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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비교

<경제 민주화> 용어 차이들 + 장하준 대 김상조 논쟁 정리

by 원시 2012. 10. 4.

장하준교수와 공통점과 차이 (3) 경제민주화 논쟁 기원 1997년 IMF 원인과 처방의 차이

장하준 교수의 열쇠말 '자본 통제 capital control'을 이야기하기 전에 (2)에서 말했던, 왜 좌파정당은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안이 없는가? 에 대한 질책, 그 원인들 중에 외부적인 것에 대해서 하나 언급한다. 남 탓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대학 경제,정치학,행정학과의 보수성과 미국 의존도 때문이다.  양적으로 압도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소위 ‘신 자유주의’ 옹호자들이고, ‘신-고전파’ 경제학의 주류 방법론을 사용하고 있다. 

예를들어 책 제목이 [노동 경제학: 이론, 증명과 정책]이라고 할지라도, 연구 목표와 방법론의 경우, 마르크스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계량경제학(econometrics)을 사용해서 신고전파 노동시장이론을 정립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정책생산은 경제학과 보다는 공공정책(public policy)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법학/행정을 비롯 제반 사회과학대학과 연계해서 정책을 생산해내고 있다. 조-중-동도 지적하는 한국 사회과학대학의 미국대학 의존도 심화는 당연히 한국의 진보정당 정책생산에 악영향을 지난 60년간 끼쳐왔고 끼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경제민주화 용어 논쟁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발언을 놓고, 재벌개혁을 주제로 토론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복지'와 마찬가지로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보수)도 민주당(리버럴리스트)도 다 제 관점대로 사용할 수 있다. 재벌비판만이 경제민주화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경제 민주화라고 했을 때, 민주화 (democratization)은 리버벌 민주주의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통점인 자본주의 시장 경제를 제 1원리로 삼는 Liberal Democracy) 안에서 '민주화'이다.
 
1)새누리당 김종인의 리버럴 민주주의 Liberal Demoracy – 1987년 헌법에서 '경제 민주화' 조항은, 2012년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시정, 해도 해도 너무한 상속 등 소유구조 비판 = 시장 질서 내에서 공정성 강조

2)민주당 문재인 + 안철수 리버럴 민주주의 Liberal Democracy – 재벌 내부 순환출자제도 반대, 총수 권한 축소, 하청업체와의 불공정 시정 = 시장 질서 내에서 공정성 강조, 새누리당과의 양적 차이지 질적인 큰 차이는 없다.
 
3)진보좌파의 입장에서 경제 민주화: 자본주의 시장질서와 소유권에서 비롯된 소득 불평등과 사회적 부정의 개혁: 현재 자산 소득 + 노동 소득 + 토지 소득 (ownership: private property) 과 관련된 제도 법률 개혁, 불평등 노동소득 시정, 회사 경영에 노동자의 직접 참여 등 = 자본주의 시장 질서와 소유권 (기득권) 개혁 등.

경제민주화 담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경제 민주화' 개념을 비판할 때, 좌파시각이 아닌, 그 내부 이념과 노선인 리버벌 민주주의 입장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장하준 - 김상조 논쟁의 역사적 기원

그리고 장하준 (영미식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주주자본주의의 극복을 경제 민주화) 대 김상조 (재벌 개혁=경제민주화 ) 의 경쟁 및 토론에서도 다 나름대로 '경제 민주화'라는 말을 쓸 수 있다.  왜 '경제민주화'라는 개념 정의가 서로 다른지 밝히기 위해서는, 장하준과 김상조의 논쟁의 기원은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했을 때, 그 원인 진단과 해법을 놓고, 소위 '고금리, 노동유연화-해고자유, 민영화, 바이코리아'로 대표되는 IMF식 '긴축정책'에 저항할 이론적 실천적 근거를 제시하는 연구자들은 많지 않았다. 특히 진보적 관점, 노동자의 관점을 가지고 일관되게 IMF 외환위기 원인과 IMF역사상 가장 혹독한 '긴축정책'의 문제점들을 비판한 진보진영의 이론가들은 거의 없었다. 지금 정책전문가들을 자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당시 파산선고당한 것에 대한 자성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한국 사회과학계는 좌건 우건 파산선고했다. 

