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릴레오〉패널 ‘성희롱 발언’ 논란…유시민 “깊게 반성”
등록 :2019-10-16 11:38수정 :2019-10-16 18:11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에서
아주경제 기자 “검사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많이 친밀”
여기자협회 “전체 언론인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
유 이사장 “깊게 반성…성찰하고 경계하겠다”
알릴레오 유튜브 영상 갈무리. 사진 왼쪽부터 방송인 황현희씨,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한 한 패널이 〈한국방송〉(KBS) 여성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검사들이 ㄱ기자를 좋아한다”는 취지의 성희롱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케이비에스 기자협회는 16일 “경악스러운 성희롱”이라며 “유 이사장은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15일 ‘케이비에스 법조팀 사건의 재구성’이라는 제목으로 생방송된 〈알릴레오〉에서 아주경제 법조팀 장용진 기자는 케이비에스 ㄱ 기자를 언급하며 “ㄱ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서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
ㄱ기자가 국정농단 때부터 치밀하게 파고들며 검찰과의 관계가 아주 넓어졌다. ㄱ기자를 좋아하는 검사들이 많아 많이들 흘렸다”고 말했다.
ㄱ기자는 지난달 10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았던 증권사 직원 김아무개(37)씨를 인터뷰한 바 있다.
이어 장 기자는 또다른 패널인 방송인 황현희씨가 “검사와 기자의 관계로(좋아한다는 것이냐)”라고 묻자 “그럴 수도 있고, 검사가 다른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고 많이 친밀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여성 기자의 취재를 놓고 인신공격에 가까운 폄하를 이어간 것이다.
비판의 여지가 큰 만큼 유 이사장이 방송 끝부분에서 “(해당 발언은) 오해의 소지가 조금 있을 것 같다. 성희롱 발언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선을 긋자 장 기자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불편함을 드렸다면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 기자는 사과에 앞서 “사석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라고도 덧붙였다.
현재 이날 방송분에서 해당 대목은 삭제된 상태다.
이에 대해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해당 발언은 ㄱ기자를 직업적 존재가 아니라 여성으로 대상화하는 방식이다.
남성 기자는 ‘취재를 잘 한 것’이고 여성 기자는 ‘흘려준 것’이 되나?
여성 기자의 취재력을 폄하하려는 의도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리 유튜브 방송이라고 하지만, <알릴레오>는 출연자들도 충분히 기사화를 예상할 수 있는 방송인데, 본인들의 발언이 어떻게 읽히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해명이 더 문제다.
사석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는 사실을 밝힌다는 건, 발언의 문제점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치 논평을 하기 전에 자신의 일상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방송 뒤 <알릴레오> 제작진은 해당 영상을 올리며 “생방송에서 검찰과 언론과의 관계를 설명하던 중 출연자들의 적절치 않은 발언 일부가 그대로 생중계 됐다.
출연자 모두는 발언이 잘못됐음을 인지하고, 방송 중 깊은 사과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또 “이야기를 전해듣고 당혹감을 느꼈을 당사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이 사안을 보도하는 여성 기자들을 향해 일부 누리꾼들의 도 넘은 인신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 사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매체 중 하나인 〈알릴레오〉에서 성희롱 발언마저 여과없이 ‘언론 비판’ 명목으로 방송되어서다.
케이비에스 기자협회는 격앙된 반응을 내놨다.
성명에서 이들은 “이는 명백한 성희롱”이라며 장 기자의 사과에 대해 “‘혹시’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은 실망스럽고, ‘사석에서 많이 얘기했다’는 실토는 추잡스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발언 당사자는 이 발언이 취재 현장에 있는 여기자들에게 어떤 상처가 되는지 고민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카메라가 꺼진 일상에 얼마나 많은 여성혐오가 스며 있는지 반성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케이비에스여기자회도 별도 성명을 내어 “한 케이비에스 기자에 대한 모욕이 아니라 여성 기자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순수하게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모든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중 앞에서 한 사람을 모독하고 허위 사실을 퍼뜨린 출연자와, 그를 방송에 불러들인 뒤 함께 웃고 방치한 방관자 모두에게 준엄하게 항의한다. 사과 그 이상의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다.
한국여기자협회 역시 이번 논란을 “여성 기자와 모든 여성 직업인, 전체 언론인의 인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안”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자협회는 성명에서 “취재 현장을 열심히 뛰어다니는 여성기자를 전문적인 직업인으로도, 동료로도 보지 않고 그저 성희롱 대상으로 본 폭력이자 인권유린이었다”며 “여성 기자가 취재를 잘 하면 그것은 취재원이 그 여성기자를 좋아하기 때문이고,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이라는 말이, 인권을 강조해온 유 이사장이 진행하는 방송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또 성희롱 발언을 한 장용진 아주경제 기자를 향해 “유능한 여성기자는 여성성을 이용해 정보를 얻는다는 생각은 평소의 여성관을 반영한 것인가.
사석에서 하던 이야기라고 말한 점에서 본인의 언급이 심각히 왜곡된 여성관과 직업관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유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해당 기자와 시청자들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유 이사장은 “진행자로서 생방송 출연자의 성희롱 발언을 즉각 제지하고 정확하게 지적해 곧바로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저의 큰 잘못”이라며 “성평등과 인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저의 의식과 태도에 결함과 부족함이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며 깊게 반성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성찰하고 경계하며 제 자신의 태도를 다잡겠다”고 약속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13362.html#csidxec4e9d9fa28599ca10f92b9952a20d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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