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1200만원 버는 택배기사, vs 현재 빌린 돈을 석 달 넘게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10만 명. 한국 경제활동의 모순. 채무탕감, 적정 자영업 수, 일자리 창출 필요 이유.
한달 1200만원 버는 택배기사, vs 현재 빌린 돈을 석 달 넘게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10만 명. 한국 경제활동의 모순. 채무탕감, 적정 자영업 수, 일자리 창출 필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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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1200만원 벌어요" 26살에 택배로 3억 모은 청년의 하루
이가영 기자
입력 2025.09.16. 07:43
한 달에 약 1200만원을 버는 26세 택배기사의 하루가 공개됐다. 그는 잘 뛰어다니기 위해 일하는 동안 점심도 먹지 않았고, 동선을 계획해 머릿속에 그리며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8일 ‘KBS 교양’ 유튜브에는 인천 서구에서 활동하는 6년 차 택배 기사 정상빈(26)씨가 출연해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정씨는 하루에 보통 600~700개, 한 달 기준으로 1만6000개 이상의 물건을 배송한다고 했다. 통상 택배 기사들이 한 달에 배송하는 물량은 6000~7000건이라고 한다. 한 현직 택배 기사는 “한 달에 1만5000개를 배송하려면 토할 정도로 뛰어야 한다”고 했다.
정씨의 신속‧정확한 배송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배송 물품을 정리할 때부터 체계적으로 했다. 나중에 배송할 물건을 아래에, 먼저 배송할 물건을 상단에 담았다. 이 물건들을 엘리베이터에 싣고는 배송할 층수에 도착하면 물건만 우선 내려놨다. 그리고 가장 윗층에서 내려 발로 뛰며 집 앞까지 물건을 배송하고, 인증 사진을 찍었다. 배송부터 사진을 찍는 데까지 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후 계단을 이용해 아래층에서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정씨는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보다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훨씬 빠르다”며 “무겁거나 부피가 큰 물건들만 중간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내려놓고 작은 물건들은 위층부터 들고 다니며 배송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방법이 빠른 것도 있지만, 혹시나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엘리베이터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이유도 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이동하는 시간에도 정씨는 쉬지 않았다. 휴대전화를 계속 들여다보며 다음에 배송할 건물 몇 층에 반품 물품이 있는지, 몇 층에 어떤 물건을 배송해야 하는지를 계속 살폈다. 이를 모두 기억한 후 물품을 계획대로 정리했다. 그는 “머릿속에 저만의 지도가 그려져 있다”고 했다.
매일 약 30㎞, 5만보 가량을 이동한다는 정상빈씨는 한 달에 약 1200만원을 번다고 밝혔다. /유튜브 'KBS 교양'
정씨는 수입에 대해 “무게와 크기 상관없이 전부 700원씩 받는다”며 “한 달 수입은 1200만원”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가 보여준 은행 거래 내역에는 1267만원이 입금되어 있었다. 신속한 배송을 위해 점심도 먹지 않고 공복 상태로 온종일 뛰어다녀 신발이 빨리 닳는다는 정씨는 “2~3개월마다 신발을 교체한다”며 “매일 약 30㎞씩, 5만보 정도 뛴다”고 했다.
그는 26세 나이에 벌써 3억원을 모았다고 했다. 그를 뛰게 하는 원동력은 청약 당첨된 아파트였다. 정씨는 “어릴 때부터 이사를 자주 다녀서 상처가 있다. 제 이름으로 산 새집으로 이사 가는 게 꿈”이라며 “택배 일이 적성에 맞아 힘들어도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2.

오피니언
사설
[사설]‘빚의 늪’ 빠진 자영업자 4년 새 10배… 아직 끝나지 않은 팬데믹
동아일보
입력 2025-09-29 23:272025년 9월 29일 23시 27분
2020년 한국을 덮친 코로나19 팬데믹은 자영업자들에겐 희미한 기억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악몽이다. 당시 불어난 빚의 굴레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리 두기 등의 영향으로 매출 급락을 겪은 자영업자들은 대출로 근근이 버티며 팬데믹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하지만 터널의 끝에는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라는 더 짙은 어둠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로나19 때 진 빚을 갚기는커녕 오히려 빚을 더 내 빚을 막아야 하는 수렁에 빠져버렸다.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빌린 돈을 석 달 넘게 갚지 못한 자영업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말엔 1만 명 수준이었는데 4년 새 10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연체된 대출액도 3조7700억 원에서 27조 원으로 7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소득기반 없이 막 사업에 뛰어든 20대와, 은퇴 후 제2의 삶을 꿈꾸던 60대 이상 자영업자들의 연체 속도가 특히 가팔랐다. 쉬는 날 없이 밤늦도록 일해도 대출이자조차 갚기 벅찬 ‘허울뿐인 사장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장사를 계속하기도, 사업을 접기도 어려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대출 상환 부담과 만만찮은 폐업비용 때문에 적자를 보면서도 가게를 여는 경우가 많다. 장사를 접고 일자리를 구하려 해도 장기화된 고용 한파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울며 겨자 먹기로 새로 빚을 지고 자영업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는 사이 부채의 양이 늘어나고 질도 나빠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소득·저신용 상태에서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비중은 6월 말 현재 14.2%로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자영업자 비중이 전체 취업자의 20%에 육박하는 현실에서 이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방치할 경우 금융시장과 경제 전반이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코로나19 때 빌린 자영업자 대출의 만기를 6개월 단위로 연장해주고 있지만 근본적 해법은 될 수 없다. 상환 능력과 의지를 살펴 맞춤형 채무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퇴로도 열어주어야 한다. 자영업자들이 빚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재기의 사다리를 놓아 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3.
