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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노동

화물연대 파업 투표 결과 언론 보도. 파업 성과와 과제

by 원시 2022. 12. 11.

화물연대 파업 지도부가 '조합원 투표'를 결정한 것 자체가 얼마나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파업분쇄가 강했는가를 보여줬다. 코로나가 아직도 진행중인 상황에서 노동계의 파업은 쉽지 않다. 전 세계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이머징 경제국가들에서도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기 쉬운 상황은 아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안전 운임제', 고속도로 위에서 죽어나가는 트럭 운전수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한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정치적 노고는 결코 실패한 것은 아니다.

1.  6월 파업 이후, 11월 파업 16일 이후 조합원 투표에 부친 배경들

1) 윤석열의 공격. 파업이 북핵 위협과 같다.
업무개시명령.
면허정지 협박

2) 민주당의 비일관적인 정책과 행동.

3) 서울교통공사. 철도 노조 등 산별 노조 동조파업 불이행

4) 조합원들의 내부 통합력 수준 한계

5) 코로나 정국에서 여론 형성 힘든 조건.
이것은 파업 지도부의 능력과 무관한 너무 힘든 조건이다.

2. 화물연대 파업 성과.
배달 운수 관련 노동자들의 생명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현실적인 운수 임금에 대한 공유.



참고 자료. 언론 보도.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동아일보, 조선일보 .

