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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민주당

[펌] 조응천. 윤석열 후보의 자숙을 촉구.

by 원시 2022. 2. 11.

조응천

<윤석열 후보의 자숙을 촉구합니다>


Ⅰ 
누가 뭐래도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최대의 인사 수혜자였습니다. 모든 인사 관행을 깨고, 규정을 바꿔가면서 고검 검사 윤석열을 일약 국내 최대의 중앙지검 검사장으로 발탁하고, 2년 만에 무려 5기수를 뛰어넘어 장관급인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것은 전례가 없는 파격인사였습니다.


윤석열 고검 검사가 문재인 정부 출범 2년 만에 검찰총장을 꿰찰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뭐래도 2016년 박영수 특검팀의 수사팀장으로서 국정농단사건을 수사한 성과와 중앙지검 검사장으로서 문재인 정부 초기 2년 동안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해온 공을 인정받은 점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윤석열 후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누가 누구를 보복하나. 그러면 자기네 정부 때 정권 초기에 한 것은 헌법 원칙에 따른 것이고, 다음 정부가 자기네들의 비리와 불법에 대해서 한 건 보복인가”


물론 현직 검찰총장 자리를 박차고 바로 야당 대선 경선후보로 직행한 점으로 미루어 현 정부에 대해 좋게 말할 것을 기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치가 아무리 냉정하다지만 그래도 한직에서 허덕대던 자신을 검찰 수장으로 발탁시켜준 것은 다 잊고 “자기네 정부”라니요? 그럼 당신은 어느 정부의 검찰총장이었습니까? 과실만 따먹겠단 심보인가요?



윤 후보는 이전 정부에 대한 수사가 정치 보복으로 흐르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다 시스템에 따라서 하는 것”이라며 “제가 문재인 정부 초기에 했던 것이 대통령의 지령을 받아 보복한 것이었나” “검찰 수사는 사법부의 견제, 통제를 받으면서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법과 시스템에 따라 수사를 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어땠습니까?


사문화되다시피 하여 거의 적용되지 않던 직권남용죄에 국한해서만 보더라도 국정농단사건 때부터 현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 과정 내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전직 대통령부터 대법원장, 국정원장, 청와대 비서실장, 장관까지 기세등등하게 구속하였으나 결국 대부분 무죄 확정을 면치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윤석열 자신도 직권남용죄로 수사받는 처지에 처하게 되자, 급기야 '공무원들이 직권 남용으로 무분별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포괄적인 권한 행사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코미디를 연출하기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이 지휘한 적폐청산 수사과정에서 윤석열의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변창훈 차장검사 등 4명의 피의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전대미문의 대참사가 발생하였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피해자들이 윤석열 검찰의 수사에 불만을 갖고 있음에도 유력 대선후보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죄가 선고되어도, 피의자가 운명을 달리하여도 수사검사나 지휘라인 그 누구도 책임지는 자가 없었습니다.
이렇듯 윤석열 검찰총장의 ‘법과 원칙, 시스템에 의한 수사’는 답이 정해져 있는 수사였고, 재판결과에 검사가 책임지지 않는 일방적 수사였습니다. 


당연히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보이지 않은 많은 이들의 고통이 따랐고, 그 피와 눈물 위에 지금의 윤석열 후보가 서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은 법과 시스템에 따라 수사를 한 것이라고 강변하니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무죄를 받을지라도 가차없이 타인은 구속기소하면서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윤석열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뒷조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온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관련자들의 사건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각각 대법원까지 올라가 확정이 됐는데,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진 이유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분리기소함으로써 각 재판에서 주장·증명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 결과'라고 설명합니다. 


공교롭게도 이현동 전 청장이 위 수사를 전후한 시점에 건진법사와 관련된 '연민복지재단'이라는 법인을 설립한 사실과 오버랩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22.2.7.자 노컷뉴스 [단독]'이현동 무죄' 하나의 법원, 엇갈린 판결…수사 책임자 윤석열) 
부인의 주가조작과 경력사기, 장모의 땅 투기와 부정비리는 철저히 외면하는 윤석열 후보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은 무엇인지, 윤석열 후보가 꿈꾸는 미래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윤석열은 또 이렇게 말합니다. 


“민주당 정권이 검찰을 이용해서 얼마나 많은 범죄를 저질렀나. 거기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요.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검찰을 쥐락펴락한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열 자신입니다. 바로 그런 분이 스스로 범죄행위를 자백하는 것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2019. 12월 한 종편프로그램에서 방영한 “윤석열의 충심”이라는 코너에서 윤석열 총장은 이렇게 말하죠 


“문 대통령에 대한 충심엔 변화 없다. 성공 위해 내가 악역 맡은 것”이라고요. 이 또한 윤 총장 스스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한 것인가요? 


민주당 정권 누군가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범죄행위를 시켰다면 공개적으로 밝히면 됩니다. 그러나 상응한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다름 아닌 윤석열 바로 당신일 것입니다. 



3년 전 저는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윤석열의 검찰총장 임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수사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법치주의를 헌신짝 버리듯 우습게 여기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요. 피의사실 공표 등 탈법행위도 서슴치 않는다고요.


저도 올해 환갑이지만, 환갑넘은 사람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독야청청한 양 자신은 적폐청산의 주체일 뿐 객체는 타인이라고 강변하는 윤석열 후보의 모습은 참 낯설기만 합니다. 
윤석열 후보의 자숙을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