그 때 1998~9년 장하준교수의 논문이 나오기 시작했다. 1998년에 김수행 교수의 초대로 미국 매샤추세츠 대학 (Amherst) 경제학과에 있는 제임스 크로티 (James Crotty)교수가 한국에 왔다. 대학원 세미나에서 크로티는 왜 한국의 진보진영은 한국 재벌(대기업)이 분해되어 외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느냐고 질타했다. 그리고 IMF 긴축정책 강요, 고금리 정책, 노동유연화 명목으로 노동자들 해고를 마음대로 해버리는 것, 노조탄압, 미국-영국 은행 제도와 규칙을 한국 은행에 적용하는 것을 반대했다. 케인지안 제임스 크로티 교수 눈에는 한국 자본주의 체제는, '자본 통제 (정부가 시장을 활용하되 민간 자본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거나,  공공기업의 운영, 고용정책에 직접 개입, 해외 투기 자본에 대한 방어벽 설치 등:capital control)'을 영국-미국에 비교해서 훨씬 잘 하고 있는, 일종의 모범적인 모델 국가인데, 왜 한국이 신자유주의의 첨병 IMF 긴축정책을 고분고분 다 받아들이냐고 우리를 비판했다. 

 1998-9년 사이 국내에도 소개된 장하준교수의 논문, [한국 위기 해석: 금융 자유화, 산업정책, 그리고 기업지배구조: 1998: 유철규-박홍재 공저], ['도덕적 해이'의 해이: 아시아 위기로부터 벗어나기:1999] 역시 당시에 우리들에게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한국 언론에서 주류적 입장이었던, IMF 위기 원인은 관치금융과 정경유착설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1997년-98년 외환위기 극복하고 없는 미-달러 모은다고, 국민들이 금반지 녹여서 미-달러 외환고 채우는 것을 방송 3사가 생방송으로 중계하고, IMF 외환위기를 국민적으로 극복해보자고 ML에 가 있던 LA다저스 박찬호의 승리와 LPGA 박세리의 우승컵 세르모니에 눈물 쏟던 시절이었다.

1997년 당시 모든 주요언론들은 IMF외환위기의 원인을 내부적 요소에 있다고 보았다. 그 단적인 사례가 상반기 기아 자동차 부도사태, 그리고 연이은 한보철강 부도였다. 한보철강의 경우,  '관치금융 (김철수 제일은행장 + 김현철 청와대 + 한보철강 태수 사장)' 이런 3각 동맹론이 외환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이 진단에 따르면,  ‘한국 정치 경제 시스템’의 비합리성, 즉 한국 자본주의의 비합리성 (경제 3주체의 비합리성과  비효율성, 즉  정부의 관치금융, 재벌의 정경유착과 대마불사론에 근거한 도덕적 해이, 제 2금융권의 난립과 감독 소홀, BIS기준 무시, 소비자들의 과소비 등)과 비효율성이 외환위기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보았다. 

이런  한국 경제 3주체 때리기와 그 주체들의 자학적 분위기와 상반되게, 장하준교수는 [한국위기 해석하기] 논문에서, 김영삼 정부가 국가정부 주도의 '유도 계획 경제 indicative planning economy'를 포기함에 따라, 재벌들의 과잉투자 (중복투자)를 제어-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에 97년 외환위기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본다. 그리고 관치금융(정경유착: 정실 자본주의 crony capitalism)도 정부 주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하에서 보다는, 김영삼 정부가 이러한 산업정책을 포기함에 따라, 오히려 정부로부터 독립해 점점 파워가 강해진  재벌들이 정부관료들과의 유착관계를 강화시켰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한국과 아시아의 외환위기 원인은 미국의 자본시장 개방 압력 등의 외적 조건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IMF 긴축정책에 반대해서, 장하준은 2차 세계대전 직후 패전국가 일본, 독일에도 점령군 미국이 미국식 경제모델을 강요하지 않았는데, 1997년 한국에는 왜 미국식 경제제도를 강요하고, 한국의 산업정책을 완전히 포기하게 주저앉혔는가를 통탄한다. 

제임스 크로티와 장하준의 공통점은 '자본 통제', 즉 '유도 계획경제'의 긍정적 역할에 대한 강조였고, 한국은 '자본통제' 모델의 모범적인 국가였는데, IMF 통치체제가 그 모델을 없애버린다고 주장했다. '유도 계획 경제'는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하에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이, 정부가 민간 기업에게 정부보조금,사회간접자본 제공,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주면서 특정 사업에 투자하도록  (포항제철, 현대의 경우 정주영 사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조선업 지시 등 이후 성공 케이스 사례로 듦) 유도하는 정책이다. 이는 구-사회주의 국가의 국유화와 명령 계획경제와 달리 자본주의 시장을 최대한 활용했다.  

