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자국업체 위주 ‘제2 반도체법’ 대비해야 [전문가 리포트]
반도체 기정학 시대
① 한국 반도체 산업이 겪을 변수
수정 2024-12-27 09:06
2024년 11월 미국의 47대 대선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귀결되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듯,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대외 정책을 펼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2기 정부의 대외 정책에는 몇 가지 변수가 추가된다. 1기와는 달리, 트럼프는 일단 두 개의 전쟁을 취임하자마자 마주하게 된다. 또한 지난 1기와는 질과 양적인 면에서 모두 급성장한 중국의 산업, 특히 반도체나 배터리, 전기차 같은 첨단 제조업의 강력한 확장세도 마주하게 된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취할 주요 전략은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바 없으나, 결국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정책은 주요 경쟁국에 대한 고율의 관세뿐만 아니라, 대미 흑자 폭이 큰 한국, 대만, 일본, 독일, 캐나다 등 주요 국가에게까지 타격을 줄 수 있는 세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들 국가는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국 혹은 동맹국의 위치에 있지만, 트럼프 정부 아래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지며 따라서 바이든 정부와는 차별화된 불확실성을 낳는다. 이러한 정책과 불확실성 속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주요 산업에는 반도체 산업이 있다.
현 바이든 정부의 기본적인 반도체 산업정책은 반도체 리쇼어링이다. 이는 바이든 정부에서 발의한 반도체법(이하 칩스법) 통과 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칩스법에 따라 미 상무부가 집행하는 보조금 규모는 2026년까지 총 527억 달러에 달하는데, 대부분은 인텔, 글로벌 파운드리, 마이크론 같은 미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 기업이나, 미 국립연구소, 미국 주요 반도체 관련 연구중심대학들, 그리고 새로 설립되는 기관인 미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 등이 수혜한다. 실제로 인텔은 지난 2024년 3월, 직접 보조금 85억 달러, 저리 대출금 110억 달러 포함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칩스법 지원금 수혜 대상으로 결정되었다. 칩스법 보조금은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미국에 반도체 팹을 건설하는 외국 업체들도 수혜 대상이 된다. 삼성전자가 최대 47억4500만달러를, 대만 TSMC는 66억달러를 보조금으로 받기로 했다. 이는 각각 미국 애리조나 주에 건설 중인 TSMC의 3∼5 나노급 파운드리 팹(450억 달러 이상 투자), 그리고 텍사스 주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의 2∼3 나노급 파운드리 팹(280억 달러 이상 투자) 건설 매칭 펀드 형태로 지급 예정이다.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은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그 유효기간이 연장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 칩스법 연장은 미 상무부 장관 지나 러몬도가 언급한 제2의 칩스법 같은 형태가 될 수 있다. 이는 인텔 같은 미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현재 재무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가, 마이크론이나 글로벌 파운드리 같은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들 역시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가능성이 커진다. 즉, 5년 이내의 단발성 지원책은 미국 내에서의 반도체 제조 내재화라는 장기적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판단할 수 있고, 특히 첨단 무기용 반도체 등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시스템반도체 확보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므로, 미국 업체들을 타깃으로 하는 칩스법 2가 시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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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미국산 시스템반도체 생산의 첨병 역할을 해준 인텔의 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텔이 최근 몇 년간 출시한 11~15세대 중앙처리장치(CPU)들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저평가되고 외면받고 있으며, 재무 상황은 날로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모바일 전환에 실패했을뿐더러,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용 GPU 시장에서도 2위 자리마저 AMD에 내어 준 지 오래 되었다. 이는 인텔의 로직 반도체 설계 경쟁력 자체보다는 미세 공정 기술력과 패키징 공정 등이 동반되는 양산 기술 경쟁력이 동시에 저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나노 이하급 시스템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미국 업체는 인텔이기 때문에 트럼프 2기 정부의 반도체 지원 정책의 주요 이슈는 인텔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제2의 칩스법이 발표될 경우, 그 수혜 대상 1순위 역시 다시 인텔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인텔뿐만 아니다. AI 반도체에 특화된 DRAM 기반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 등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로드맵 역시 10나노 이하급 첨단 선단 공정을 필요로 하며, 패키징 기술 개선도 요구된다. 따라서 미국 제1의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 역시 1기 칩스법은 물론, 제2의 칩스법 수혜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더해 첨단 패키징 공정이 점차 중요해지는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 기술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의 주요 반도체 공정 장비 업체들과 전문 패키징 업체들도 집중적인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제2의 칩스법이든 다른 방식이든, 트럼프 2기에서 추진될 첨단 산업 지원정책에 대해, 해외 반도체 업체들은 바이든 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 혜택이 축소되거나 심지어는 더 강화된 가드레일 조항 등으로 인해 더 많은 분담금 납부 요구, 이미 수혜된 지원금 반환 요구 등을 마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지에서의 고용 인력 규모 확대, 현지 업체들로 구성된 공급망 구성,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 확대 설치 등의 방향 등이 포함될 수 있다.
