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철학/민주주의(democracy)

[성명] 활동가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민언련을 떠난다

원시 2025. 11. 20. 09:23

[성명] 활동가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민언련을 떠난다

 

민언련 활동가 전원은 활동가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조직을 떠난다.

구성원으로서 조직을 지키고 싶었기에, 시민단체로서 일말의 민주성을 믿었기에 버텨왔지만 이제 어떤 희망도 볼 수 없다. 언론운동의 최전선에서 뜨겁게 활동했던 우리는 이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떠난다.

활동가 일동은 현 사무처장 임기 내내 그의 전횡과 폭력적 언행, 위계적 의사소통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무처 업무는 일관성 없이 사무처장의 기분에 따라 방향성이 달라졌고, 사무처장은 이를 개선하려는 활동가들의 의견을 공격으로만 받아들였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어려운 상황에서 활동가들은 주도성을 잃은 채 사무처장의 기분과 의중을 살피는 ‘심기 의전’을 수행해야 했다. 사무처에 만연한 공기 같은 위계와 ‘까라면 까’ 식의 의사결정구조 속에서 책임자들은 문제를 회피하거나 개인화했다. 그 결과 많은 활동가들이 버티지 못한 채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다음 세대를 이을 활동가 재생산에도 실패했다. 민언련이 시민단체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사람’을 허무하게 떠나보내는 사이, 활동가들은 구성원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조직에서 서로를 붙잡으며 간신히 버텨왔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민언련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조직의 안정과 위신’에 활동가들의 안정과 존엄은 없다. 조직은 구성원을 보듬을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다. 활동가들은 조직 내 공식∙비공식 경로를 막론하고 사무처장의 위계적 소통방식과 내로남불식 조직 운영, 폭력적 언사로 인해 괴롭다고 호소했다. 이 문제가 개인의 고통에서 끝나지 않고 조직 전반의 활동 역량과 조직 지속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나 책임 있는 조치는 어디서도 이뤄지지 않았다.

사무처장은 2024년 말부터 지금까지 사직의사를 표명했다 번복하는 일을 반복했고, 사직한다는 이유로 활동가와의 대화를 회피했다. 활동가들은 지속가능한 언론운동을 위해 조속한 사무처장의 사직과 사무처 변화 필요성을 피력했지만, 상임공동대표와 일부 이사만이 공감했을 뿐 이사회는 상황을 방치하고 오히려 사무처장 사직 시기를 연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사무처장 임기조차 없는 민언련에서, 활동가들은 조직의 상황이 나아지리란 일말의 희망조차 잃게 됐다. 치열한 운동 뒤편에서, 권력은 사유화되었고 위계와 형식이 강요되었으며 존엄과 존중은 사라졌다. 그 모든 방임과 무책임의 순간이 모여 오늘의 파국을 만들었다.

우리는 묻는다.

구성원이 고통을 호소할 때 외면한 조직이 어떻게 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가?

내부의 민주주의를 잃은 조직이 어떻게 외부의 불의에 맞설 수 있는가?

활동가를 ‘최저임금으로 다시 뽑으면 되는 대체인력’쯤으로 여기는 시민단체에 미래가 있는가?

 

우리는 떠난다.

세상에 변화를 요구하고, 불의에 연대하는 활동가로서 조직내부의 모순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기에.

조직이란 미명하에 강요되는 침묵과 순응, 끊임없이 거부당하는 변화의 목소리에 지쳤기에.

사람을 돌보지 않고 대의와 모양새에 치중하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어떤 희망도 느낄 수 없기에.

활동가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집단사직이 41년 역사를 가진 민언련이 조직의 한계와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뼈를 깎는 혁신과 당장의 변화가 필요함을 직시하길 바란다. 민언련이 시민단체로서의 민주성을 성찰할 마지막 기회일 것이다.

2025년 11월 17일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일동

강솔비, 박진솔, 서혜경, 유지예, 원혜인, 이상준, 최지현

출처 : 미디어G

 

http://www.mediagre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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