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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노동

봉화 아연 광산 매몰 광부들, 그들은 누구인가? 박정하(62), 박장건(56)

by 원시 2022. 11. 7.

221시간 만에 295미터 지하 갱도에 갇혔다가 살아 돌아온 두 명의 광부, 박정하, 박장건,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이 벌인 사투와 지혜와 슬기, 끈끈한 동료애를 배우고 싶다.

 

 

봉화 박정하 광부 "가장 힘든 건 배고픔…광부 동료애는 질릴 정도로 끈끈"
박태훈 선임기자입력 2022. 11. 7. 09:18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다 221시간 만에 생환해 안동병원에서 치료 중인 작업반장 박정하씨(62)가 5일 오후 병실에서 망막 보호를 위해 안대를 착용한 채 휴식하고 있다. 7일 오전 현재 박씨는 안대를 빼고 식사도 정상적으로 하는데 몸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하지만 자다가 침대에서 놀라 떨어지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박씨 가족 제공)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경북 봉화 아연광산의 221시간 기적을 만든 주인공인 베테랑 광부 박정하씨(62)는 마지막 순간 희망을 놓기도 했지만 동료들이 올 것이라는 믿음은 절대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

광부 경력 27년인 박정하씨는 갓 입사한 보조작업자 박장건씨(56)와 함께 작업을 하던 중 지난달 26일 오후 6시쯤 갱도 붕괴로 고립됐다가 지난 4일 밤 11시3분 지하 갱도 295m 지점에서 극적으로 구조됐다.

현재 안동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박정하씨는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몸상태에 대해 "안대도 빼는 등 상태는 많이 호전이 돼 가고 있지만 트라우마가 조금 있다"며 "자는 도중에 소리도 지르고 침대에서 떨어질 정도로 (깜짝 놀라는 동작들이 나온다)"고 했다.

구조 직전 희망을 놓았다고 알려진 부분에 대해 박씨는 "구조되기 직전 (헤드램프 배터리가 부족해서) 마지막으로 이 갱구, 저 갱구 헤드램프가 남아 있는지 다녀보자며 올라가는 도중에 헤드램프가 깜빡거리기 시작하더니 그게 완전히 꺼졌다"며 "그때 내려와서 불을 붙여서 옷을 말리면서 처음으로 제가 '희망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그말을 한 지 20분도 채 안 돼서 '발파'라고 외치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릴 수가 없었다"며 "진짜 사람 소리인가 하고 옆에 친구(박장건씨)한테 소리를 들었나 하니까 '아무 소리 못 들었다'고 했지만 발파 소리를 들었으니까 일단 뒤로 좀 물러나 대피하자며 안전모자를 쓰고선 한 10m 정도 뒤로 후퇴하고 있는 도중에 꽝 하면서 불빛이 보였다"고 기적의 그 순간이 생생하다고 했다.

박씨는 "이제 살았구나(고 생각했고) '형님' 하면서 뛰어오는 (구조대 광부인) 청년과 막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고 했다.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 뉴스1

경북 봉화군 아연광산 매몰 사고로 고립됐던 광부 2명이 10일만인 4일 오후 11시3분쯤 무사히 구조되고 있다. (소방청 제공) ⓒ 뉴스1
진행자가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인지"를 묻자 박정하씨는 "배고픔이다"며 "추위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운 자재 덕분에 피할 수 있었는데 먹는게 없었다"고 했다.

생존의 또다른 요소인 식수에 대해서도 "가지고 왔던 물이 떨어져 찾아다니다가 암벽 틈에서 뚝뚝 떨어지는 곳에 물통을 대고 물을 받았다"며 "배가 고프니까 먹을 것이 물 밖에 없어 그냥 끓이지 않은 물을 먹어봤는데 저는 괜찮았지만 옆에 있던 친구는 계속 토하더라"고 했다.

하지만 박씨는 "그래도 어떻게 하는냐. 아침, 점심, 저녁 그 물을 마실 수밖에 없었다"며 토해가면서 물을 마셨다고 했다.

진행자가 "사람들이 나를 포기해버리면, 구조를 포기하면 어떡하나는 생각은 안 들었는지"라고 하자 박씨는 "그런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다"고 단언했다.

왜냐하면 "광부들의 동료애는 다른 직종의 동료들보다 굉장하다"며 "진짜 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조직이기에 사람다운 냄새가 질릴 정도로 나는. 그런 인간애가 있기에 절대 그런 생각은 안 해 봤다"고 그런 동료애와 가족생각이 221시간을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었다고 강조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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