[말하지 않는 23가지: 19번째 이야기: 공산주의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계획경제를 실시하고 있다]에서도 장하준은 1998~9년에 언급한 정부 주도 '유도 계획 경제 indicative planning'의 긍정적 역할을 적극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미국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R&D 에 천문학적 정부 보조금 (국민세금)을 투자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한미 FTA도 체결되었고, 미국 제약회사들이 한국에 지적 재산권과 특허권을 주장하면서 값싼 복제약 (제네릭)값도 상승할 예정이다. 장하준은 이러한 미국의 이중잣대를 [나쁜 사마리안들]의 이웃집 [사다리 걷어차기]로 규정하고, [산업정책] 자기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꼬집는다.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런 배경을 고려했을 때,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하에, 한국 (산) 재벌 (기업)의 소유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이름하에, 미국-영국식 주주자본주의를 한국에 도입하려는 참여연대 장하성의 입장을 장하준은 극렬 비판한다. 또한 '자본 통제', '유도 계획 경제'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재벌소유구조 개편을 주장하는 김상조교수의 '재벌개혁론'도 장하준의 입장에서는 국민들이 만들어낸 기업을 외국에 팔아버리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와싱턴 컨센서스 10대 계율(신자유주의 모델)을 80년대부터 잘 알고 있던 제임스 크로티나 장하준의 입장에서는, 장하성-김상조의재벌개혁론은 와싱턴 컨센서스가 노린 효과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쟁의 역사적 기원을 무시한 채, 장하준-김상조의 견해는 비슷하다거나[프레시안 기사들], 장하준의 '자본 통제' '유도 계획 경제' 등 산업정책의 강조를 '재벌 옹호론'으로 비판 (정태인) 하는 것은 허수아비 때리기에 불과하다. 

최근 안철수 캠프에 이헌재 모피아 두목이 등장한 것을 장하준 교수는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대로, 김대중 정부 하에서 '자본통제, 정부 주도의 유도 계획경제' 모델을 시대에 낡은 것이라고 치부하고, IMF 신탁통치안이 선진화라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이헌재와 그 모피아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헌재 모피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하에서 영미식 금융자본주의를 선진기법이라고 수용하고 동북아 금융허브론을 주창했던 장본인들이다. 4대강 삽질 정책, 극악무도한 언론장악, 고소영 라인, 6형님 등을 제외하고,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은 경제정책에서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오히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깔아놓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고속철도 위를 이명박 정권이 무지막지하게 KTX 타고 브레이크없는 질주를 해버렸던 것이다. 

진보좌파의 정치 경제적 입장을 실천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장하준교수의 '거시정책(산업정책: 자본 통제, 정부 주도 유도 계획경제 등)'의 주인공은 정부다. 노동자가 주체로 들어서기 위한 프로젝트는 아니다. 장하준교수를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비판하는 일이 우리가 할 일은 아니다. 자기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고 하고,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맞서 싸우되, 더 나은 자본주의를 찾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장하준교수더러 '당신은 왜 사회주의자나 좌파가 아니냐'고 비판하는 것은 생산적 대화는 아닌 것 같다.  

우리가 더 집중해야 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도시 공간과 새로운 진보도시 건설운동, 소유권 구조를 바꾸는 정치운동이다. 일터, 삶의 터전, 휴식터 등 모든 공간에서 발생하는 계급차별적 요소들을 깨부수는 도시공간의 사회주의적 창출 운동이 필요하다.   


* 진보좌파의 경제민주화의 소재들 예시 (손낙구 제공)

토지 


주택 


부동산 




금융자산: 실물자산 비율 




전세 대출 법률화 필요성 : 저금리 대책




교육비 






참고자료: Ha-Joon Chang, Hong-Jae Park, and Chul Gyue Yoo (장하준, 박홍재, 유철규), Interpreting the Korean Crisis: financial liberalisation, industrial policy and corporate governance, 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1998, 22, 735-746


Ha-Joon, Chang, The Hazard of Moral Hazard - Untangling the Asian Crisis (장하준: 도덕적 해이의 해이 - 아시아 공황으로부터 벗어나기), 3-6 January 1999 New York, USA (미국 경제 협회 연례 발표회) 


Ha-Joon Chang, Bad Samaritans - the myth of free trade and the secret history of capitalism ,2008, Bloomsbury press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자유 무역의 신화와 자본주의의 비밀스런 역사) 

여기에서 나쁜 사마리아인들 = 선진자본주의국가들 = 구체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 집행자들인 IMF, 세계은행, WTO 등 = 사다리를 걷어차는 자들)


Ha Joon Chang, 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2011, Bloomsbury Press. 

(장하준: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 것들) 

그들 = 저 위에 나쁜 사마리안들 = 

자본주의 =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70년대 중후반에서 시작되어 현재까지 세계질서를 좌지우지 하고 있는 특정 유형의 자본주의)를 지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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