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예산 감소. 장기적인 안목에서 '민주주의 토대' 건설하는 인문학 투자가 필요하다. (2026년도 공적 R&D가 29조 6천억 원에서 35조 3천억 원으로 5조 7천억 원(19.3%) 증가했지만, 전체 R&D에서 인문사회 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은 1.2%(2025년)에서 0.93%(2026년)로 축소)
인문학 예산 감소. 장기적인 안목에서 '민주주의 토대' 건설하는 인문학 투자가 필요하다. (2026년도 공적 R&D가 29조 6천억 원에서 35조 3천억 원으로 5조 7천억 원(19.3%) 증가했지만, 전체 R&D에서 인문사회 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은 1.2%(2025년)에서 0.93%(2026년)로 축소)
내년 R&D예산 19.3% 늘었지만 인문사회는 0.93%로 줄어
임효진 기자 승인 2025.11.13 09:08 댓글 0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국회 교육위원장 등 포럼
‘인문사회 집단연구·학문후속세대 활성화’ 10일 개최
“인문사회 R&D 처음으로 1% 미만 충격적이다”
학술지원기구·국가차원 인문융합교육원 설립 제안
2026년도 공적 R&D가 29조 6천억 원에서 35조 3천억 원으로 5조 7천억 원(19.3%) 증가했지만, 전체 R&D에서 인문사회 계열이 차지하는 비율은 1.2%(2025년)에서 0.93%(2026년)로 축소됐다.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전례가 없는 수치다. 학계 전문가와 학문후속세대는 열악한 연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 개선과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문사회분야 집단연구 및 학문후속세대 활성화방안’를 주제로 한 정책포럼이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와 김영호 국회교육위원장, 국회의원 조승래·용혜인·김용태·천하람·강경숙·박성준·김문수·김준혁 등 5개 정당 소속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강성호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국립순천대 사학과) 회장은 인문사회 계열에 배정된 R&D 예산에 대해 “인문사회 기초연구예산 비율이 1% 이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출처=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공동 정책 포럼을 열었다. 사진=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인문사회 학문후속세대 지원, 이공계 절반은 돼야”
인문사회 기초연구예산은 2025년 2천996억 원에서 2026년 3천286억 원으로 289억 원(9.7%) 이 늘었지만, 전체 비중으로 따지면 이공계열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인문사회계열 예산 비중은 전체의 1% 미만으로 오히려 쪼그라들었다.
인문사회와 이공계열은 학문후속세대 양성과 연구소 지원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해 인문사회계열은 석사 200명, 박사는 400명을 지원하지만, 이공계열은 석사 2천 850명, 박사는 2천 281명을 지원한다. 강 회장은 “인문사회계열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해서는 최소한 이공계열의 절반 정도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 예산도 교육부 지원에서만 2배가량 차이가 났다. 인문사회 연구소에 대한 교육부의 지원은 275개 연구소에 1천69억 원인데 반해, 이공분야는 2025년도에 166개 연구소를 지원하며 2천 24억 원을 배정했다. 여기에 이공계열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예산을 지원받는다. 2026년 정부 예산안에서 기초연구와 이공계 인재양성에 3조 5천600억 원이 배정돼 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한국이 전체 공적 R&D에서 인문사회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는 18.6%, 일본은 13.1%, 미국은 11.2%, 독일은 8.3%, 영국은 5.1%이다.