트럼프 2기의 반도체 산업 정책의 한 축이 자국의 반도체 산업 집중 지원과 해외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견제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다. 이미 많이 보도된 것처럼, 트럼프 2기 정부는 중국산 반도체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함과 동시에, 핵심 기술이나 제품의 대중 수출을 더욱 강하게 통제하려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 배제 정책이 본격화될 수 있다. 미국의 원천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반도체 업체들에 대한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품목 확대, 제3국을 통한 우회 무역에 대한 차단, 중국 반도체 인력의 미 반도체 업체 취업 제한, 중국 반도체 업체로의 미 반도체 인력 취업 제한, 중국 반도체 업체의 대미 투자 제한 같은 조치가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1기 내각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였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가 다시 대외경제정책 담당으로 복귀하면서 반도체 산업을 전략 산업으로 상정, 고관세율 적용을 넘어, 이른바 전략적 디커플링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에 대한 디커플링 정책 기조는 특히 중국에 반도체 팹이 있는 해외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중국 현지 팹에서 생산된 제품이 중국산 반도체로 분류되어 미국으로의 수출이 제한되거나 고관세율 품목으로 지정되는 정책이 구성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난징에서 파운드리 팹을 2곳 운영하는 대만의 TSMC, 중국 시안에서 낸드 플래시 메모리반도체 팹을 2곳 운영하는 한국의 삼성전자, 중국의 우시에서 디램 메모리반도체 팹을 2곳, 중국 다렌에서 낸드 플래시 팹을 1곳, 중국 상하이에서 패키징 팹을 1곳 운영하는 한국의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제조사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한국 메모리반도체의 대미 수출 관세율 상승 혹은 수출 규제, 중국 현지 한국 반도체 팹으로의 미국 반도체 공정 장비 수출 규제 혹은 다운그레이드, 중국 현지 한국 반도체 팹에 설치된 미국 반도체 공정 장비의 유지 보수 지원 제한, 중국 현지 한국 반도체 팹에서 일정 비율 이상 중국산 반도체 장비나 부품이 사용될 경우, 그것을 중국산 반도체로 규정하는 조항 명시 등이 이러한 견제책이 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중국 현지의 한국 반도체 팹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기본적으로 고립주의를 추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서는 미국이 현재 가장 필요로하는 AI반도체 같은 첨단 반도체 수급을 지나치게 해외 공급망에 의존하는 현 상황 타개가 선결되어야 한다. 즉, 해외 반도체 공급망 의존도 완화가 글로벌 반도체 정책의 골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해외 제조 의존도가 매우 높은 AI 반도체를 국가안보 주요 항목으로 설정할 경우 대만과 한국에 대한 의존도 완화가 주요 과제로 언급될 수 있다.
