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시계획/재난 (공간) 재해

경북 산불 사망자 많은 이유. 한국일보 보도. "대피 못 해 최소 20여 명 사망... 뒤늦은 대응이 빚은 최악의 산불로 확산"

by 원시 2025. 3. 27.

 

1. 경북 산불 사망자 많은 이유, 행정 당국의 늦은 대응으로 노약자들이 대피를 제 때에 하지 못했다.

2. 인공적인 숲조성을 해서는 안된다. 

 

-------------

 


한국일보, 보도.

대피 못 해 최소 20여 명 사망... 뒤늦은 대응이 빚은 최악의 산불로 확산


정광진 기자  입력 2025.03.26 19:40 




주민 사망 23명, 헬기 조종사 1명 사망

대피소로 피신한 주민도 2만여 명

산불영향구역 8만㏊ 넘어 역대 최대 산불


경북소방본부 119산불특수대응단원들이 26일 청송군 주왕산국립공원 입구 대전사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각 등에 물을 뿌리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과 안계면에서 타오른 산불이 25일 밤사이 안동시와 청송군, 영양군을 거쳐 동해안 영덕군까지 삽시간에 휩쓸며 사망자가 속출했다. 최소 22명이 숨지고 10만㏊에 육박하는 산림이 초토화되는 등 인명 및 재산 피해 모두 사상 최대,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고 있다. 강풍에 올라탄 산불의 무서운 확산 속도를 예측하지 못해 대피령이 늦었던 것도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26일 산불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의성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2명으로 파악됐다. 사망자에는 산불 진화 중 추락한 헬기 조종사 1명도 포함됐다. 중상 7명을 비롯해 부상자는 15명 발생했고 2만여 명이 화마를 피해 대피했다. 실종자 등도 있어 산불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역대급' 인명 피해는 강풍으로 불길이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확산한 게 주 원인이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은 강풍 예측 실패와 이에 따른 늑장 대피령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한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지난 24일 오후 3시 기준 평균풍속이 초속 14m, 순간최대풍속은 35m라고 했다. 25일 오전 9시에는 풍속이 1, 2m로 잔잔하지만 오후부터 순간최대풍속 10~20m가 우려된다고 했다. 전날보다는 약하다는 의미였지만 실제로는 평균풍속 14m, 순간최대풍속은 25m나 됐다. 산불 확산 지역에서 체감하는 바람은 이보다 훨씬 심했다. 안동과 의성에서는 오후부터 성인이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의 강풍이 밤까지 계속 불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의 대피명령도 불이 급속히 확산한 오후 1시 30분 이후 발령됐다. 불길이 너무 급하게 번지자 구체적인 장소도 지정하지 못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만 했을 정도다. 이러는 사이 거센 불길은 동풍을 타고 청송, 영양, 영덕까지 불과 대여섯 시간 만에 확산했다.

_

산불영향구역은 집계조차 못 하고 있다. 중수본은 피해지역이 광범위해 헬기 대신 해양경찰의 고정익 정찰기 지원을 받아 분석 중인데, 현재까지 확산 추이를 감안하면 역대 최대가 확실시된다. 25일 의성을 넘어 안동 일부 지역에 옮겨붙었을 때 1만5,000㏊가 넘었다. 여기에 청송 안동 영덕은 물론 영양까지 확산했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잠정 집계한 피해 면적은 안동 3만700㏊, 영덕 2만㏊, 청송 5,000㏊, 영양 3,200㏊ 등 8만 ㏊에 육박한다. 역대 산불 피해 면적 1위는 2000년 동해 산불 2만3,794㏊, 2위는 2002년 울진·삼척 산불 1만6,301㏊다.

이번 경북 산불은 큰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높은 기온 속 건조한 날씨가 한동안 이어져 산림이 바짝 마른 데다 불타는 지역이 워낙 광범위해서다. 2002년 3월 4일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도 발생 열흘째인 13일 새벽부터 내린 비로 겨우 꺼졌다.

안동=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한국 산불 대형화가 기후위기 탓? 잘못된 정책에 예산 쓴 산림청이 문제"
박소영 기자  입력 2025.03.26 16:30 8  0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창비 계간지 기고
"산불 급감 일본·중국·북한, 산림에 예산 안 써"
"대형 헬기, 강풍에 취약하고 출동 오래 걸려"
"불에 강한 활엽수 솎아내는 '숲 가꾸기' 문제"

 


26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갈전리 야산이 불에 타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안동=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경북 안동시 임동면 갈전리 야산이 불에 타며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안동=연합뉴스

한국에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는 산림청의 정책적 실책에서 비롯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특히 28년째 이어지고 있는 '숲가꾸기' 사업이 대형 산불을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는 지난 11일 계간 창작과비평에 기고한 글 ‘산불 키우는 산림청, 숲에서 답을 보라’에서 “우리를 둘러싼 일본과 중국, 북한은 최근 들어 산불이 급감하고 있다”며 “이들 나라는 우리와 달리 산림에 세금을 쏟아붓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잦은 산불의 이유를 이상기후에서 찾은 시각도 경계했다. 