단독]“코로나때 빚 감당못해”… 60대 이상 자영업 연체자, 4년새 14배
동아일보
입력 2025-09-30 03:002025년 9월 30일 03시 00분
전주영 기자
이호 기자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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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의 늪에 빠진 자영업자] 〈상〉 코로나 빚의 악순환
소비 줄어 매출 타격, 빚내 빚 갚아… 연체액도 8817억서 7조대로 껑충
금융사-다른 업종까지 부실 우려… “채무조정하되 도덕적 해이 관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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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부터 빚이 감당할 수 없게 불어나서 지금까지도 빚을 다 못 갚았어요.” 4.5t 트럭 운전사인 이모 씨(63)는 약 5년 전 코로나19가 퍼지던 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가 ‘빚의 굴레’에 갇혔다. 당시 야심 차게 골동품 가게를 시작했지만 장사가 되지 않아 은행에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도 팬데믹 확산에 손님이 끊겨 돈을 벌지 못하니 대부업체까지 이용하게 됐다. 열심히 벌어 갚았는데도 빚이 약 8000만 원 남았다. 그는 “해병대 직업군인으로 일하다가 양로시설 총무, 고시원 사장을 거쳐 퇴직금까지 투자해 골동품 장사를 했는데 남은 건 빚뿐”이라며 한숨 지었다.
코로나19 확산기에 빚을 낸 자영업자들은 빚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듬해 반짝 성장하는 듯했던 경제는 저성장 추세가 뚜렷해지고 소비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잘 늘지 않으니 빚을 못 갚고 연체 기간을 늘리게 된다. 결국 폐업에 이른 이들은 빚을 상환할 길을 찾지 못해 다시 빚을 내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 60대 이상 자영업자 연체액, 4년 만에 8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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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기 이후 자영업자들의 부채 증가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그중에서도 은퇴해 소득이 마땅치 않은 60대 이상 고령 자영업자들의 채무액이 많이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퍼진 2020년 말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1598명이었다. 이후 점점 증가하다가 지난해 말 2만1883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들의 연체액은 같은 기간 8817억 원에서 7조827억 원으로 뛰었다. 연체액이 4년 만에 8배로 불어버린 것이다. 연령대별로 봤을 때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강 의원은 “은퇴 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고령 자영업자들의 부채 상환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 공인중개사 자영업을 시작했던 신모 씨(52)도 빚에서 벗어나지 못할까 봐 두렵다. 코로나19 때 갑자기 늘어난 빚을 갚을 길이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신 씨는 “2018년 부동산 관련 기업 강사를 하며 입소문이 나 1년 치 강의도 잡혀 있을 정도였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며 “모든 교육이 취소돼 수입이 끊기고 아내의 무릎수술 때문에 카드 돌려막기를 하며 근근이 살았는데 2023년 연체가 시작돼 아직 갚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42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조치는 이달 종료된다. 하지만 이번에 약 97%는 재연장된다.
● 자영업자 신용점수도 ‘양극화’
자영업자들의 신용점수는 양극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용점수 650점 이하와 가장 높은 구간인 951점 이상 자영업자 수는 각각 51만9282명, 99만7303명이었다. 하지만 올 6월 말 기준 각각 53만7560명, 100만3244명으로 모두 늘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영업자들에게 금융 지원 중심으로 ‘호흡기’를 달아 주니 신용점수가 낮은 자영업자가 더 양산된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의 연체가 심각해지면 금융회사 부실도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자영업자 대출차주 중 취약차주의 비중이 14.2%였다. 2022년 6월 말 10.7% 이후 상승세다. 한은은 “다수의 금융기관 등에서 대출을 보유하고 있는 취약차주의 특성상 차주의 부실이 금융권뿐만 아니라 다른 업종으로 빠르게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영업자의 채무조정 제도를 활성화하되 정부의 지원이 비정기적이고 단발적이라는 메시지를 보여줘 도덕적 해이는 발생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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