대만의 파운드리 산업 대부분은 대만 현지에 팹을 건설하거나 운영하기 때문에, 점차 고조되는 양안의 긴장과 지진 같은 자연재해에 대한 취약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이러한 불안 요소들은 미국으로 하여금 대만에 의존하는 현재의 첨단 반도체 제조 밸류 체인이 국가 안보 위해 요소라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정부는 대만의 반도체 생산 업체들에 위험 분산 차원에서 미국 혹은 미국 동맹국으로의 팹 신설, 확장, 혹은 이전 등을 더욱 거세게 요구하는 정책을 취할 수 있다.
TSMC와 더불어 현재 3나노 이하급 초미세 공정 기반 파운드리 양산 팹을 운영하는 유이한 해외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맞춤형 가드레일 조항을 발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에 신설하는 파운드리 팹 투자 및 양산 규모 확대, 현지 팹 미국 고용 인력 창출 및 전문인력 양성 기반 확보, 미국산 공정 장비 도입 비중 확대, 미국 정부 주문량 쿼터 배정 하한선 유지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다. 다만 TSMC를 타깃으로 하는 독과점 견제 조치가 그대로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대해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 왜냐하면 TSMC를 견제할 수 있는 기술력과 양산 규모를 갖춘 글로벌 업체는 현재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독과점 규제 조치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메모리반도체, 그중에서도 DRAM이다. 특히 DRAM 기반으로 3차원 적층되어 제조되는 AI 특화 메모리반도체인 HBM의 경우, SK하이닉스가 5세대에서는 60% 이상, 6세대에서는 80%의 시장 점유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AI 반도체를 핵심 안보 요소로 설정하는 미 정부 입장에서는 하이닉스 같은 해외 업체로 집중되는 HBM 생산 비중은 견제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이닉스와 더불어, 5세대 HBM부터 시장 점유율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 역시 점유율이 확장될수록 그에 상응하는 견제 조치, 즉, 가드레일 조항 추가를 대비해야 한다. 이러한 견제책은 우선적으로 중국으로의 4세대 이상급의 HBM 수출 통제가 될 것이며, 다음으로는 미국 내에서의 HBM 생산 비중 확대 요구가 될 것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점점 주문형 메모리반도체 특성이 강해지고 있으므로, 트럼프 2기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 정책은 중국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직접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생산된 메모리반도체 탑재 제품의 대미 수출 규제 혹은 관세 추가 부과 등의 조치도 이어질 수 있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강화될 대외 반도체 정책은 미국의 팹리스 업체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현재 각국이 초미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AI 반도체 팹리스 업체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 이미 바이든 정부에서 AI 반도체 선두 업체인 엔비디아가 생산하는 고성능 AI 서버용 GPU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엔비디아는 이를 우회하기 위해 성능을 낮춘 버전을 중국으로 수출한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이러한 우회 경로 역시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2기 정부에서는 엔비디아 같은 미국 팹리스 업체들로 하여금 외국 현지의 파운드리 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미국 국내에 있는 인텔, TSMC의 애리조나 피닉스 팹, 삼성의 텍사스 테일러 팹 등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에 입각하는 대외 경제 정책 담당 장관들이나 국가안보보좌관의 기본적 성향이 중국에 대해 매파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데다가, 미국 내에서의 첨단 반도체를 전략 안보 자산으로 규정하려는 미국 공화당 내 정책 입안자들의 영향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2편에서 계속)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화학공학부, 반도체융합공학과)
공적 반도체 파운드리 추진…팹리스 생태계 조성해야 [전문가 리포트]
반도체 기정학 시대
②한국 반도체의 전략 방향
수정 2025-01-01 07:47
미국 트럼프 2기의 고립주의가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와 지역안보가 결합된 복합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미 싱크탱크인 후버 연구소는 반도체 밸류체인의 지정학적 역학 구도를 미국-중국-대만 세 국가가 이루는 이른바 칩-트라이앵글(Silicon triangle)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후버 연구소는 미국의 대만, 중국 반도체 제조 의존도가 과하다는 것과 대만의 지정학적 안정성이 핵심 변수가 된다는 것, 그리고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
