둘 말아놓은 대형 깃발이 들려 있었다. 반대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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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세력에 짓밟힌 ‘깨진 민주주의’ 찾아오기
입력 : 2025.02.27 21:25 수정 : 2025.02.27 21:29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좌파와 우파가 아닌 극우 세력이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해방 이후 특정 보수우익 정당이나 종교단체가 아닌 불특정 집단의 움직임에 충격을 받은 시민들이 적지 않다. 독일 나치즘이나 이탈리아 파시즘 추종 세력들과 흡사한 한국 사회 극우 세력의 등장일지도 모르겠다. 자유당 시절에나 존재했던 ‘반공청년단’을 지칭한 집단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한 것은 그 전조였다. 며칠 후 서울서부지법 점거와 폭력 사태의 반동적 행태가 벌어졌다. 급기야 ‘캡틴 아메리카’ 복장의 극우 유튜버가 국가인권위원회 엘리베이터까지 점거했다.

독일의 정치사회·철학자 해나 아렌트가 언급한 인간의 판단과 사유 능력의 부재에서 비롯된 ‘악의 평범성’을 보는 듯하다. 다수의 성난 개인, 즉 폭민(mob)의 씁쓸함으로 치부하긴 어렵다. 사실 국회, 법원, 인권위는 대의민주주의와 헌정질서 그리고 인권의 공간이다. 이곳은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 장애인, 이주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찾았던 곳이다. 지배권력이나 자본의 억압과 착취에 그나마 하소연할 수 있는 최후 보루였다. 그런데 군사독재 정권 시절 국가폭력이 난무하는 시기에나 가능한 행태들이 자행되었다.

이 때문에 이제는 소위 ‘87년 민주주의 체제’의 불확실성을 재구조화할 시점이다. 인권, 평등, 정의, 복지, 기후와 같은 보편적 가치는 자본주의 경제와 안보에 묻히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불평등보다는 공정이, 절차와 과정보다는 결과가 우선시되는 사회를 겪은 바 있다. 지역과 세대 및 젠더 갈등은 사실 정치권이 갈등을 더 부각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여야 정치권에서도 ‘민생’을 앞세운다. 금투세, 소득세, 상속세 논쟁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지난 2월23일 독일 총선에서 드러난 진보와 보수 정당의 공약 속에서 여러 시사점을 찾아야 한다.

독일 연방의회 선거는 정치의 극단화였다. 극우와 극좌 정당이 정치적 추진력을 얻었고 사민당(SPD)은 참패했다. 28.6%의 중도우파 정당(CDU/CSU) 다음으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20.8%로 2위를 차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극우 정당이 거둔 가장 높은 득표율이다. 사민당은 16.4%로 1887년 이래 가장 낮은 득표를 했다. 그나마 위안은 11.6%를 얻은 녹색당(Grune)의 선전이다. 기후와 에너지 문제부터 우클릭하지 않고 독자적 의제를 꾸준히 제기한 성과다. 아마도 단편적이지만 친숙한 신호등 연합이 구성될 터이고, 진보 정당의 목소리가 묻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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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연금개혁 분수령 된 ‘자동조정장치’

농민들을 왜 불러

든든한 연대, 단단한 민주주의

우선 ‘민주주의 증진법’이나 ‘차별금지법’ 강화가 눈에 들어온다. 공공장소를 혐오로부터 보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시민참여가 제시되었다. 디지털 폭력 방지법이나 허위 정보에 맞서 싸우기 위한 미디어 기술 개발 그리고 극우 세력의 자금출처 공개와 감시 강화 공약은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사민당이나 녹색당이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부터 성별 임금격차 해소 및 공동결정제도는 크게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극우와 연대하지 않고 역사적으로 제도화된 사회적 유산을 깨트리지 않으려는 시민의 목소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독일 또한 시장주의적 질서와 정치적 우클릭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선거기간 동안 소득세, 재산세, 상속세, 법인세, 금융거래세 등 진보 정당의 목소리는 외면받았다. 분배정의 실현을 위한 ‘억만장자 세금’인 부유세 도입과 대기업 자산의 ‘특권적 대우 폐지’인 상속세는 지지받지 못했다. 오히려 선거 국면마다 극우와 보수 정당은 ‘경제’와 ‘안보’, ‘난민·이민’ 캠페인에 집중했다. 지난 몇개월 우리도 12·3 계엄과 내란 세력이 극우와 연합한 풍경을 접하고 있다. 탄핵 이후 노동자, 시민이 주체가 되어 낡은 정치를 떨치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 국회와 함께 노사정 주체들이 시민의회를 운영하면 어떨까 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

