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월 25일 (수요일) 산불 일지
의성에서 진화 헬기 조종사 1명 사망
영양군 가족 3명 사망 등.
현재까지 사망자 26명, 부상자 20명
대피 주민 2만 6천명
재산 피해, 주택과 공장 209곳 전소
지리산 국립공원까지 산불 확산 중.
2.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계곡 마을 피해, '괴물 산불' 전쟁터같았다는 증언.
영양군 사망자는 현재 6명이다.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이장 내외는 처남댁을 구출한 다음, 그 차량을 타고 다른 주민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3월 25일 밤 8시쯤 사망한 채 발견됨.
(사망자는 이장 내외, 처남댁)
전국 곳곳 산불로 26명 사망…2만 6천 명 대피
입력 2025.03.26 (21:02)
앵커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걸로 보이는 영남 지역 산불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주일 가까이 이어지는 산불에 삶의 터전이 무너지고, 일상이 마비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무 명 넘게 목숨을 잃은 걸로 확인됐고, 계속되는 대피령에 2만 6천 명이 집을 떠나 몸을 피했습니다.
첫 소식, 정해주 기자입니다.
리포트
칠흙같은 어둠 속 희뿌연 연기가 온 마을에 자욱하고 시뻘건 불이 주택가 곳곳에서 일렁입니다.
산불이 덮친 마을은 마치 전쟁터처럼 변해 버렸습니다.
캄캄한 밤 산봉우리를 넘어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띠.
산불 규모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다가온 산불은 비닐하우스를 덮칠 듯 맹렬한 불길을 뿜어냅니다.
해가 밝고 나서도 산불의 기세는 움츠러들지 않았습니다.
["아이고, 어떡해."]
지켜보는 시민들은 강한 바람이 야속하기만 합니다.
["바람 방향이 지금 이쪽으로 부니까."]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돼 청송과 안동 등 경북 북동부 일대로 번진 산불.
산불 진화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1명이 숨졌고 대피하던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하는 등 이 일대에서만 20명이 넘게 숨졌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남 산청과 하동 일대, 거대한 연기가 산을 뒤덮었습니다.
엿새째 이어진 산불은 이제 거센 바람을 타고 지리산 국립공원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경북과 경남, 울산 일대를 덮친 산불로 지금까지 숨진 사람은 26명, 다친 사람도 20명이 넘는데 인명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집을 떠나 대피한 주민들은 무려 2만 6천여 명에 달합니다.
재산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주택과 공장 등 209곳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됐습니다.
산불을 잡기 위한 사투가 계속되고 있지만 이번 산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KBS 뉴스 정해주입니다.
경북 영덕, 청송, 영양군 피해 현황
의성 산불 경북 북동부까지 확산…이 시각 영덕
입력 2025.03.26 (21:12)
앵커
지금부턴 각 지역을 연결해서 산불 상황 실시간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전체 대피령이 내려진 경북 영덕으로 가보겠습니다.
민수아 기자! 지금 있는 곳이 대피소지요?
그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리포트
네, 대피소가 마련된 영덕 강구건강증진센터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은 낮 한때 머무는 주민들이 60여 명까지 줄면서 한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해가 지면서부터는 다시 대피 인원이 몰려 지금은 150여 명의 주민들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은 어제(25일) 오후부터 순간 최대 초속 27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북동 방향으로 청송, 영양, 영덕까지 빠르게 번졌습니다.
특히 오늘(26일) 오후에는 주왕산 국립공원 내 장군봉에 다시 불이 번졌습니다.
불이 난 지점은 경사가 심하고 지상 진화가 어려워 오후에 헬기 3대가 투입됐는데 해가 지면서 헬기 운용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청송과 영덕 지역은 전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져 있고, 오늘은 영양군 영양읍과 흥구리 일대로 산불이 확산하면서 영양군에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오후 7시 기준, 청송에서는 6백여 명이 대피중이고, 이곳 영덕에서는 890여 명이 마을회관과 학교 등 20개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확인된 인명피해도 늘고 있습니다.
사망자 대부분은 도로와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는데, 불과 연기가 워낙 빠르게 번져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덕군에서는 오늘 오후 축산면 거주 사망자 1명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지자체 집계 사망자가 8명으로 늘었습니다.
이 가운데 3명은 요양시설 입소자인데, 타고 있던 대피 차량이 산불 확산으로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영양군 사망자 6명 가운데 일가족 3명은 차를 타고 대피하다가 전복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청송에서는 80대와 60대 여성, 70대 남성 이렇게 3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80대 여성 1명도 실종 상태입니다.
도로 통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서산영덕선과 중앙선 일부 구간이 양방향 통제 중이고, 영덕 지품 국도 34번 10km 구간과 영덕 지품면과 영양 석보면을 잇는 지방도로 일부 구간도 통제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북 영덕 강구면 대피소에서 KBS 뉴스 민수아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영상편집:이병민
3.
가족·주민 구하려다 불길에 참변…영양군 추가 대피
입력 2025.03.26 (21:05)
앵커
경북 영양군에선 이장 가족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근에 살던 가족을 구하고, 다시 마을 주민들도 구하려다가 참변을 당한 걸로 보입니다.
김영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계곡과 맞닿은 도로 옆 배수로에 검게 그을린 승용차가 처박혀 있습니다.
(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이장 내외는 처남댁을 구출한 다음, 그 차량을 타고 다른 주민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3월 25일 밤 8시쯤 사망한 채 발견됨.
(사망자는 이장 내외, 처남댁) )
차량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타버렸습니다.
경북 영양군의 마을 이장 부부가 이웃 마을에 살던 가족을 차에 태워 이동하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장과 그 가족 등 3명은 이렇게 완전히 전소된 차 주변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차량의 진행 방향은 대피소와 정반대인 마을 쪽.
화재로 통신이 끊기자 주민들을 구하러 다시 마을로 향했다가 미처 탈출하지 못한 걸로 보입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사무소 관계자 : "늘 가던 길이고 또 한 번 더 다시 점검해 보는, 피신이 안 돼 있으면 좀 점검해 보는 차원도 있었지 않겠나."]
영양군에선 산불로 주택 등에서 3명이 숨지는 등 모두 6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마을을 집어삼킨 불길에 주택과 농업시설 150여 곳도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김의웅/경북 영양군 화매리 : "하도 바람이 불어서 내다보니깐 불덩어리가 위로 넘어오는 거야. 다 타서 무너진 거지. 사람은 겨우 빠져나왔어."]
산불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영양군 마을엔 속속 추가 대피령이 내려졌습니다.
지금까지 2천 명 가까운 영양군 주민들이 대피소로 몸을 피했습니다.
[경북 영양군 흥구리 주민 : "대피 다 했어요. 파출소에서 큰 차가 와서 남의 동네 어른들 다 모셔가고. 이 동네는 교회 목사님이 다 모셔 가고."]
대피소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이재민들은 불이 꺼졌다는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장준영/영상편집:신남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