화물연대 파업 ‘백기’까지…안전 ‘논의’ 실종, 노조혐오·엄포만
등록 :2022-12-09 20:30


수정 :2022-12-10 19:55
박태우 기자 사진


‘합의→파기→압박→백기’…화물연대 파업 10가지 순간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화물연대가 파업을 통해 ‘유지·확대’를 요구했던 안전운임제는 2020년부터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돼, 올해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 이어 지난달 24일부터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정부는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고,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은 북핵과 같은 위협”과 같은 ‘노조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정부의 고강도 압박에 화물연대가 사실상 ‘백기투항’ 복귀를 결정했음에도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화물연대를 더욱 구석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이런 태도가 유지된다면 “하루 16시간 일해 월 300만원을 버는”(화물연대 자체 통계) 화물기사들의 ‘희망’ 안전운임제는 이달 말 일몰된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화물연대 16일간 파업 전후 10개 주요장면을 <한겨레>가 정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 격려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 격려 오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① 6월14일 : ‘안전운임제’ 1차 파업 종료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과 동일한 요구인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를 내걸고 지난 6월에도 8일간 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6월14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는 다섯번의 교섭 끝에 “안전운임제 지속추진과 품목확대에 대해 논의한다”고 합의했고, 화물연대는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사흘이 지난 6월17일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최로 화물연대를 비롯한 안전운임제 관련 간담회가 열렸다. 화주 단체를 대표해 간담회에 참석한 사람은 이관섭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기업들은 안전운임제가 운송시장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수요와 공급을 해소하는 시장의 기능을 제한한다고 생각한다”며 “화물 운송 근로자의 안전을 그냥 운임으로 해결하겠다는 안전운임제야말로 근본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냐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관섭 부회장은 두달여 뒤인 8월20일 대통령실 정책기획수석에 임명됐다.
② 9월29일 : 국토부 “안전운임제 교통안전 효과 불분명” 국회 보고
6월14일 국토부와 화물연대 사이의 합의에는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시행 성과에 대해 국회에 보고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시행효과와 관련해 국회 민생특위에 “화물운송서비스의 소비자이며, 화물차주와 직접적 계약당사자가 아닌 화주에게 운임을 강제하는 방식의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개선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취지의 보고를 제출했다. 이는 화주단체들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국토부의 연구용역으로 한국교통연구원이 작성한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보고서와는 일부 배치된다. 당시 교통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안전운임제도 시행 후 이를 적용받는 화물기사의 월평균 소득이 유의하게 증가하고, 노동시간 감소효과가 나타나 과로문제가 일부 개선돼, 도로교통안전 확보에 일부 기여했다” “다단계 운송 거래가 개선되어 건전한 화물운송시장 환경조성에 기여했다”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기간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11월14일 오전 서울 등촌동 공공운수노조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가 11월14일 오전 서울 등촌동 공공운수노조에서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③ 11월14일 : 화물연대 총파업 예고…국토부 “화물연대 세력 확장 우려”
11월14일 화물연대는 “6월 파업 이후 국토부가 안전운임제 관련 논의에 나서고 있지 않다”며 “정부와 여당이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11월24일 총파업하겠다고 밝혔다. 총파업 선언 다음날인 11월15일 화물연대와 국토부와의 교섭이 진행됐지만, 구헌상 국토부 물류정책관은 “안전운임제가 확대되면 화물연대 세력확장이 우려된다”는 정치적 발언을 쏟아냈다. 결국 논의는 파행으로 끝났다. 그는 이후 <한겨레>와 통화에서 “화물연대가 상당히 커지면 물류시장 자체가 한쪽으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얘기한 것”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늘공’의 이같은 발언은 향후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대응을 암시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④ 11월22일 : 당정 “품목 확대 없이 일몰 3년 연장” 제시
화물연대의 총파업 돌입 이틀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은 ‘품목 확대 없이, 일몰 3년 연장’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당초 제도 도입의 취지였던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해 일몰 연장을 통한 추가 검증의 필요성이 있고, 최근 고유가 상황과 이해관계자 간의 의견을 고려해 일몰 3년 연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정재 의원은 안전운임제를 위반했을 때 화주 처벌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바탕으로 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당일 철회하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여당의 이런 태도에 대해 “화주단체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11월24일 오전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확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11월24일 오전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 앞에서 열린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 총파업 출정식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안전운임제 확대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⑤ 11월24일 : 화물연대 파업 돌입…정부 “엄정 대응” 담화문
24일 0시부터 화물연대 2만6천여 조합원이 파업에 돌입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 관계부처 장관들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심각한 위기까지 초래한다면 업무개시명령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운송(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실무적 준비를 이미 착수했다”고도 강조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규정된 업무개시명령은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하여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어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그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에게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업무개시명령은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는 화물기사에게 ‘강제노동’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나아가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시행된 적이 없었다.
⑥ 11월29일 : 시멘트 품목 ‘업무개시명령’ 발동…전방위 압박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시멘트 품목에 화물운송사·운수종사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명분 없는 요구를 계속한다면 정부도 모든 방안을 강구해 단호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일상을 볼모로 잡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가 장기화되면 국민이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국토부는 이날부터 시멘트 품목 화물운송사업자와 화물기사들에게 업무개시명령서 전달을 시작했다. 나아가 공정거래위원회도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이 아닌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화물연대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⑦ 12월2일 : ILO, 정부 파업 대응에 ‘개입’…정부 “의견조회일 뿐”
