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소나무 논쟁 (2) 사전 예방 장치가 숲 가꾸기와 내화수림 구축, 임도 등 토론, 소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산불 빈도수 증가한 원인, 이상기후, 가뭄,홍수,이상고온 현상 등 과학적 분석 필요
2019년 1월 2일. sbs 뉴스, 강원도 영동지방 산불이 잦은 이유 설명. 4가지 요소들.
1) 공기 건조함
2) 바람. 강풍 (초속 3m 바람 - 5.8배 더 빠름. 초속 25~30m 경우 시속 70km 효과를 냄)
3) 수종, 소나무
4) 산 경사면 30도 경우, 산불 확산을 더 빠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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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해안 산불 왜 잦나?…'건조·강풍·소나무' 최악의 3박자
정구희 기자
작성
2019.01.02 21:03
<앵커>
겨울이면 이렇게 동해안에서 산불 소식이 잦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천년고찰 낙산사가 한순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리기도 했는데 유독 이런 겨울에 강원 동해안 지역에 산불이 많이 나는 이유가 뭔지, 정구희 기자가 설명해드립니다.
<기자>
산불이 난 강원도 양양에서는 지난 3주 동안 건조 특보가 이어졌습니다.
산불이 난 곳의 습도 역시 16%까지 떨어져 있었습니다.
습도가 이렇게 낮아지면 나뭇잎의 수분함량이 10% 아래로 떨어지면서 산불 확산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겨울이 되면 서쪽에 고기압, 동쪽에 저기압이 머무는 서고동저형 기압배치가 이뤄지는데 이 때문에 매우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붑니다.
이 북서풍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푄 현상으로 더 건조해지는데 이 영향으로 양양 같은 동해안 지역은 극도로 메말라집니다.
어제(1일) 오후 양양 지역에 불던 초속 10m의 강한 바람도 불길을 키웠습니다.
초속 3m 바람에 불의 확산속도는 5.8배 빨라지고 초속 6m 바람에는 최대 27배나 빨라집니다.
동해안에 많은 소나무 숲도 불길 확산에 취약합니다.
참나무와 함께 불을 붙여 보니 소나무가 더 오랜 시간 타오르고 잔불도 많습니다.
[이병두/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 : 소나무는 정유 물질(기름 성분)이 20% 정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게 불이 붙었을 때 불이 강하고 오래 지속이 됩니다.]
산의 경사가 30도가 되면 불이 위쪽 나무로 잘 옮겨붙으면서 산불 확산 속도가 3배 정도 빨라지는 점도 산지가 대부분인 동해안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빈발하는 이유입니다.
당분간 동해안에는 비 소식 없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작은 불씨가 큰 산불로 번질 가능성은 여전히 큰 상황입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황지영)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5081584&plink=LINK&cooper=YOUTUBE&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토론자료.
대형산불 원인 규명, 과학적 근거에 기초해야[기고]
동아일보
업데이트 2022-05-19 03:002022년 5월 19일 03시 00분
구자춘 연구위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산림정책연구부
올봄 동해안에서 큰 산불이 났다. 2만3000여 ha에 달하는 엄청난 산림이 화마 피해를 입었다. 산불 이후, 원인 진단과 대책 마련에 대한 갑론을박이 뜨겁다. 합리적 논쟁은 사안을 한발 진전시키지만 소모적 논쟁은 문제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합리적인 논쟁을 위해 공신력 있는 ‘통계’를 빌려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려 한다.
이번 동해안 산불의 주범으로 소나무가 지목되었다. 국민들의 사랑을 한껏 받아온 소나무 입장에서는 꽤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 소나무가 송진이 있어 불에 잘 타고 이런 소나무들이 모여 있다 보니 불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번 동해안 대형 산불의 원인을 온전히 소나무에만 돌릴 수 있을까.
뭔가 타기 위해서는 탈 물질, 열, 산소 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소나무는 탈 물질에 불과하다. 지나치게 건조한 날씨 탓에 열이 쉽게 올랐고 강한 바람이 엄청난 산소를 공급했다. 아궁이에 바짝 마른 풀을 넣고 엄청나게 센 부채질을 한 셈이다. 나무가 물을 더 머금었다면, 바람이 더 약했더라면 불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기상청 통계를 보자.
1) 강수량: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3.3mm의 비가 내렸다.
이는 2019년의 8%, 2020년의 27%에 불과한 양으로, 1973년 전국에 기상관측 장비를 설치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2) 바람 세기: 또 산불이 난 날 현장의 바람세기는 초속 25m에 달했다.
이 정도면 12단계 중 10단계에 해당하는 ‘노대바람’으로 나무가 뽑힐 정도란다. 소나무 탓만 하려면 소나무 비중이 가장 높은 충남 태안군에서 산불이 더 많고 잦았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다음으로 정부가 헛돈을 써서 산불에 취약한 ‘인공 소나무’ 숲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는 ‘충분성’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연평균 2만3000ha를 조림해 왔는데 이 중 침엽수와 소나무 비중은 각각 50.6%와 13.7%이다.
지난 20년간 활엽수 조림 면적이 소나무 조림 면적보다 15%나 더 많고, 2000년 동해안 산불지역에 심은 나무도 활엽수가 침엽수보다 1.7배 더 많았다.
그리고 이번 산불피해지 소나무림의 96%는 인공조림이 아닌 대부분 자연적으로 조성된 천연림이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소나무가 기후환경과 토양에 적응해 생성된 숲인 것이다. 또 송이산 가꾸기의 문제도 제기한다. 그런데 2022년 3월 말 현재 울진에서 송이를 재배한다고 경영체 등록을 한 산림 면적은 130ha이고, 지난 10년 ‘송이산 가꾸기’ 사업을 시행한 면적은 421ha에 불과하다.
송이 재배면적은 산불 피해면적의 0.9%, 송이산 가꾸기 면적은 3%에 불과할 뿐이다.
이러한 논거를 빌려 올해 동해안 산불의 원인이 소나무와 송이 때문만은 아니며, 인위적으로 소나무림만 만들었기 때문도 아니라는 것은 이제 명백해졌다. 이를 계속 논쟁거리로 삼는다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데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더 큰 파고를 넘어야 한다.
'
2021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우리나라가 속한 동아시아도 이상 고온, 홍수, 건조 피해 등 극한 기후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온과 건조는 산불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중대 요소다. 앞으로 동해안 대형 산불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할지 모른다.
이제 산불이 날 가능성을 사전에 ‘최대한’ 줄이는 방법, 산불이 났을 때 ‘효율적’으로 끄는 방법, 산불이 지나간 자리를 ‘효과적’으로 복구하고 복원할 방법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올 4월, 산림청에서 지자체, 지역주민, 학계, 임업단체,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산불 피해지 복원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들었다.
