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Sep.5. 학부시절에는 책을 오히려 사서 많이 봤다. 책 표지에 종이 한 장을 씌워서 그것도 모자라서 비닐로 싸서 줬다. 검열에 대비하는 것이었고, 책 손상을 막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자주 빌려보지는 않았다. 심지어 도서관의 기능이 영화 상영이나 가끔씩 농성장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직장을 관두고 다시 대학원을 들어가서 당시가 문민정부시절이었다. 읽어야 하는 책들은 서점에 많지 않으니 도서관을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서관 한 사무실, 방 2개가 소위 <불온 도서들>이 있었다. 이 책들을 읽는 사람들은 기록에 남기고, 도서관 바깥, 그것도 그 불온 도서실에서만 읽어야 했다.
이 책을 복사 (저작권법에 걸리지만)할 수 있었던 것은, 사서들의 도움이 컸다. 예전에는 학교 직원들 (본부실에서부터 수위 아저씨까지)은 잠재적인 아니 노골적인 정치적 적이었고, 우리들을 감시하거나 안기부나 경찰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믿었다. 실제 그러기도 했다.
제도권으로 이동. 학교 병원 이런 것이 우리가 말하는 '제도'이다. 그 안 공무원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갔다. 실제 그들과 접촉하고 대화를 나누고 사회생활 일부이고 공적인 관계이지만.
꼭 필요한 책이오니 필요한 부분만 복사를 하겠다고 하고 학교 바깥에 나가서 복사를 해서 들고온 책이다. 책 제목은 Paul Mattick 폴 매틱이 1978년에 쓴 <경제학, 정치학, 그리고 인플레이션 시대: Economics, Politics, and the age of inflation> 요새 논의되는 서구 복지국가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담고 있다.
사서들도 교수나 학생들에 대해서 불만은 있었다. 학교 본부 재정은 충분한 편인데, 필요한 저널이나 책을 신청하라고 하면, 교수들이나 학생들이 잘 하질 않는다고 한다. 그 이후로 저널들이나 책들을 써서 가져다 주곤 했다.
진짜 시절이 변했다. 학교 공무원들과 평화공존의 시대가 열려버린 것이다. ^^
그런데 1997년 IMF 통치시절이 오고, 도서관 사서들도 울쌍이 되었다. 대학본부에서 도서 구입비를 엄청 삭감해버린 것이다. 외부에서 보면 공무원 부서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는데, 도서 구입비가 삭감되고 도서관리비도 줄어들고 그래서 불만이 이래저래 많다고 이야기했다.
'제도'와 '공간', 우리들의 삶의 터전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할 것인가? 잠시 생각해보다.
2008년 미국 금융 공황 이후 케인지안과 Keynes 의 복구, 또 다른 한편에서는 마르크스의 부흥을 이야기하고 있다. 폴 매틱은 후자의 관점에서 혼합경제(케인지안의 수정자본주의)를 비판한다. 그런데 이런 관점과 논의들은 1970년대 68운동과 더불어 '국가'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각도에서 진행되었다.
복지 논의에서 아쉬운 것은 이런 점이다. 최소한 학교라는 '제도'안에 있는 사람들은 과거 '제도' 안에서 벌어졌던 논의들의 역사라도 짚어가면서 '현재'를 이야기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한국 지식인들이 냄비근성이니, 바람 풍하면 바람 풍이요, 바담 풍해도 바담 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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