공공운수노조와 민주노총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한국 정부가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협약과 강제노동 협약을 위반했다”며 국제노동기구에 ‘개입’을 요청한 지 나흘 만에, 국제노동기구가 사무총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즉시 개입’했다. 국제노동기구는 산하 감독기구인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2012년 화물연대 관련사건에서 “화물노동자(특수고용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을 보장하라”는 취지의 권고를 “주목”하라고 밝히며, 파업권 보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 감독기구는 운송서비스 및 유사한 부문의 업무복귀명령이 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간주하고, 평화적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에 대해 형사 제재를 가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국제노동기구의 개입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 사무총장 명의의 이런 공문에 대해 “단순 의견조회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⑧ 12월5일 : 윤 대통령 “화물연대 파업, 북핵 같은 위협”
윤석열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화물연대 파업을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며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강경 발언을 쏟아낸 사실이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의 공갈·협박 전략과 민주노총의 행태가 똑같다는 이야기”라며 “과거처럼 타협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이야기였다”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뿐만 아니라 파업기간 내내 정부와 여당 정치인들은 민주노총과 노조에 대한 혐오발언을 꾸준히 쏟아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민주노총을 “민폐노총”이라 밝혔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파업을 일컬어 “기획파업”이라고 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민(주)노총은 반노동의 근거지”라고 주장했다. 이날부터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화물기사에 대한 형사제재와 운수종사자격 정지 행정제재 절차에 돌입했다.
⑨ 12월8일 : 민주, ‘일몰 3년 연장 정부안’ 수용 선회…정부, 압박 더 높여
파업 보름째를 맞는 8일 민주당이 파업 전 정부·여당의 입장이었던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화물연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품목확대 법안을 발의해둔 상태였다. 그런 민주당이 이를 사실상 철회하면서 화물연대는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철강·석유화학 품목에 대해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압박 수위를 더욱 높였다. 결국 화물연대는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파업 종료 및 업무복귀 여부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공영차고지에서 화물연대 광주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종료 및 현장 복귀 찬반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공영차고지에서 화물연대 광주본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종료 및 현장 복귀 찬반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⑩ 12월9일 : 화물연대 투표끝 현장 복귀…여 “안전운임 원점 재검토” 강경론
화물연대가 총파업 돌입 16일만에 파업을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 전체 조합원 총투표 결과에 따른 결정으로,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 중 61.84%가 파업철회에 동의했다. 민주당은 정의당과 함께 기존 정부·여당안이었던 ‘안전운임제 일몰 3년 연장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하지만 정작 같은 내용으로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은 법안 논의과정에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여당은 파업이 16일간 파업으로 혼란을 초래한 만큼 기존 정부·여당안이 아닌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물연대는 이에 대해 “안전운임제 일몰기한 3년 연장으로 약속(지난 6월 파업 종료 당시 합의)을 지켰다며 큰소리를 치더니 이제 와서는 ‘화물연대가 파업을 했으니 안전운임제도 연장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며 “안전운임제 폐지를 화물노동자를 협박하는 칼날로, 시혜적으로 줬다가 마음에 안 들면 빼앗는 속임수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하여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부터 시행돼, 12월31일 일몰을 앞두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화물연대 “정권 전방위 탄압에도, 안전운임제 알린 건 성과”
등록 :2022-12-10 16:55
수정 :2022-12-10 19:52
채윤태 기자 사진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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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종료 이튿날, 화물연대 1000명 결의대회
백기투항에도 정부·여당 “안전운임제 원점 검토”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10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화물안전운임제 사수! 노조파괴 윤석열 정부 규탄! 국민안전 외면 국회 규탄!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채윤태 기자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종료한 이튿날 거리에서 “현장 복귀는 안전운임제를 지키기 위한 결단”이라며 투쟁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화물연대는 10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화물안전운임제 사수! 노조파괴 윤석열 정부 규탄! 국민안전 외면 국회 규탄!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를 열었다.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지 16일 만인 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파업을 철회했다. 이날 주최 쪽 추산 조합원 약 1000명이 결의대회에 참여했다.
이봉주 화물연대본부 본부장은 “화물연대 총파업을 통해 기업의 이윤보다 안전한 사회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얻었고, 화물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해주는 수많은 시민사회 그리고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동지들의 연대를 얻었다”고 화물연대 총파업을 평가했다. 그는 이어 “안전운임제도가 모든 화물노동자에게 적용되고, 도로 위 국민안전이 보장되는 그날까지 함께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부처와 국회를 겨냥해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도 대통령실의 명령만 따르는 앵무새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떤 부처도 역할 하지 못한다.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의 눈치를 보면서 야당 역할도 못하는 이 심각한 상황도 봤다”며 “법과 약속을 어긴 것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이었고, 국민 안전은 뒷전이고 화물연대의 파업을 민생 정쟁의 도구로 삼은 것은 국회였다”고 비판했다.
현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사상 초유의 위헌적 업무개시명령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앞세운 불법 탄압 등 정권 자본의 전방위적 탄압에도 파업을 진행해 많은 국민이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 ‘반드시 유지·확대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했다”고 총파업의 성과를 언급했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화물연대 동지들이 업무개시명령에 맞서 투쟁을 전개하며 힘들었지만 웃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아프지만 내일은 웃을 수 있다. 1∼2년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오늘까지만 아프고 내일부터 웃자”고 연대 발언을 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결의대회를 마치고 “화물 안전운임제 사수”, “국민안전 외면 국회 규탄”, “노조파괴 윤석열 정부 규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와 민주당사 앞을 행진했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품목확대 논의’를 합의했지만, 정부·여당이 논의에 나서지 않고 ‘품목 확대 없이, 일몰 3년 연장’ 방안을 추진하자 지난 24일 0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현재 컨테이너·시멘트 운송차량 차주에게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 품목을 늘리자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고립된 화물연대는 결국 지난 9일 총파업 돌입 16일 만에 사실상 ‘백기투항’하고 현장 복귀를 선언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화물연대를 몰아세우면서, 화물연대는 현상 유지를 위해 다시 투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해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2020년 시행돼, 이달 말 일몰을 앞두고 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화물연대 파업
파업 철회 투표에 '찬성 62%'...화물연대 힘 빠진 이유는
입력
2022.12.10 04:30
3면
곽주현 기자