이를 통해 산불 피해지 복원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수렴되어 산불의 예방, 진화, 사후관리가 톱니바퀴처럼 물려 돌아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20518/113462857/1
기자의 시선] 산불 키우는 소나무, 왜 또 심나
기자명 김경태 기자 입력 2023.04.25 14:14 수정 2023.04.25 15:58 댓글 0
산주들의 이익 때문에 소나무 고집, 국고보조금 90% 투입
[환경일보] 최근 강릉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530개, 379㏊ 넓이의 산림이 불에 탔다. 특히 강릉에 많은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로 피해를 키웠다.
큰 규모의 산불이 날 때마다, 산불을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게 소나무다. 휘발성 물질인 송진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데다, 나무 자체의 수분이 낮아 잘 타기 때문이다.
침엽수의 더 큰 문제는 재발화가 쉽다는 것이다. 침엽수는 활엽수에 비해 화재 지속시간이 두 배 이상 오래 걸린다. 진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씨가 남아 다시 발화될 위험이 크다.
천년 고찰과 보물 475호였던 낙산사 동종을 녹여버린 2005년 양양 산불이 재발화로 인한 산불 사례다.
그런데 산불로 손해를 입은 지역을 다시 복구하는데 또 소나무를 심고 있다.
기후위기로 건조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산불은 갈수록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울진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50일 동안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아 진화에 애를 먹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계절에 따른 강풍이 불면서 피해를 키웠다.
최근 10년 동안 100㏊ 이상의 대형 산불은 25건 발생했는데, 지난해 11건이 발생했다.
2019년 동해안 산불 복구 조림 사업 1600만㎡가 완료된 가운데 70% 이상이 침엽수로 채워졌다.
2020년 새로 조성된 소나무숲은 3947㏊이며, 2022년에는 2302㏊로 41.7% 줄었지만, 소나무는 여전히 우리나라 산림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2만6천㏊에 53종의 나무를 심었는데 이 가운데 낙엽송이 31%로 가장 많았고, 소나무가 17%로 두 번째로 많았다.
대규모 산불에도 또 소나무를 심는 이유가 뭘까? 결국, 돈 때문이다.
목재나 관상수로 팔 수 있고 송이 채취로 부수입도 얻을 수 있다. 아울러 동해안의 척박한 환경에서 침엽수가 잘 자란다는 이유도 있다.
강원도는 침엽수 비율을 40% 이하로 낮춘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산불에 강한 활엽수로 내화수림을 만들면 산불 강도를 60%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강릉의 로고가 바로 ‘솔향 강릉’이다. 소나무를 도시 이미지로 내세우고 있는 강릉시로서는 소나무를 외면하기 힘들다.
활엽수인 아카시아는 산불에 강하며 꿀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민가 주변에는 침엽수 대신 활엽수를 키워야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2019년 고성 산불에서도 주변에 활엽수가 있는 마을이 피해가 적었다.
그럼에도 산주들을 설득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돈 때문이다. 경제 논리에 밀려 화재에 취약한 소나무만 주야장천 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사유림이라도 나무를 심는 비용은 대부분 정부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령상 사유림 조림 비용의 90%는 정부와 지자체가 부담하고 10%만 산주가 부담한다.
정부는 연간 1300억원을 투입하면서도 수종 선정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않고 있다. 이는 벌거숭이 산에 나무를 심기 급급했던 1970년대 만들어진 사유림 지원책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산주들의 이익 때문에 정부 보조금까지 투입해 소나무를 늘리고 있다. 우리는 대형 산불에도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https://www.hkb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14897
[기자의 시선] 산불 키우는 소나무, 왜 또 심나 - 환경일보
[환경일보] 최근 강릉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530개, 379㏊ 넓이의 산림이 불에 탔다. 특히 강릉에 많은 소나무가 불쏘시개 역할로 피해를 키웠다.큰 규모의 산불이 날 때마다, 산불을 키운 원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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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왜냐면
산불의 원인이라니, 소나무는 억울하다
수정 2022-04-11 18:02등록 2022-04-11 18:02
[왜냐면] 우수영|한국산림과학회 회장·서울시립대 교수
소나무는 애국가의 가사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의 문화, 생활, 정서에 대단히 중요한 나무이다. 문학, 예술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나무가 최근 너무 억울한 오해를 받고 있다.
소나무가 산불의 원인 제공자라니? 소나무가 함유하고 있는 송진 등 가연성 물질들이 산불을 조성하니 소나무가 많은 지역을 활엽수 위주로 숲을 관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소나무는 기후변화로 인해 고산지대로 밀려나며 한반도에서 점점 그 면적이 줄어들고 있고, 참나무와의 경쟁으로도 수난을 겪고 있는데, 이에 더불어 산불의 원인 제공자라는 누명까지 쓰고 있다.
이러한 오해를 받게 된 것은 최근 산불의 영향이 크다.
겨울과 봄 가뭄이 지속되면서 3월 초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울진·삼척 지역을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산불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산불로 인해 동해안 지역에서 2만여㏊ 이상의 산림이 불에 탔는데,
이것은 서울의 약 40%를 넘는 엄청난 면적이다. 2021년 발표된 우리나라의 재난 피해 순위에서 산불은 사회 재난 3위로 나타났다. 이처럼 산불은 국내외적으로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은 역사적으로 산불이 많았던 지역이다.
예를 들면 이번 동해안 산불이 난 지역과 기후와 환경이 거의 비슷한 강원도 낙산사 주변 지역을 살펴보면 임진왜란, 병자호란, 정조 시기, 한국전쟁, 가장 최근에 2005년 강원도 산불 등등 많은 화재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화재 이후 이 지역 산림을 계속 점유해 온 나무는 소나무였다.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나무를 식재하지 않았던 시대에도 자연적으로 발생하여 우점한 나무는 다른 수종이 아니고 소나무였다. 소나무는 이 지역에서 환경적으로 특화된 수종인 것이다.