 

 

“12·3 쿠데타, 윤석열 ‘개인’ 망상이 아니라 거대한 극우 ‘세력’의 부상”
입력 : 2025.01.22 06:00 수정 : 2025.01.22 06:01정유진 논설위원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5년부터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민주주의·시민사회·사회운동·불평등 문제 등을 연구해왔으며, <그런 세대는 없다: 불평등 시대의 세대와 정치> <한국정치 리부트> 등 10여권의 저서와 공저를 출간했다.
20여년 동안 극우와 민주주의 퇴행에 관해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치사회학자로서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0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하려 했는데, 다시 새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12·3 이후의 사회학은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사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신 교수만큼 보수 정치 극우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학자도 드물었다. 논문은 물론 각종 기고문과 방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독재화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급속도로 확산된 미국·유럽의 극우를 관찰해온 그로선 윤석열 집권 2년차부터 노골화되기 시작한 극우·독재화의 징후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참패한 윤석열이 국정 방향을 바꾸긴커녕 오히려 대통령실과 각종 정부기관 최고위층을 가장 극우적인 인물로 교체한 것은 섬뜩한 예고처럼 보였다. 같은 해 5월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이 군사독재 정권이었던 가봉보다 순위가 떨어진 것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작 한국 사회는 이미 익숙해진 탓에 독재로 근접해가고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것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윤석열이 12·3 친위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그러나 신 교수는 “나도 이 정도일 줄은 정말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2·3 쿠데타는 윤석열 개인의 망상이 아니라 그를 정점으로 한 거대한 극우 ‘세력’의 부상을 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극우세력이 초기 조직화-대규모 조직화-대중화-주류화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뒤흔들 만큼의 권력을 쥐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궤멸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윤석열과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극우세력을 선동하면서, 보수 지지층이 극우화하는 파시즘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우려했다.

87년 민주화 이후 살아남은 세력
조직화·대중화·주류화 거치며
헌정질서 흔들 만큼의 권력 잡아
학자로서 사태 예견 못해 반성

경제 불안·전쟁 위기 내몰린 시민
극단적 해결 약속하는 선전에 끌려
기존 정치 세력의 무능함도
극우가 밀고 들어올 공간 만들어

피식민지였던 역사적 경험이
극우와 결합되며 식민지배 정당화
친일·성조기 숭상으로 나타나
반페미니즘 등과 연결 동맹 확장

돈과 표가 필요한 세력 상호작용
관람자의 위치에 서 있으면서
민주적 세상 유지 기대하면 안 돼
결국 시민들이 문화를 바꿔가야

극우, 사회가 합의한 가치 원천 부정

- 보수와 극우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흔히 보수가 좀 과격해진 것이 극우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이념·이데올로기에서 그 둘은 원칙적으로 구분됩니다. 보수주의는 대체로 법과 질서, 전통과 윤리를 중시하는 이념이에요. 진보주의자들이 질서와 전통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개혁하려는 것과 대조되죠. 반면 극단주의는 정치적 이념이나 사상으로 보기 힘들어요. 반유대주의·안티 페미니스트·백인우월주의 같은 다양한 종류의 이데올로기라고 볼 수 있죠. 이들의 공통점은 민주주의·인권·평등·법치같이 사회가 합의한 보편적 가치를 부정한다는 겁니다. 단순히 언어나 행동이 극단적인 걸 뜻하는 게 아니에요. 어떤 정치인이 ‘경제발전을 위해 군사독재로 노조를 없애야 된다’는 주장을 아무리 점잖게 펼치더라도, 그건 아주 위험한 극단주의 행동인 겁니다. 극단주의 중에서도 특히 극우는 평등의 가치를 부정하는 특성이 가장 강합니다. 계층·성별·인종에 상관없이 보편적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격렬한 저항과 증오를 나타내요. 사회적 위계와 불평등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힘에 대한 열망, 권위주의와도 연결됩니다. 이 기준으로 봤을 때, 지금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상당한 정도로 극우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헌법을 위반하고, 법원에서 폭동을 일으키면서까지 자신들이 원하는 질서를 세우려 하는 것은 법과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와 분명히 구분되는 극우적 행태입니다.”