'업무개시명령' 꺼내 든 정부의 강공 일변도
내부적 동요에 어려운 경제 여건 겹쳐
'아군'들의 조기 이탈도 파업 동력 약화


화물연대가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 복귀를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조합원이 눈물을 닦고 있다. 의왕=연합뉴스

화물연대가 9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접었다. 16일간의 파업을 통해 얻어낸 게 없는 상태에서 일터로 돌아갔다. 파업 초부터 몰아친 정부의 강한 압박에 파업 대오가 흐트러졌고 이 과정에서 여러 '아군'들을 잃으면서 투쟁 동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선 복귀, 후 대화' 원칙에 교섭 난항
화물연대 총파업 기세가 꺾인 요인으로는 두 차례에 걸친 '업무개시명령'이 우선 꼽힌다. 지난달 29일 정부는 국무회의를 거쳐 시멘트 분야에 대한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이달 8일에는 철강 및 석유화학 분야 화물운송 노동자들에게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 때 도입된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업무개시명령 당시 파업 참여 화물차 기사들은 "기본권 침해"라며 삭발투쟁 등으로 강하게 반발했지만, 일부 조합원들에게 명령서가 전달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업무개시명령서를 받고도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면허 정지·취소에 더해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어 상당수의 기사가 파업 대열에서 이탈했다. 국토교통부는 명령 발동 후 일주일 만에 파업 참가 시멘트 운송기사의 30%가량이 복귀한 것으로 추산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파업 직후 2만1,000톤까지 줄었던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 7일 기준 18만 톤으로 평년 동월 대비 96% 수준을 회복했다. 레미콘 생산량도 71%까지 올랐다.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이 물류 정상화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판단한다.

업무개시명령 이후 형식적으로나마 진행되던 노정 대화는 완전히 중단됐다. 정부는 '선 복귀, 후 대화' 원칙을 내세우며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예고했고, 이에 화물연대가 반발하며 대화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철도노조·서울교통공사 등 교섭 타결로 '외딴 섬'...민주당마저 돌아서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철회한 9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앞 도로에 주차된 화물차에서 한 조합원이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의왕=뉴시스


화물연대가 시작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총파업 규모가 쪼그라든 것도 영향이 컸다. 당초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24일 화물연대에 이어 30일 서울교통공사, 이달 2일 철도노조, 6일 민주노총 총파업 등으로 화력을 키워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와 철도노조 등 산별노조 조직이 파업 하루 만에 사측과 협상을 타결해 총파업을 철회했고, 현대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 노조도 임금·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하면서 김이 빠졌다. 6일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 참여 인원도 2만여 명으로, 지난달 전국노동자대회(9만여 명) 때보다 훨씬 적었다.

결정적인 '한 방'은 더불어민주당의 독자 행보였다. 민주당은 8일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전격 수용한다고 공표했는데, 화물연대는 "논의된 바 없다"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마저 돌아서자 화물연대는 사실상 '외딴 섬'이 됐다. 국회가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3주 남은 안전운임제 일몰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는 화물연대 파업의 이유였다.