소나무가 산불의 원인 제공자이므로 활엽수 위주로 숲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은 생태계의 흐름을 역행하는 방향이다. 동해안같이 건조한 지역은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여름철 강수로 인해서 표토가 유실되고 사질 토양이 발달하는데, 이러한 사질 토양에 적응한 소나무가 오랜 역사를 거치며 이 지역을 점유하고 있다. 소나무가 산불의 원인 제공자가 아니라 산불이 자주 있는 지역에 소나무가 있는 것이다. 소나무는 특히 수피가 두껍고 지하고가 높다. 어느 정도 큰 소나무는 지표화(땅바닥에 있는 풀과 낙엽을 태우는 산불)에 강한 면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소나무는 역사적으로, 생태적으로 너무 중요하다. 또한 그 가치는 지역 주민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다. 특히 송이는 소나무 숲에서만 발생하여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한다. 그러므로 강원도 지역 산불이 지나간 이후에는 가장 먼저 소나무 숲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시되어 왔다. 소나무가 있어야 송이도 생산되기 때문이다. 경북 울진 소광리 일대 금강송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소나무 유전자원을 보호하는 지역이며, 소나무 테마와 관련한 관광자원으로 많이 활용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 산불은 주로 4월에 발생하였는데, 기후가 건조해지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씨 때문에 최근 들어 3월에 빈번히 발생하여 많은 산림과 소나무를 태우고 있다. 더 이상 모두에게 중요한 소나무가 더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없도록 산불을 조심하는 경각심을 가질 것을 호소한다.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38452.html
산불의 원인이라니, 소나무는 억울하다
[왜냐면] 우수영|한국산림과학회 회장·서울시립대 교수 소나무는 애국가의 가사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의 문화, 생활, 정서에 대단히 중요한 나무이다. 문학, 예술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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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산불 주범인가
서현우
입력 2023.06.16 07:05 수정 2023.06.20 15:27
사진(제공) : C영상미디
[소나무 조림 논란]
일각서 “당국이 활엽수 벌채 후 또 소나무 심기 때문”
산림청 “기후변화가 주 원인… 소나무 면적 줄어” 반박
강원도 고성의 장기연구지. 가운데 임도를 기준으로 왼쪽이 자연복원지, 오른쪽이 조림복원지다. 조림복원지의 숲 회복이 월등히 효과적이란 사실이 한눈에 보인다. 대신 자연복원지는 토양 회복률이 더 높다. 따라서 입지 특성에 따라 복원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이제 봄 산불은 연례행사가 됐다. 지난 4월 2일 단 하루에만 전국 30여 곳에서 산불이 치솟았다. 일부 산불은 다행히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충남과 강원 등에선 대형화돼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이처럼 산불이 더 자주, 크게 나는 주요 원인으로는 당국이나 전문가 대부분이 기후변화를 꼽고 있다. 기후변화로 기온이 오르고 습도가 감소해 산림이 건조해지면서 불이 쉽게 붙고, 또 잘 퍼진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최근 2년 사이 일각에선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골자는 산림청이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위주의 조림정책을 펼쳐 산불을 사실상 조장했다는 것. 이러한 주장이 잇따르자 산림청도 본격적인 해명에 나섰다. 지난 5월 3일 산림청 산하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산불 피해 지역 복원정책의 과학적 근거 및 절차’를 발표했고, 같은 달 17일에는 남성현 산림청장이 직접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산불방지 대응전략과 산불피해지 복원계획’을 전했는데 각각의 자료 모두 앞선 의혹을 소명하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이를 토대로 쟁점별 양측의 주장을 자세하게 살펴본다. 이해를 돕기 위해 어려운 산림용어는 최대한 풀어서 쓴다.
한국, 일본과 중국의 지난 20년간 산불 피해지 그래프. 자료 세계산림감시.
올해 봄 산불건수 27%, 피해면적 36% 증가
먼저 올해 산불 현황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5월 15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총 497건이며 전체 피해 면적은 4,654ha다. 각각 지난 10년 평균(391건, 3,422ha) 대비 27%, 36% 증가한 수치다.
직접적인 발생원인은 쓰레기와 논·밭두렁 소각이 32%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입산자 실화(19%), 담뱃불 실화(9%) 등으로 93%가 사람의 부주의로 발생했다. 지난 10년 평균은 입산자 실화가 33%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와 논·밭두렁 소각이 24%였던 것에 비추어 볼 때 올해는 소각 행위가 앞지른 점이 눈에 띈다.
산림 인근에서 논밭을 경작하는 인구들이 고령화되면서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는 경향이 늘어난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산림청은 직접적 원인과 더불어 올해 봄 산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자로 기상여건을 꼽았다.
산불이 더 잘, 넓게 발생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지난 4월까지 강수량은 평년대비 69%에 불과했으며, 건조일수와 강풍특보는 각각 16%, 50% 높았다. 국가산불실험센터에 따르면 수분 함량이 15% 이하인 낙엽은 35%인 낙엽과 비교했을 때 발화율이 약 25배 높아지고, 평지, 무풍인 상태에서 발생한 들불에 비해 경사 30°, 풍속 6m/s일 때 산불은 약 79배 더 빠르게 번진다.
인공적으로 조림하지 않고 자연 복원하도록 놔두면 산불에 강한 활엽수들이 알아서 잘 자란다는 주장도 있다. 사진은 산림청이 지난 4월 울진 산불 현장 기부자의 숲에서 진행한 조림 행사.
이처럼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산불 확산을 치명적으로 늘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반면 기후변화보다 소나무 조림 정책이 산불 피해를 키우는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측에서는 인접국인 일본과 중국의 예를 들어 이를 반박하고 있다. 한국과 더불어 비슷한 위도에 온대몬순기후를 공유하는 일본과 중국도 분명 기후변화를 겪고 있을 텐데 세계자원연구소가 운영하는 세계산림감시Global Forest Watch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산불 발생건수나 피해 면적이 줄고 있거나 거의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반면 한국은 2010년대 평균 산불발생건수 440건, 피해면적 857ha에서 2020년대 575건, 9,494ha로 증가 추세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아니라 소나무 위주의 산림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소나무가 얼마나 산불에 약하기에 이런 지적이 나오는 걸까?
이에 앞서 먼저 산불의 종류를 알아두면 한결 이해하기 쉽다. 산불은 지표화, 수간화, 수관화와 지중화 및 비화로 구분된다. 여기서 지표화는 땅에 떨어진 불씨가 풀 따위를 태우며 번지는 것이며, 이 불씨들이 나무에 올라타기 시작하면 수간화, 나무 전체를 태우기 시작하면 수관화라는 것만 숙지하면 된다. 참고로 지중화는 지표화가 땅 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타기 시작한 불, 비화는 날아다니는 불똥이다.
이를 갖고 ‘수풀에 떨어진 담뱃불이 수풀을 태우며 점점 큰 산불로 변해가는’ 일반적인 산불 상황을 ‘수풀에 떨어진 담뱃불이 지표화를 일으킨 후 수간화, 수관화 등으로 확산된다’고 말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산불의 종류. 산불은 일반적으로 지표화로 시작해 수관화로 커진다.