- 지난 10여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극우가 크게 확산하고 있습니다.

“서구의 극우화 현상이 왜 가속화되고 있는지 설명하는 몇가지 이론이 있습니다. 먼저 세계화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구조적 불안’의 증가입니다. 이주, 경제적 불안, 전쟁 위기 등의 상황은 단순하고 극단적인 해결책을 약속하는 극단주의 선전에 이끌리게 만드는 경향을 낳습니다. 하지만 그런 구조적 불안이 필연적으로 극우주의로 나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공황이 발생한 1932년 독일에선 나치당이 제1당이 됐지만, 바로 같은 해 스웨덴에서는 사회민주당이 처음으로 집권을 했어요. 미국에선 루스벨트의 뉴딜이 시작됐고요. 즉, 구조적 불안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세력의 무능이 극우가 들어올 공간을 만드는 겁니다. 여기에 지난 10여년 동안 유튜브·트위터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이 대중화되면서, 극우 담론과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세를 확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습니다. 서구의 극우 확산 원인을 설명하는 이 모든 내용들은 한국 극우의 부상에도 적용됩니다.”

- 아직도 공산주의 척결을 외치거나 성조기를 흔드는 것은 한국의 극우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양상 같습니다.

“한국과 미국·유럽의 극우에는 역사적 맥락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첫째는 ‘식민지 경험’입니다. 미국·유럽은 식민주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지금도 서구중심주의, 백인우월주의가 극우 이데올로기의 큰 부분을 차지해요. 반면 한국은 피식민지였죠. 그러한 역사적 경험이 강자에 대한 순응과 보편적 인권을 수용하지 않는 극우주의와 결합하면, 식민지배 정당화로 이어집니다. 자신을 강자와 동일시하면서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을 이상주의적, 비현실주의적인 것이라 조소하죠. 이것이 친일 성향이나 성조기 숭상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맥락은 ‘한반도 분단 체제’와 ‘반공 냉전 체제’입니다. 반공 극우가 이데올로기, 통치기구, 지배양식, 지배집단을 모두 장악해 공고한 제도적 레짐을 유지했던 기간이 일제강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무려 70년에 달합니다. 그 역사적 유산이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질기게 남아 있어요. 그러다보니 서구의 극우와 달리 한국에선 여전히 반북·반공 이데올로기가 극우의 핵심인 겁니다. 여기에 반노조·반페미니즘·반LGBT 등이 결합하면서 동맹을 확장해가는 중이고요.”

극우의 대중화, 박근혜 탄핵과 함께 시작

- 하지만 갑자기 확인된 엄청난 규모의 극우세력은 당혹스러울 정도입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약 40년 동안 극우세력이 어떤 형태로 존재해왔던 겁니까.

“민주화 이후 극우의 확장 과정은 4단계로 살펴볼 수 있어요. 첫째는 ‘초기적 조직화’ 단계입니다. 독재 정권 때는 국가 자체가 극우니까 조직화가 필요 없었지만, 민주주의하에서는 언제든 저쪽으로 정권이 넘어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생겼죠. 그 대응으로 아래로부터의 자생적인 조직화가 시작됐습니다. 이승만의 반공연맹을 계승한 자유총연맹, 전두환의 사회정화위원회에 뿌리를 둔 바르게살기운동본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이 모두 민주화 직후인 1987~1989년 사이 창립됐습니다. 진정한 변화가 일어난 건 2단계 ‘대규모 조직화’ 단계예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입니다. 이들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을 ‘북한의 위장전술’이라 여겼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실패 후 2004년 열린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을 차지하자, 보수가 궤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죠. 이 시기에 뉴라이트가 탄생하고, 침잠해 있던 기존 극우단체들이 다시 활성화되는 등 극우세력의 폭발적인 조직화가 이뤄집니다. 다음 3단계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함께 시작된 ‘극우의 대중화’입니다. 이전 단계까지는 태극기집회 참석자 대부분이 보수·극우단체 회원 위주였는데, 이때부터 자발적 시민 참여가 늘어나요. 카톡·유튜브로 각성한 소위 ‘애국보수’들이죠. 촛불시민의 거울상처럼 된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 초기에 북·미 회담이 진전되고 남북관계가 가까워질 땐 이런 극단적인 반공·반북 세력들이 다수 시민의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 문 대통령 국정운영 긍정 평가가 70% 이상이었던 시기도 많았고요. 그러나 하노이 회담 실패가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됩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개성공단을 폐쇄했는데도 문재인 정부가 계속 대화를 시도하니까, ‘북한에 나라를 갖다바치려 한다는 극우들의 말이 맞았네’라고 생각하는 보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극우의 저변이 더욱 확산될 수 있는 국제적 정세가 생겨나게 된 거죠.”