후버 연구소뿐만 아니라 또다른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 역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대만의 기술안보적 환경 변동이 전세계 반도체 밸류체인에 미치는 영향을 ‘정치 게임’(Policy game)으로 분석하며, 대만에 의존하는 첨단 반도체 생산이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될 경우 한국과 미국이 받을 영향이 지대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쏠린 첨단 반도체 제조의 과도한 의존도를 안보적 차원에서 완화해야 한다는 정책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미국이 흔드는 동아시아 반도체 역학
트럼프 정부가 과도한 의존도를 완화시킬 수 있는 수단은 기본적으로 첨단 반도체 제조의 국내 복귀 정책을 지속하는 것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 전망에 따르면, 2032년까지 미국의 선단 공정 기반 로직반도체 제조 비중은 국내 복귀 정책에 힘입어 2022년 1% 미만에서 2032년 25%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10나노 이상 ‘미들텍’ 혹은 레거시(전통적인 범용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제조) 공정 기반 반도체 제조 비중 역시 2022년 9%에서 2023년 11%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디램(DRAM) 역시 2022년 2%에서 2032년 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렇게 늘어나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비중은 동아시아 지역, 특히 대만과 한국에서의 생산 비중 축소를 의미한다. 대만의 선단 공정 로직반도체 제조 비중은 2022년 75%에서 2032년 55%로 대폭 감소되며, 레거시 공정 기반 반도체 제조 비중 역시 2022년 35%에서 2032년 25%로 축소가 예상된다.
또한 중국 파운드리 팹의 확장도 전세계 반도체 제조 역학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의 반도체 공정 장비 자급화와 내재화 정책에 따라, 2022년 중국의 레거시 파운드리 공정 기반 반도체 생산 비중은 30% 내외였지만, 2032년에는 40%까지 확장된다. 이와 더불어 10나노 이하급 선단 공정에서도 중국의 비중은 2022년 1%에서 2032년 3%까지 성장이 예상된다.
2022∼2032년 10년간 이뤄질 급격한 전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 변동은 미국의 동아시아 지역 안보 관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미국과 중국에서의 반도체 생산 비중 확대, 대만에 쏠린 첨단 반도체 생산 비중 축소가 동반되는 경향과 맞물린다. 예를 들어 현재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대만발 반도체 공급망 불안정성을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미국과 동맹국은 대만 주변의 안보를 위한 선제 조처를 취할 수 있다. 대만에 대한 첨단 무기 수출 확대나 서태평양의 미 해군 전단 배치 확대 등이다.
미국 안보 전략가들 사이에서도 대만 문제에 대한 전략적 입장 의견이 나뉜다. 그러나 대만에 의존하는 첨단 반도체, 특히 인공지능(AI)과 연계되는 반도체 확보라는 명분은 미국 입장에서는 전략적 모호성보다 전략적 명확성이 더 이득이 된다는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전략적 명확성은 대만뿐만 아니라 한국이나 일본 같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주요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미국 주도의 반도체 경제안보 협력 시스템의 기반 형성에 중요하다.
트럼프는 대만의 ‘실리콘방패’를 인정할까
그러나 전략적 모호성과 명확성 사이의 균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바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30년대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가 더 진척될 경우, 미국의 대만 첨단 반도체 생산 의존도는 완화된다. 또한 티에스엠시(TSMC)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한국(삼성전자), 일본(래피더스), 그리고 미국 팹(인텔, 삼성전자, 티에스엠시)에 인공지능 반도체는 물론 자율주행차, 통신, 국방 등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반도체 물량을 우선적으로 배정할 수도 있다. 이는 양안 위급 사태 때 미국으로 하여금 전략적 명확성을 취할 동기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
대만도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누리는 독점적 지위의 약화가 지정학적 중요성 축소로 이어져, 결국 국가 안보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에 주목한다. 대만 정부는 전통적으로 첨단 반도체 핵심 공정은 해외로 분산시키지 않는 ‘실리콘방패’ 전략을 취해왔다. 이는 대만 반도체 제조 의존도 완화라는 트럼프 정부의 대외 정책과 충돌한다. 트럼프 2기 정부는 미국 내 티에스엠시의 파운드리 팹에 대한 투자 확대와 더불어 기술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장비와 부품, 설계 업체들과 이루는 공급망 자체를 미국 내에서 재구축하도록 대만 정부에 더 강하게 요구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가 통하지 않을 경우 트럼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대만의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군사 자산 배치나 공유 제한 조처다.
