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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정의당

이념 정당과 대중 정당을 대립시키는 관점은 공허하고, 한국 진보정당사의 왜곡이다.

by 원시 2020. 9. 29.

김종철 후보와 배진교 후보의 생산적 토론을 위해 (1) 

이념 정당과 대중 정당을 대립시키는 관점은 공허하고, 한국 진보정당사의 왜곡이다. 

2000년 이후 건설된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통합진보당, 정의당은 모두 대중정당이었지, 대중정당의 반대어에 해당하는 혁명적 전위정당이 아니었다. 배진교, 김종철 후보, 부대표로 당선된 박인숙은 모두 대중정당의 정치가로서 선거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이것이 한국 진보정당사의 사실이다. 

1966년에 정당 연구가 오토 키리히하이머가 말한 ‘캣치 올 정당 the catch-all party’이라는 범주에 위 네개 정당이 다 포함된다. ‘캣치 올 정당’이란 특정 부르주아, 자본가, 노동자계급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 보다 넓은 유권자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강 정책 정치활동을 하는 정당이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초등에서 대학까지 무료 교육 정책을 내세워 민주노동당이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의 진보정당은 이탈리아 공산당, 프랑스 공산당, 그리스 공산당과 달리, 심지어 영국 노동당과 프랑스 사회당과도 비교해볼 때, 훨씬 더 많은 대중들의 물질적 정신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려고 노력해왔다. 


위 네 개 진보정당이 ‘한국형 캣치 올 정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들은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  한국정치의 특질 두 가지만 언급한다. 

첫번째는, 서구 유럽 정당처럼, 계급 투표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로, 영남 노동자들은, 울산, 창원, 거제를 제외하고 대부분 자기 계급의 이해와 정반대되는 한나라당부터 국민의힘에 투표해 오고 있다는 냉정한 한국현실이 있다. 

 두번째는 리버럴 민주당과 보수파(한나라당->국민의힘)가 서구유럽의 보수당, 캐나다 보수당도 실행에 옮긴 사회복지정책들에 굉장히 인색했기 때문에, 이런 비정한 두 기득권 정당에 맞서기 위해 ‘캣치 올 정당’ 정책들을 구사했던 것이고, 지금 정의당도 마찬가지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지적할 것은, 민주노동당부터 정의당까지 민주노총,전농 혹은 진보적 시민단체나 개인의 지지에 기반했지만, 하나의 지도적인 이념, 예를들어 사회주의, 사민주의, 페미니즘, 민족주의, 무정부주의, 자본주의, 시장사회주의 등 중에서 어느 하나의 이념(이데올로기)을 표방한 적이 없다.

반-자본주의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극복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대한민국 헌법 조항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딱히 급진적이라고 할 것도 못된다.

1997년 이후 IMF 신자유주의 ‘철권 통치’는 노동자 해고의 자유와 자본과 대기업의 이윤추구 자유를 최대한 보장했고, 한국전쟁 이후 시민사회의 민심을 가장 황폐화시켰다. ‘믿을 것은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는 생각(이념)이 지난 23년간 한국 시민사회와 생활세계, 일상의 인간관계를 지배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 이후, 지난 20년간 한국 진보정당들이 ‘캣치 올 정당’을 반강제적으로 표방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 알다시피 서구유럽 국가들의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사회복지국가 형성 (자본-행정-시민사회 연대의 3자 균형)’도 한국에서는 실행되지 못한 채, 가장 혹독한 IMF 신자유주의 ‘복지 삭감’ ‘해고 자유’의 철퇴를 맞았기 때문이다.

2020년에 와서, 대중적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이념 정당’과 ‘대중 정당’을 대립시킨다는 것은 한국 진보정당사의 사실과도 맞지 않고, 내용적으로 공허하다.

정의당의 지지율 하락과 리더십 부재가 심상정,노회찬 대표가 ‘이념 정당’을 추구해서가 아니었지 않은가? 노회찬의 이념은 ‘6411번 버스’에 고스란히 실려 오늘도 내일도 달릴 뿐이다. 

6411번 버스라는 노회찬의 정치적 이념과 정치적 이상은 모든 당원들, 아마도 99.9%가 동의하고 가슴에 새긴다고들 하지 않았는가? 

6411번 버스의 이념과 정치적 이상은 새벽 4시에, 5시에 출근하는 그 아저씨 아주머니, 청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고, 그들은 귀신도 정치적 전위도 아닌 그야말로 일하는 ‘대중’이었고 대중이고, 앞으로도 대중일 것이다.


참고: Otto Kirchheimer, the catch-all party, pp.50-60. Edited by Peter Mair. The West European Party System.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1990. 


첨언: 비공개 전위 정당은 대중들이나 당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정치후원금을 받고 영수증 처리,세액 공제 사무 처리를 할 필요가 없다. 

정치후원금 세액 공제를 10년 넘게 하는 정당과 그 정당원들은 이미 대중정당에서나 볼 수 있는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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