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영향력. 조선일보 보도 평가. '자기를 조사하라 examine yourself' 냐? 아니면 새 상품 팔이냐? AI 시대의 역설 '철학의 부활'... 서울대 인문대 중 최고 경쟁률
AI 영향력. 조선일보 보도. '자기를 조사하라 examine yourself' 냐? 아니면 새 상품 팔이냐?
그노티 세아톤 (델파이 신전에서, 소크라테스가 들었던, 너 자신을 알라)
γνῶθι σεαυτόν (gnōthi seauton)
책 "변명 Apology"에서는 - 자기반성적이지 않은 삶은 가치가 없다. 이런 의미로 소크라테스가 썼다.
정치가들은 '정치가로서 자격과 탁월함'을 가지고 있는가를 뒤돌아봐야 하고,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물어야 하고.
그러니까 아테네 폴리스에서 정치가가 '훌륭한' 정치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묻고, 늘 연습하지 않으면 안된다.
신발을 제작하는 장인은 가장 훌륭한 신발을 만들 수 있도록 연습 또 연습하고 실천하라는 뜻이다.
" The unexamined life is not worth living (ἀνεξέταστος βίος οὐ βιωτὸς ἀνθρώπῳ)
anexétastos víos ou viotós anthrópo 아네쎄타스토스 비스 우 비오토스 안트로포
AI 시대의 역설 '철학의 부활'... 서울대 인문대 중 최고 경쟁률
[주간조선]
입력 2025.12.28. 05:20
해마다 연말연시면 비슷한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나는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가. 새해 목표를 적기 전, 결국 먼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지난 11월 22일 다른 방식으로 이 물음에 답해보려는 사람 7명이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 모였다. “AI를 활용해 연말 기념 자기 탐구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모임 이름은 ‘AI와 함께하는 철학 토론 모임’. 운영자는 미리 준비해온 프롬프트(질문 지침)를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성공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내가 느끼는 만족과 기쁨의 원천은 어디에 있는가” 같은 질문에 각자가 답을 적고, 이를 AI에 입력했다. AI는 답을 정리해 해석하고, 그 답이 가리키는 딜레마와 보완점을 제시했다. AI의 답변을 중심으로 각자의 ‘이상’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진 이후, 참가자들은 서로 다시 질문을 던지며 사고를 자극했다.
“존경할 수 있는 동반자적 사람과 유산을 남기고 싶어요.” “존경스럽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을 말하나요?” “유산이란 물질적인 건가요? 정서적인 건가요?”
AI와 철학을 주제로 한 모임과 커뮤니티, 플랫폼이 늘고 있다. 예컨대 ‘결혼·육아·질병을 스토아 철학으로 견디며 강철 멘탈을 기르자’는 40대 맘카페 독서모임부터, ‘AI 시대에 능동적인 에디터로 살아가는 법’ ‘AI 시대, 인간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 토론까지 주제와 구성원도 각양각색이다.
AI가 소설을 쓰고, 코드를 짜고, 심리 상담까지 일부 대신하는 시대다. 단순 반복 노동뿐 아니라 창의와 사고의 영역까지 기술이 파고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인간’일 수 있을까. 이 질문 앞에서 철학이 다시 주목받는다. 기술이 답을 만드는 시대일수록, 무엇이 문제인지 묻는 힘이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철학은 실용성과 거리가 먼 학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지금은 AI 시대를 버티고 방향을 잡기 위한 ‘도구’로 재해석되고 있다. 인간과 AI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는 학문이 철학이어서다. 실제로 서점가에선 철학 고전이 다시 스테디셀러로 떠오르고, 기업들도 ‘보이지 않는 니즈’를 읽고 기준을 세우는 철학적 사고를 경쟁력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대학가에선 철학과 경쟁률이 다시 오르고 있다.
대학가에 부는 철학과 열풍
“철학과를 희망하는 고3이 부쩍 늘었어요. 문과 학생들한테는 제가 직접 AI 를 이유로 철학과를 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천에서 고3 대상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장성현씨는 요즘 상담실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선생님, 철학과로 들어가서 공대 복수전공 할 수 있어요?” 장씨는 “실용 학문은 이제 다 AI가 대체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철학과에서는 논리와 사고의 틀, AI 관련 유용한 테크닉을 훈련할 수 있다고 소개한다”고 전했다.