한편 중국도 반도체 내재화 정책을 더욱 강화해 공정 장비, 메모리반도체, 설계 프로그램, 부품 등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투자를 확대할 것이다. 중국이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 투자는 대부분 범용 반도체와 레거시 로직반도체 양산 기반 확충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투자는 반도체 초과 공급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대만, 한국, 미국의 파운드리 업체의 원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또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성장하면서 반도체 시장에 치킨게임을 유발하고, 3∼5위권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점유율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미국이 계획하는 대중 반도체 기술 및 무역 제재 정책이 선단 공정 반도체에서 중국에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효과뿐만 아니라, 미국 반도체 업체들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렇게 중국의 반도체 내재화율이 올라갈 경우, 중국은 양안 문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또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으로 기운다면 중국이 무력행사를 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한국 공적 파운드리 운영 추진을
한국 반도체 산업이 취해야 할 중장기 전략은 명확하다. 우선적으로 반도체 제조업에서의 현재 경쟁력을 기반으로 반도체 생태계의 다양성을 강화하면서 메모리반도체 일변도 중심의 무게를 분산하는 것이다. 특히 전공정보다 후공정에서의 수율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첨단 패키징 공정 기술개발 투자 및 전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해 주문형 고성능 반도체 제조의 경쟁력을 다각도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더불어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제조의 경쟁력을 결정할 수 있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산업계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의 충분한 연구개발 투자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국제정치적 관점에서는 미국이 최근 강화한 반도체 및 관련 기술 수출 규제에 대한 다자간 수출 통제 기구의 성격을 분석하고,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끼칠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 첨단 반도체의 로드맵과 표준 제정에 선제적으로 참여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포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기술 개발의 방향 설정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기업) 생태계 정착을 위해 정부의 공적 자금이 일부 투입된 공적 레거시 파운드리의 설치 운영 방안 역시 중장기적으로 탐색 및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
트럼프 2기 동안 반도체 산업 변동은 주로 인공지능 반도체가 주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의 인공지능 관련 팹리스 업체들과의 생태계 구성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기술 주도권에 동참하는 것이다. 기술적 경쟁력 확보와 생태계 변화에 대응하며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트럼프 2기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 반도체가 계속 가야 할 전략이 되어야 한다.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75772.html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화학공학부, 반도체융합공학과)
공적 반도체 파운드리 추진…팹리스 생태계 조성해야 [전문가 리포트]
미국 트럼프 2기의 고립주의가 현실화될 경우, 반도체와 지역안보가 결합된 복합 사안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미 싱크탱크인 후버 연구소는 반도체 밸류체인의 지정학적 역학 구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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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79143.html
삼성, 신기술 개발-현업문제 해결 ‘양손’ 경영이 살길
벨연구소는 미국 통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에이티앤티(AT&T)가 1925년 설립한 종합 연구소였다. 에이티앤티는 수익 가운데 일부를 기초·응용 연구 전반에 투자했다. 이때 투자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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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2.