소나무 1.4배 더 뜨겁고, 2.4배 오래 불타
국립산림과학원의 ‘소나무와 산불의 관계’ 연구를 보면 소나무의 특징 하나하나가 전부 산불에 얼마나 취약한지 좀 더 잘 알 수 있다.
먼저 소나무는 불에 잘 타는 정유 물질을 갖고 있다. 정유는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주요 성분은 테르펜이다. 다소 낯선 이름일 수 있으나, 소나무 특유의 상쾌한 향을 만드는 피톤치드의 주성분이 바로 이 테르펜이다. 소나무의 잎 정유에는 50여 종의 휘발성 성분이 들어 있어 활엽수에 비해 불이 잘 붙으며 1.4배 더 뜨겁게 타고, 2.4배 더 오래 지속된다.
또한 소나무는 사계절 잎을 달고 있어 땅 위에 쌓인 낙엽을 태우던 불이 이 잎을 따라 수관화로 커질 위험이 크다. 불붙은 솔방울은 상승기류와 강풍을 만나면 마치 수류탄처럼 비화돼 최대 2km까지 날아갈 수도 있다.
소나무는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백두대간이 가로지르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동해안 지방의 산에는 소나무림이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산불이 나기 좋은 조건에서 잘 자라는데, 산불에는 취약한 것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1996년 고성산불, 2000년 동해안산불, 2005년 양양산불, 2022년 울진산불 등 크고 작은 산불이 줄이었다.
이처럼 불이 잘 붙고, 잘 퍼뜨리는데, 또 잘 죽는다. 지표화 산불피해지에서 임목고사율은 삼나무>잣나무>소나무>해송>낙엽송>리기다소나무>참나무류 순이다.
이렇게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한데 산림청이 산불 피해 지역을 복구한다며 기존의 활엽수를 싹쓸이 벌목 후 또 소나무를 심는 실책을 저질렀다는 비판도 있다. 대표적인 지역이 울진과 삼척의 시군경계 지역이다. 이 지역은 2000년 4월 삼척 산불이 울진 방면으로 진행되며 피해를 입은 곳이다. 당시 산림청은 이곳에 산불 피해를 입은 나무들을 벌채하고 소나무를 심었는데, 20년이 흐른 지난해 3월 울진산불이 또 다시 이곳에 번졌다. 20년 전에 소나무 대신 불에 강한 활엽수를 심었다면 산불 피해 규모를 조금 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예측이다.
2005년 4월 양양산불 당시 소나무림 긴급벌채 현장.
“6% 벴고, 6% 심었는데, 싹쓸이?”
삼단논법이다. 소나무는 산불에 약하고, 우리나라 산림이 소나무 중심인 경우가 많으므로, 산불이 많이 나고 있다는 건 논리적으로 정연해 보인다. 그런데 왜 산림청은 산불 위험에도 불구하고 ‘싹쓸이 벌목’을 하고, 소나무를 심은 걸까? 산림청의 해명은 이렇다.
“싹쓸이 벌목을 한 적도 없고, 소나무도 꼭 필요한 곳에만 조림하고 있다.”
남성현 산림청장의 대국민 브리핑에 따르면 긴급벌채는 주택이나 도로 주변 재해우려지에 제한적으로 실시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강원·경북 산불피해지 20만707ha 중 긴급벌채 면적은 1,218ha(5.9%), 올해 봄 산불피해지 4,031ha 중엔 218ha(5.4%)로 전체 산불피해지 면적의 5~6%만 위험성을 고려해 베었다고 한다.
또 ‘소나무를 심었다’는 대목도 세 가지로 답했다. 각각을 쉽게 풀면, ‘그렇게 많이 안 심었다’는 것과 ‘산림청이 독단적으로 심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소나무를 심어서 산불 피해가 증가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
현재 전국 산림에서 소나무림의 비율은 25%다. 소나무림 중에서 조림으로 만들어진 숲은 단 6%로 나머지 94%의 소나무림은 오래전부터 자생해 조성된 숲이다. 자연이 소나무를 선택한 지역이 훨씬 넓은 셈이다.
또 소나무를 심은 곳도 산림청이 홀로 소나무를 심겠다고 결정한 것이 아니다. 산림경영 목적과 생태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림소유자와 전문가, 환경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한다.
특히 산림소유자가 소나무 식재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 이유 중 대표적인 것이 송이버섯이다. 송이는 20~30년생의 소나무림에서 출현하기 시작해 30~40년생이 됐을 때 최대로 생산되며 50년생 이후에는 생산량이 감소한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매우 좋은 조건의 송이 산지들이 많다. 그래서 지역 경제도 송이와 긴밀하게 연결된 경우가 많다. 울진군산림조합에 따르면 울진군 주민 중 20%에 달하는 1만 명이 송이 채취와 관련된 일을 한다. 목재 가치도 높은 편이다. 현재 소나무 목재는 펄프용재로 이용되며 테라핀유도 페인트, 니스용재, 합성장뇌의 원료로 쓰인다.
그렇기에 강원도 지역에선 산불이 지나간 이후에 가장 먼저 소나무 숲을 복원하는 것이 우선시되어 왔다. 2000년 동해안 산불피해지 복원 시 산림소유자의 84.6%는 송이 생산 등을 이유로 소나무 조림을 원했다.
2019년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강원도 고성군 일대 야산에 또 소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피해지에 조림된 수종들의 1년 후 생존율은 소나무 평균 89%, 활엽수 평균 53%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산불피해지를 신속하게 복원할 필요가 있을 때는 소나무 식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이렇게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를 또 심으면 재차 산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마지막으로 소나무를 심은 것과 산불 피해 증가의 상관성도 2022년 대형 산불이 발생한 울진군의 사례를 들어 과대평가라고 선을 그었다. 울진군의 경우 전체 산림 중 소나무 인공림 비율은 4%로 산불피해지역 내 소나무 인공림 면적은 더 적은 약 2%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러므로 산림청이 심은 소나무가 산불피해를 증가시켰다고 볼 수 없다는 논지다.
애초에 소나무림 자체가 줄고 있다는 것도 의미 있는 지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은 후 황폐한 우리나라 산지에서 가장 잘 자랐던 소나무는 현재 산림 토양이 비옥해지면서 참나무류와의 생존 경쟁에 밀려 점차 분포 면적이 감소하고 있다.
1980년에는 전국 산림의 51.6%가 소나무림을 포함한 침엽수림이었으나 2020년에는 37%로 감소했고, 동기간 참나무류를 포함한 활엽수림은 18.2%에서 32%, 혼합림·기타는 30.2%에서 31%로 증가했다.