“2026년도 예산에 50개 인문사회연구소 추가 지원 필요”
강 회장은 “세계 10대 강국 대한민국의 인문사회계열 예산이 1%도 안 되는 0.93%라는 점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인문사회계열 예산이 국가 R&D에서 최소한 3% 수준을 차지할 수 있도록 향후 5년 동안 매년 0.4%, 약 1천200억 원이 증액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강 회장은 “지원받는 연구소 수가 올해 33개에서 2026년도에는 25개로 축소됐다”며 “집단연구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인문사회연구소사업 선정률을 올해 15%에서 내년에는 30% 수준으로 정상화하기 위해 2026년도 예산안에 50개의 인문사회연구소 지원 예산 추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인문사회융합연구(컨소시움형=인문사회 메가프로젝트)를 인문사회연구소사업 내에 소형 단독연구소형과 연구소 컨소시움형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등재지 논문 게재한 강사에게 연구비 지급을”
이상룡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현재 진행되는 학술연구교수사업을 들여다보며 인문사회계열 발전 방안과 실질적으로 연구자를 지원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상룡 수석부위원장은 “학문은 연구 성과가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인문사회학의 학술지원사업의 목적은 학자 양성에 있어야지 논문에 두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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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연 4천만 원이 지원되는 3년형 학술연구교수 사업은 2011년 204개 과제가 선정됐지만, 2018년에는 67개 과제만 선정되면서 선정률이 22%밖에 되지 않는다고 이 부위원장은 지적했다. 또한 인문사회 학술연구교수 사업 A유형의 2025년 신청 과제 수는 1천394개지만 386개가 선정되는 데 그쳐, 선정률은 27.7%로 나왔다. B유형에는 2025년에 3천576개 과제를 신청했고, 이 중 1천276개가 선정돼 35.7%의 비율을 보였다.
이상룡 수석부위원장은 “한국연구재단의 개인연구 지원산업은 지원자의 연구계획서를 평가해 선정한 후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인데, 다양한 전공 분야의 신진 연구자를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며 “현재의 연구계획서를 평가하고 지원하는 방식에서 등재지(후보)에 논문을 게재한 모든 강사에게 연구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BK21 지원 세분화·HUSS 전면 확대 제안
이형대 고려대 BK사업단장(국어국문학과)도 BK21사업을 평가하며 학문후속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방식보다는 세분화 지원을 제안했다. 이 단장은 “한국의 BK21사업은 개별 대학원 조직 단위의 지원체계를 유지하는데 머물고 있어 잠재적 역량을 갖춘 우수한 대학원생이 있어도 소속 학교가 일정한 규모를 갖추지 못하면 혜택을 받기 어렵다”며 “현재 팀·단으로 양분돼 있는 지원 단위를 좀 더 세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과제별 대학원간 컨소시엄 형식의 지원 단위도 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철영 전국대학원장협의회장(대구대 법학부)은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HUSS)의 전면적 확대를 제안했다. 최철영 회장은 “AI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문사회적 통찰력과 결합된 기술활용 능력이 중요하다”며 “인문사회분야 교수, AI·데이터 과학 교수, 기업‧공공기관 전문가 등이 함께 설계하는 지속가능한 운영 구조를 형성하고 인문사회과학분야와 AI·데이터 과학분야가 공동의 커리큘럼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확장할 수 있도록 예산 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성수 한국인문사회연구소협의회 대외협력위원장(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 소장)은 인문사회 분야 지원에서도 해외지역연구가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어 다양한 지역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위원장은 “글로벌사우스의 외교·안보적 중요성에 비해 학문적 기반의 취약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세계질서가 복합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지역연구를 통한 공공외교 전략을 심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석박사과정생들 연구참여 기회도 없이 떠나는 일 없도록”
송혁기 HK협의회장(고려대 한문학과)은 학문후속세대 양성 안정화를 위해 “이공계 관행과 다른 인문사회계 특성을 반영한 기준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인문사회계 학술지원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또한 전국민 인문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문학 교육 지원을 위해 국가차원의 인문융합교육원 설립도 건의했다.
학문후속세대인 대학원생들도 목소리를 냈다. 이준영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장은 “연구과제 선정률을 높이고, 학생인건비 관리를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문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준하는 인문사회계열에 대한 교육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상형 서강대 박사수료생은 “지원 기간이나 예산도 충분히 고려해야 하지만, 적어도 연구자를 희망하는 국내의 석박사과정생들이 연구에 참여할 기회가 없어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연구현장을 떠나는 일만큼은 예방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밝혔다.
임효진 기자 editor@kyosu.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