파업 장기화에 조합원 경제적 어려움 호소도

화물연대 총파업 철회 여부 결정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가 열린 9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내 화물연대 광주본부 주차장에서 조합원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파업이 길어져 내부 균열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8일 만에 끝난 올해 6월 파업과 달리 이번 파업은 16일간 계속됐다. 경제적인 타격이 가시화하면서 이탈 인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날 파업 종료 찬반 투표에 참여한 조합원은 전체의 13.67%에 불과했다. 한 조합원은 "차량 가격만 2억5,000만 원인데 매달 유지비에 보험료까지 고정비용만 400만 원이 넘는다"며 "엄청나게 큰 고통을 감수하면서 파업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업에 대한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고유가·고금리·고물가의 팍팍한 경제 상황에서 '국민 안전을 위한 파업'이라는 화물연대의 명분이 설득력을 잃은 탓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파업 관련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1%는 '우선 업무 복귀 후 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답했다.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냉정하고 치밀하게 대응했고, 양측 모두 무리한 행동 없이 파업이 마무리됐다"며 "앞으로는 화물운송 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 공론화하고 국민 합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4조원 피해 남기고…역대 최장 파업에 산업계 곳곳 ‘생채기’
변종국기자 | 세종=김형민기자
입력 2022-12-09 18:13업데이트 2022-12-0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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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6일 경기 의왕ICD 2터미널 앞과 전국 15곳에서 화물연대 파업 지지를 표명하는 '전국동시다발 총파업 총력투쟁대회'를 개최했다. 의왕=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가 9일 집단 운송 거부(파업)를 철회하기로 했지만, 산업계 곳곳에는 큰 상처가 남았다. 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 규모는 약 4조1400억 원에 이른다. 시멘트와 석유화학, 철강, 자동차 및 타이어 등 업종에서 타격이 두드러졌다.

화물연대 파업은 건설 현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건설 작업에 필수적인 레미콘 운송이 멈추며 일부 현장에서는 중단 기간만큼 공사 기간이 연장되기도 했다. 레미콘은 건설 작업에 필수적인 타설(구조물에 콘크리트를 붓는 작업)의 핵심 재료이지만 제작 2~3일 내로 굳어버리기 때문에 미리 물량을 비축해두기 어렵다. 시멘트 운송량은 한때 평시의 12% 수준인 2만2000t까지 떨어졌다. 레미콘 생산량도 18.7%인 9만4000㎥까지 줄었다. 시멘트 업계는 약 1200억 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이 비교적 이른 11월 29일 이루어지며 피해가 줄어들었다.

석유화학업계는 ‘품절 주유소’ 대란을 겪었다. 탱크로리(유조차) 운송기사들이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서다. 품절 주유소는 한 때 100곳에 육박했을 정도였다. 파업 철회가 결정된 후인 9일 오후 2시에는 49곳으로 줄었다. 석유화학 업체가 몰려있는 여수산업단지 석유화학업체의 반출량은 최근까지도 평시 대비 50~60%까지 정도 유지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파업 기간 출하차질을 겪는 누적 물류 피해는 1조40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정유 업계도 6700억 원가량의 피해를 봤다.