그런데 소나무가 줄고 있지만 산불 현황은 반대다. 1980년대 산불발생 평균건수는 238건, 피해면적은 1,112ha인데 최근 10년은 앞서 살펴본 대로 평균 391건, 3,422ha다.
고성능산불진화차가 임도로 진입해 올해 봄 충남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산불 대응 위한 숲가꾸기, 임도도 의견 엇갈려
산림청은 다각도로 반박을 내놨지만, 소나무가 산불 발생과 확산에 취약하다는 사실 자체까지 부정하진 않았다. 그래서 국립산림과학원은 현 산림의 상황을 ‘산불 관리의 과학적 근거’에서 “산불 피해도 줄이고, 가치 있는 소나무림은 계속 유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따라서 산불피해지 복원 시 소나무를 심으려면 그로 인한 혜택이 확실하게 더 클 때에 한하며 추가 산불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예방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대표적인 사전 예방 장치가 숲 가꾸기와 내화수림 구축, 임도 등이 있다. 그런데 이마저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먼저 내화수림 구축이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내화수림이란 산불에 강한 나무로 구성된 숲을 뜻한다. 소나무 단순림에 내화수림을 조성하면 이들이 일종의 방화선 역할을 수행해 준다. 물론 제아무리 산불에 강하다고 해도 나무는 불에 타기 마련이라 아예 불길이 넘지 못하게 막아주진 못한다. 다만 산불의 확산속도를 늦춰 초기 진화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데 의의가 있다.
반면 숲 가꾸기와 임도는 오히려 산불 피해를 늘리거나 산불과 관계없는데 다른 목적 하에 시행되는 정책이란 지적이 있다. 먼저 산림청의 주장은, 산림 내 작은키나무나 죽은 가지 등을 자르거나 없애면 산불이 났을 때 지표화 강도가 약해져 수관화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 국립산림과학원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이렇게 숲 가꾸기를 실행한 숲에선 산불확산속도가 41% 느려졌고, 토양수분함량은 79% 늘었다고 한다. 또 2010년 캐나다 뱅크스소나무림에서도 숲가꾸기를 하자 산불확산속도가 40배나 느려졌다고 덧붙였다.
반대 측 주장은 작은키나무를 베어내니까 오히려 바람이 잘 통해 지표화가 수관화로 더 발달했다는 것. 올해 봄 밀양, 울진, 합천, 하동 산불 현장에서 산불이 작은키나무 군락을 만났을 때 불길이 강해지지 않았고, 넘지도 못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17일 남성현 산림청장이 정부대전청사에서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산불현황 분석 및 대응전략을 밝혔다.
임도는 왜 의견이 갈릴까? 산림청은 임도가 산불 확산 저지의 1차 방어선 역할을 하며, 진화차량 통행속도가 2배 증가해 진화자원을 투입하기 용이하고, 야간 진화효율도 5배 좋았던 사례가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임도밀도는 헥타르당 3.5m로, 헥타르당 9.5m인 미국, 13m인 일본과 46m인 독일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인 작년 울진 산불 때도 임도가 재해 예방 적정 임도밀도인 8.5m/ha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임도가 있으면 산림 심부로 쉽게 들어가 산불진화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그러나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개인 페이스북을 통해 그물망처럼 펼쳐진 도로 사이사이에 솟은 야산들이 산불 피해를 입은 사진을 공유했다. 그는 “임도가 불의 확산을 막는다지만 도로가 있는 야산도 불씨가 하늘을 날아 모두 태웠다”며 “임도보다 이용하기 좋은 도로가 이렇게 많은 이곳도 산불을 진화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는 오마이뉴스를 통해 “임도 건설 주장은 산불 진화보다 막대한 공사비와 이후 벌목과 숲가꾸기라는 또 다른 부스러기들이 따라오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우리나라 주요 수종의 발화 온도 및 발열량. 여기서 내화력이 강한 수종으로 내화수림을 구축할 수 있다.
고도화된 산불정책 수립돼야
결론적으로 소나무가 문제일까, 기후변화가 문제일까? 섣불리 말할 수 없다. 사실 불씨가 커지는 과정에는 숲의 구조, 수종, 풍향, 풍속, 습도, 경사 등 수십 가지의 요인이 개입한다. 그렇기에 어떤 산불에선 특정 요인이 결정적으로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가도, 다른 산불에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산불이 연중화, 대형화되어가는 추세에 산불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경각심이 계속 높아져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행정당국이 더 효과적이고 고도화된 산불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절대다수의 발화는 결국 인간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것.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빌려 본다면 ‘발화는 모두 같은 이유로 발생하지만, 모든 산불은 저마다의 이유로 확산된다’고 할 수 있다.
월간산 6월호 기사입니다.
http://san.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22712
소나무는 산불 주범인가 - 월간산
이제 봄 산불은 연례행사가 됐다. 지난 4월 2일 단 하루에만 전국 30여 곳에서 산불이 치솟았다. 일부 산불은 다행히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충남과 강원 등에선 대형화돼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san.chosun.com
헉! 소나무 한그루 값이 억대라고
사회부·황경상 기자
2009.10.13
소나무 절도단 검거로 드러난 ‘금싸라기 나무’ 가격
나무 절도단이 훔친 소나무들.
우리나라만큼 소나무가 흔한 나라도 드물다. 마을 이름에 소나무 송(松)자가 많이 들어 있는 이유다. 이 흔한 소나무를 불법 채취해 팔아넘긴 일당이 지난 9월18일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팔아넘긴 소나무는 모두 2억4500만원어치. 이쯤되면 ‘흔한’ 소나무가 아니라 ‘금싸라기 소나무’라 할 만하다. 도대체 어떤 소나무들이기에 이렇게 높은 가격에 팔릴까.
소나무 조경 전문업체 관계자는 “소나무는 생김새나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면서 “적게는 3000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거래되는 소나무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소나무 가운데에서도 곧게 뻗은 것은 조경용으로 가치가 낮아 높은 가격에 거래되지 않는다.
적송이든 백송이든 수종과 관계없이 키가 1.5m 안팎으로 작고, 줄기가 곡선형으로 구부러진 소나무가 조경용으로 인기가 높다. 잎과 가지는 양쪽으로 보기 좋게 벌어져 전체적인 모양이 사발을 뒤집어 놓은 듯한 모양이어야 한다. 껍질은 두껍고 거북 등껍데기처럼 쩍쩍 갈라져 있어야 한다. 사람이 다듬은 것처럼 정갈하고, 특이하게 생길수록 더 좋다. 줄기나 껍질이 손상되면 제대로 값을 쳐 주지 않는다.