실제 지표도 철학의 부활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2025학년도 서울대 인문대학 수시모집에서 최고 경쟁률 학과는 철학과(17.89 대 1)였다. 자유전공학부(11.42 대 1)는 물론 자연과학대학 최고 경쟁률 학과인 생명과학부(13.85 대 1), 공과대학 최고 경쟁률 학과인 원자핵공학과(12.13 대 1)도 웃돌았다. 서울대 철학과 경쟁률은 2021학년도 12.5 대 1에서 2022학년도 14.2 대 1, 2023학년도 15.8 대 1, 2024학년도 16.7 대 1로 올라섰고 2025학년도 17.89 대 1을 기록했다. 4년 새 약 43% 상승한 수치다.
입시컨설팅 현장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체감된다고 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철학과 인기 현상에 대해 “수시·정시 구조와 중복 합격, 추가 합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입시 특성상 특정 학과의 성적이나 경쟁률은 해마다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분명한 변화는 철학과를 바라보는 인식”이라고 했다. 과거처럼 고전을 암기하는 학문이 아니라, 인문학과 과학기술을 연결하고 논리와 사고의 틀을 제공하는 학문으로 재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확산될수록 기술을 해석하고 가치로 전환하는 사고력이 중요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철학은 융합의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며 “과거 심리학이 직업군과 결합하며 인식이 달라졌던 것처럼, 철학 역시 새로운 기술·산업과의 결합 속에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입시학원 관계자는 “미래 직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어느 학과가 좋은지 예측이 불가하다. 그래서 학과에 비해 오히려 대학이 중요해지는 흐름이 있다”고 말했다. 직업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현실을 이유로 꼽은 것이다. “나만 해도 과거엔 영어강사였고 지금은 학원 원장이지만, 미래에는 작가를 꿈꾼다. 복수전공·융합전공·이중전공이 더 활발해질 것이다”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철학과에 입학해 기호논리를 중심으로 공부하면서 전기전자 같은 공대 복수전공이 가능한지 등을 묻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일단 높은 대학”을 우선하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제도 변화도 이런 흐름과 겹친다. 서울대는 2026학년도부터 무전공 모집 성격의 학부대학 체계를 신설·확대했다. 학부대학 자유전공학부와 학부대학 광역 등 두 가지 모집 단위를 통해 무전공 학생을 확대 선발하는 것이다.
실제로 학생들이 철학과를 선택하는 이유를 ‘AI’로만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선택동기는 크게 둘로 나뉜다. 하나는 철학 자체에 대한 끌림, 다른 하나는 로스쿨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2025학년도 철학과 신입생 김모씨는 “꿈이 판사다. 철학에 원래 관심이 있기도 했고, 비교적 타과에 비해 입결이 낮은 철학과로 지원했다”며 “철학과가 텍스트를 많이 읽고 쓰는 전공이라 리트(LEET) 시험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철학과 신입생은 “꿈은 아직 없지만 문과는 어차피 취업이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애초에 배우러 가는 곳이 대학인데 심장 뛰는 학문을 선택하는 게 당연한 것 같아서”라며 선택 이유를 설명 했다.
대형 입시카페 ‘수만휘’에는 최근 “철학과가 경영학과보다 낫다” “철학과 나와서 뭐 먹고 살래? 이제부터 금지” 같은 글이 올라와 공감을 얻고 있다. ‘철학=비실용’이라는 낡은 공식이 약해지고, 불확실한 시대에 문해력의 기본기를 다지는 선택지로 철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입시컨설팅 서비스 ‘바로캠퍼스’를 운영 중인 홍시표씨는 “최근 철학과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며 이렇게 말한다. “특히 리트 준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입결이 예전보다 높아진 경향이 있다.
실제로 철학과 학생 중에는 로스쿨에 진학하는 사례가 많다.” 그는 이어 “철학과는 텍스트 독해와 논리 훈련에 강점이 있어서, 문해력이 부족한 요즘 학생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과거 영문과나 국문과 등 전통 어문계열에 대한 선호는 크게 줄었다. 영어는 누구나 기본적으로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언어 영역이 AI로 대체되면서 굳이 전공으로 선택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대치동에서 수능 국어를 가르치는 강사 장의순씨는 입시 전략의 전반적 흐름이 ‘학과’보다 ‘대학’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으며, 철학과는 그 과정에서 복수전공·전과 전략이 유리한 인문계열로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철학과가 예전처럼 기피 대상은 아니고, 오히려 현실적인 전략 안에서 ‘문과 내에서는 나은 선택’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는 건 분명하다.”