제품 출하 차질을 겪은 산업계의 피해도 크다. 철강업계는 1조5000억 원 규모 출하 차질을 겪었다. 자동차업계는 생산된 차량을 소비자에게 인도해주는 카캐리어가 운영 중단 되면서, 완성차를 직원들이 고객에게 직접 가져다주는 이른바 ‘로드탁송’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 하루에만 로드탁송 비용으로만 5억 원 이상이 발생했다. 타이어 업계의 경우엔 출하량이 평소 대비 절반가량으로 줄었고, 금호타이어는 감산을 결정하면서 평소 대비 30% 가량만 생산을 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출하 및 생산, 물류 차질 등이 조만간 정상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 산업은 현재 평시 수준으로 출하량이 회복됐다. 포항제철소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번 주 초반까지 하루 평균 도로 운송 출하량이 평시 대비 40%를 밑돌았다가 현재 절반 이상으로 회복됐다. 자동차 업계도 로드 탁송 규모가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고, 감산 결정을 내렸던 금호타이어도 이르면 10일부터 정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8일 2차로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철강재와 석유화학 제품 출하량은 정상으로 회복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등을 방문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피해 현황을 점검했다.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은 “화물연대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부분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고 필요한 부분은 정부에 지원을 요청해 달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기업과 정부 유관기관의 사전 대처로 그나마 파업 피해를 최소화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월 파업 당시엔 기업들이 파업 여파를 예상하지 못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 났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리 부품 재고를 구비해 놓거나, 대체 운송 방안을 마련하는 등 대비책을 강구했고, 공장이 멈추는 등의 생산 차질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물류 및 보관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있긴 했지만, 파업을 하면서 기업들도 이른바 ‘맷집’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파업 철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장근무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국가 물류를 볼모로 하는 극단적인 집단행동은 더 이상 용납되어서 안 된다”라며 “시장원리에 반하는 안전운임제는 일몰되는 게 마땅하며 합리적인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도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우리 경제에 직면한 절체절명의 위기를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원칙이 이겼다, 화물연대 16일만에 백기
62% 찬성으로 파업 철회, 부산본부는 아예 투표없이 복귀
대통령실 “천문학적 피해… 안전운임제도 개선 계기돼야”

곽래건 기자
입력 2022.12.1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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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파업이었나 - 9일 오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의 한 조합원이 화물차에 걸려 있던 총파업 관련 현수막을 떼어 내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시작한 뒤 16일 만이다. 파업은 끝났지만 그사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물류가 막히면서 산업계 추산 4조1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누구를 위한 파업이었나 - 9일 오후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 앞에서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의 한 조합원이 화물차에 걸려 있던 총파업 관련 현수막을 떼어 내고 있다. 민주노총 화물연대는 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시작한 뒤 16일 만이다. 파업은 끝났지만 그사이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물류가 막히면서 산업계 추산 4조10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9일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집단 운송 거부)을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24일 총파업을 시작한 뒤 16일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조합원 투표 결과 찬성 2211표(61.84%), 반대 1343표(37.55%), 무효 21표(0.58%)로 총파업 종료가 가결됐다”고 밝혔다. 투표율은 13.7%에 불과했다. 화물연대는 당초 ‘안전 운임제 3년 확대’라는 정부·여당의 협상안을 거부하고,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와 영구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밀어붙였다. 이번 파업으로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의 물류가 막히면서 산업계 추산 4조1000억원의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협상안을 거부하고 파업을 강행한 만큼 안전 운임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여당이 집단 운송 거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인데, 화물연대가 이를 거부하고 11월 24일 집단 운송 거부에 돌입해 엄청난 국가적 피해를 초래했기 때문에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노사 문제에 대해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민통합위원회 고문단과의 오찬 자리에서 “모든 분야에서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도 국민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는 우리 경제와 민생에 천문학적 피해를 줬다”며 “우리 모두 화물업계의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었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안전운임제는 국회에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말로 자동 일몰된다.

민노총이 이번처럼 정부에 완패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에 따라 민노총 내부 혼란과 지도부의 리더십 타격도 불가피하게 됐다. 화물연대 지도부는 전날 밤 긴급회의를 열고 ‘파업 철회 여부는 조합원 투표로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조합원들 사이에서 ‘책임을 아래에 떠넘긴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고, 부산본부처럼 아예 투표도 하지 않고 업무에 복귀하는, 사실상 항명까지 나타났다. 민노총 내부에서는 “파업에 참여해 투쟁한 사람들만 바보 됐다” “지도부 사퇴하라”는 말까지 나왔다.