삼성, 신기술 개발-현업문제 해결 ‘양손’ 경영이 살길
권석준.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화학공학부, 반도체융합공학과)
반도체 기정학 시대
수정 2025-01-22 08:34등록 2025-01-22 08:23
벨연구소는 미국 통신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에이티앤티(AT&T)가 1925년 설립한 종합 연구소였다. 에이티앤티는 수익 가운데 일부를 기초·응용 연구 전반에 투자했다. 이때 투자한 연구 분야는 물리학·화학 같은 기초 과학뿐만 아니라 경제학·심리학 등 폭넓은 분야를 아우르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건 기업 연구소가 상용화와 직접 연관 없는 주제까지 연구했다는 것이다.
트랜지스터의 발명 과정을 살펴보면, 벨연구소가 기초 물리 연구에 막대한 자원을 투자했음에도 정작 내부 경영진은 트랜지스터가 가져올 장기적 파급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소 내 특허·사업화를 담당하는 부서가 존재했지만, 의사결정에선 트랜지스터 상업화는 우선순위가 낮았다.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트랜지스터 개발 주역 중 한 사람인 윌리엄 쇼클리 박사와 그의 동료들이 트랜지스터의 상업적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당시 연구소 내부에서는 이 기술을 ‘원천 소재 연구’ 정도로 간주하는 시각이 강했다.
여기에 쇼클리의 독단적 리더십도 연구소 내 갈등을 키워, 결국 그는 캘리포니아로 떠나 독립했다. 이후 쇼클리가 설립한 회사에서 나온 인재들이 페어차일드, 인텔 등을 창업하면서 실리콘밸리의 기반을 조성했다. 상업화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쓰던 벨연구소는 에이티앤티의 통신 시장 독점 구조가 무너지자(1980년대 미 정부의 반독점 소송 등), 방대한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웠고 여러 차례 매각과 규모 축소를 거치며 과거의 영광과 안녕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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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크리스텐슨 교수 등이 창안한 혁신 이론의 틀에 맞춰 ‘오픈 이노베이션과 연구개발(R&D) 가치 사슬’ 관점에서 보면, 벨연구소는 연구 초기 단계(탐색)에는 뛰어났으나 기술 이전·상품화 단계와 기업 내외부 협력을 유기적으로 설계하는 것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례는 기초 과학 성과와 사업적 성과가 별개의 영역으로 완전히 분리될 때 나타나는 한계를 잘 보여준다.
현대 반도체 산업으로 시선을 돌려도 ‘연구-사업 연계’ 문제는 중요하다. 가치사슬이 복잡해지면서 문제의 동적 양태는 더욱 복합적으로 전개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핵심 요소인 미세화 경쟁은 이제 나노미터 단위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공정 수율·원가·성능 문제가 기업 수익과 직결된다.
TSMC 고객 요구 해결로 노하우 쌓아
티에스엠시(TSMC)가 대표적 사례인데, 이 회사는 현장에서 매일 발생하는 공정 트러블(문제)을 해결하는 동시에 이유브이(EUV·극자외선) 리소그래피나 게이트올어라운드(GAAFET) 같은 차세대 기술을 외부 연구기관과 협업해 미리 준비한다. 즉 ‘현업 문제 해결’과 ‘차세대 기술 탐색’을 유기적으로 병행하면서, 고객사의 요구 조건을 만족시키고, 그 과정에서 쌓인 문제 해결 노하우를 재투자하는 선순환을 만들었다. 이 전략은 앰뷰시터스(ambidextrous) 조직 이론과도 일맥상통한다. 티에스엠시의 연간 연구개발 지출 내역을 보면, 공정 안정화와 첨단 공정 연구가 모두 큰 비중을 차지하며 이는 대만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했다.
티에스엠시와 늘 비견되는 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다. 삼성전자는 지난 30년간 범용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장악했고, 특히 디램(DRAM) 분야에선 이전 세대에 ‘치킨게임’을 통한 물량 우세와 공정 수율·원가 경쟁력으로 지속적인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인공지능 특화 맞춤형 메모리반도체 기술이 급부상하자, 범용 디램을 양산하는 전략만으로는 차세대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고대역폭메모리를 ‘한정적 수요’로 단정했던 시기가 길었고, 그 과정에서 인공지능 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때 경쟁사가 더 먼저 제품 완성도와 고객 네트워크를 갖췄다.