철학 고전, 다시 베스트셀러로
출판계에선 요즘 경제서 대신 고전 문학·철학서가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올라오는 흐름이 뚜렷하다. ‘초역 부처의 말’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니체철학 입문서 위버멘쉬’ 같은 책들이 대표적이다.
동시에 AI를 직업과 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을 다룬 실용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삶을 해석하는 책’과 ‘기술을 배우는 책’ 나란히 팔리는 셈이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서재’가 발표한 2025년 독서 트렌드 리포트는 이런 분위기를 “삶의 본질을 관통하는 질문과 지혜에 대한 갈증”으로 설명한다. 빠르게 소비되는 정보보다,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사유를 담은 콘텐츠가 더 오래 읽힌다는 것이다.
특히 1020세대의 독서 콘텐츠 소비가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0권의 경우 20대가 가장 많이 읽는 독자층으로 나타났는데, Z세대가 고전을 ‘낡은 책’이 아니라 자기 탐구를 위한 ‘트렌디한 텍스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드러난다는 분석이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AI가 일상과 업무의 표준이 되면서, 이제는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단계를 넘어 ‘AI와 함께 일하고 생각하는 법’에 대한 탐구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심리학·철학·창의성처럼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를 AI 시대에 어떻게 활용하고 발전시킬지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흐름은 ‘읽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철학·고전 독서를 중심으로 온라인 기반 북클럽 플랫폼과 북튜브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철학 플랫폼 운영자는 “요즘은 철학이나 고전만 읽는 모임이 생기고, 참가자 연령대도 다양해졌다”며 “철학이 ‘자기계발’이 되는 시대”라고 했다.
아날로그 독서 방식의 부활도 같은 맥락이다. 북스테이(독서휴양), 필사, 필기 독서처럼 ‘느림’과 ‘깊이’를 강조하는 방식이 다시 주목받는다. 단순한 ‘복고’라기보다 디지털 과부하 속에서 사유의 속도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에 가깝다. 최근 북스테이를 경험한 김모(30)씨는 “빠르게 정답을 알려주는 AI 시대에, 정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오래 생각하는 경험 자체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훈련이라 느껴 참여했다”고 말했다.
기업도 이젠 철학 찾는다
기업에서도 철학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행동 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필요(invisible needs)’를 읽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수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인문학자들이 잘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기술이 ‘가능’을 넓힌다면, 철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이는 브랜드 전략, UX 기획, 인공지능 모델 설계 등 기술과 철학의 접점을 찾는 산업 영역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말했다


'과 톱급' 학생들도 몰려온다... 대학가에 부는 철학과 열풍
[주간조선]
입력 2025.12.28. 05:20
업데이트 2025.12.29.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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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학점이 낮고 전공에 불만이 있는 ‘불쌍하고 불행한 영혼들’이 철학과로 왔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한때 ‘비인기 전공’으로 분류되던 철학 강의실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전공 학생들 숫자만큼이나 매년 비슷한 숫자의 학생이 두 배로 제2전공으로 철학을 붙여 졸업한다. 더 놀라운 건 그 얼굴들이 학점이 만점에 가까운 ‘과톱급’ 학생들이란 점이다.
지난 12월 24일 한양대학교 인문관 연구실에서 만난 이상욱 교수는 “본전공에서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이 철학을 함께 공부하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며 이 변화가 “시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AI가 빠르게 ‘그럴듯한 정답’을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학생들은 오히려 분야를 가로지르는 통찰과 ‘게릴라식 학습 능력’을 전략적으로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AI는 평균적으로 괜찮은 답을 빠르게 내지만, 복합 문제를 통합적으로 판단하고 맥락과 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여전히 약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과학기술철학자로서 서울대 물리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런던정경대에서 과학철학 박사 학위를 받고 2002년부터 한양대에서 철학, 인공지능학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AI시대, 그에게 ‘비실용’의 대표처럼 여겨지던 철학이, 역설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생존 기술이 된 이유를 물었다. 다음은 이 교수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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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과에 입학하는 학생들에 변화가 있나. “예전엔 ‘철학을 좋아해서 온 학생’과 ‘점수 맞춰 들어온 학생’이 섞여 있었는데, 지금은 점수 맞춰 오는 비중이 확 줄었다. 대신 철학을 정말 좋아하는 학생들과, 철학을 베이스로 다른 진로를 설계하는 ‘전략형’ 학생들이 들어온다.