8일까지도 강경 투쟁 방침을 천명하던 민노총은 오는 14일 2차 총파업·총력투쟁 대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9일 오후 이를 전격 철회했다. 노동계에서는 “왜곡됐던 노사 관계가 정상화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남긴 것···갈등 치달은 노·정관계, 안전운임제 논의는 숙제
입력 : 2022.12.09 17:07 수정 : 2022.12.09 17:40유선희 기자 조해람 기자


화물연대가 조합원 투표 끝에 총파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조합원들이 투표 결과 소식을 듣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화물연대가 조합원 투표 끝에 총파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9일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조합원들이 투표 결과 소식을 듣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지난달 24일 시작된 화물연대 총파업이 16일만에 끝났다. 화물연대는 9일 조합원 총투표를 통해 파업 중단을 결정했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조합원들도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또 현행 안전운임제의 일몰 시한이 당장 올해 12월로 종료되기에 우선 이를 유지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파업의 주된 이유였던 안전운임제 지속추진은 ‘일몰시한 3년 연장’으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졌다. ‘품목 확대 없는 3년 연장안’은 파업 돌입 전 정부가 제시한 안이다. 화물연대는 ‘일몰시한 폐지’를 내세우며 파업에 나섰지만 지난 8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안을 수용하면서 힘이 빠졌다. 민주당은 이날 일몰 3년 연장안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단독 의결했다.

화물연대가 일몰시한 폐지와 함께 요구한 ‘차종·품목 확대’는 논의 테이블에 올라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민주당이 ‘여야 동수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화물연대는 당장 올해 안에 논의가 진행되기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다만 올해를 넘겨도 관련 논의를 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물연대가 조합원 투표 끝에 총파업을 중단하기로 한 9일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조합원들이 투표 결과 소식을 듣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화물연대가 조합원 투표 끝에 총파업을 중단하기로 한 9일 경기도 의왕시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서 조합원들이 투표 결과 소식을 듣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화물연대는 파업 종료 이후에 더 많은 숙제를 안았다. 우선 강경 일변도의 정부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을 시작 전부터 ‘정치투쟁’이라 규정하고 ‘불법’ ‘조폭’ ‘귀족노조’ 프레임을 씌웠다.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며 노조를 ‘제압 대상’으로 여겼다. 윤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파업을 “북핵 위협”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부와 여당 인사들도 앞다퉈 노조혐오 발언을 이어갔다.

정부는 결집한 화물노동자들에게는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대응했다. 업무개시명령부터 행정처분, 경찰 수사,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온 부처가 달려들었다. 총파업이 시작되고 일주일도 안 된 지난달 29일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지난달 28일과 30일, 화물연대와 두 차례 짧은 만남 이후에는 아예 대화의 문을 닫아버렸다. 국제노동기구(ILO)가 화물연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의 긴급개입 요청을 받아 한국정부에 공문을 보냈지만, 이를 단칼에 무시했다.

대통령실은 9일 화물연대 총파업 중단에 대해 천문학적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는데, 정작 노동시장 하층위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인 화물기사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정부가 이번 화물연대 파업 대응에서 보여준 방식은 앞으로 다른 노·정 갈등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윤석열 정부는 이를 수정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좋든 싫든 노동계와 함께 나아가야 하는데, 마치 힘겨루기로 기세 싸움에 나선 것은 갈등만 부추기게 된다”고 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강공 발언 등이) 단기적으로 지지율이 올라가는 효과 있어도 중장기적으로는 대화 공간마저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물연대 총파업 일지.
화물연대 총파업 일지.

갈수록 심해지는 ‘노조 혐오’ 분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지도 관건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가 1차 총파업을 벌였을 때 시민들은 기름값 폭등으로 직접 영향을 받는 화물노동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했다. 그러나 이번 2차 파업에서 화물연대는 싸늘한 여론을 확인했다. 한국 사회 전체에 ‘노조에 대한 적대감’이 만연한 상황에서 이를 타개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강경탄압’ ‘나쁜 정부’ 그 이상의 것을 지적할 수 있는, 총체적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의 대화 상대로 나설 조직의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안전운임제’에 대한 국내외 연구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가 제대로 된 제도인지 검토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1~2년 기간 동안 진행된 조사로 안전운임제 효과를 분석하기에 한계가 있고 어떤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며 “적정 운임보장이 사고 발생률을 낮춘다는 연구도 있다. 사고 추세를 보려면 장기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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