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생각하다
- 감동하다가 식어버린 이유
고민정은 스승 신영복을 말했고, 전인범 특전사 사령관은 “문재인은 빨갱이가 아니죠? 전 확신합니다”라고 했다. 논리적 모순을 찾아야 하는 내 직업병일 수도 있겠지만,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였다. 신영복을 스승이라고 한 고민정과 전인범의 말은 어울리지 않았다. 민주당이야 이념적 흐름들이 다양하고, 또 한 정당 내부에서 서로 긴장하고 경쟁하거나 상충할 수도 있는 정치적 노선들도 공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좋은 신호는 결코 아니다.
사실 고민정의 문재인 캠프 합류 뉴스보다는 그 남편과의 사연이 더 크게 보였다. 눈시울이 뜨거웠다. 이름도 어려운 무슨 난치병을 가진 시인 남편에 대해 고민정은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했다. 존중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시대에, 또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도 ‘존경’이라는 말이 많이 줄어든 이 세태와 대조적으로, 고민정의 ‘존경’ 언급은 품격있는 고전적인 클래스였다.
이런 뉴스 때문에 고민정이 읽는 ‘문재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듣게 되었다. 고민정은 문재인과의 첫 만남을 소개했다. 고 신영복 선생의 영결식장이었다. 고민정은 신영복을 자기 스승이라고 언급했다. 신영복은 1968년 통혁당 사건으로 "빨갱이"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를 가둔 건 516 군사쿠데타 이후에도 김종필 박정희의 좌익전력도 의심하고 세탁하려고 했을 정도로 반공사상이 투철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었다. 신영복 선생은 “빨갱이” 죄목으로 20년간 감옥살이를 해야했다.
고민정과 많은 이들이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 사색>이라는 책에 감명을 받는 이유는 꼭 신영복 저자가 정치적으로 좌파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은 1988년 출소 이후 줄곧 ‘연대’ 정신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는 우파보다는 좌파라는 일관성 노선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신영복 선생이 애초 자기 전문 분야인 경제학보다는 노자 장자 사상과 유가 사상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삶을 설명하려 했다. 기존 좌우 프레임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그 일관된 사상적 기초는 “함께 맞는 비 (연대)” 정신이었다.
그런데 전인범 특전 사령관은 무대 위에 올라오자 마자, “문재인이 빨갱이가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다. 한미 동맹을 강화시켜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겠다”고 했다.
도대체 소련과 미국의 냉전 종식은 1989년 몰타 회담에서 그 시작점을 알렸다. 28년이 지났다. 소련은 러시아로, 중국은 미국을 대체할만큼 강대국으로 떠올랐다. 이런 변화된 국제정치 힘관계에서 한국의 안보 개념은 재정립될 필요가 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자립적이고 실용적인 외교 노선을 정립해야 한다. 미국의 무기 수출국가가 아니라 한반도를 평화구역으로 만들 궁리와 실천을 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안보 아닌가?
보수 유권자를 향해 “문재인은 빨갱이가 아니다”를 외치는 게 이러한 변화된 국제질서를 반영한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발언인가? 정치적 후퇴이고 퇴행이다.
민주당 문재인의 영입인사가 어디 전인범, 고민정 이 두 사람뿐이겠는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연찮게 이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한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고, 민주당이 너무 급해 보인다. 보수적인 유권자들 때문인가?
고민정과 난치병 시인 조기영과 감동적인 아름다운 사연에 잠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다가, 전인범 특전사령관의 발언을 듣고 나서, 갑자기 그 뜨거움이 식어버렸다.
사진 출처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39biUMaFJmU&t=394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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