진로도 로스쿨만 있는 게 아니다. 졸업생들이 공대·자연대·음대·체육 등 다양한 분야 대학원으로 진학한다. 특히 컴퓨터공학·AI 쪽은 결합 효과가 커서, 철학에 공학을 얹어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게 진로를 설계해 준다. 그 결과 네이버·넥슨 같은 기업으로 간 경우도 많다.”
- 철학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철학이 AI와 ‘직접 결합돼서’ 주목받는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아직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 다만 AI가 잘하는 일과 아직 어려워하는 일이 구분되기 시작하면서,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정해진 정답을 잘 푸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통합해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진 건 분명해 보인다. AI는 정형화된 데이터나 루틴 업무는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한다. 하지만 현실의 데이터는 엑셀·문서·현장 관행·사람 머릿속 지식처럼 형태가 섞여 있고, 이런 비정형 정보를 모아 결합해 판단하는 과정은 아직 AI만으로 잘 안된다. 기업이 AI를 도입하고도 기대만큼 성과를 못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게릴라식 학습 능력’을 강조한다. 일하면서 필요하면 그때그때 배워 빠르게 따라잡고, 전공을 넘나들며 대화하고 기여할 수 있는 적응력, 즉 ‘분야 횡단 능력’이 더 중요해진 시대다. 이런 역량이 철학과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철학은 보편적인 질문을 다루고 다양한 주제를 통합적으로 사고하게 훈련하기 때문에 그 능력을 기르기엔 유리한 면이 있다. 그 점에서 철학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커진 것 같다.”
- AI가 이제는 철학적 사고조차 잘하지 않나. 철학이 여전히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까. “AI의 기술적 특징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특히 빅테크가 만드는 AI는 방대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내재화했고, 그 덕분에 철학적 질문에도 ‘평균적으로 꽤 괜찮은’ 답을 매우 빠르게 만들어낸다. B+~A0 성적 수준의 답을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셈이다. 하지만 그다음이 문제다. 현재 구조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문장’을 만드는 데 최적화돼 있어, 독창적인 주장을 세우고 그걸 논증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A+짜리 유니크한 관점과 논증의 밀도를 갖춘 답을 안정적으로 내기는 아직 어렵다. 또 하나는 ‘분야 횡단’이다. 같은 개념도 분야마다 의미가 달라지는데, 맥락을 바꿔가며 유비 추론을 하고 가치 판단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일은 여전히 약하다. 맥락이 좁은 영역에선 잘 맞아도, ‘실업’처럼 복합적인 문제로 가면 답이 천편일률적이 되기 쉽다. 게다가 통합적 판단 능력을 AI에 넘겨주는 건 통제 측면에서도 위험해질 수도 있다. 오히려 ‘무엇이 바람직한가’라는 기준은 인간이 세우고, 그 기준 아래에서 AI를 설계·운용하는 일이 남아 있다고 본다.”
- ‘인간다움’ 또한 ‘철학’을 통해 정의할 수 있는 걸까. “먼저 ‘지능’을 너무 인간 중심으로만 정의하는 습관부터 버릴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능을 늘 ‘인간 척도’로 재단해왔다. 예를 들어 동물 지능을 인간 방식으로만 재단하다가 오판한 사례가 많다. 나무 위에서 사는 긴꼬리원숭이에게 ‘가느다란 막대기를 쥐고 도구처럼 써보라’고 시키면 서툴러 보이는데, 대신 도르래처럼 자기 몸과 환경에 맞는 도구를 주면 금방 원리를 파악해 능숙하게 써낸다. ‘멍청한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똑똑했던 것’이다.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비슷한 지능이라고 착각하면 오판하기 쉽다.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지능을 보통 ‘목표가 있을 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원과 방법을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이 정의에는 인간 지능에서 빠져 있는 게 있다. 우리가 지적인 행동을 할 때 동반하는 ‘의식적 경험’이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겨도, 자기가 이겼다는 것도 모르고 바둑을 두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기쁘거나 슬픈 감정도 없다. 계산을 아주 효율적으로 수행해 결과를 낸 것뿐이다. 그래서 저는 인공지능을 ‘낯선 종류의 지능’이라고 표현한다. 지능이긴 한데 우리와 너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뜻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면 인간의 고유함이 어디 있는지도 보인다. 인공지능은 몸이 없고, 경험이 없다. 저는 이를 ‘자각 없는 수행’ ‘이해할 수 없는 실패’ ‘계산과 실제의 간극’ 3가지 특징으로 설명한다. 굉장히 똑똑해 보이지만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어떤 순간엔 말도 안 되게 멍청해질 수 있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에 함부로 쓰면 위험하다.”