오래된 ‘작고 잘 생긴’ 나무 노려
이런 소나무들은 ‘특수형 소나무’, ‘현애형(구부러진) 소나무’, ‘낙락장송’으로 불린다. 처음부터 사람 손을 탄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라던 것을 캐 3~4년 동안 잘 가꾼 경우가 많다. 산림청 관계자는 “주로 경북 북부 지방이나 강원 영동 지방의 깊은 산골에 이러한 소나무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에 붙잡힌 소나무 절도단이 주로 활동한 무대도 바로 경북 문경, 충북 영동 등지의 깊은 산골짜기였다.
두목격인 김 모씨(31)는 사기죄로 징역을 살다 지난 2월 막 교도소를 나왔다. 할 일을 찾던 그는 “소나무를 캐서 팔면 돈이 된다”는 고향 후배 김 모씨(27)의 말에 솔깃했다. 후배 김씨는 또 다른 소나무 절도단과 함께하면서 수법을 배운 터여서 소나무에 대해서는 정통했다.
김씨는 곧 고향 선·후배 10여 명을 모아 ‘소나무 절도단’을 꾸렸다. 운반책, 굴취책, 판매책 등으로 업무를 분담시킨 김씨는 운반용으로 5톤짜리 탑차 트럭 1대를 훔쳤다. 탑차는 내용물이 보이지 않아 운반 도중에 발각될 염려가 없었다. 이들은 도중에 폐쇄회로(CC)TV나 검문검색에 적발될 것에 대비해 위조번호판을 부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차량을 마련한 김씨 일당은 곧 소나무 물색에 나섰다. 경북과 충북 일대의 해발 500가 넘는 깊은 산속에 들어간 이들은 수령이 150~200년 되는 소나무 14그루를 캐냈다. 모두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키가 작고 잘 생긴’ 소나무였다. 이 가운데에는 시가 8000만원 상당의 고급 소나무도 있었다.
작업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야간에 이뤄졌다. 소나무는 잘못 캐다 뿌리가 상하면 금방 죽기 때문에 뿌리를 감싸고 있는 흙까지 함께 파내야 했다. 소나무를 잘 아는 고향 후배 김씨가 소나무를 캐고 옮길 때 일일이 작업지시를 했다. 한 그루를 캐는 데 2~3일이 걸릴 정도로 길고 고된 작업이었다.
소나무 전문 조경업체 관계자는 “깊은 산중이어서 중장비를 쓰지 못하고 모든 작업을 ‘삽 한 자루’만으로 진행했다면 어려움이 컸을 것”이라면서 “특히 산에는 돌과 바위가 많아 소나무를 캐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좋은 소나무’들은 바위 틈이나 절벽에 자라는 경우가 많았다고 김씨는 털어놨다.
무려 9만9000㎡ 산림 훼손
캐낸 나무의 줄기는 천으로 꽁꽁 싸맸다. 껍질이 다치면 높은 값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깊은 산중에서 운반 차량이 들어올 수 있는 곳까지 소나무를 가지고 내려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흙과 함께 캐낸 소나무의 무게는 1~2톤. 김씨 일당은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 100m 길이의 철제 도르래를 주변의 튼튼한 나무에 설치했다. 절벽에서 도르래를 통해 내린 나무는 뿌리에다 잘 미끄러지는 플라스틱 통을 감싼 뒤 줄을 감아 끌면서 내려왔다. 이들은 옮기는 도중에 나무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2~3m 너비의 넓은 길을 냈다. 산림이 무차별로 훼손된 것은 물론이다.
이 과정에서 수령 10~30년생 소나무들이 잘려져 나가는 바람에 소나무 주변에서 자라는 송이 채취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훼손한 산림만 해도 무려 9만9000㎡(약 3만평)에 이른다”면서 “소나무 1그루에서 1년에 7~8㎏의 송이가 나오는데 이를 채취하는 농가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고 말했다.
일당은 추가 범행용 자금 마련을 위해 훔친 나무 가운데 2그루를 400만원에 팔아넘겼다. 나머지는 좀 더 키우고 가꿔서 비싸게 팔기 위해 리더 김씨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 옆 밭과 안면이 있는 조경원에 옮겨 심고 때를 기다렸다.
이런 소나무들은 고가여서 일반인은 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조경업체 관계자는 “주로 기업체 신축빌딩의 기념식수목, 골프장의 경관목, 별장 조성시 조경목으로 쓰려고 많이 사 간다”면서 “돈 좀 있는 이들이 아니면 사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요즘 조경수목이 인기가 좋다”면서 “아파트 하나를 지을 때도 요즘은 좋은 나무를 많이 심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소나무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찾았다 하더라도 마음대로 뽑을 수가 없다. 일단 해당 시장과 군수가 발급하는 ‘굴취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사유림에서 주인에게 값을 치른 뒤 캐낼 때도 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굴취허가증 없이 수목을 캐내 운반하다가 적발되면 바로 구속감”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30일 현재 전국에서 굴취허가를 발급하는 지방자치단체는 많지 않다. 상대적으로 허가를 쉽게 내주는 곳이 경남 하동(5800그루)과 강원 원주(6000그루) 등이다. 이 경우도 어린 나무이거나 인공조림지에서 솎아베기를 하면서 파는 나무들이 대상이다. 그나마 국유림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나무를 팔지 않는다. 도로가 난다든지 산지가 개발되든지 하여 뽑아내야 할 나무가 생겨야만 굴취를 허가한다. 소나무 절도단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다.
초조하게 나무가 팔리기를 기다리던 이들은 엉뚱하게도 도난차량을 수사하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작업 뒤 쓸모가 없어진 탑차를 팔아넘기려 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차량 도난 신고를 받고 수사중이던 경찰은 이들이 훔친 차량을 경기 이천에서 찾아낸 뒤 탑차의 뒷문을 열었다. 짐칸에는 소나무 가지와 잎 조각들이 잔뜩 흩어져 있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은 동종수법 전과자에게 “불법 소나무 굴취가 의심된다”는 말을 듣고 추가로 수사에 착수해 김씨 일당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캐낸 소나무는 다시 국유림에 옮겨심거나 사유림의 주인에게 되돌려 주게 된다”고 말했다.
<사회부·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산불 키운다? 소나무가 무슨 죄냐…침엽수, 미세먼지 줄인다"
중앙일보
입력 2023.04.04 02:00
업데이트 2023.04.04 03:35
강찬수 기자
설악산 대청봉의 침엽수. 기후변화로 많은 나무가 말라죽고 있다. 강찬수 기자
계속된 건조한 날씨로 전국이 산불 연기로 뒤덮이고, 숲이 흡수했던 온실가스도 다시 하늘로 날아가고 있다.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낳고, 기후변화가 가뭄과 산불로 이어지고….
