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history)

반-혁명(反革命)의 동학 : 1870년~1956년 유럽 : 분석적 연구틀 (framework)

원시 2024. 7. 1. 11:48

반-혁명(反革命)의 동학 : 1870년~1956년 유럽 : 분석적 연구틀 (framework)
아노 메이어 (Arno J. Mayer) 1971

서문 
1. 반혁명이 무엇인가를 탐구하는 것은 무슨 위험이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한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반-혁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당히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부담을 떠안고 있는 말이다. 기득권 실세들은 이 단어가 품고 있는 비판적인 속뜻 때문에 반혁명이라는 개념을 싫어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기성 신념체계에 도전하는 좌파는 바로 그 비판적인 칼날 때문에 반혁명이라는 단어를 전적으로 수용한다. 반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정치적 책임성을 묻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역사가들과 사회과학자들은 가능한 그 단어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회피를 정당화하면서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그들이 하는 연구작업은 가치 중립적인데 비해 반혁명이라는 단어는 그 가치중립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2. 그러나 “반혁명” 개념 사용을 금지하고 그 뜻을 속시원히 해명하지 않고서 오히려 회피해버리는 사람들이야말로 특정 정치적 입장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확고한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학문의 전문 용어의 개념적 중립성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동시대 역사의 생생한 특징들에 대한 학문적이고 정치적인 무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영구히 갇힐 수 있다. 이것은 우연히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러한 무지는 그들의 정부와 사회가 이룩해놓은 역사적 발달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게끔 포위망을 쳐버리고, 오히려 그 역사적 발달을 둘러싼 비판적 토론을 회피하거나 잠재워버린다. 

3. 필자는 미국과 그 동맹세력의 국내외 정책들을 오랫동안 굳건하게 비판해온 좌파적 비평가이다. 그 비판 이유는 사회주의 혁명시대에 그들이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반혁명세력들을 묵인해주거나 적극적으로 원조해줬기 때문이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그러한 무지가 가져올 해악이란 사람들에게 침묵을 교묘히 조장하는것이다. 또한 반혁명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중립성을 취한다는 것은 얼핏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은 거짓 논리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 중립성이야말로 반혁명이라는 문제틀(problématique)을 정직하게 현실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위험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4. 따라서 반혁명이라는 발견학적 개념을 사용하는 목표는 동시대 역사를 비판적으로 조사하고 이해하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반혁명 개념을 통해서 순수하게 연역적인 사회 이론이나 실천적인 정책 처방 제시에 기여하려는 어떠한 숨은 의도나 부수적인 욕구가 있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그런 목표는 사회과학이나 행동과학의 소관 업무이고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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