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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

장애인 이동권. 말로만 들었던 그 공포의 2~3cm 높이 문턱.

by 원시 2022. 3. 9.

2013.march.3.

 

말로만 들었던 그 공포의 2~3cm 문턱


날샌 잰 걸음으로 집으로 오다가, 휠체어를 탄 한 남자를 발견했다. 인도와 자전거 도로 사이에 끼여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 옆을 돌아 갈 길을 갔다. 그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몇 발짝 가다가 뒤돌아보았다. 아직도 그대로였다.

 

 “도움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그렇소” 그는 자동 휠체어 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계기판은 작동되는데 휠체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난 그냥 방향만 바꿔 인도로 가게끔 하면 되겠지? 했다. 

 

그런데 인도 양쪽에 눈이 쌓이고 밤 10시가 넘어서 눈얼음덩이는 휠체어가 움직이는데 허들이 되었다. 체감온도 영하 15도가 넘어가는 이 상황에서 주택가 옆이지만 아무도 걸어다니는 사람도 없는데 이 한 사나이의 사투는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방향만 남쪽으로 바꿔주면 되겠지’ 했으나, 휠체어는 몇바퀴 구르더니 다시 멈췄다. 할 수 없이 밀기 시작했다. “어디 사시오?” 물었다. 그는 손으로 가리키면서 ‘저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200파운드(90kg)는 훨씬 넘어가는 몸무게같았다. 

 

얼음덩어리 사이로 휠체어를 밀고 당기고 하면서 인도와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런데 도로와 인도 사이에 있는 낮은 턱, 2~5cm 정도되는 높이인데, 그 턱을 넘지 못하고 걸려버렸다. 

 

무슨 트럭이나 버스가 진창에 빠진 느낌이었다. 왼쪽 돌려도 올라가지 못하고, 오른쪽으로 돌려도 그 낮은 턱을 올라갈 수 없었다. 순간 머리에서 ‘어떻게 해야하나? 도구적 이성과 계산적 합리성’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100 kg 이 넘을 것 같은 이 거구 아저씨를 등에 업을 수 없다. 횡단보도를 다시 건넌다. 세 번째 아파트에 전화를 한다. 거기까지 뛰어가서 사람을 불러온다. 그러다가 근육의 힘을 믿기로 하고 뒤로 몇 번 다시 물러서서 ‘영차’ 하고 휠체어를 밀었다. 

 

한 2~3분 문턱과 실갱이를 하다가 넘어갔다. 거구 아저씨 (나중에 이름 물어보니 데이빗 David)가 말하다 “you are a strong man 니 힘 좀 세다” 


사실 그 아파트와 애초 발견지점 중간까지만 바래다주고 난 집으로 다시 가려고 했다. 그런데 중간에 ‘꿀꺽’하고 마음을 다시 부여잡고, 집까지 밀어주기로 했다. 10층 정도의 아파트 (나중에 알고보니 장애인, 노인 등을 위해서 건축된 시립 아파트였다. 

 

요양원 개념이다. 입구를 올라가는데, 한 여자 분이 “it is a good exercise, a huhhhng ? 운동되고 좋지?” 그랬다. 난 숨을 헉헉 몰아내쉬었다. 그걸 들은 것 같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빨리 밀어서 이 아파트에 도착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서, 그 여자 분이 나에게 물었다 “이 사람 돌보는 도우미 (takecare)아니냐?” 난 대답했다 “길가는 한 사람입니다” 그 여자 분은 말했다. “오 마이 갓, 난 또 당신은...” 그리고 나서 “감사하다”는 말을 연거푸. 거구 아저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따뜻한 커피값을 주겠다”고 하다. 

 

보통 이런 경우는 코메디 영화의 한 장면처럼...험험... “money is less important than friendship, 'cause I am a funking com_munist. 돈은 별로 안 중요하고,왜냐하면 난 진정한 거시기이니까 (엄청난 큰 스마일~~) 그래놓고 귀에 대고 ”i am not a Canadian, but a Korean"이렇게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하려다가 말았다.

 

그 여자 분은 이 시립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였다.

 

이제 자기가 알아서 이 거구 아저씨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이후로, 착한 일을 처음으로 다시 해보는 밤이다. 2~3cm 문턱 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랴. 휠체어 바퀴 크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겠다. 오늘 밤 문제는 얼음덩어리와 미끄러운 길이었지만.

 


이 추운 밤에 왜 이 장애인 중년은 그 까끄막 (hill)을 넘어서 24 시간 여는 커피 집에 가서 커피를 사와야 했는가? 눈이 내리면 실내에 갇혀 살아야 하니, 눈이 약간 녹았다고 생각해서 외출을 한 것이다.  

 


도시 건설을 할 때, 도로와 모든 길들을 안방처럼 쓸고 다니면서 조사해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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