삼성 반도체의 다른 한 축을 차지하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 사업부의 상황도 비슷하다. 삼성전자가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모바일 전용 메모리를 생산하며 완제품까지 만드는 일괄생산구조는, 퀄컴이나 구글 같은 대형 팹리스 고객과 잠재적 ‘경쟁자’ 관계가 될 수 있기에 장기적인 협력관계를 맺기 어려운 정치적·조직적 이해관계가 존재한다. 과거 14나노미터(nm) 공정 시점까지는 수율 차이가 크지 않았고, 스마트폰 시장 호황으로 물량을 분배할 파운드리가 제한적이라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정이 10나노미터 이하로 미세화하면서 티에스엠시와 수율 격차가 가시화되고, 고객 불만이 누적되자 대기업·빅테크 고객이 티에스엠시로 몰리기 시작했다. 애플이 2010년대 중반부터 자사의 모바일, 아이맥 등에 공급되는 시스템반도체인 애플실리콘 칩 생산 물량의 공급선을 티에스엠시로 바꾼 것이 대표적 사례다. 여기에 더해 대형 고객이 빠져나간 자리를 검증이 안 된 소규모 팹리스 스타트업 중심 주문량이 채우고 있고, 이는 멀티 퍼포즈 웨이퍼(MPW) 위주로 저마진·다품종 소량 생산에 그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가 2025년 이후 추구하려는 2나노미터 공정에서는 3나노 공정부터 도입한 게이트올어라운드 기술의 안정화를 통해 티에스엠시 대비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여전히 티에스엠시에 비해 낮은 수율과 제한된 공정 아이피(IP) 등의 경쟁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삼성의 문제는 조직·정치적 요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겪고 있는 문제는 기술적 요소에 국한하지 않는다. 재무·조직·정치적 요소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파운드리 분사를 통한 중립성 확보가 거론되지만, 실제 분사에 필요한 재무적 부담과 누적된 적자, 인력·설비 공유 문제, 계열사 간 지분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임원의 인사평가나 단기 성과 압박으로 인해, 혁신적·모험적 기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시작해야 하는 것은 조직 내부에서 현재 문제 해결과 미래 기술 탐색을 병행하는 앰뷰시터스 전략이 얼마나 잘 진척되고 있느냐를 점검하는 것이다. 기존 공정(범용 디램, 14nm 파운드리 등)에서 발견된 문제와 설계-공정 불일치를 차근차근 해결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해야 하고, 동시에 HBM·PIM·GAAFET·ReRAM·Memristor 등 신기술이 언제 주류가 되어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그간 누적된 실패 데이터까지 체계적으로 쌓고 분석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서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보고 라인의 간소화, 부서 간 데이터 공유 체계, 장기 연구개발 자원 배분 등의 제도적·재무적 혁신이 요구된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티에스엠시 초기와 유사하게 정부가 직접 연구개발 인프라·인재 양성·세제 혜택·공적 펀드 등을 마련하는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중, 10나노미터 이상급의 이른바 레거시 혹은 미들텍 공정은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으므로, 정부가 이를 인수하여 공적 파운드리로 변모시키는 방식도 취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의 칩스법이나 중국·유럽의 반도체 투자 확대와 비견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도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
벨연구소 사례는 기술 선도와 혁신적 발명이 있다고 해서 기업이 영속적으로 번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 연구와 사업적 연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재무·조직 구조가 함께 구축되지 않으면 실패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줬다. 티에스엠시는 “현업 문제 해결의 연속” 방식으로 사업 지위를 공고히 했다. 삼성전자는 벨연구소의 실패와 티에스엠시의 성공, 양극단 사이에서 오랫동안 초격차를 구현하는 등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해 왔지만, 내부 구조적 문제와 외부 시장의 변동이 동시에 찾아오며 위기를 맞았다.
