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경북 의성군 안평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동북쪽으로 확산되었다. 3월 25일과 26일 사이에 경북 영양군까지 번져나갔다.
산불 피해. 사진을 보니 처참하다. 산불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라는 것은 이 고요한 마을 사람들은 전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계곡 마을 피해, '괴물 산불' 전쟁터같았다는 증언.
영양군 사망자는 현재 6명이다.
삼의리 이장 내외는 처남댁을 구출한 다음, 그 차량을 타고 다른 주민들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3월 25일 밤 8시쯤 사망한 채 발견됨.
(사망자는 이장 내외, 처남댁)
언론보도.
르포] '괴물 산불' 덮친 경북 영양 삼의계곡…전쟁터처럼 파괴됐다
송고2025-03-26 09:27
김선형기자
윤관식기자
영양군 석보면 3개 마을 대부분 불에 타…고요한 산골마을 한순간에 폐허로
불길 지나간 자리마다 건물 폭삭…종잇장처럼 구겨지기도
불에 초토화된 계곡 마을
산불에 초토화된 계곡 마을
(영양=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 마을이 산불에 초토화돼 있다. 석보면에서는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5.3.26 psik@yna.co.kr
(영양=연합뉴스) 김선형 윤관식 기자 = "산등성이에서 불구덩이가 '펑펑' 거리는 굉음을 내며 마을로 굴러 내려왔습니다."
고요했던 경북 영양 산골짜기 계곡 마을이 전쟁터로 변한 건 한순간이었다고 한다.
26일 오전 찾은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계곡 일대 마을 3곳은 마치 한바탕 폭격을 맞은 듯했다.
불길이 지나간 자리마다 건축물들이 폭삭 주저앉았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게 종잇장처럼 구겨진 채였다.
검게 그을리다 못해 밑동이 타버린 소나무는 여기저기 뿌리째 뽑혀 있었다.
이미지 확대헬로 아카이브 구매하기산불로 다수 사상자 발생한 영양 마을 '초토화'
산불로 다수 사상자 발생한 영양 마을 '초토화'
(영양=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1리 계곡 마을이 산불에 초토화돼 있다. 석보면에서는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5.3.26 psik@yna.co.kr
비극이 찾아온 건 지난 25일 오후 '괴물 산불'이 덮치면서부터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리·포산리·삼의리에는 다음 날(26일) 아침까지도 다 타지 않은 불씨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포산리에서 만난 삼의리 주민 김명태(72) 씨는 계곡 주변을 아내와 수색하고 있었다.
김씨는 "면사무소에서 '전날 밤 한 여성이 계곡에 차가 빠졌다며 구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라며 "혹시 실종자가 있을지도 몰라서 확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동이 트자 마을에는 이재민이 된 주민들이 속속 돌아왔다.
산불에 초토화된 계곡 마을
(영양=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 마을이 산불에 초토화돼 있다. 석보면에서는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5.3.26 psik@yna.co.kr
파괴된 집을 바라보며 젊은 두 남성은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김민수(47·화매리)씨는 기자에게 "난리가 났다"며 "우리 집도 다 타버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산불이 이곳에 왔을 때 청송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서 '산불이 청송에서 영양으로 넘어갔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연기로 새빨개진 두 눈동자에는 눈물이 가득 찬 채였다.
이미지 확대헬로 아카이브 구매하기산불 폐허 살펴보는 주민
산불 폐허 살펴보는 주민
(영양=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화매1리 계곡 마을이 산불에 초토화돼 있다. 석보면에서는 산불로 인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5.3.26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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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민 구하려 했나…영양군 이장 가족 '참변'
경북 영양군에 번진 산불로 주민 5명 사망
산불 덮친 마을로 다시 향한 삼의리 이장 가족
삼의계곡서 차량 전복, 전소된 채 발견
등록 2025-03-26 오전 9:36:40
수정 2025-03-26 오전 9:36:40
김혜선 기자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이장 내외가 산불이 덮친 마을 속 고립된 주민을 구하려다 숨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26일 경북 영양군 석보면 삼의리 삼의계곡에 전날 발생한 산불에 불탄 차량이 보존돼 있다. 이 차량 인근에서 산불 대피하다 숨진 3명이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26일 영양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쯤부터 산불로 인해 석보면 화매리와 삼의리 등 마을에서 무선 통신이 두절되기 시작했다.
이에 화매리 이장은 마을 내 46가구 주민 개별 휴대전화에 안내용 음성메시지를 남기는 ‘스마트 방송’으로 “빨리 집에서 나와 석보초등학교로 대피하라”며 “동네 전 지역에 불이 붙어서 금방 집에 불이 붙는다”고 안내했다.
같은 시각 삼의리 이장은 화매리에 사는 처남댁을 대피시키기 위해 화매리로 차를 몰았다.
그런데 삼의리 이장 내외는 처남댁을 구해 차에 태우고, 산불 대피장소인 석보초등학교와는 정반대 방향인 삼의리로 다시 향했다. 이들은 이미 화마가 덮친 화매리와 삼의리를 잇는 917번 도로를 달렸다.
이후 삼의리 이장 내외와 처남댁은 그날 밤 8시쯤 도로 옆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이 탄 차량은 멀리 않은 곳에 전소된 채 발견됐다.
대피장소와 정 반대로 달린 삼의리 이장 가족의 행보에 주민들은 “혹시 모를 고립 주민을 구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하고 있다.
석보면사무소 한 관계자는 “삼의리 주민도 대피시키려고 돌아가던 중에 그렇게 된 거 같다”라며 “통신이 끊어지기 시작하니 직접 마을을 돌려고 하신 거로 추정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5일째 이어지며 인근 도시로 확산된 가운데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16명으로 늘었다.
이날 소방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안동 2명, 청송 3명, 영양 5명, 영덕 6명으로 모두 16명으로 집계됐다.
영양군 사망자 5명 중 3명이 삼의리 이장 가족이다.
산림당국은 산불 진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좀처럼 불길은 잡히지 않고 있다. 의성 산불 진화율은 전날 오후 8시 기준 68%로 산불영향구역은 1만5185㏊다.
산림당국은 밤새 돌풍이 불어 일시적으로 진화인력이 철수하면서 진화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부터 헬기와 인력, 장비 등을 대거 투입해 진화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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