 

그는 “우리나라 산불의 대형화 원인이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주장은, 유독 대한민국만 미워해서 기후위기라는 형벌을 주변국을 제외한 우리에게만 내린다는 주장과 같다”며 “왜 예산을 쓰면 쓸수록, 대비를 하면 할수록 화재는 더욱 커지는가에 대한 의문을 살펴봐야 한다”고 썼다.

그는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불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산림청이 소방청을 지휘하고, 화재 이후에도 산림청 중심의 산불 예산 대책이 반복된다며

 

 △대형 헬기 도입

 △특수진화차량 도입 

△임산 도로(임도·林道) 조성 

△숲가꾸기 사업을 “산림청의 대표적인 대책이자 전부”라고 규정하면서 “어느 하나 검증된 것이 없는데도 그들은 이 대책을 고수한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산불의 확산은 강풍과 직결되는데, 바람이 조금이라도 강하면 헬기를 운용하지 못한다”며 “2023년 강릉 산불 당시에도 헬기는 뜨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강풍이 불지 않을 때에도 헬기가 출동하는 데 최소 한 시간 이상 걸리므로 초동 대응이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진화를 위해 가용한 헬기가 산림면적 대비 우리의 6분의 1도 안 되는 일본에서 최근 대형 산불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은, 헬기가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방화림 역할을 하는 임도 조성과 특수진화차량 문제도 “실제로 산불이 발생하면 고열에 임도로 차량이 들어가지 못한다”며 “초동 진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2023년 강릉 산불 지역의 도로 현황을 보면 임도도 아닌, 포장도로가 그물망처럼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25일 오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야산에서 소나무 사이로 불씨가 보인다. 산청=연합뉴스

홍 교수는 산림청이 1998년부터 진행 중인 ‘숲가꾸기’ 사업이 오히려 대형 산불을 키웠다는 주장도 했다. 

 

숲가꾸기 사업은 정부가 외환위기 사태로 급증한 실업자를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했는데, 숲의 연령과 상태에 따라 가지치기, 어린나무 가꾸기, 솎아베기, 천연림 가꾸기 등을 시행한다.

홍 교수는 “산림청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간섭이 빠르게 사라진 지금 우리 숲은 활엽수림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

 

. 달리 말하면 일명 ‘소나무림 고사’가 된다”며 “그런데 산림청은 지금까지 숲의 변화에 대해 ‘소나무림 고사’를 강조하면서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 유지를 위해 자연의 힘으로 확산되는 활엽수림을 수십 년간 베어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모든 대형 산불 발생 지역의 공통점이 “소나무림 우점 지역이면서 활엽수 어린나무들을 베어낸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된 숲”이라고 짚었다.

이 글은 22일부터 시작된 경상권 초대형 산불이 발생하기 전에 발표됐지만, 이번 산불 역시 소나무림 지역에서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산불대응전문가인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영양·청송 지역은 한국에서 가장 소나무 밀도가 높은 곳이라 특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소나무는 활엽수에 비해 1.4배 더 뜨겁게 타고 불이 지속되는 시간도 2.4배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대형 산불은 모두 자연의 흐름을 역행하며 세금이 투입된 지역에서 발생했다”며 “대형 산불은 자연재해가 아니라 산림청의 잘못된 정책에 의한 인재에 다름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과학적 관점에서의 해결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며 “숲가꾸기를 멈추고 숲의 발달을 자연의 흐름에 맡기면 된다”고 덧붙였다.

‘숲가꾸기’ 사업이 대형 산불 빈발 배경이라는 지적은 과거에도 있었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와 피해를 남긴 것으로 꼽히는 2022년 3월 울진 삼척 산불 발생 이후 환경운동연합과 생명다양성재단이 ‘대형 산불 기후재난을 막기 위한 생태적 숲관리 전환 모색’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정연숙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경북 울진 산불 피해지역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전형적인 어린 숲”이라며 “어린 숲은 키 작은 소나무들이 밀도 높게 심어져 있어 대형 산불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32613510002615

 


[르포] "집채만 한 불똥이 날아다녀… 지구 종말이 온 줄 알았다"

 


이유진 기자  입력 2025.03.26 19:30 


[경북 영양·영덕 임시대피소 가보니]

 


구조 기다릴 새도 없이 목숨 건 '탈출'
이재민 수백 명 가득 찬 대피소 열악
"오늘 밤 또 올라"... 화마 공포 여전

 


26일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영양군민회관에 전날 산불을 피해 모인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다. 영양=문지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영양군민회관에 전날 산불을 피해 모인 이재민들이 머물고 있다. 영양=문지수 기자



“연기로 눈앞이 새카만데 산은 봉화 올리듯 타오르고…집이고 밭이고 다 버리고 왔지. 종말이 온 줄 알았어.”