이러다가는 끝내 기후 재앙을 막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왕산 일대에 발생한 산불이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식목일을 앞두고 공우석(65) 전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를 만났다.
지난 2월 퇴임한 그는 최근 '침엽수의 자연사'(지오북)라는 책을 냈고,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를 만들어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나무와 숲의 이력서', '바늘잎나무 숲을 거닐며' 등 15권의 저서를 낸 그는 기후변화가 식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소나무 탓 아니라, 사람 잘못"
공우석 전 경희대 교수. 강찬수 기자
기자와 만난 공 소장은 "요즘 산불이 빈발하면서 소나무 숲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 같다"면서 "산불에 취약하기는 해도 숲이 무슨 죄가 있나, 사람 탓이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는 송진 등 기름 성분이 20%를 차지해 불에 잘 타고, 솔방울이 멀리 날아가 산불을 크게 키우기도 한다. 가벼운 솔방울에 불이 붙으면 바람을 타고 먼 거리까지 날아가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다.
공 소장은 "아무리 소나무 숲이 많더라도 불씨를 가져다 산불을 내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며 "숲을 탓할 게 아니라 사람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 산림에서 침엽수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 국토의 62.6%가 산지이고, 산지의 38.7%를 침엽수림이 차지한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여 자라는 혼합림이 27.8%, 나머지 33.5%가 활엽수림이다. 우리 토종 침엽수는 28종이고 여기에 외래 침엽수가 50종가량 된다. 은행나무도 외래 낙엽 침엽수로 분류된다. 상록 침엽수는 난방으로 미세먼지 오염이 심한 겨울과 이른 봄, 활엽수가 잎을 떨군 시기에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침엽수의 자연사〉 책 표지, 공우석 전 교수가 쓴 책이다.
소나무 숲을 많이 조림한 것은 문제 아닌가.
"과거 헐벗은 산지에 조림할 때 씨앗과 묘목을 구하기 쉬운 리기다소나무나 일본잎갈나무(낙엽송) 등 외래종 침엽수를 많이 심었다. 활엽수는 상수리나무가 대표적인데, 도토리는 식용으로 사용하기 급급해 묘목이 없었다. 소나무는 건조하고 척박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 기름진 토양에서는 활엽수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
극상림까지 150년은 지켜봐야
공우석 전 경희대 교수가 자신이 쓴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찬수 기자
기후변화 탓에 소나무숲이 줄어든다는 지적이 있다.
"소나무는 산자락에 잘 자란다. 벌목과 개발 압력, 소나무 재선충 등 병충해 때문에 줄어들고 있다. 소나무에 온난화는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장소에 따라 다르다. 한라산에서는 온난화로 소나무가 자라는 곳이 정상부 쪽으로 확대돼 군락을 이루게 됐다. 기존에 소나무가 자라던 곳에는 활엽수가 자라기도 한다. 아(亞)고산대 침엽수인 가문비나무·분비나무·구상나무 등은 피해를 보게 된다. 산림청에서도 이들 종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종은.
"아고산대의 키 작은 침엽수, 즉 관목성 침엽수들이 가장 취약하다. 눈잣나무, 눈측백, 눈향나무 등이다. 키가 1m 안팎으로 작고 옆으로 자랐다고 해서 눈(누운)이란 접두어를 붙이지만, 이른 봄 눈 속에서도 자란다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기온이 상승하면 다른 침엽수, 활엽수, 풀이 자라서 키 작은 침엽수를 덮으면 어린나무가 자랄 수 없는 것은 물론 다 큰 나무도 살 수가 없다. 기후변화로 건조 일수가 느는 것도 문제다.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피해종이다. 한반도가 남방한계선이라 식물지리적으로,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종인 만큼 키 큰 침엽수보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진나 2021년 9월 설악산 대청봉 등산로 인근에서 만난 눈잣나무.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잎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강찬수 기자
온실가스 흡수량을 높이기 위해 숲을 벌목하고 다시 조림해야 한다 주장이 있다.
"산림이 가진 기능은 온실가스 흡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수자원 함양, 공기 정화, 생태계 서비스와 생물다양성 제공, 사람의 휴양 공간 등 숲이 가진 여러 가지 기능 중 하나다. 탄소 감축을 숲에만 의존하면 무리한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재조림한 단일 수종으로 여러 혜택을 줄 수 있나. 우리나라에서 극상림(極相林, Climax Forest)을 보려면 150년은 지켜봐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온실가스 흡수가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다. 외국 자료나 시뮬레이션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온실가스 흡수량은 늘리려면 도시 자투리땅에도 나무를 심고, 가로수도 더 많이 심어야 한다"
삼국시대 주목이 아직도 생존
지리산 침엽수 집단고사. [녹색연합]
오래전 과거에도 한반도에 소나무가 많았나.
"황해도 사리원이나 전북 진안 등에서 나온 솔방울·솔잎 화석을 보면, 중생대 백악기 무렵부터 소나무 숲이 한반도에 있었다. 종은 알 수 없지만, 소나무 속(屬) 식물이었는데, 공룡 시대부터 한반도에 소나무가 자랐다고 볼 수 있다. 자생종 침엽수 중에는 강원도 정선 두위봉(1466m)에는 약 1400년 된 주목이, 외래 침엽수 가운데는 경기도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가 1100살 정도로 가장 나이가 많다."
소나무가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 같다.
"유럽이 참나무(Oak) 문화권이라면, 한국은 '소나무 문화권'이라고 할 수 있다. 조상들은 아기가 태어나면 부정을 타지 않게 한다며 금줄에 고추·숯과 함께 솔가지를 매달았다. 아들이면 소나무를, 딸이면 오동나무를 심었다. 소나무 숲에서 놀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가, 죽으면 소나무 관에 들어간다고 할 만큼 한국인은 평생 소나무와 더불어 살아왔다. 소나무는 땔감이 되기도 하고, 춘궁기에는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기도 했다. 가을에 송편을 찔 때도 솔가지를 썼다. 소나무 숲에서 송이도 얻었다."
공우석 전 경희대 교수. 강찬수 기자
앞으로의 계획은.