- 그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거군요.

“그렇습니다. 윤석열 정권과 함께 극우는 완전히 새로운 단계인 4단계로 접어듭니다. 바로 ‘극우의 주류화·권력화’ 단계입니다. 사실 이게 상당히 역설적이에요. 윤석열 정권은 극우의 대중화 덕분에 탄생한 게 아니라, 오히려 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 체제하에서 ‘청년 우파’ ‘새로운 보수’ 이미지를 내세워 극우 색채를 희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거든요. 윤석열 대통령 자체도 이념성이 특별히 강하지 않았던 사람이고요. 다만 극우 친화적인 인성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는데, 대통령이 된 후 극단주의 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극우 이데올로기를 빠르게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집권 2년차부터는 극우인사들을 국민의힘과 정부 요직에 집중적으로 박아넣는 시기로 넘어갑니다. 극우가 조직화·대중화를 거쳐 보수 정치의 주류를 차지하고, 국가권력의 최상층에 자리 잡게 된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갑작스럽게 극우라는 존재가 우리나라의 민주적 헌정을 뒤흔들 수 있는 정도의 힘을 갖게 된 거예요.”

파시즘의 대중적 토양 ‘상상 그 이상’

-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너무 충격적입니다. 12·3 계엄 사태가 한국 극우에 새로운 장을 연 것 같습니다.

“12·3 이후 한 달여 동안에 추가적으로 나타난 징후가 파시즘이에요. 윤 대통령이 독재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전쟁 도발을 시도하고, 다량의 실탄과 고문도구를 대기시킨 사실이 검찰 공소장을 통해 드러나 있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독재·전쟁·제노사이드라는 3대 국가폭력이 실행에 옮겨질 뻔했다는 사실조차 믿기 어려운데,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파시즘의 대중적 토양이 이 정도일 줄은 상상하지 못했어요. 국민의힘 지지율이 12·3 이전으로 빠르게 회복되다 못해 오히려 더 높아진 것도 그게 아니고선 설명이 안 됩니다. ‘민주당이 싫고 이재명이 싫어서’라는 여러 얘기들이 나오지만, 국민의힘은 쿠데타를 옹호하고 있는 정당입니다. ‘상대방이 너무 싫어서 권력을 잡지 못하게 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전복해도 상관없다’까지 가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파시즘적 요소인 거예요. 이건 정치적 양극화의 차원이 아닙니다. 나아가 국민의힘 지지율 증가와 질적으로 또 다른 차원의 문제가 바로 윤석열 탄핵 반대 여론입니다. 모든 걸 다 양보해서 국민의힘 지지율까지는 이해한다 하더라도, 쿠데타를 일으켜 국회에 군을 투입한 윤석열을 복귀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32%가 나오는 것은 더 이상 다르게 이해할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 눈을 의심한 또 하나의 여론조사 결과가 있는데, MBC 신년 여론조사에서 부정선거를 믿는다는 응답률이 29%가 나왔어요. 국민의힘 지지층만 놓고 보면 65%에 달합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이 극우화되고 있는 거예요.”