- 결국 ‘인간다움’은 ‘의식적으로 경험하고 느끼는 존재’라는 점에서 정의될 수 있는 듯하다. “그래서 AI가 만든 콘텐츠와 인간의 ‘경험’의 가치는 구분돼야 한다. 인공지능은 시를 쓰고 감동적인 말을 할 수 있어도, 그 시를 읽고 감동을 ‘느끼는’ 존재는 아니다. 우리 인간은 감각적·정서적 경험을 하고, 예술을 즐기고, 그것이 주는 의미를 살아내는 존재다. 흥미롭게도 인공지능이 공감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역설적으로 ‘감정이 없기 때문’이다. 지치지 않고, 배고프지 않고, 감정 소모 없이도 AI는 상대의 표현을 분석해 그럴듯한 반응을 계속 생산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중요한 건 인공지능과 인간이 어디서 비슷하고 어디서 다른지를 정확히 구분하고, 인간과 각 직업에 남겨야 할 가치를 설계하는 일이다. 그 지점을 탐색하는 일이 바로 철학이 던져야 할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 AI를 쓰는 초심자들이 점점 많아지고, 결국 그들만 남게 됐을 때, 인류 전체 역량이 저하될 우려도 된다. “그래서 오히려 핵심은 교육 문제라고 본다. 예컨대 예술분야 전문가가 AI를 쓰면 1년에 10개 만들던 걸 100개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입문자가 처음부터 AI에 의존하면, 그 분야의 기본기를 쌓고 전문성을 축적할 기회 자체를 잃는다. 몇십 년 뒤엔 기존 전문가들은 은퇴하고, 남는 건 AI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전문성 빈약한’ 인력일 수 있다.
이건 예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도 비슷하다. 의사들이 AI를 켜놓고 진단하는 흐름이 있는데, 과의존하면 스스로 진단·처방하는 능력이 약해지고, 극단적으로는 ‘인터넷이 끊겨서 오늘 진료 못 봅니다’ 같은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각 분야는 핵심 역량을 인간이 계속 유지하도록 교육과 훈련 방식을 설계해야 하고, AI에 처음부터 과의존하는 건 장기적으로 전문성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 AI 시대, 철학도의 역할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저는 오히려 지금이 철학의 본류로 돌아갈 기회라고 생각한다. 원래 철학자는 자기 시대의 지식을 섭렵하고, 그 지식들을 메타적으로 성찰하면서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데카르트도 ‘방법서설’만 그의 철학으로 읽히지만, ‘철학의 원리’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저서엔 물리학, 기상학, 생물학 분야가 다 들어 있다. 원래 철학의 본류는 그런 통합적 성찰에 있었다.
그런데 19세기 개별 과학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철학자들이 그 전문성을 따라가기 어려워졌고, 그 반작용으로 ‘철학은 과학이 아닌 것, 추상적이고 언어적인 것만 철학’이라는 관념이 강해졌다. 사실 이런 생각은 길어야 150년 남짓한 최근의 산물인 것이다.
그래서 저는 AI 시대 철학의 역할은 ‘인생의 의미’ 같은 것으로 철학을 좁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대·근대 철학자들이 했던 것처럼 현재 문제를 통합적으로 성찰하고 풀어내는 철학의 역할을 ‘회복’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배운 철학으로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의 틀을 세우는 것, 그걸 ‘철학의 행동’이라고 부른다.”
- 철학적 사고를 통해 AI를 더 잘 활용하는 방법을 하나만 소개한다면.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조언해줄 수 있을지. “학생들을 보면 AI를 ‘원샷’으로 너무 많이 쓴다. 하기 싫고 귀찮은 걸 떠넘기듯이, PDF 넣고 ‘요약해줘’ 이런 식으로 끝내버린다. 그렇게 쓰면 본인 실력은 안 쌓인다. 제가 권하는 방식은 반대다. AI를 한 번 쓰고 끝내는 도구가 아니라, 계속 질문을 이어가며 사고를 확장하는 ‘조수’로 쓰는 거다. AI는 엄청난 양의 정보와 지식 패턴을 가졌다. 예전엔 도서관 가거나 구글 서치해야 했는데 그걸 생략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프롬프트 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장점이 뭐야, 단점이 뭐야, 그 단점의 단점은 또 뭐야, 그 비판의 핵심 논리는 뭐야’ 등 ‘나선 식’으로 계속 질문을 설계하는 것을 추천한다. 관점들을 왔다갔다 하며 탐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