기존 치킨게임 모델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기존 공정에서 소홀히 해온 문제들이 인공지능 메모리·파운드리 사업 전환 시점에 증폭돼 나타났다. 필요한 것은 기본기를 재정비하고, 현업 기술을 안정화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미래 기술을 탐색할 수 있는 ‘양손잡이’ 연구개발 체계, 즉, 혁신적 발명과 현업 ‘트러블슈팅’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추구할 수 있는 내부 프로세스와 연구개발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정부 지원 및 산학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인프라와 인재 풀이 마련되어야 하고,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실패를 감내하는 문화와 데이터 중심의 의사결정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 이미 전세계에서 반도체 산업은 치열하게 재편되는 중이므로, 한국 반도체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으려면 과거 성공 방정식만을 고수해선 곤란하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화학공학부, 반도체융합공학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 승인…보상부터 속도 낸다
박수지기자
수정 2024-12-26 19:01
26일 오전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지정’ 행사에서 김용관 삼성전자 DS 경영전략담당 사장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국가산단 성공적 추진을 위한 실시협약을 체결한 후 이상일 용인시장(뒷줄 왼쪽부터),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고영인 경기도 경제부지사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대 반도체 산업단지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의 산업단지 계획이 26일 승인됐다. 통상 후보지 선정에서 산단 지정까지 걸리는 기간을 2년 넘게 단축한 정부는 내년부터 진행될 보상 절차에도 속도를 내, 당초 계획보다 착공 시점을 4년 가까이 단축한다는 목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경기도, 용인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삼성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사업시행자와 입주기업 간 실시협약을 체결하고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대한 특화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은 728만㎡(약 220만평) 부지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fab·팹) 6기와 발전소 3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기업 60개 이상 등이 입주하는 대형 국가 전략사업이다. 국토부는 전체 단지 준공 시까지 최대 360조원에 이르는 민간 투자가 이뤄져 160만명의 고용과 400조원의 생산 유발 등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시간이 보조금”이라고 강조하며, 통상 4년 이상 소요되는 산단 지정기간을 1년9개월로 줄였고, 산업단지계획 승인도 3개월가량 앞당겼다. 이에 따라 공사에 들어가는 착공 시기도 당초 계획 2030년 6월에서 2026년 12월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감도. 국토부 제공
‘속도전’의 관건은 보상 절차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조성계획에도 보상안 등 사업 속도를 높이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 정부는 우선 착공까지 시간 단축을 위해 중요한 원주민과 이주기업에 대한 보상책으로 산단 남서쪽에 37만㎡ 규모의 이주자 택지를 조성하고, 북서쪽에는 50만㎡ 규모의 이주기업 전용 산단을 만들기로 했다. 이주자 택지를 공급받지 못하는 임차가구를 위해선 산단 인근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 또 주민 생계를 위해 엘에이치 발주사업에 대해 원주민 단체의 사업 위탁을 활성화하고, 산단 내 입주 기업에 주민 고용도 추천한다. 원주민이 현금보상 대신 근린생활시설용지 등을 공급받길 희망하는 경우, 대토보상 확대 시행을 통해 재정착도 지원할 방침이다. 김민태 국토부 산업입지정책과장은 “산단 조성 때문에 이주자 택지와 이주기업 전용 산단을 함께 만드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기존 주민들이 빠른 이주·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인근 지역에서 거주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가산단 배후 주거지인 용인 이동읍 이동 공공주택지구도 통합 개발하기로 했다. 228만㎡에 1만6천가구를 조성하고, 팹 1기가 가동되는 2030년에 맞춰 첫 입주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산단 조성으로 늘어나는 교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도 45호선 이설·확장사업 중 산단 내 구간은 2030년까지 개통하는 등 교통 인프라 확충안도 특화 조성계획에 포함됐다. 이밖에 인천 송도에서 강원 강릉을 잇는 경강선 등 연계 철도망 구축도 추진한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