- 12·3 이전까지 지지율이 바닥이었던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갑자기 극우들이 뭉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극우는 하나의 견고한 이념이 아닙니다. 공통이념을 가진 동질적 집단이 아니라 여러 이질적인 이데올로기들이 느슨하게 모여 있는 집합체이기 때문에, 그 안에는 자기들끼리도 극복 불가능한 균열이 있어요. 예를 들어 반페미니스트가 반드시 독재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러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들을 강하게 뭉치게 만드는 동인은 ‘공동의 위기의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12·3 직전 국정 긍정 평가가 18%였을 만큼, 좌우를 막론하고 인기 없는 대통령이었어요. 그런데 탄핵되려고 하니까 갑자기 극우들이 윤석열을 중심으로 뭉치는 이유는 거대한 백래시의 대동맹으로 볼 수 있습니다. 윤석열이 좋아서라기보다는 탄핵 뒤에 오게 될 사회를 생각하니 온갖 종류의 위기의식이 생기는 거죠. 또 하나 언급하고 싶은 것은, 극우세력이 반드시 신념이나 이데올로기를 위해 활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도를 늘려야 하는 종교단체들, 클릭수를 올려야 하는 선정적인 극우 유튜버들은 이 국면에서 본능적으로 어떻게 해야 돈이 들어오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선거 때문에 극우 유권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빼놓을 수 없겠죠. 돈과 표와 신도가 필요한 사람들이 지금 극우를 선동하고 있는 겁니다.”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화 과정과 닮은꼴

- 대통령과 국민의힘 등 주류 정치인들이 극우를 선동하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염려스럽습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서부지법 난입자들을 “애국시민”이라 호명하기까지 했습니다.

“흔히들 제도권 바깥의 극우가 세를 불려나가면서 권력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는 진보·보수 엘리트를 위협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중심부의 보수 엘리트들이 아스팔트 극우를 선동해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동을 부추기고, 그로 인한 이득은 자신들이 챙겨가는 식이죠. 그게 바로 윤상현 의원이 한 행동입니다. 문제는 정치 엘리트들이 극우화하면, 극우가 아니었던 지지층으로까지 극우적 태도가 확산된다는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부정선거론이죠. 민경욱 전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극우 유튜버들이 떠들어댈 때는 귀담아듣지 않았던 사람들도 현직 대통령과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이 이구동성으로 부정선거 때문에 계엄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니, 갑자기 음모론을 믿기 시작합니다. 12·3 전에는 1%도 믿지 않았을 부정선거론이 12·3 이후 두 달도 안 돼서 30% 가까이가 믿고 있다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보세요. 이 메커니즘이 굉장히 아이러니합니다. 국힘은 극우 색채를 탈색해 정권을 잡았지만 그 후 스스로 극우화했고, 그들을 따라 보수 유권자층도 극우화됐습니다. 이 메커니즘의 마지막 단계가 뭔지 아십니까. 앞으로 국힘 정치인들은 극우적인 스탠스를 취해야만 국힘 지지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가게 될 겁니다. 극우화한 지지층을 거스른 정치인은 다음 공천을 못 받게 될 테니까요. 극우 정치세력과 극우 사회세력의 상호작용이 한번 가속화되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수가 없어요. 그것이 정확히 미국 공화당이 트럼프화돼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논설위원의 단도직입구독
“언론, 내란 세력 궤변과 처절하게 싸우지 않으면 더 큰 곤경에 빠질 것”

“광장 밝힌 2030 여성들…그들은 말합니다, 우린 늘 여기 있었다고”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윤석열 탄핵안’ 100% 인용할 것”

- 극우의 확산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회 제도와 기본 가치를 공격하고 위협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당연히 엄중히 처벌해야 합니다. 그러나 극우적인 태도나 신념을 공권력으로 막을 순 없어요. 그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자기모순이 되니까요. 결국 시민들이 사회 저변과 문화를 바꿔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도처의 미시적 차별과 혐오는 거대 폭력과 다 연결돼 있습니다. 극우가 왜 위험하고 틀렸는지,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분명한 목소리로 말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극우 행위자들이 너무 액티브한 데 반해, 그것을 두려워하는 시민들은 너무 소극적이에요. 국가와 정당정치가 지켜줄 걸로 생각하고 관람자의 위치에서 민주적인 세상이 유지되기만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지금 국면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정유진 논설위원
정유진 논설위원

 

https://www.khan.co.kr/article/202501220600015

 

[논설위원의 단도직입]“12·3 쿠데타, 윤석열 ‘개인’ 망상이 아니라 거대한 극우 ‘세력’의

20여년 동안 극우와 민주주의 퇴행에 관해 연구해온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지난 20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정치사회학자로서 이런 사태를 예견하지 못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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