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kjung Kim
March 15 at 1:28 AM ·
박정희 발꿈치도 못따라가는 황교안. 1963년 6월 27일자, 동아일보 1면 리드가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국민을 굶기지 않겠다" 이다
1963년 여름 그 상황을 보자.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제적 궁핍에 처한 계층들이 적어도 올해 가을까지는 급속히 확산될 것이다. 미래통합당 황교안은 '법인세를 인하'해 민간투자를 활성화시키고, 국민들 가처분소득을 올려주자는 '보수파 대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정신넋나간 타이밍이다. 정치의 기본기, '치수(治水)'를 포기한 황교안이다. '치수'란 생명안전과 경제살림살이다.
심지어 박근혜-최순실 듀오도 그랬지만, 황교안-나경원도 말로만 박정희를 존경하지, 실제로 박정희 정치스타일을 모르는 것 같다. 1963년 10월 대선에서 박정희가 민주당 윤보선을 이긴 동력들 중에 하나가 '밀가루 무상지원'이었다.
6월,7월 태풍 '셜리'에 영남 호남 충청 지역은 물바다가 되었고, 특히 전라도와 영남지방은 타격이 커서, 7월 2일자 신문에 사망자만 130명이 나왔다. 호남평야는 물로 가득차 저수지가 되어 버렸다.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 의장은 미국에 밀가루 60만톤을 요청했다. 박정희를 암묵적으로 승인했던 미국은 그 3분의 1인, 20만톤을 무상으로 지원해주기로 약속했다.
(* 당시 동아일보에 나온 소맥=밀, 대맥=보리)
많은 사람들이 박정희 때문에 전라도-경상도 지역감정이 출발했다고 믿지만, 1963년 10월 대선은 전라도와 경상도 유권자들이 박정희에 표를 더 많이 줬다. 서울 및 대도시에서는 민주당 윤보선이 박정희를 쉽게 눌렀다. 서울에서 윤보선은 43만표 차이로 박정희를 압도했다.
그러나 호남, 특히 전남에서는 박정희가 28만 4912표를 윤보선보다 더 많이 받았다. 전체 표차이는 불과 15만 6028표였다. 박정희는 이 '전남표'가 아니었으면 윤보선에게 졌다.
전남과 전북 유권자들이 박정희를 선택한 이유들 중에 하나는 바로 태풍, 수해가 났을 때, 밀가루와 식량을 무상으로 박정희가 공급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다른 한 요소는 이데올로기 요소이다. 민주당 윤보선이 박정희가 1948년 여순사건 당시 남로당원, 좌익 경력을 선거유세 중에 폭로했다. 그런데 호남 지식인들이 그러한 윤보선의 박정희 고발에 대해서 그렇게 달가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라남도의 경우 1948년 여순사건은 1950년 한국전쟁보다 더 큰 희생을 낳았기 때문에, 윤보선의 그러한 좌익고발에 대해 호남인들은 오히려 반감을 가지게 되었다.
419 혁명 이후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민주당을 밀어줬는데, 민주당이 신파 장면, 구파 윤보선 당내 투쟁으로 민생을 살리지 못한 무능을 보여줬다. 이에 대한 민심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윤보선이 박정희의 좌익 경력만 문제삼다가, 오히려 호남에서는 역풍이 불었던 것이다.
황교안은 '법인세 인하' 등 신자유주의 기조, 신고전파 정책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 누가 써준 것을 그냥 앵무새처럼 울어댔다.
역설이다. 보수파들이 자기 '아버지'라고 부르는 박정희가 어떻게 정치를 했는지를 망각했다는 것이.
코로나 바이러스 추경 예산, "긴급 생활 지원비" 40조로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이 40조 50조 추경예산을 통과시킨다고 해서 망할 만큼 허약한 나라도 아니고, 그런 경제체질도 아니다. OECD 국가들 중에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가장 높은 나라들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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