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 노트 Notes on the Politics of Korea

홍세화님의 짧은 틔위터 글을 보고 몇 가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1. 안타까운 현실


자본주의의 병폐적 속성들은 외면하고, 자본가와 전문경영인의 ‘창조적 파괴’야말로 한국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좌파니 우파니 하는 이데올로기는 이미 미국 정치학계에서는 취급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가 바로 안철수입니다. ‘너희들(민주당 문재인 후보 등) 나 없이 잘 되는지 한번 두고 보자’는 무언의 밴댕이 심리학으로 무장한 채, 대통령 선거 당일 비행기표 끊어서 미국으로 가버린 자칭 정치개혁가가 있습니다. 그가 바로 안철수입니다.


그 안철수씨가 진보정의당 노회찬씨의 지역구 (노원구)에 출마한다고 하는 시점에, 홍세화 진보신당 전 대표의 틔위터의 글은 안타까움과 씁쓸함을 자아냅니다. MBC 사극 드라마 <다모>에서 나온 “너도 아프냐? (네가 아프니) 나도 아프다”는 대사처럼 ‘공감과 공명’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노회찬 당신도 강자인 안철수씨에게 당해보니 어떻냐? 그렇게 당해보니 진보신당의 서러움을 조금은 이해하겠지?” 이렇게 해석되기 때문에 씁쓸합니다.




2. 노회찬 의원이 잃어버린 것 :


정치판이 제대로 되었더라면, ‘좋은 그림’이려면, 삼성재벌이 떡값 검찰을 정치적으로 매수하고 삼성자본이 국가권력자체를 장악하기 위해서 벌인 ‘삼성 X-파일’의 실체를 드러낸 노회찬 진보정의당 의원을 범법자로 만든 ‘통비법’과 ‘법원’을 대상으로 투쟁을 벌여야합니다. 공익과 공동체의 이익보다 ‘삼성’의 재산권 보호와 사적 이익을 더 중시하는 판결은 대한민국 공화국의 ‘헌법’을 유린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노원 (병)에 어떤 후보를 내느냐는 그 다음으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노원 (병) 보궐선거와 교묘하게 얽힌 정치적 세팅 때문에, 더 큰 사회개혁 주제보다는 노회찬 패밀리 대 안철수 패밀리 드라마가 더 크게 방송되고 있습니다.


저는 여의도 의회와 행정(구청장, 군수, 시장, 도지사 등)은 우리의 중요한 정치적 실천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지난 12년간 진보정당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진보정당 노선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서라도 운동가와 정치가 (*이런 이분법은 불필요합니다만)들의 인간관계가 더욱더 깊고 오래가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8년간 (2004년 민노당 10석~2012년 대선) 뒤돌아보면, 진보정당과 좌파의 인간관계가 얼마나 살얼음처럼 깨지지 쉬운지를 보게 됩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감탄고토:甘呑苦吐)는 말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홍세화 전대표의 틔위터를 보면서, 국회의원 의석(議席)은 잃을 수도 얻을 수도 있지만, 정치적 동료의 마음의 자리, 심석(心席)은 결코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홍세화 전대표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첼로를 연주하는 멋진 좌파라고 노회찬을 응원하던 고등학교 선배이자 정치적 동지였습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03889.html([홍세화칼럼] ‘첼로를 켜는 노회찬’: 2010.02.09 한겨레신문)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박정희 독재와 맞서 싸우던 홍세화, 7~80년대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경험한 노회찬, 이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함께 한 시간들은 30~40년이 넘습니다. 불과 2~3년 정치 노선의 차이가 더 크다고만 해석해야 할까요? 왜 이 시점에 안철수와 노회찬 사이에는 한강이 흐르고, 노회찬과 홍세화 사이에는 청계천 실개천이 흐르는데, 차이와 격차를 말하자면 이렇게 표현해야 올바른데, 어쩌다가 ‘첼로’에서 ‘너도 당해보니 아프냐?’로 돌변했는가?

캐나다와 북극에는 감나무가 살지 못합니다. 감을 수확할 때, 맨 위 나뭇가지에 걸린 감들은 지나가는 ‘까치’ 새들의 밥으로 남겨둡니다. 2012년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까치 밥’도 남겨줄 수 없었던 그 가난하고 또 너무나 빈궁했던 노회찬의 마음을 홍세화는 탓하고 있는 것입니다.


3. [후기] 복잡한 정치적 문제들


노회찬의 노원 (병) 당선은 반-새누리당 노선(야권 단일화)과 직결되어 있고, 노회찬 의원직 상실은 자본권력에 기생하는 법조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보궐선거는 전문경영인 안철수씨가 ‘지금까지는 내가 많이 양보했다 아니가? (박원순에게 서울시장 후보를, 문재인에게 대선 후보를) 내 몫 찾으러 왔다. 양해 좀 해주이소’라는 야권 단일화 정신에 기초해 있다.


야권 단일화니, 진보대통합이니 2~3년 만에 다 깨끗이 세탁되었다. 노회찬의 한때 정치적 파트너 통합진보당도 노원(병)에 나오고, 민주당도, 안철수씨도, 진보정의당 후보도 나온다고 한다. 잘못된 진보 <독자>-<통합> 구도틀, 2~3년만에 드러난 실체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라는 현실주의 정치, 레알 폴리틱 (RealPolitik)이다.


한국에서 진보와 좌파, 무엇을 먹고 사는가? 심리적 응원의 힘으로 살아간다. 노회찬 전의원이 잃어버린 것이 보이지 않는 표로 잘 계산되지 않은 이러한 심리적 응원, 중국 팔로군의 인해전술, 성동격서만큼이나 강력한 마음의 박수소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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