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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history)/윤석열 2022-

윤석열, 뉴스타파를 탄압하는 이유. 한겨레 보도

by 원시 2023. 10. 12.

아침햇발- 뉴스타파, ‘역린’을 건드린 죄?
등록 2023-09-12 17:01


이춘재 |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시절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의 검찰 ‘찐후배’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은 지금 윤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한다. 최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파일’ 보도를 빌미로 검찰이 ‘대선개입 여론조작’의 배후세력을 수사하겠다고 나선 행태가 딱 그렇다. 윤 사단은 지난 대선 때 이 녹취파일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이 더 큰 표 차이로 이길 수 있었다고 믿는 것 같다. 혹시 지금 30%대의 대통령 지지율도 ‘언론의 여론조작’ 탓으로 여기는 건 아닐까.


뉴스타파를 비롯해 당시 언론들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윤 대통령이 2011년 대검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수사할 때 대장동 일당에 대한 불법대출 부분은 부실하게 수사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시 수사팀은 대장동 사업을 위해 부산저축은행에서 1천억원이 넘는 대출을 끌어오고 그 대가로 10억여원을 챙긴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불러 조사하고도 처벌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씨는 2015년에 수원지검에 덜미를 잡혀 대장동 사업 불법대출 건으로 기소돼 징역형(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따라서 ‘4년 전 대검 중수부 수사 때는 왜 조씨가 처벌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은 삼척동자라도 품게 되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욱이 대장동 일당인 남욱 변호사는 검찰 조사에서 ‘대검 중수부 수사 때 김만배가 김홍일 당시 대검 중수부장에게 조씨 관련 사건을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김 전 중수부장은 당시 윤 대통령의 직속상관이었다(윤 대통령은 최근 그를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했다). 또 조씨는 당시 김만배씨의 소개로 윤 대통령이 검사 시절 상관으로 ‘모셨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사로 선임했다.

 

 이런 ‘팩트’들은 ‘부실 수사’ 의혹이 전혀 허무맹랑한 게 아님을 뒷받침한다. 이를 ‘대선개입 여론조작’으로 몰아 처벌하려는 것은 언론사에 권력 감시 기능을 포기하라고 겁박하는 것과 같다. 대장동은 당시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그 수사 대상은 누가 정했나? ‘주임검사’(윤석열 중수2과장)는 관여 안 했나?


윤 사단이 뉴스타파를 겨냥한 진짜 이유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일가의 ‘비리’ 의혹을 집요하게 추적 보도한 탓 아닐까. 뉴스타파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조금만 훑어봐도 이런 의심이 든다. 뉴스타파는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검사 윤석열’이 거짓말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인물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그와 호형호제하는 검찰 간부의 친형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준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아니요’를 반복하다, 청문회장에서 뉴스타파 기자와 과거에 통화했던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탄로 났다. 지금은 적대적 관계가 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다면,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후보자’로 남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대통령 부인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대통령 장모의 부동산 관련 사기 행각도 뉴스타파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장모 최은순씨는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법정구속됐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국민 세금에서 지원하는 특별활동비 등을 기밀 수사 용도가 아닌 회식 등에 사용한 정황을 보도한 것도 뉴스타파다. 시민단체의 정부 보조금과 노조 회비의 사용처까지 문제 삼는 윤 대통령의 ‘이중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혹시 윤 사단의 눈에는 뉴스타파가 감히 ‘주군’의 역린을 자꾸 건드리는 것으로 보이는 건 아닐까.


대통령 지키기에 ‘올인’ 하는 검찰은 오히려 그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든다. 박근혜 정권 중반기에 터진 ‘정윤회 문건’ 수사를 검찰이 제대로 했다면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씨를 둘러싼 ‘비선 실세’ 의혹을 정조준했다면 최순실씨의 존재를 알게 됐을 테니 말이다. 대통령을 무리하게 지키려다 검찰도 망가졌다. 2016년 겨울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 때 “박근혜 탄핵” 다음으로 많이 나온 구호가 “검찰개혁”이었다. 윤 사단은 윤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대부분 검찰을 떠날 것이다. 그러나 후배 검사들은 남는다. 남은 자의 몫은 부끄러움이 될까,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될까.
cjlee@hani.co.kr

 

 

뉴스타파 인터뷰 인용보도까지 수사…정권 비판 위축 노림수
등록 2023-09-11 06:00

오연서 기자 사진

 전광준 기자 사진

이정국 기자 

국민의힘 윤두현 미디어정책조정특위 위원장이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위해 7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국민의힘 미디어정책조정특별위원회와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회는 김씨와 신 전 위원, 뉴스타파·MBC 소속 기자 등 총 8명을 고발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를 인용하거나 비슷한 보도를 한 언론들도 수사 선상에 올리겠다고 밝힌 것을 두고, 위축 효과를 노린 비판 언론 길들이기용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1억65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의 인터뷰 보도 경위를 따지는 것을 넘어 이를 인용한 매체들에까지 강제수사를 예고한 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고발된 문화방송(MBC) 외에도 인용보도한 다른 언론사의 보도 경위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7일 “(인용하거나 유사한 보도를 했던 다른 언론에 대해) 그런 부분, 보도된 경위와 과정, 일련의 보도들이 이어지는 것까지도 확인해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통상 언론 보도의 진위가 문제가 돼 수사가 시작될 경우 해당 보도물의 명예훼손죄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된다. 수사기관이 인용보도물로까지 수사 대상을 넓혀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인용할 보도물이 ‘오보’라는 점을 알고도 인용보도한 경우가 아니라면 명예훼손죄 인정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인용하면서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을 적게 했다면 경우에 따라 민사책임은 인정될 수 있지만, 형사책임은 법원이 더 엄격하게 판단한다”며 “길들이기 차원의 수사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도 “인터뷰가 있어 인용보도했고 반론도 실어줬는데 그것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며 “그냥 겁주려고 하는 수사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자체 검증 노력이 추가된 인용보도는 단순 인용보도와 달리 형사책임을 인정하기가 더욱 쉽지 않다. 언론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녹취록의 내용이 진실임을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녹취록이 허위인지 아닌지 검증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면 형사책임은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언론사 관련 소송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도 “관련 사건에서 법원은 최소한 이 보도로 인해 피해받을 사람을 취재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보도했다가 고발된 문화방송의 경우 뉴스타파에 나온 김만배씨의 육성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반론을 배치했다. 신학림 전 뉴스타파 전문위원에게 녹취록 전체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점도 보도에 담겨 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에 대한 자체 취재 내용도 별도 꼭지로 보도했다. 언론법에 정통한 변호사는 “문화방송이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을 검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는 지난 7일 성명을 내어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김만배 육성 인터뷰가 공개됐음에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면 그 또한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언론계에선 검찰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를 빌미로 다른 언론사까지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건 현 정권 비판 보도에 적극적이었던 매체를 위축시키려는 포석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인용보도를 할 때에도 사실이냐 진실이냐를 따져서 정확하게 보도해야 하는 건 언론의 기본적인 책임이다. 이를 소홀히 했다면 비판을 받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정보도·반론보도 청구 등의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곧장 강제수사를 개시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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