26일 경북 영양군에 위치한 임시대피소 영양군민회관에서 만난 신정한(61)씨는 전날 화마가 집을 집어삼키던 순간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쳤다. 석보면 화매리에 있는 신씨 집은 매캐한 산불 연기로 인해 오후 5시인데도 한밤처럼 깜깜했다. 휴대폰 라이트에 의존해 겨우 운전대를 잡은 신씨는 아내, 이웃까지 6명을 싣고 차로 약 25분 거리의 임시대피소로 왔다. 집채만 한 불덩어리가 차 양옆으로 떨어져 운전 내내 두 손이 후들댔다. 폭격 같은 산불 속에서 살아남았지만, 그는 밭과 집 등 수십 년을 보낸 터전을 한순간에 잃었다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구조 기다릴 새 없이...목숨 건 탈출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에 산불을 피해 모인 아이들이 임시로 마련된 텐트 앞에 누워 있다. 영양=문지수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에 산불을 피해 모인 아이들이 임시로 마련된 텐트 앞에 누워 있다. 영양=문지수 기자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이 강풍을 타고 안동·영양·청송·영덕까지 순식간에 번지며 산자락에 사는 주민들의 급박한 탈출이 이어졌다. 이들은 통신이 끊긴 상황에서 구조를 기다릴 새 없이 이웃끼리 한 차를 타고 몸만 빠져나와야 했다고 간밤을 회상했다.

이날 오후 찾은 임시대피소는 500여 명의 이재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곳곳에 다인용 천막과 은색 돗자리를 깔고 누운 주민들은 "타죽는 줄 알았다" "전 재산이 불탔는데 어찌 사냐"며 울먹였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데리고 포산리에서 대피한 이순자(82)씨는 "거센 바람에 지붕이 날아다니고 사방이 불타서 꼼짝 못 하고 있다가 이웃 덕에 살았다"며 "급히 오느라 아들 혈압약도 못 들고 왔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곳곳이 그을린 데다 연기를 마셔 눈물샘이 부어오른 반려견을 품에 꼭 안은 김모(67)씨도 "개 목줄을 끊어내는 동안 불길이 코앞까지 닥쳤다"며 "그냥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달렸다. 집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산불 임시대피소에 이재민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나연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산불 임시대피소에 이재민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나연 기자

이날 오후 4시 기준 가장 많은 사망자(8명)가 나온 영덕군의 임시대피소 영덕국민체육센터 역시 이재민들로 포화 상태였다. 영덕에선 기지국이 불에 타 주민들은 전날 대피 당시 통신 두절까지 겪었다. 아내와 함께 가까스로 몸을 피한 김용철(80)씨는 "노인들 사는 동네에 (불씨가) 폭탄처럼 집 안으로 들어와 불이 붙고 난리도 아니었다"며 "휴대폰이 먹통이 돼 전화도 지도도 못 봐 무서웠다"고 말했다. 지품면에서 남편과 함께 과수원을 하는 장소희(50)씨는 "밭에서 일하다 불길을 보고 바로 차로 달려갔는데 5분도 안돼서 (밭이) 활활 타고 있었다"며 "나무도 농기계도 다 타버려 이제 살아갈 길이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화마 공포는 현재 진행형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에 설치된 공기청정기에 '매우 나쁨'을 의미하는 빨간불이 떠 있다. 영양=이유진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26일 경북 영양군 영양군민회관에 설치된 공기청정기에 '매우 나쁨'을 의미하는 빨간불이 떠 있다. 영양=이유진 기자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임시대피소 상황은 열악하기만 하다. 영양군민회관 내부엔 연기가 자욱했고 곳곳에서 기침소리가 들렸다. 1층 구석에서 바쁘게 돌아가는 공기청정기에는 오후 내내 빨간불(위험·공기가 매우 나쁘다는 뜻)이 들어왔다.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만난 30대 주민도 "이재민 대부분이 지병이 있는 어르신인데, 대피 중 연기를 흡입하고 놀라셨을 노인분들을 며칠간 돗자리에 방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화재가 언제 다시 닥칠지 모른다는 공포도 여전하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영양군 임압면 주민의 대피를 촉구하는 재난문자가 오자 영양군민회관 이곳저곳에서 불안에 찬 웅성거림이 들렸다. 간신히 눈을 붙였다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는 이들도 있었다. 초등학생 자녀 셋과 함께 이곳으로 대피한 김수예(50)씨는 "(어젯밤) 정전이 됐는데 촛불만 봐도 심장이 벌렁대서 그냥 어둠 속에서 아이들을 껴안고 버텼다"며 "밤에도 바람이 많이 분다고 해 불길이 다시 올까 봐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영양=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
영양=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영덕=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영덕= 최현빈 기자 gonnalight@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