"지리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개마고원 등 북한의 산림 생태계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 당장은 자료가 부족해도 책으로 묶어놓으면 다음 사람이 작업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료를 모아 책으로 내고 싶다. 남북한의 동식물 명칭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학명으로 확인해야 할 정도가 됐다.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전문가가 만나 용어를 통일하려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통일 전이라도 북한 조림을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
관련기사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2458
이걸 죽여, 살려?…소나무 숲에 감춰진 ‘3가지 얼굴’
입력 : 2023.05.05 11:08 수정 : 2023.05.05 17:16
윤희일 선임기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지만 산불에 치명적이고 재선충병 방제에 많은 돈이 드는 나무는 무엇일까. 바로 소나무다. 소나무는 이처럼 3가지 얼굴을 동시에 갖고 있다.
5일 산림청과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국내 산림 중 소나무 숲은 25%를 차지한다. 수종 별로 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산림과학원 분석 결과 전체 소나무 숲 중에서 94%는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천연림이고, 나머지 6%만 사람이 조성한 인공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소나무 숲은 대부분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소나무가 우리나라의 산림 환경에 적응해 세력을 확산해 나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소나무의 강한 생존력은 최근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산림과학원이 강릉·고성·동해·삼척 등 과거에 산불이 난 지역에 조림된 수종의 1년 후 생존율을 조사한 결과, 소나무는 평균 8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활엽수의 1년 후 생존률 53%에 비해 월등하게 높았다. 이는 산불 피해지와 같은 척박한 토양에서 소나무가 잘 자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산림과학원은 밝혔다.
한국인은 소나무를 ‘으뜸 나무’로 여겨
그러나 소나무가 대형산불
소나무는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다. 오죽하면 <애국가>에 ‘남산 위의 저 소나무’라는 구절도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2022년 일반인 1200명 등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나무’가 무엇인지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나무는 37.9%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2위는 단풍나무(16.8%), 3위는 벚나무(16.2%), 4위는 느티나무(4.4%)였다.
배재수 국립산림과학원장은 한국인들이 소나무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소나무에서 느낄 수 있는 ‘선비의 절개’에서 찾았다. 그는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살아가는데 (우리 민족이) 이 모습을 선비의 절개와 같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소나무를 으뜸 나무(百木之長)로 생각했던 과거의 인식이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조선 후기에 가정용 온돌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집 주변 숲에 있는 나무의 가지와 잎을 땔감으로 많이 사용해 왔는데, 건조한 땅에 잘 자라는 소나무 숲이 주변에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친숙한 이미지가 형성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서울 남산의 소나무 숲. 산림청 제공
서울 남산의 소나무 숲. 산림청 제공
하지만 요즘은 소나무와 소나무 숲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소나무 숲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불에 잘 타는 송진을 가득 머금고 있다. 일단 불이 붙으면 나무 전체가 불길에 휩싸이고, 불을 계속 확산시킨다.
최근 발생한 산불을 보면, 소나무 숲이 산불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지난달 11일 발생한 강원 강릉 산불 당시 강풍을 탄 불이 소나무 숲을 잇달아 태우면서 민가·펜션 등에 큰 피해를 냈다. 산림 당국과 소방 당국은 당시 소나무 숲이 많아 진화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나무에 대한 또다른 부정적 이미지는 재선충병 때문에 만들어졌다.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붉게 시들어 말라 죽는다. 그래서 ‘소나무의 구제역’이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재선충병은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확산하고 있다. 이 병은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의 성충이 매개한다.
정부는 매년 재선충병 방제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2022년 한 해에 재선충병 방제를 위해 투입한 예산은 560억원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는 소나무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은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까지 제기한다.
산불 후 산주, 송이 등 이유로 소나무 원해
당국, 향후 소나무 비율 줄이기로
소나무가 대형 산불의 원인이 되고, 재선충병으로 예산을 축내는 상황에서 소나무를 또 심을 필요가 있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심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산불이 난 곳을 복원하는 사업을 벌이면서 조성한 숲에서 소나무 비율은 36%로 가장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산주(산림 소유주)가 소나무를 심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2000년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난 후 실시한 조사에서 산림 소유자의 84.6%는 송이 생산 등을 이유로 소나무를 심기를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나무가 잘 자란다는 것도 산주들이 소나무 식재를 원하는 이유 중 하나다.
산림청 등 산림당국은 산불 피해지에 대한 복원 작업을 진행하면서 산주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우선 당국은 산불 피해지 산림 복원은 인공적인 조림에 의한 복원과 자연적인 복원 등 2가지 방법을 동시에 동원하고 있다. 2022년 발생한 울진 산불피해지의 복원은 조림복원(49%)과 자연복원(51%) 등 2가지 방법을 거의 비슷하게 사용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수종의 경우 대형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의 비율을 줄이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산불 피해지에 심은 나무 수종은 과학적인 근거와 산주 등의 의견을 반영해 활엽수 51%, 침엽수 49%로 결정했다. 대형 산불 확산 요인으로 꼽히는 소나무의 비율은 36% 수준이다.
배 원장은 “앞으로 산불 피해지에 대해 장기간의 모니터링을 하고 다양한 기술을 개발해 산불에 강하면서 사회·경제·환경적으로 가치가 있는 쪽으로 산림을 복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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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키운다? 소나무가 무슨 죄냐…침엽수, 미세먼지 줄인다" | 중앙일보
기자와 만난 공 소장은 "요즘 산불이 빈발하면서 소나무 숲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 같다"면서 "산불에 취약하기는 해도 숲이 무슨 죄가 있나, 사람 탓이지"라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나라 대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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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피해 소나무서 복령 재배 성공…송이버섯 대체 소득작물
송고2024-03-27 11:06
송고 2024년03월27일 11시06분
복령 재배 연구지
[산림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김준호 기자 = 산림청은 산불피해목을 활용해 약용버섯인 '복령'(茯笭)을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복령은 복령균이 죽은 소나무에 침투해 소나무 뿌리에 형성되는 산림버섯으로, 항암·항염증·항산화 작용 등 효과로 한약재나 건강보조식품, 고급 약재로 활용된다.
산림청은 대형 산불로 송이 채취지를 잃은 임업인의 소득을 보전하고, 벌채 후 버려지는 산불 피해목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송이를 대체할 수 있는 복령 재배 연구를 추진 중이다.
2022년 국유림에서 발생한 산불피해 소나무를 활용한 복령 재배 연구지를 구축한 지 2년여 만에 복령 재배에 성공했다.
산불피해로 송이를 채취하지 못하게 된 임가의 대체 소득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복령
[산림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산불 피해목에서 생산되는 복령은 3.3㎡당 약 60만원의 소득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산불피해를 본 소나무를 활용해 약효가 뛰어난 복령 재배에 성공했다"며 "산불 피해지를 푸르게 복원하는 동시에 더 많은 대체 소득작물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kj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